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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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세균, 유럽이 다른 대륙에 준 사악한 선물


평소 거창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학자들의 말은 잘 포장된 구라에 가깝다, 고 확신한다. 어떤 형태든 자신의 구체적인 경험이 녹아있지 않은 지식은 공감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총균쇠>도 마차가지였다. 저자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나 아프리카가 유럽이나 북미에 뒤지는 기원을 총과 균, 그리고 쇠라는 핵심어로 분석한다. 얼마나 무모하고 어이가 없는지 기가 막힐 지경이다. 온갖 잡다한 지식을 동원하여 세 가지 핵심어 안에 우겨놓고 단죄를 한다. 바로 책을 덮는다. 내 취향은 아니야. 


그러나 코로나 19 바이러스 사태가 지속되면서 다시 책을 읽었다. 구체적으로 세균 부분을 다시 보기 위해서였다.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서구가 다른 대륙을 정복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세균을 들고 있다. 자신들에게도 치명적이었던 세균을 상대적으로 익숙치 못한 세계에 대량으로 살포하여 정복에 나선다는 설정이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소름끼친다. 방향만 바뀌었을 뿐 전파 경로는 동일하다. 박쥐로부터 전염된 바이러스가 중국내에서 퍼져 만연한 후 인근 동아시아 국가를 거쳐 미국과 유럽, 더 나아가 전 세계를 강타한다. 급격한 도시화와 항공 산업의 발달은 전파속도를 더욱 높이고 역설적으로 초기에 전염을 겪은 나라만 살아남는다. 문제는 언젠가 잠잠해 지더라도 또다시 새로운 바이러스가 변종되어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다. 그렇게 되면 단순히 미국과 중국이 아니라 온 인류가 멸망할지도 모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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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코드의 비밀 - 클래식 LP 제대로 듣기, 개정증보판
곽영호 지음 / 앨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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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로서의 위력이 많이 떨어졌지만 그럼에도 책은 여전히 중요한 전달 수단이다. 효과 면에서도 최고다. 싼 값에 비해 큰 효용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가끔은 과연 책의 용도가 무엇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곧 정보와 재미 두 가지를 잡느라 오락가락하다 중요한 핵심을 놓친다. <레코드의 비밀>은 독자가 제한적인 책이다. 클래시컬 음악, 그 중에서도 엘피 레코드에 관심 있는 사람들만이 볼 자격이 있다. 그렇지 않는 분들께는 선문답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보다 정보에 치중했어야 옳다. 개인적인 경험은 과감히 삭제하고 전문가들을 상대로 엘피 기술의 극장을 보여주었어야 했다. 물론 개정판으로 단점을 보완했다고 하지만 추상적인 소리는 얼마나 다르게 들리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설득력이 부족했다. 단지 씨디에서는 발견 못한 소리를 알아내는 기쁨 정도로는 부족하다. 결국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정답은 본인이 직접 들어보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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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문제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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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의 글은 빠짐없이 읽었다. 그러다보니 종종 데쟈부 현상이 일어난다. 곧 처음 읽는 책임에도 언젠가 한번 본 것 같다는 착각이 든다. <우리 집 문제>가 그랬다. 분명 읽은 기억이 없는데 이상하다. 왜 자꾸 장면이 떠오르지. 쉬운 문체, 스피디한 전개, 알 수 없는 슬픔과 웃음의 뒤범벅. 특히 <에리의 4월>은 마치 영화를 본 것처럼 생생하게 머릿속에 각인된다. 불현듯 알게 된 엄마, 아빠의 불화.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지만 속에서는 열불이 난다. 친구를 만나 묻고 답하고 애써 마음을 다잡아보지만 소용이 없다. 천진난만하기만 한 남동생에 은근히 짜증이 나는데. 여기까지. 더 이상 얘기하면 결정적인 스포가 되니까. 한 가지 분명한 건 상상을 초월하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히데오는 얼핏 보면 별 거 아닌 일상 같지만 그 속에서 삶의 진실을 뽑아내는 능력은 다른 작가를 압도한다. 마치 일본의 안톤 체홉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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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리의 금융문맹 탈출
존 리 지음 / 베가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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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에는 양면이 있다. 한쪽 면만 있다면 그건 사기다. 어느 날 뜬금없이 주식 전도사가 나타났다. 물론 그동안에도 머리 좋다는 사람들이 주식 관련 글을 쓰거나 방송에 얼굴을 내밀기는 했지만 존 리는 남다르다. 일단 실적이 좋다. 그것도 월가에서. 때마침 정부는 주식이야말로 건전한 투자라고, 더 나아가 펀드마저 권하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한동안 한 라디오 방송의 경제 프로그램을 즐겨 들었다. 나중에 보험사 홍보방송임을 알고 뜨악했다. 재무 설계 운운하며 결국은 보험 상품을 들게 유도하는 식이었다.


존 리의 말을 들어보면 주식을 하지 않는 사람은 아예 무식한 종자다. 예금이나 적금에만 매달려 있는 이들도 부동산에만 올인하는 이들도 마찬가지 취급을 받는다. 오로지 주식만이 취고의 선이다. 과연 그럴까? 주식시장이야말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아무리 개미가 날고 기어봐야 대자본 손바닥 안이다. 동학개미운동 운운하는 소리는 그저 듣기 좋으라고 하는 입에 발린 소리다. 샀으면 팔지 말고 그냥 묻어두라구,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이삼십년 묵혀 둘 돈이라면 차라리 영꿀로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사는 게 이득이다. 적어도 집은 남으니까. 


<존 리의 금융문맹 탈출>은 얄팍한 책이다. 주식 입문서로서도 매우 빈약하다. 비슷한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고 있다. 일찍 시작해라, 무조건 장기투자해라. 주식을 사는 것 이야말로 기업의 소유주가 되는 길이다. 이런 사탕발림 말로 주식을 하게 된다면 그거야말로 패착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어떤 형태든 본인의 자산이 현재 약 백억쯤 된다면 상관이 없다. 그것도 여유자금으로. 만약 그렇지 않다면 헛된 욕망에 사로잡혀 주식을 사고파는 짓은 당장 중단하라. 자본주의는 그리 견고한 체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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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의 작업실 - 케이팝 메이커 우지, LE, 라비, 방용국, 박경의 음악 이야기
박희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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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전성시대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른바 케이팝이 대세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이 우리나라 최초로 빌보드 1위에 올랐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는 따로 말하지 않겠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소속사인 빅히트는 상장까지 했다. 이 인기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냉정하게 말하면 지속적이기는 힘들다. 이미 한차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미국에서도 보이밴드, 걸 그룹 열풍이 분 적이 있다. 그야말로 광풍이었다. 현재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물론 옛 추억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지만. 마치 우리가 90년대 대중음악을 추억하는 식이랄까?


<아이돌의 작업실>은 단순히 노래하고 춤만 추는 게 아니라 직접 작사 작곡은 물론 편곡까지 할 줄 아는 다재다능한 인물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모음집이다. 이들 면면을 보면 아는 사람은 잘 알겠지만 모르는 이들은 영 알 수 없는 사람들이다. 다행히 나는 80퍼센트 알겠다. 물론 자세히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세븐틴의 우지가 반가웠다. 그가 총괄한 ‘박수’라는 노래를 좋아해서다. 매우 단순하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어설픈 아티스트 흉내를 내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뱉을 줄 아는 능력이 빼어나다. 빅스의 라비도 관심 있게 읽었다. 정직하게 말해 그의 곡은 잘 모르지만 왠지 모르게 원석 같은 느낌을 받곤 했다. 최근엔 1박2일에서도 맹활약하던데. 블락비의 박경은 살짝 서늘했다. 그의 학교폭력을 알고 나서 읽어서 그런지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예사롭지 않았다. 머리가 매우 빼어나지만 알게 모르게 냉정한 모습이 말속에서도 배어나오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아이돌 프로듀서의 속내를 전부 드러내지는 못했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대충 엮었다는 기분이 든다. 글쓴이가 인터뷰 대상자에 대한 철저한 사전조사를 거쳐 각자에 대한 비평을 함께 실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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