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라이어티 - 오쿠다 히데오 스페셜 작품집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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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출판강국이다. 우리 같으면 굳이 책으로 엮을 필요가 있을까 싶은 내용도 죄다 출간한다. 그만큼 독서인구가 많다는 말이다. 인터넷 시대에도 큰 변함이 없다. 여전히 종이책을 찍어낸다. 부러우면서도 시대착오가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각설하고


오쿠다 히데오는 재치 넘치는 작가다. 상황을 면밀하게 관찰하며 때로는 심하다싶을 정도로 그러면서도 연민의 정을 듬뿍 담아 묘사한다. 이 때문에 미워할 수 없는 작가라는 칭호를 듣는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도 마찬가지다. 제목처럼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큰 줄기로는 회사를 차린 서른여덟 살 아저씨의 분투기와 여름날 고속도로에서 벌어지는 일. 그리고 10대 청소년의 고뇌(?)가 주된 내용이다. 사이사이 대담이 들어가고 콩트처럼 축구경기 관람기가 첨부되어 있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이런 구성으로 책을 낼 수 있을까? 아무리 베스트셀러 작가라도? 정직하게 말해 책 내용은 그저 그랬다. 히데오답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최대한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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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
모리 히로시 지음, 안소현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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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때 모리 히로시의 팬이었다. 지금은 더 이상 글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이른바 F 시리즈로 수많은 팬을 거느린 작가로서는 의외의 선택이다. 그러나 그의 책을 다 읽어보면 이해가 된다. 언젠가 마침표를 찍고 자기만의 은퇴생활을 누리겠다고 누차 강조했기 때문이다.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는 일종의 보너스 같은 책이다. 공대 교수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자신을 스쳐간(?) 여성들을 다루고 있다. 에세이인지 소설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야기가 꿈처럼 이어진다. 실제 꿈처럼 이어졌다 끊어졌다를 반복한다. 그러다 깨닫는다. 아, 이건 자서전이구나. 자기 이야기를 그대로 드러내기 싫어 허구라는 가면을 쓰고 있구나. 모리 답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거 아니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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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아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북로드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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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 요코의 글은 늘 유쾌하다. 사실 울적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큰 맘 먹고 산 전원주택부지가 알고 보니 사기당한 것이었다거나 싼 맛에 들어가 살고 보니 러브호텔 소유의 주택이었다는 식이다. 그러나 부동산 사기꾼이 미소라 히바리 곁에 있고 싶어, 그 말이 진짜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돈을 벌기로 했다거나 러브호텔 주인의 꼬임에 빠져 얼떨결에 불륜남녀를 안내하게 되었다는 스토리에는 아연실색해진다. 게다가 토지사기로 이혼까지 이르렀는데 어쩜 저렇게 천하태평이지, 적어도 글로써는. 그럼에도 작가는 히바리의 꿈을 믿었고 호텔주인이 겸연쩍게 내밀며 준 다이아 반지가 진짜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그 덕에 우리는 그의 짧은 글속에서 수만 가지 상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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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율의 시간
이종열 지음 / 민음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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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먼트 계단을 오르내린지도 넉 달이 지났다.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심지어 집을 비운 날도 인근 건물에 들어가 똑같은 일을 반복했다. 아직 일 년을 채운 건 아니지만 이정도면 계단 오르내리기 관련해서는 장인이 아닐까?


조율의 시간을 읽다 든 생각이다. 1938년 태어나 1956부터 피아노 조율 일을 했으니 갓 스무 살이 되기 전부터 본인의 본업을 찾은 셈이다. 이후 단 한 번도 한눈팔지 않고 쭉 같은 일을 했다. 무려 65년을. 이쯤 되면 자시의 이름으로 책 한 권 내는 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책은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조율의 세계에 입문하여 살아온 세월, 조율에 대한 전문지식, 그리고 무대 뒷이야기. 정직하게 말해 마지막 부분이 가장 재미있었다. (책구성상 중간에 위치해있다.) 클래시컬 음악 애호가라면 단박에 알법한 연주자들이 어떤 요구를 했고 해프닝이 있었는지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깜짝 놀랄만한 스토리가 무궁무진하게 펼쳐진다. 이를테면 어릴 때는 엄마와 스승과 함께 와서 수줍어하던 키신이 서너 차례 방문이 이어지자 홀로 당당하게 조율을 요구하는 모습이 눈에 그려질듯 생생하다. 


개인적으로는 잉글리드 헤블러와의 인연이 인상 깊었다. 명성에 비해 덜 알려진 그는 조용한 성품으로도 유명한데, 아니나 다를까 전혀 까탈을 부리지 않고 부드럽고 따듯한 연주를 들려주었다고 한다. 고령임에도 십 년 이나 된 피아노를 쓰다듬으며 손 키스까지 했다니 그날의 정경이 마음에 와 닿는다. 진짜 재미있는 이야기는 이 다음이다.


“얼마 후 같은 피아노로 우리나라 피아니스트가 연주를 하는데 얼마나 피아노 타박을 하는지 모든 스태프들이 누구 말이 맞는지 당황했다. 우리는 모여서 의견을 모았다. 잉그리드 헤블러의 말을 믿기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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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제니 한 지음, 이지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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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물건을 잘 못 버린다. 그래서 구질구질한 것들까지 죄다 모아 두곤 한다(중략). 

그 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걸 꼽으라면 아마 연애편지가 될 것이다.


로맨스 소설이야말로 당대의 아이콘이다, 하고 생각한다. 특히 여성이 쓴 경우는. 오만과 편견을 보라. 사실 소설은 거짓 이야기다. 연애야말로 가장 적당한 소재다. 마치 파도 파도 마르지 않는 우물처럼. 아마 인류가 사라지지 않는 한 비슷한 류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나올 것이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 영화를 재미있게 보고 원작을 찾아 읽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행여 흥미가 조금 덜할까 걱정하셨다면 내려놓으시라. 영화 못지않게 아니 그 보다 더 익사이팅하다. 작가가 한국계라는 특징까지 있어 우리에게는 더욱 편안하게 다가온다. 게다가 첫 문단은 길이길이 남을 명문이 될 것임이 확실하다. 참고로 개정판이 나왔다. 원작 표지와 동일하게 출간했는데 개인적으로는 반짝반짝 블링블링한 구판이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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