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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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컨택트, 원제 Arrival>을 보며 원작은 어떨까라는 궁금증이 일었다. 영화속에서 펼쳐진  장면이 소설에서는 어떻게 묘사되었을까? 소설과 영화는 궁합이 맞지 어렵다는 편견도 작용했다. 그러나 내 판단이 틀렸다.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여러 단편을 모은 책이다. 과학소설계에서 우뚝 솟은 작가답게 한 작품 한 작품 모두 매우 지적이며 상상력이 빼어나다. 지구에 착륙한 외계인이라는 흔하디 흔한 소재에 그는 언어학자를 등장시켰다. 곧 외계인과 전투 태세를 취하는 게 아니라 그들과 대화를 하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인터스텔라>의 인문학 버전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흥미로운 건 언어학자의 정체다. 영화속에서도 매우 헷갈리게 등장하는 그녀에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슬픔을 잔뜩 머금고 있다는 것이다. 딸을 잃고 혼자 살아가는 여자의 한이라기 보다는 운명을 알면서도 현재를 살아가야 하는 아픔이 더 크게 느껴졌다. 그런 그녀에게 외계인과 교신하라는 임무가 주어지고, 억지로 의지를 일으켜 보는데.

 

결국 이야기는 성찰이다. 인간은 누구나 아프다. 그 아픔은 치유되는게 아니라 잊혀지는 거다. 문제는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잊어도 자신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방법은 하나. 슬픔을 상기하고 또 상기하며 느끼는 것이다. 왜 제목이 <당신 인생의 이야기>인지 깨닫는 순간 난 알았다. 테드 창은 천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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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의 정석 - 작가와 출판인이 알아야 할 편집의 모든 것
제럴드 그로스 편집, 이은경 옮김 / 메멘토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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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관련된 직업은 로맨틱하게 여겨진다. 글을 쓰고 책을 내는 행위 자체가 주는 아우라 덕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지적인 작업이 전부는 아니라는 말이다. 중노동도 필수다. 책 꾸러미를 들어본 사람은 아시리라.  

 

책의 위기라는 흔한 유행이 되었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더이상 책이 필요없다는 주장조차 나온다. 그럼에도 책은 꾸준히 나온다. 왜? 엄밀히 말해 책은 당장 누군가를 먹여살리지 못하지만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유산이기 때문이다. 

 

편집장은 최전선에 서 있다. 책을 기획하고 작가를 자극하거나 독촉하고 조언하고 팀을 꾸려 아이디어를 내고 책을 내보내는 책과 관련된 거의 모든 일을 관장하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같다고나 할까?

 

이 책은 편집자를 꿈꾸는 혹은 현재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경고이자 응원이다. 함부로 괜히 이 세계에 들어서지 말 것이며, 혹시 첫발을 내디뎠다면 어떻게 해서든 재밋거리를 찾아 길고 지루하고 고단한 일을 견뎌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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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흔드는 글쓰기 - 위대한 작가들이 간직해온 소설 쓰기의 비밀
프리츠 게징 지음, 이미옥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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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만큼 진입장벽이 낮은 직업도 없다. 특별한 자격시험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신춘문예를 통과해야 하지 않나라는 반문도 있을 수 있겠지만 딱히 문학상을 받아야만 훌륭한 소설을 쓰는 것은 아니다. 상은 단지 결과일 뿐이다. 

 

그러나 아무나 쓸 수는 있지만 누구나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재능이 부족해서 아니다. 끈기가 없어서다. 의자에 앉아 서너시간 이상 글을 쓴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그 짓을 십 년 동안 매일 하다고 생각해 보라, 감옥이 따로 없다.

 

프리츠의 <마음을 흔드는 글쓰기>는 흔한 글쓰기 교재가 아니다. 마치 작가의 비밀 노토를 엿보듯 내밀한 속사정을 가감없이 들려준다. 이를 테면 장면 전환이나 캐릭터 설정 등 실제 작가들이 고민하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프로 작가들도 참고할 만하다.

 

그럼에도 작가의 첫 걸음은 역시 글쓰기다. 시간은 많고 특별한 재능이 없는 대신 가난을 딱히 불편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당장 도전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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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폭스캐처 : 킵케이스 한정판 - 소책자(36p) + 접지포스터 + 캐릭터엽서(3종)
베넷 밀러 감독, 마크 러팔로 외 출연 / 플레인아카이브(Plain Archive)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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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에 두번 영화관에 간다. 그것도 공짜로. 무슨 상팔자냐 싶겠지만 반의무도 있어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다. 어제도 그랬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문라이트>가 주인공이었다. 상을 받기 전에 미리 예매를 해두었는데 역시 수상여파인지 상영관이 바글바글했다. 평일에 주인공이 흑인에 거기에 게이 영화에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몰라디나. 역시 아카데미의 힘이 세긴 세군. 그러나 수상이 꼭 관객의 감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좋게 보면 영화법칙을 파괴한 매력적인 작품이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지루하기 짝이 없는 밋밋한 평면화였다. 물론 판단은 주관적이게 마련이다. 

 

영화 <폭스 캐처>는 아무런 사전정보없이 보았다. 아, 허지웅씨가 입에 거품을 물며 명작이라고 말하고 영화 제목이 들어간 맨투맨 티를 유니폼처럼 입고 다닌다는 사실은 알았다. 뭐 그 정도가 이 영화에 대한 이미지였다. 

 

나이가 들면 감각이 둔해진다. 쉽게 놀라거나 슬퍼하거나 분노하지 않게 된다. 더우기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일에는. 아무리 잔인하고 섬뜩한 일이 영화속에서 벌어져도 그건 결국 남의 일이니 보는 동안 마음이 극심하게 움직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폭스 캐처>는 예외였다. 마크 러팔로가 무심하게 쏘아 버린 총알은 내 마음을 관통했다. 정말 심장이 멎는 듯한 충격이었다. 게다가 실화였다니. 영화가 끝나고 나서 무어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여긴해낸 러팔로에게 기립박수를 참고 싶은걸 꾹 꾹 눌어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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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파이트 클럽 일반판 - 아웃케이스 없음
데이비드 핀처 감독, 브래드 피트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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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어른은 극우 성향은 아니지만 박근혜를 지지한다. 박근혜 이전에는 이명박을 찍었다. 두 사람에게는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하면서 노무현은 그냥 노무현으로 부른다. 김대중은 아예 사람 취급도 안한다. 그렇다고 해서 성품이 과격하지도 않다. 온순하고 차분하다. 그런데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유에트씨 격투기다.

 

누구에게나 투쟁 본능이 있다. 특히 남자들에게는. 나이트 클럽 여자 화장실에서는 서로의 외모나 옷차림을 칭송하는 소리가 넘쳐난다고 한다. 죄다 언니, 언니하면서. 반면 남자 화장실에서는 서로의 눈길을 피하며 건드리면 패버리겠다는 살벌한 기운만 감돈다.

 

영화 <파이트 클럽>은 수컷의 본능을 자극한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끼리도 상황만 마련되면 언제든 싸울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승부는 중요하지 않다. 지칠 때까지 서로 주먹을 휘두르며 분을 푸는 것이다. 현대인의 스트레스 운운은 거짓말이다. 원시시대는 싸움이 일상이었다. 단지 문명화라는 명분으로 본능을 숨기고 있을 뿐이다. 곧 사람은 아무 이유없이 다른 인간을 패버릴 수 있다.

 

지나고 보니 이 영화는 전설이 되었다. 브래드 피트와 에드워드 노트의 연기가 그야마롤 불꽃을 튀긴다. 거기에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감각적인 영상기술까지. 원작과 영화 모두 멋진 드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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