더 레이디 인 더 밴
니콜라스 하이트너 감독, 매기 스미스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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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의자에 앉아 창밖 풍경만 바라본다고 해서 이야기가 쓰여지지는 않는다. 어떤 형태든 충돌이 있어야 한다. 하다 못해 떨어지지 않는 나뭇잎이라고 눈에 보여야 한다.

 

어느날 집 앞에 낯선 자동차가 들어선다. 낡고 찌그러져 더이상 굴러다니지 않을. 차 안에는 한 노인이 타고 있는데 모자까지 쓰고 나름 기품을 차렸다고 하나 누가 봐도 노숙자다. 경찰에 신고를 할까 하다 며칠 두고보자고 했는데.

 

작가와 노숙자의 기묘한 동거는 15년간 이어진다. 우리같으면 반상회에서 당장 들고 일어나 동네에서 나가라고 데모라도 할텐데 여기는 영국이다. 무한한 인내가 허용되는 나라다. 누군가에게 직접 피해를 끼치지 않는한 개인의 권리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매기 스미스는 밋밋한 노숙자 역을 훌륭하게 해냈다. 뭔가 과거가 있을 법하면서도 천박한 느낌을 잘 표현했다. 작가 역의 알렉스 배닝스도 인내하며 품위를 지켜나가는 영국신사의 표본같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영화를 자세히 보시면 알겠지만 주무대는 줄곧 동네 어귀다. 특별한 변화가 없다. 그렇다. 원래는 연극 대본이었던 것을 영화로 각색한 것이다. 큰 기대 없이 혹은 부담없이 두 주인공이 나누는 대화를 듣다보면 꿈길을 헤매는 느낌이 들며 마음이 편안해진다. 게다가 부드럽고 딱딱한 영국 액선트의 영어니 오죽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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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데이비드 O. 러셀 감독, 로버트 드 니로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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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은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집이 있다면 집이라도 팔아야 한다. 없다면 빌려라. 왕창. 많은 사람들이 사업에 망하는 이유는 바로 올인 전략 때문이다. 조금의 여지를 남겨두었더라도 망하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조이는 싱글맘이다. 이런 저런 일을 전전해보지만 벌이는 시원치않고 쪼들릴 뿐이다. 도저히 이대로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하던 어느날 깨진 유리잔을 치우다고 밀대걸레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저절로 짜지게 만들어 손도 다치지 않고 처리하기도 쉽게 말이다. 중소제조업을 운영하는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해 어찌어찌 시제품을 만들어보지만 고난은 그 때부터 시작이다. 선정한 하청업체는 그녀를 후려치고 마케팅을 할 방법도 막연하다. 대형슈퍼앞에 가서 시연도 해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경찰의 단속뿐. 어찌 해야 하나?

 

영화 <조이>를 보면 가진 것 없이 아이디어 하나로 사업을 한다는 것은 미국이나 우리나 험난하다는 사실을 께닫는다. 그렇다면 극히 일부가 성공하는 이유는 뭘까? 사람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힘있는 인간을 만나는 것이다. 조이가 홈쇼핑 사장을 만나 빅히트를 쳤듯이 사업에는 결정적인 순간에 강력한 지위를 등에 업어야 한다.

 

제니퍼 로렌스의 연기는 안정감이 있었다. 아카데미 수상 이후 그녀는 이제 원숙미까지 느껴진다. 초창기의 풋풋하면서도 약간은 어설픈 면을 좋아하던 관객들께는 약간의 아쉬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아버지 역의 로보트 드 니로야 더 말할 것도 없고. 그런데 드니로까지 끌어들인 건 좀 과하지 않았나 싶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면 유명배우보다는 무명을 기용하여 현실감을 더 부각시켰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렇게 보면 제니퍼 로렌스도 미스캐스팅이었다. 가난에 찌든 싱글맘을 연기하기에 그녀는 너무도 눈부시다. 아무리 허름한 옷으로 감춘다 해도 여배우의 아우라가 어디 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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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크 선데이, 라이크 레인
프랭크 웨일리 감독, 데브라 메싱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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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는 옳았다. 인류가 탄생하고 모여 살기 시작한 이해 단 한가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지배계급과 피재배계급간 갈등이다. 지배형태가 바뀌어도 이 사실은 변함이 없다. 

 

레지는 뉴욕의 명문가 출생이다. 부족함이 없어 자란 것도 모자라 음악 천재이기도 하다. 불만이 있다면 엄마와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 엘리노어는 가난하다. 알바를 하며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지만 그마저도 짤린다. 구직센터를 들락거리다 겨우 얻은 자리가 보모 임시직, 마다할 이유가 없다.

 

천재 꼬마 아이와 가난뱅이 보모. 둘 사이에는 그 어떤 공통점이 없다. 다만 음악을 연주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있을 뿐. 그러던 어느날 레지는 뜻밖의 발견을 하게되는데 엘리노어가 코넷 연주자였고 고등학교때는 전국 올스타로 뽑혀 대통령앞에서까지 연주한 경력이 있다는 것이었다. 자신은 값비싼 첼로를 연주할 수 있는 환경이면서도 지겨워하는데 보모는 집안사정으로 능력이 있음에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만약 레지가 엘리노어를 설득하여 어떻게 해서든 집에 머물게 하고 그녀를 후원했다면 막스는 틀렸을 것이다. 그러나 엘리노어는 가난하지만 자신만의 삶을 살겠다고 떠나고 만다. 피지배계급은 영원히 지배계급과 섞일 수 없다는 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레지가 건네줄 수 있는 것은 고작 코넷 선물뿐이었다. 그 선물이 두 계급간의 화해를 이끌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음악의 아름다움까지 사라지게 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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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비지트
M. 나이트 샤말란 감독, 디나 더네건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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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할머니하면 푸근한 느낌을 갖게 된다. 왠지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하고 알뜰하게 챙기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동서양의 차이가 없다. 모두가 그런건 아니다. 그중에는 괴팍한 노인네들도 있다. 그러나 친절했다가 악마로 변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태어나서 한번도 보지 못한 펜실베니아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댁을 방문하게 된 남매. 상냥하기 짝이 없다. 마치 고향에 돌아온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즐긴다. 단 한가지 엄격한 예외가 있었으니 그것은 밤 9시 30분 이후에는 방에서 나와서는 안된다는 것.

 

이런 설정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아이들은 금기에 목마르기 때문이다. 아무튼 살금살금 밤늦게 방에서 기어나와 집안을 돌아다니는데 왠지 외할머니의 행동이 이상하다. 아니 저건.

 

이후에는 누구나 예상 가능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초보감독의 저예산 호러물이라면 그나마 봐줄만 하지만 <식스 센스>의 샤말란이 감독했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사람의 능력은 퇴화하기도 한다는 걸 증명하는 영화다. 반전 강박이 낳은 부작용인가?  앞으론 분발하시길. 당신은 위대한 감독이니까, 누가 뭐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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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위증 1 - 사건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9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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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에는 두께에 질렸다. 두툼한 책으로 3권. 소설의 무게치고는 너무 해비하다. 안나 카레리나도 아닌데. 그래도 미야베 미유키니까 라는 마음으로 눈 딱 감고 읽기 시작했는데.

 

일본 문화의 거대한 한 축은 학원물이다. 중고생들이 주인공이 되어 활약하는 이야기들이 많다. 만화, 소설, 영화, 아이돌 등 장르도 무궁무진하다. 흥미로운 점은 학원문화의 소비층이 중고등학생이 아니라 어른들이라는 점이다. 곧 어른이 되어 가장 그리워하던 시절을 떠올리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채색한 가공의 세계지만.

 

한 아이가 죽었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학교 옥상에서 떨어져서. 학교는 사건을 덮어버리기 위해 전전긍긍하지만 학생들의 의견은 다르다. 뭔가가 있어, 분명히. 어른들이 밝히기를 꺼려한다면 우리가 파헤쳐보겠어. 학내 재판을 여는거야.

 

재판이란 형식은 실랄하다. 당사자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자들의 악행이 만천하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담임 선생은 그녀를 밉게 본 이웃집 여자의 투서로 쫓겨나고 왕따당하던 학생은 두문불출 학교에 나오지 않고 범인으로 지목된 문제아는 깽판을 친다. 혼돈의 연속이다.

 

결론은 허무하게도 자살이었다. 원래의 판결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을 겪으며 사람들은 아수라의 구덩이에 빠지고 말았다. 과연 학생들은 그 과정을 거치며 성장했는가 아니면 순수함을 읽었는가?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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