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남기지 말아라라는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분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지금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본인의 식욕과 상관없이 많이 먹어 버릇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점차 먹는 양이 줄어들었다. 하루에 두 끼 정도만 챙길 때도 있다. 서글프게도 소화력이 떨어져서다. 나이가 들면 신체는 점점 퇴화되고 마는데 장기라고 예외는 아니다. 똑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젊었을 때에 비해 소화하는 힘이 현저히 떨어진다. 문제는 반항하는 뇌다. 곧 몸은 적당히 먹어라고 외치는데 머리는 무슨 소리야 다 먹을 수 있어 하며 고집을 부린다. 그 결과 폭식을 하게 되고 후폭풍에 시달린다. 남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주 영화를 보고 극장 근처 초밥 뷔페 집에 들렀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문 연 뷔페식당이 별로 없어 작심하고 갔다. 당연히 눈이 돌아가고 접시에 담는 음식들도 넘쳐났다. 결과는 끔찍했다. 나름 조절하며 천천히 조금씩 먹었다고 자부했지만 내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소화를 시키느라 두 정거장 거리를 걷고 집 앞 지하철역에 내려서도 한 시간쯤 뛰고 나서야 겨우 속이 가라앉았다. 다시는 뷔페에 가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했지만 작년 이 맘때도 똑같은 결심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