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읽지 못할 책은 없다 - 평범한 대학생을 메이지대 교수로 만든 독서법
사이토 다카시 지음, 임해성 옮김 / 21세기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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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처럼 책을 숭상하는 나라도 드물다. 책 읽는 아이는 칭찬하면서 뛰어놀면 욕을 한다. 독서노트를 만들어 감상문을 쓰게까지 한다. 어른이 된 지금 돌이켜보니 끔찍한 짓이었다. 책을 읽고 자기 생각을 정리하여 비판적인 글을 쓰는 것은 머리가 어느 정도 영글어야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감상은 좋았다, 휼륭하다, 본받아야 한다가 고작이다. 위인전을 왜 그렇게 읽게 시켰는지 이해가 된다. 

 

책이란 필요할 때 읽으면 된다. 이를 테면 저녁 시간에 중국음식을 시켜 먹으려면 전단지나 서개책자를 보면 된다. 지금은 스마트폰이라는 유용한 도구가 있어 댓글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다른 책도 마찬가지다. 내게 꼭 유용하지 않다면 거들떠볼 이유가 없다. 문제는 어렸을 때부터 수험용 책이나 교과서만 읽느라 여러 책을 접할 기회가 제한된다는 것이다. 기껏 대학에 갈 나이가 되어다고 해서 사정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요즘같은 시대에는 스팩용 책만 읽는다. 대체 언제 책을 읽을 수 있겠는가? 책말고 다른 볼거리가 차고 넘치는데. 

 

책을 읽는데는 결심이 필요하다. 꼼짝앉아 서너시간 이상 책을 보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독서를 하는 이유는 분명히 좋은 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종류별, 단계별 독서법을 소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쉬운 책부터 자주, 그리고 습관처럼 읽기를 권한다. 좋은 지적이지만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책을 읽기 위해서는 시간적 여유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새벽같이 출근하는 사람에게 밤 늦게 책을 읽으라고 권하는 것은 무모한 젓이다. 그렇다고 시간이 마냥 많다고 해서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아니다. 목적의식을 상실한 상태에서의 독서는 무의미한 시간 보내기에 불과하다.

 

우선 책에 대한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 어떤 형태의 책이 되었건 마음이 끌려야 한다. 하다못해 섹시한 잡지나 상품 카돌로그 북이라도 좋다. 보면서 관심이 생겨야 한다. 사람의 두뇌한 희한해서 호김심이 작동하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예를 들어 이케아 카달로그북은 매우 세심하게 잘 만들어진 책인데 읽다보면 북유럽에 대한 호기심이 절로 생겨난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에도 눈길이 간다. 관련 책들을 찾다보면 또 다른 책이 불쑥하고 튀어나온다.

 

한 주제나 작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책을 읽다보면 인식의 폭이 넓어지고 깊어진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글쓴이의 생각을 알게 되는 시기가 오는데 그 때는 알 수없는 만족감에 뿌듯해진다. 나이가 들어 비루해졌을 때 책이 친구라면 얼마나 든든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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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블루레이]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 얼라이언스 오링케이스 한정판 콤보팩 (2disc: 3D+2D) - 오링케이스+캐릭터카드(4종)
던칸 존스 감독, 벤 포스터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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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래프트 전쟁의 시작>이 상영되자마자 혹평이 있따랐다. 게임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글쎄? 게임을 해보지 않은 처지에서 뭐라 마라기는 그렇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영화 자체만으로만 본다면  꽤 잘 만들어졌다.

 

인간과 요크의 대결이라는 구도는 반지의 제왕을 본뜬 것 같기는 하지만 공존과 전쟁을 추구하는 세력간의 갈등이 커지면서 이야기는 삽시간에 달아오른다. 게임이 원작이라 거두절미 설명을 생략하고 처음부터 본격적으로 대판 싸우기 시작하는데.

 

눈이 호강하는 그래픽 덕에 순간순간이 즐겁다. 치밀한 전략과 전투 시물레이션이 대형 스크린에 펼쳐지니 온몸이 들썩거릴 지경이다. 평화공존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도록 유도하는 인간계의 전술에는 감동이 밀려들었다.

 

앞으로 게임과 영화의 경합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게임을 익히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차원이 다른 화면에 압도당할 것이고 게임을 모르는 관객들에게는 새로운 판타지의 세계를 열러젖힐 것이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영상이 문자를 대신하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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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런던 해즈 폴른 : 렌티큘러 풀슬립 넘버링 한정판 - 600세트 넘버링
바박 나자피 감독, 모건 프리먼 외 출연 / 아이브엔터테인먼트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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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하면 미국, 그중에서도 뉴욕이라는 등식은 헐리우드 영화문법의 1원칙이었다. 가끔 워싱터닝나 엘에이자 등장하지만 곁가지에 불과하다. 미국외 나라는 단지 침략대상 국가 정도가 양념으로 등장했다.

 

이런 분위기에 반기를 든 게 <런던 해즈 폴른>이다. 우리도 부술 건물이 차고 넘친다고. 웨스트민트터 사원에서 빅밴에 이르기까지. 필요하면 버킹엄 궁전도 출연시킬게.

 

그러나 번지수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액션은 그저 때려 부수는 것이 아니라 치밀한 심리전이기 때문이다. 영국 수상 장례시겡 참석한 각 나라 대표 5명은 허무할 정도로 쉽게 죽이고 오로지 미국 대통령을 수호하기 위해 산전수전 다 겪는 영화를 대체 누가 흥겹게 받아들이겠는가? 미국 부통령 역을 맡은 모건 프리먼의 연기가 아까울 정도였다.

 

속편이 제작될 가능성은 희박하겠지만 혹시나 그럴 생각이 있다며 스케일 큰 액션은 포기하기길. 왜 아기자기하게 잘하는 드라마화된 영화를 노리지 않는가? 비빔밥은 왠만하면 맛있지만 재료가 아무리 좋아도 잘못 비비면 맛이 없다는 걸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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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군 2021-03-16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편이 잘나오고있는... 별1개짜리라니..ㅜ

카이지 2021-03-16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예측이 틀렸네요. 답글 감사합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 미니 포토 카드(8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나가사와 마사미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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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독특한 나라다. 서로간에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교육을 아주 일찍부터 받아 사회 전체가 매우 폐쇄적인 반면 집단으로 움직이며 거침없는 짓거리도 서슴없이 저지른다. 두 거울 중 어떤 거울로 일본을 비추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셈이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한없이 착한 영화다. 바람 피운 아버지의 부고를 전해들은 세 자매는 장례식장을 찾는데 그곳에서 배다른 여동생을 만난다. 여동생을 낳은 어머니는 이미 사라져버려 천애고아가 된 그녀를 자매는 받아들이는데. 처음엔 서먹하다가 알콩달콩 재미있게 살아가던 어느날 집을 버리고 도망간 어머니가 아버지 사망 주기를 맞아 집을 찾아 작은 갈등이 벌어지지잔 이내 화해하고 네 자매는 다시 안정을 찾는다.

 

우리 같으면 김치 싸대기를 서너번은 날렸을 상황을 그들은 작은 입씨름 정도로 마무리한다. 영화니까 그렇겠지, 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일본인들은 실제로 자신들의 감정을 극도로 자제하며 드러내지 않는다. 자매들과 어머니를 상대로 한 말싸움도 매우 거북하게 여겼을 정도니까.

 

영화 보는 내내 현실감이 느껴지는 않아 역시 일본은 묘한 나라라는 확신을 더욱 갖게 되었다. 한가지 상과라면 아야세 하루카의 눈분신 성장이다. 그라비아 모델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초기에는 몸매를 강조한 <가슴배구단>에 출연하던 그녀였는데 지금은 그야말로 일본의 고전적인 여성을 대표하는 대배우가 되었다. 폐쇄적인 일본사회에서 의외로 아니면 의도적으로 개방적인 분야는 연예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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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 아웃케이스 없음
드니 빌뇌브 감독, 조쉬 브롤린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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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성이 돋보이던 감독이 상업영화를 맡아 말아먹는 경우는 흔하다. 간섭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을린 사랑>과 <프리즈너스>로 독특한 감각을 선보인 드뇌브도 같은 길을 갈뻔했다. 마약사범을 퇴피하기 위한 경찰의 출동. 피와 살이 터지는 액션영화가 될 게 뻔해 보였는데.

 

<시카리오>는 마약범을 둘러싼 경찰들간의 암투를 그리고 있다. 곧 주인공은 마약범이 아니라 경찰이다. 구체적으로 마약으로 한몫 챙기며 진압하는 척하는 경찰과 멋모르고 정의를 휘두르려고 하는 신참 경찰간의 갈등이 주된 주제다.

 

드뇌브는 모든 작품에서 선과 악을 선명하게 구분하지 않고 두 영역을 넘나든다. 선이 악이 되기도 하고 그 반대도 자주 일어난다. 관객들이 등장인물에 쉽게 공감이 가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인물 묘사 덕이다. 그래, 나도 저런 면이 있지.

 

<컨택트>로 세계 유명 감독 반열에 오른 드뇌브 감독의 차기 작품은 <블레이드 러너> 벌써부터 두근두근. 감히 단언컨데 그는 정점을 찍을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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