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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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컨택트, 원제 Arrival>을 보며 원작은 어떨까라는 궁금증이 일었다. 영화속에서 펼쳐진  장면이 소설에서는 어떻게 묘사되었을까? 소설과 영화는 궁합이 맞지 어렵다는 편견도 작용했다. 그러나 내 판단이 틀렸다.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여러 단편을 모은 책이다. 과학소설계에서 우뚝 솟은 작가답게 한 작품 한 작품 모두 매우 지적이며 상상력이 빼어나다. 지구에 착륙한 외계인이라는 흔하디 흔한 소재에 그는 언어학자를 등장시켰다. 곧 외계인과 전투 태세를 취하는 게 아니라 그들과 대화를 하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인터스텔라>의 인문학 버전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흥미로운 건 언어학자의 정체다. 영화속에서도 매우 헷갈리게 등장하는 그녀에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슬픔을 잔뜩 머금고 있다는 것이다. 딸을 잃고 혼자 살아가는 여자의 한이라기 보다는 운명을 알면서도 현재를 살아가야 하는 아픔이 더 크게 느껴졌다. 그런 그녀에게 외계인과 교신하라는 임무가 주어지고, 억지로 의지를 일으켜 보는데.

 

결국 이야기는 성찰이다. 인간은 누구나 아프다. 그 아픔은 치유되는게 아니라 잊혀지는 거다. 문제는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잊어도 자신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방법은 하나. 슬픔을 상기하고 또 상기하며 느끼는 것이다. 왜 제목이 <당신 인생의 이야기>인지 깨닫는 순간 난 알았다. 테드 창은 천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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