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말하다 - 있는 그대로의 자유로움, 생긴 그대로의 자연스러움
이상호 지음 / 북바이북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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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은 늘 관심대상이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가 되고 말았다. 선무당이 총대를 메고 여기저기 쑤신 덕이다. 부동산의 핵심은 첫째도 입지, 둘째도 입지, 셋째도 입지다. 만약 강남이 잘 나간다고해서 각종 규제로 꽁꽁 묶어놓는다면 어떻게 될까? 더욱더 희소재가 되어 가격은 더욱 오르고 말 것이다. 이 간단한 이치를 섣부른 이념으로 덧씌운 게 이 정부다. 결과는 처참했다. 전 국토가 투기장이 되어 집값이 폭등했고 돌고 돌고 돌아 강남은 다시 상승세다. 이젠 아예 재개발재건축 지역의 집 거래마저 막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알아서 땅을 빼앗아 주택을 공급할 테니 가만있으라는 소리다. 황당함을 넘어 두려움마저 느낀다. 그게 바로 공산당이기 때문이다. 


<공간을 말하다>는 건축과 공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그럼에도 가장 인상 깊은 건 부동산이다. 저자는 1986년의 집값을 100으로 보고 이후 변화를 추정했다. 2008년 이 지수는 서울은 456으로 올랐는데 이 중 강북은 412, 강남은 691이었다. 당연히 돈만 있으면 강남에 있는 부동산을 소유하는게 이득이다. 정부의 할 일은 여러 강남을 만드는 것이다. 곧 강남 못지않도록 인프라를 깔고 도시를 가꾸는 것이다. 그게 더 생산적이다. 서울에 죄다 임대아파트먼트를 때려지을 망상에서 제발 깨어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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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 바이 미 - 스티븐 킹의 사계 가을.겨울 밀리언셀러 클럽 2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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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이야기야. 누군가 한 말이 아니라.


It is the tale, not he who tells it.

말하는 사람이 누구이든 간에 중요한 것은 이야기로다.*


모국어가 영어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쓸데없는 망상에 빠져 있다. 스티븐 킹 때문이다. 우리말로 번역된 책들은 거의 다 읽었는데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한 라디오 방송에서 그의 글에 대한 해석을 들으며 생각이 바뀌었다. 한국어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뭔가가 영어에는 있다. 특히 킹의 글에는. 계기는 <스탠바이 미>다. 원제목은 <시체The Body>다. 벌써 느낌이 확 다르지 않은가? 물론 책 제목에 시체를 붙이기에는 여러 제약이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원래 타이틀이 훨씬 빼어나다. 줄거리 자체가 시체를 찾아나서는 소년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번역은 딱히 불만이 없다. 하지만 여력이 되어서 원어를 찾아 읽는다면 보다 더 작가의 심정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 영어를 우리말로 옮길 때 가장 큰 어려움은 문법의 차이다. 구체적으로 어순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말답게 번역하는 과정에서 원어의 맛을 놓치기 십상이다. 책머리에 써 놓은  문장도 마찬가지다. 영어식 표현을 피하려고 강조하는 바람에 도리어 글쓴이의 의도를 놓치고 있다. 이럴 땐 어색하게 보이더라도 직독직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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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집값을 안 잡는 이유
윤세경 지음 / 이레퍼블리싱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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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은 상승하게 마련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부동산이기 때문이다. 곧 동산이 아니다. 이동자체가 불가능하다. 물론 트럭하우스도 있지만 이 경우도 집은 아니다. 그저 운송수단에 집을 덧붙였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이유를 밝혀보자. 고정되어 있는 자산은 감가상각이 발생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집이 낡았다고 가정해보자. 허물어 버리고 새로 지으면 그만이다. 땅이 어디 가지 않는다. 곧 집값은 고정된 땅의 가치를 반영한다. 


문제는 공공이 과도하게 개입할 때다. 정부가 집값이 너무 높다고 판단하여 새 아파트먼트의 분양가를 제한하거나 심지어 땅은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만 임대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모두가 집을 갖고 사는 유토피아가 건설될까? 절대 아니다. 암시장이 생긴다. 시장이 작동하지 않으니 독점가격에 암암리에 거래된다. 


해결책은 정부는 절대 빈곤한 사람을 위한 임대주택건설과 인프라 구축에만 신경 쓰고 나머지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 시장은 얼핏 보면 잔인하게 느껴지지만 모든 수요를 포용한다. 아주 비싼 집뿐만 아니라 싼 가격에 몸만 누일 수 있는 공간도 제공한다. 반대로 공공이 인허가권을 포함한 모든 권한을 주도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정부에 세를 바치는 임대아파트들만 잔뜩 들어선다. <정부가 집값을 안 잡는 이유>는 이러한 현상을 유쾌하고 발랄하게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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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소 소설 대환장 웃음 시리즈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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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야할 책들이 잔뜩이다. 이럴 때 난 단편집을 먼저 고른다. 일단 내용이 짧기 때문이다. 덧붙여 재미까지 있다면 더할나위없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독소소설>은 이 조건에 딱이다.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이 개그콘서트처럼 펼쳐진다. 친손자를 납치하는 재벌 할아버지, 아이 모습을 한 생명체의 흥망성쇠, 뉴타운에서 벌어지는 사모님들의 권력 다툼, 아내를 죽이고 자수를 했는데도 잡아가지 않는 경찰, 포르노를 보는 게 소원인 할아버지의 우당탕탕 소동, 엄마 말이면 끔뻑 죽는 마마보이의 좌충우돌 결혼식, 죽은 부인 대신 베스트셀러 작가노릇을 하는 남편 등 모두가 범상치 않다. 물론 다 읽고 나면 하무하다는 느낌이 살짝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시간은 잘도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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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잡사 - ‘사농’ 말고 ‘공상’으로 보는 조선 시대 직업의 모든 것
강문종 외 지음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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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듯이 조선시대에도 분명히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일하고 있었을 것이다. 비록 인터넷이나 휴대폰은 없었겠지만. 사실 그리 오래전 일도 아니다. 불과 오육백 년 전이다. 


그러나 왕조나 사대부들 이야기 말고는 잘 모른다.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라더니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백성들의 속사정은 그대로 묻히고 말았다. 다행히 조선은 기록을 중시했다. 그리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평민들의 일상이 보인다. 과연 그들은 어떤 직업을 갖고 있었을까? 


<조선잡사>는 이러한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주다. 일하는 여성, 극한 직업, 예술가, 기술자. 전문직, 상인, 사기꾼 등 분야도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흥미로운 건 오늘날까지 건재한 일자리들이다. 조선의 부동산 중개업자인 집주릅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서울은 노른자 땅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한성에 집 한 칸이나마 마련하려는 경쟁이 치열했다. 중개업자들은 이 틈을 비집고 큰돈을 벌었다. 급기야는 단체를 조직해 큰 손 노릇을 하기도 했다. 오늘날과 거의 다름이 없다. 


개인적으로 특이한 직업은 외지부다. 백성들의 소송을 대리해주던 일종의 법률 전문가였다. 네 죄를 알렸다 식으로 무조건 잡아들였을 것 같았는데 사실 조선은 귀천을 떠나 모두가 자유롭게 소장을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심지어 여인이나 노비까지도. 문제는 이들이 글을 몰랐다. 한문으로 엄격한 형식에 맞추어 소장을 작성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외지부는 이 역할을 대신했다. 놀랍게도 조선시대 소송은 세 차례나 진행되었다. 두 차례 승소해야 사건이 마무리되었다. 만약 판결에 불복하면 상급기관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었다. 조선은 그리 만만한 나라가 아니었다. 이밖에도 소설을 읽어주거나 곤장을 대신 맞아주는 등 흥미로운 일자리를 발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직하게 말해 잡사雜史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같은 사람이 있을까봐 Job이라는 영어를 덧붙이기는 했지만 왠지 웃기지 않는 개그를 본 기분이 든다. 직업의 귀천을 떠나 모든 일자리가 사회에 필요하다면 성스러운 일이 아닐까? 적어도 마음속으로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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