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과 마요네즈
나나난 키리코 지음, 문미영 옮김 / 하이북스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처음 보관함에 넣어둔 게 몇 년 전인지 기억도 안 납니다. 아마 처음 출간된 때였을 겁니다. 그러고 나서 이 책은 계속 보관함에만 있었습니다. 장바구니에 옮겼을 때는 이미 알라딘에 "절판" 표시가 뜬 뒤였어요. --; 알아보니 이 책은 닉스미디어에서 하이북스로 출판사 이름을 바꿔 달고는 오프라인에서 계속 팔리고 있었습니다. 닉스미디어가 하이북스로 이름을 바꿨는지, 아니면 한 회사가 이름을 2개 등록해놓고 경우에 따라 이름을 바꿔 쓰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네이버의 어느 블로그에서 보니 하이북스를 가리켜 매우 품질 높은(!) 해적판 출판사라는데... 정말 그렇다면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이 책을 구할 수 있는 만화전문서점 "한양TOONK"(www.toonk.com)가 가까운 곳에 있어, 벼르다 지난주에 다녀왔습니다. 원래는 온라인으로 주문하려 했는데, 배송비 아낄 요량으로 직접 갔더니, 단골이 아니라서 그런지 할인 폭이 별로... 게다가 카드로 사면 거의 할인을 안 해줍니다. 전에도 서너 번 가서 현금으로 10% 할인을 받았는데, 단골인 경우에는 할인폭이 더 큰 것으로 압니다. 홈페이지에 회원으로 등록해두고 적립금을 쌓든지 해야겠습니다. 사실은 알라딘에서 품절되기 전에 재빨리 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데... 알라딘에서 만화가 빨리 품절되는 까닭, 정확히는 모르지만 만화 유통에 문제가 많기 때문에 알라딘의 잘못만은 아니리라는 짐작이 듭니다.

[호박과 마요네즈]는 한 권짜리 만화책입니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선과 꼭 필요한 것에만 쓰는 듯한 먹칠만으로 쓸쓸함과 고민과 열정과 즐거움을 인상 깊게 전해줍니다. 선의 표현이 너무 간략해서, 때로는 배경에 있는 저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긴 하나, 화려한 꾸밈 없이 대사와 연출, 그리고 사실적인 눈과 입 모양으로 이만큼 표현해낸 작가가 대단하다 생각됩니다. 그저 고개를 숙이고 두 손에 얼굴을 파묻은 자세만으로도 감정의 깊이가 느껴집니다.

제목이 왜 "호박과 마요네즈"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본에서는 호박을 마요네즈에 찍어 먹기라도 하나요? --; 못생기고, 비싸거나 귀하지도 않은... "일상"을 가리키는 말일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불편했던 것 한 가지, 이 만화에 나오는, 20대 초반으로 짐작되는 여자, 츠치다는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생활할 돈을 벌기 위해 무엇이든 하면서도, 집안일까지 전담합니다. 물론 착한 남자는 여자가 빨아 넌 빨래를 걷어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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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9-18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 느림님이 제일 좋아한다는 그 작가, 그 작품 같은데요.
제목이 끌려요. 홍대앞 골목에 있는 그 서점 말씀 하시는 거죠?
서울 나가는 날 꼭 사봐야겠네요.^^

숨은아이 2004-09-19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가요? 하긴 유명한 작품이니까... 한양TOONK에서 온라인으로 주문하실 수도 있어요.

내가없는 이 안 2004-09-19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한양 사이트 가봐야겠네요. 저도 이 책 사려고 계속 보고 있는데 좀처럼 품절 표시가 떼어질 날이 없네요. 결국 리뷰를 님보다 늦게 쓰게 되어 무척 부담감이 생긴다는. ^^ 참, 새로 바뀐 그림 아주 서늘합니다.

숨은아이 2004-09-19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쳇, 이안님께서 더 따스하고 깊이 있게 리뷰 쓰심시롱. / 새로 바꿔 단 그림의 파아란 색조가 좋아요.
 

한자로 된 원제는 十面埋伏(십면매복). 한 번 보고는 알 수 없는 열 가지 얼굴, 곧 많은 얼굴(혹은 국면)이 숨어 있다는 뜻인가 봐요. 영어 제목은 Lovers-House of Flying Daggers(연인-비도문)라는군요. 영화의 종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냥 웃어버리던데, 글쎄요, 그렇게 우습도록 황당한 영화는 아니라고 봅니다. 아 장예모가 인제는 "개인"을 이야기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우리는 (하나쯤 죽어버려도 좋은) 장기말 같아"라는 말에서부터는 슬퍼지기 시작했고요.

그러고 보니 장예모란 감독, 중국 곧 자기 나라의 질서에 대들어본 적은 없는 사람인 것 같아요. 이 사람에 대해 잘 모르고, 영화도 다 보지 않았으니 섣불리 말해선 안 되겠지만. [붉은 수수밭]도 남한에서 보기에 혁명적이지, 중국은 공산당이 집권한 나라 아닌가요. [귀주 이야기]에 나오는 관리도 부정부패라고는 모르고 상냥하기 그지없지요. [책상 서랍 속의 동화]나 [집으로 가는 길]도 "긍정"으로 가득합니다. 소박한 사람살이에 초점을 맞춰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어냈을 뿐이지요. 그러다 [영웅]에 와서는 영화에 화려한 옷을 입히면서 "중화 질서"를 옹호하더니, 이제는 중국의 변화에 발맞춰 "바람 같은 영혼"을 이야기하나요.

이 영화에 대한 제 옆지기의 해석이 그럴듯해서, 한번 정리해보겠습니다. 이 사람이 보기에 이 영화는 장예모란 사람의 "자신에 대한 변명" 같다는군요. 장예모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영웅]으로 동료 영화인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았다 해요. 그래서 장예모는 중국 5세대 영화인으로서 신념을 가지고 인간(우선은 중국인)에 대해 말해왔던 자신을 [연인]의 레오(유덕화)에게 투영했던 게 아닐까. 레오는 오랜 세월 쇼우메이(장쯔이)를 사랑했지만, 상황이 바뀌어버린 지금, 레오의 사랑은 전과 같은 보답을 받지 못하지요. 레오(과거의 장예모)는 사라져야 하고, 쇼우메이는 계속 살아야만 한다고 말하려 한 겁니다. 우리(제가 아니고 장예모에게 "우리"가 되는 이들)가 정말 지켜야 할 것은 쇼우메이, 곧 자신들의 막내누이와 같은 존재... 그들이니까요.

제 옆지기는, 이 영화의 무협은 [와호장룡]뿐 아니라 [영웅]보다도 못하다는군요. 하지만 전 7000원(할인해서 5500원 ^^) 주고 보는 쇼 치고는 꽤 훌륭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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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09-18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예모 감독에 관한 평가, 저도 동의합니다. 영웅을 보면서는 "이 사람 참 대단하네, 이런 결론을 용감하게 내오다니" 하는 말까지 나오더군요. 그의 영화에서 그의 연출력으로 만들어진 '사람'은 대부분 님 말처럼 장기말 같은 존재였으니 말이죠. 영화는 기막히게 잘 만드는데 그 속의 사람은 영 받아들이고 싶지 않는, 제겐 그의 영화가 그랬죠. 저는 비디오로 출시되면 볼게요. 기다려야지. ^^

숨은아이 2004-09-18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두 중국 영화는 큰 화면에서 봐야 제맛인데요. ^^

chika 2004-09-18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도 망설였는데(누가 단순한 연애질이란 말을 흘려서.. ㅡㅡ;) 시간나면 봐야겠어요. 큰화면으로 봐야한다는 숨은아이님 말에 기꺼이 한표를.. ^^

- 근데 갈수록 좀,, 그런거 아닐까요? 와호장룡보며 무척 좋아했는데 영웅이 그에 못미치고 그러면 연인은...? ^^;;;;;

숨은아이 2004-09-18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호장룡은 이안 감독만의 멋이 있었겠고... 영웅이나 연인은 장예모의 예전 영화완 무척 다르니까요. 장예모는 무협엔 소질이 좀 떨어지는지도 모르죠. ^^
 

조혈모세포(골수) 기증 수술 경험담 - 그는 누굴까 ? 2004/09/16 19:22

서로 평생 모르는 사이로 살아야 한다.  

 

나로부터 조혈모세포를 받아갈 사람이 누군지 절대 알려주지 않는다고 한다. 서로 알게 되었을 때 있게 될 부작용을 걱정해서란다(대가관계의 형성이나 2차 기증 의사 철회 등등).

 

글쎄다. 그렇게 하는 이유도 충분히 수긍이 가지만, 적당히 시간이 흐른 다음에는 서로 알려 주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지금은 이름도 얼굴도 어디에 사는지도 아무 것도 모른다. 그래서 연락을 하려면 협회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편지 등을 주고 받을 수 있을 뿐이라고 한다.

 

협회에서는 홍보물에 기증자와 수혜자의 기고글을 실을 때도 서로 알아볼 수 있을 만한 근거가 될 만한 단어는 뺀다고 한다. 특히, 수술한 시기를 알 수 있는 숫자가 그것일 게다. 비혈연 기증 수술의 경우 한달에 몇건 되지 않고, 기증자와 수혜자가 같은 날 수술을 하기에 그렇다(내 경우는 오전에 수술해서 뽑아낸 것을 곧바로 차로 운반하여 다른 병원에서 환자에게 투입되었다고 했다).

 

내가 아는 거라곤...

 

건강검진을 받을 때, 우연히 지나치다 차트가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는 나에 관한 것도 들어 있었지만, 수혜자가 누구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 정도의 자료는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보았다. 전부 다...그런데, 전부 다는 나이와 성별 뿐이었다. 

 

Age  18 / Sex  F 

 

많이 건강해졌다면 얼마나 예쁠 나이인가 ? 인생에서 가장 예쁠 나이인데...

 

내게서 받은 조혈모세포로 나와 같은 피를 만들어서 살아가고 있을 그가 부디 건강하게 그리고 즐겁게 누구보다도 더 오래 살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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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09-17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마지막인가요? Age 18 / Sex F 부분에서 괜히 울컥하네요. 정말 옆지기님 말대로 그녀가 부디 건강하게 즐겁게 오래 살길 빌어봅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숨은아이 2004-09-17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쓸 내용이 더 남았다고 합니다... ^^;

비로그인 2004-09-17 0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정말 놀랐어요. 사람 울컥하는 지점이 어쩜 그리 똑같다지요? 이안님께 드리는 말. ^^

호랑녀 2004-09-17 0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모를 최악의 경우 하나때문에 선의 아흔 아홉이 희생되어야 하는 것...
이게 과연 최선인지 가끔 생각합니다.
그 아가씨... 어디서든 잘!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건강!하게 살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옆지기님은 가끔(?) 느끼지만 참 훌륭하신 분입니다.

urblue 2004-09-17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이네요. 18살 예쁜 아이에게 도움이 되어서.

숨은아이 2004-09-17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드레날린느님 : ^^;
호랑녀님 : 이 칭찬을 그대로 전해주면 이 사람이 기고만장해지는데... ^^;;
블루님 : 기증받은 조혈모세포가 잘 안착되었다는 이야기까진 들었는데, 그 후엔 모르겠어요. 건강해졌겠지요?

조선인 2004-09-17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고만장해져도 상관없어요. 옆지기님은 그럴 자격이 충분히 있는 듯.
물론 옆지기의 옆지기는 더 훌륭하다죠?

숨은아이 2004-09-17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 : 글쎄, 종합판으로 하나 쓸 일이지 일케 쉬엄쉬엄 쓰네요. ^^
조선인님 : 고맙습니다. (소곤소곤 : 하지만 좀 피곤한 사람이기도 해요. 투덜이 스머프에 수다쟁이에 떼쟁이에...)

내가없는 이 안 2004-09-17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드레날린느님, 저도 같이 울컥. ^^
그런데 숨은아이님, 저 오노요코의 경이가 어델로 갔대요? 두리번두리번.

tarsta 2004-09-17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TV에서나 보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군요..!!!
마음과 행동을 똑같이 한다는게 말처럼 쉽지 않았을텐데요.
부군과 숨은아이님 두 분 다 멋지십니다.

숨은아이 2004-09-18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 : 사악 사라졌어요. ^^
타스타님 : 저는 모... (..)a

내가없는 이 안 2004-09-18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 너무하셨다. 심봤다는 소리가 여기저기 들렸는데... ^^

숨은아이 2004-09-18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심이지요. 호호.
 

조혈모세포(골수) 기증 수술 경험담 - 건강검진 2004/09/15 16:34

 

대만으로 보낸 검사 결과가 나왔다. 일치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바로 이식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식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건강검진을 해야 한다.

 

기증자의 건강도 중요하고, 전신마취를 하는 수술이기에 반드시 건강검진을 해야 한단다.

 

이제부터는 몸 조심해야 한다. 담배도 함부로 피워대서도 안되고, 술도 함부로 마셔도 안된다. 몸을 다치는 사고를 당해서도 안된다.

 

과거에 등록한 자료와 내 의사를 통해 기증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환자와 가족들은 최종 검사 결과에 또한 많은 기대를 하고 있겠지만, 어쨌든 이제 기증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는 오로지 내 의사와 내 건강 정도에 따라 달린 것이니,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신촌 세브란스에 가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다시 몇차례 피도 뽑고 소변검사도 하고 심전도 검사도 하고 기타 등등 검진을 했다.

 

믈론, 이 때 비용도 모두 환자가 부담한다고 한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드느냐고 코디에게 슬며시 물어보았지만, 정확한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

 

건강검진을 마치고, 코디랑 함께 점심 먹고 나오는 길에 뜻밖에 약을 하나 받았다.

 

빈혈약...

 

꼭 챙겨 먹으란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수술을 위해서 피 뽑기를 두차례 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자기 피를 뽑아놓고 수술 도중 혹시라도 필요하면 그 피를 넣어야 하기에. 물론, 다른 사람 피를 넣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자기 피가 제일 좋으니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렇게 나는 빈혈약을 먹어 보게 되었다.

 

검사 결과는 좋았다. 아주 건강하단다.

 

다행이다.

 

등록된 자료로 1차 확인, 최종 확인, 건강검진 결과 양호...이 모든 것들은 곧바로 환자와 가족들에게 전달되었을 테고, 그 때까지 내 의사가 변함없음 또한 그랬을 것이다. 나에게는 별 일 아니지만, 그들에게는 그것들이 기쁨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검사 결과에 따라 나는 두 차례 피를 뽑고 수술 날짜를 기다렸다.

 

그 기간 동안 술도 담배도 이제는 내가 많이 좋아하는 고기도 먹지 않았다. 정말 정말 몸 조심해야 하니까, 그렇게 관리해야 좋은 조혈모세포를 뽑을 수 있다고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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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09-16 0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몇 번에 끊어서 글을 올리실 건가 보네요. 좋은 경험담 읽게 되는군요. 자극받습니다. ^^

2004-09-16 0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우맘 2004-09-16 0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와아.......와.......^____^

숨은아이 2004-09-16 1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안님 : 이 사람이 한꺼번에 안 쓰네요. ^^
속삭이신 님 : 저야 글 퍼다 나르는 일밖에... ^^
진/우맘님 : 재미있죠? 수술 전에 얼마나 조심조심했다구요. 어디 부러져서 입원하거나 하면 안 된다고.
 

조혈모세포(골수) 기증 수술 경험담 - 등록과 검사 2004/09/13 16:18

1. 기증 등록 이유 ?

 

99년이었댄다. 기증 등록을 한 것은 기억나지만, 시간이 흐르니 정확한 때를 잊고 살다가, 실제 기증 의사를 묻는 전화를 받고 나서야 언제인지를 다시 알게 되었다.

 

결정적인 계기는 아마 성덕바우만의 얘기를 티비에서 본 후인 것 같다. 세상에, 남에게 도움되는 일이라곤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내가 몸으로 때울 수 있는 일이니 한번 해보자 하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각시랑 같이 갔다가, 각시는 건강에 대한 문진에서 부적합하다고 해서, 나만 등록했다. 등록 절차 ? 가서 종이 한장에 뭐 적고, 피 한대롱 뽑았다. 끝.

 

암튼, 등록은 그렇게 했다.

 

2. 넘 신기하지 않아 ?

 

지난 해 5월초쯤 손전화로 연락이 왔다. 첨에는 뭐 보험이나 물건 파는 전화인 줄 알았을까, 아님 등록 사실을 잊고 있어서 첨 듣는 단어라고 생각해서일까 암튼, 잘 알아듣지 못하다가 전화건 쪽에서 다시 한번 말해주고서야 제대로 알아들었다.

 

순간, 가슴이 콩닥콩닥....

 

세상에나, 나랑 유전자인지 뭔지 잘 몰라도 형제라도 잘 안맞는다는 게 일치한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했다.

 

(정확히 말해 조직적합성항원(HLA)형이 일치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난 자세한 건 모른다. 비혈연자 시이에서는 비혈연자간에 HLA형이 일치할 확률은 수천~ 수만명 중에서 겨우 1명 정도가 일치한다고 한다. 확률이기에 기증자 많으면 많을수록 확률은 높아질테지)

 

3. 반복되는 질문 ?

 

첫 전화에서 코디(환자와 기증자 사이에서 연결고리를 해 주는 사람이다)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기증 의사는 있으시죠 ?"

 

"넵"

 

"사실은요, 실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면 기증 의사를 철회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주위의 반대도 있구요. 만약, 기증하겠다고 해서 수술 준비를 다 마친 다음에 기증 의사를 철회하면, 그 환자는 죽거든요. 그러니까, 신중하게 결정해야 해요"

 

"넵"

 

그 질문은, 첫 전화 후 며칠 지난 다음 우리 사무실에 최종 일치 여부를 위한 검사용으로 피를 한대롱 또 뽑으로 올 때도 반복되었다.

 

그리고, 한달을 기다렸다. 그 최종 일치 여부를 판가름할 검사는 대만에서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단다.

 

처음, 기증 등록을 할 때 보건복지부 예산(검사비용)이 부족해서, 아무리 기증자가 많아도 다 등록을 할 수 없다고 들었다. 지금은 좀 달라졌을까 ? 지금도 그렇다면, 이 나라에서 사는 것 더 싫어진다. 무기 만들고 사는데 드는 돈 좀 팍 줄이고, 놀고 먹는 국해의원 몇 잘라버리고 이런 데다 좀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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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4-09-15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서 "아무리 기증자가 많아도 다 등록을 할 수 없다고 들었다"고 한 말은 부정확하다. 자세히 이야기하면, 조혈모세포를 기증하고 싶은 사람은 먼저 A4 한 장 정도 되는 질문지의 여러 가지 문항에 답을 해야 하는데, "예"로 답한 경우가 단 하나만 있어도 아예 기증 신청을 받아주지 않는다. 기증을 신청한 사람의 피를 한 대롱 뽑아 여러 가지 검사와 분석을 해놔야 하는데, 한 사람의 혈액을 조사하는 비용이 30만원이라고 한다. 질문지의 문항에 "예"로 답한 경우가 있더라도 꼭 몸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니지만, 혹시라도 문제가 있어 기증을 할 수 없는 사람의 피를 조사하느라 공연히 예산을 낭비하게 될까 봐 미리 차단하는 것이다. 예산이 넉넉하다면 기증 의사가 있는 사람 누구나 검사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아영엄마 2004-09-15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먹고 실행에 옮기기 힘든 일인데... (각시가 님이시죠? ) 존경스러움을 품고 갑니다..전 아직 헌혈 한 번 못해본 사람이라...^^;;;

내가없는 이 안 2004-09-15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제로 수술을 앞두고 마음을 바꾸는 사람도 적잖은 모양이네요. 각자가 다른 이유에서겠지만 일단 마음은 있어도 실행까지는 용기가 절실한 일일 테니 말이죠. 아무튼 용기있는 분이시다.

조선인 2004-09-15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기쁜 일이네요.
저도 95년인가 신청을 해두긴 했지만, 아직까지 연락온 적이 없어요.
혹시 전화번호가 바뀌어서 연락이 안 닿은 건 아닌가 싶어
얼마전에 헌혈할 때 여쭈어봤더니,
평생 가도 연락 안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만큼 희귀한 인연을 만났으니, 분명 숨은아이님 옆지기에게도 복일 겁니다. ^^

urblue 2004-09-15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정말 훌륭한 일 하시네요. 그 용기 부럽습니다. (저도 헌혈 한 번 해 본적 없다는...)

숨은아이 2004-09-15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데, 하는 생각에 흔쾌히 동의하긴 했지만, 이 사람이 수술 후 한동안 오래 앉거나 누워 있으면 엉치가 뻐근하다고 하니까(걸을 때가 가장 편하대요) 조금 걱정되긴 하데요. 하지만 한 달 후쯤에는 말짱해졌어요!
이안님 : 기증하기로 정해지면, 기증받을 환자의 몸에서 피를 다 빼낸대요. 새로운 조혈모세포가 들어가서 혈액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말이죠. 환자의 몸에서 피를 다 빼놨는데, 그때가서 기증 안 하겠다고 하면 이 환자는 꼼짝없이 죽게 된대요.
조선인님 : 네, 그때 한동안 가슴 두근거리며 지냈답니다. 저도 덩달아~
유아블루님 : 저도 헌혈 딱 한 번 해봤을 뿐이에요. 요새는 저혈압이라 헌혈을 받아주지도 않는답니다. ^^

chika 2004-09-15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릴때부터 빈혈끼가 있다는 핑계로 헌혈한번 안해봤습니다... 그리고 골수기증...피뽑을때 그 끔찍한 아픔을 들은다음엔 겁나서 못합니다.... 이건 정말 건강한 아무나 할 수 있는일이면서도 진정한 사랑이 있는 사람만이 실행할 수 있는 일이란 생각을 합니다. 와~ 정말 훌륭하네요!

숨은아이 2004-09-15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 피 뽑을 땐 별로 안 아파요. 처음 따끔할 뿐. 수술 전에 맞는 항생제 주사가 아프지요.

물만두 2004-09-15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하고 싶은데 할 수 없어 무지 속상했어요...

숨은아이 2004-09-15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 저도요...

숨은아이 2004-09-16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쫌 부실하군요, 우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