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영 경찰청장을 보는 다른 시각... | 할 말은 하고 살자
2005.12.30

 

허준영에 대해 많은 경찰들이 애정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국회를 통과하고 공포된 경찰공무원법은 하위간부까지는 자동승진이 가능하도록 하고 그 기간도 단축된 내용이며 이는 비슷한 직종의 공무원(소방직, 교정직 등)과 비교할 때 분명 경찰에게는 반길 만한 일이었을 테고, 다음으로 검찰과 맞짱뜨면서 수사권 조정 문제를 수면 위로 부상시키는 동안 경찰 수뇌부로 할 말 다하고 지낸 인물이 바로 허준영이기 때문이다. 

난 허준영이 농민 시위 때문에 그만두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 역시 그렇다고 말하지 않고 있으니, 다른 이유가 있음이다. 물론 그는 대통령의 통치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뭉뚱그려 말하지만, 난 위에서 말한 두 가지, 특히 뒤의 것이 결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인권 경찰도 바로 뒤의 것을 전면에 내세우기 위한 슬로건이었음이 분명하다. 예전에 비해 경찰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내가 느끼는 체감지수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특히 일반형사 사건이 아닌 특수한 형사 사건 예를 들어 노동형사 사건에 있어서 경찰의 무지함은 정말 한탄스러울 지경이다. 최근 나의 경험을 예로 들면, 퇴거불응죄는 적법하게 다른 사람의 주거에 들어갔더라도 퇴거를 요구받고는 퇴거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 죄가 구성된다는 것이 일반형사 사건이나 노동형사 사건에서 직장점거는 주거침입죄도 퇴거불응죄도 구성되지 않을 수 있음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 즉 직장점거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의 행사 방법 중 하나로서 그것이 적법하다면 당연히 형사책임은 없다 할 것인데(대법원과 학설의 통일된 견해이며 다른 견해를 찾아볼 수 없다), 경찰은 노동3권의 행사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따라서 무조건 퇴거 요구가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퇴거불응죄가 구성된다고 생각한다. 피고소인들의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고 예단한다. 얼마나 울화통이 터지면 내가 아는 피고소인들이 경찰조서에다가 공정하고 제대로 된 수사를 바란다고 기재했을까 ? 왜 내 말은 들어보지도 않고 범죄자 취급하냐고 따졌을까 ?

난 그런 면에서 경찰이 인권 경찰 나아가 전문성 있는 경찰이라는 데 쉽게 수긍하지 못한다.

다음으로 난 또 다른 이유에서 허준영이 더 나은 경찰을 만드는 데 노력했다는 점이 있더라도 그리 높은 점수까지는 주고 싶지 않다.

바로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2004년)에 경찰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은 경찰의 자의적 결정과 해석이 가능한 조항이 너무나 많으며, 따라서 헌법이 보장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할 가능성도 많아진다. 경찰은 법을 집행하는 국가기구로서 행정 편의적인 사고에 빠질 우려가 매우 많은 집단이고 나아가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집단이기 때문에 그런 사고가 자칫 매우 불행한 사태를 불러울 가능성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경찰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한 통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항상 시위대와 충돌할 수 있는 경찰에게 자의적 해석이나 집행을 가능하도록 한 집시법은 문제가 있다. 그런데 경찰은 그런 집시법을 만드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따라서 난, 허준영이 퇴임사에서  "국가정책 추진로 인해 표출된 사회적 갈등을 경찰만이 길거리에서 온몸으로 막아내고 그 책임을 끝까지 짊어져야 하는 안타까운 관행이 이 시점에서 끝나기를 소원합니다"고 말하거나, "불법 폭력시위의 구습을 털어내야 한다"며 "돌멩이와 쇠파이프가 난무하고 시위대와 경찰의 피흘리는 모습이 하루속히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는 말에 그 말을 듣고 열렬히 박수를 보낸 경찰들과는 달리 별로 그러고 싶지는 않다.

그의 말대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데 경찰을 동원하고 게다가 국방의무를 핑계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시위 진압에 젊은이를 동원하고 나아가 강제노동을 강제하는 전투경찰이나 의무경찰 제도를 바꾸거나 사회적 갈등을 폭력으로 진압하는 것을 경찰의 업무로 규정한 것에 대해 반기를 들기는 커녕,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는데 왜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는가 하는 자조가 그리 곱게 보이지 않는다.

난 그래서 그가 그만둔 것으로 어떤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뒤를 이어 또 다른 그가 자리를 차지할 것이며, 헌법적 기본권과 인권에 대한 새로운 사고가 자리잡기까지는 지금과 같은 일은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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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주보며말하기 2005.12.30 15:11:08

    따라서 경찰에 국한되어서 보면 시위진압 전문 기동단이 해체되어야지 기동단장이 바뀐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마찬가지로 경찰청장이 물러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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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정숙하지 못한 여자를 가리키는 “화냥년”이란 말은
환향녀(還鄕女)에서 왔다고들 한다.
전에 내가 듣기로도 고려 시대 원나라에 공녀로 끌려갔다가 돌아온 여자를
환향녀라 했던 데서 나온 말이라고 했고,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에서는 고려 시대가 아니라
조선 시대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끌려갔던 여자를 가리키던 말이라고 한다.
고등학교 때인가 이런 말을 들었을 때,
만약 여성이 약하고 순결해야 하는 존재라면
남자들은 그 여성들을 지킬 의무가 있지 않은가,
지켜주지도 못했으면서 피해자인 여성에게 “정숙하지 못하다”고 손가락질하는가,
자신들이 지켜주지 못한 걸 부끄러워해야 하지 않나 분하게 여겼다.
그 뒤 생각이 바뀌어,
여성은 약하고 순결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도,
그래서 남성이 여성을 지킬 의무가 없더라도,
지배층의 권력다툼 때문에 전쟁이 나면
무엇보다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성폭력이 극에 달하므로,
성폭력 피해를 예방하거나 피해자를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집단적으로 배척하는 것은 야비하기 그지없는 일이라고 믿게 되었다.

그런데 국립국어원에서 21세기 세종계획의 일환으로 연구, 배포한
“2003 한민족 언어 정보화” CD에 국어 어휘의 역사 프로그램이 있어
이 말을 검색해 보았더니, 화냥년은 환향녀가 아니라 “화낭”에서 나온 말이란다.


품사  명사
현대 뜻풀이  화냥년
관련 한자어  화낭(花娘)

종합 설명
중국에서는 송대 <남촌철경록(南村綴耕錄)> 권14에 “창부왈화낭(娼婦曰花娘).”이라 하여 기녀를 ‘화낭(花娘)’이라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예문은 <초각박안경기(初刻拍案驚奇)>와 <금병매(金甁梅)>에도 나오는데 예문은 다음과 같다.
“正寅又想道: ‘這花娘吃不得這一棍子.’” <初刻 31>
“這花娘遂羞訕滿面而回.” <金甁 12>

‘화낭(花娘)’이 창녀의 뜻이었음을 지봉(芝峰)은 이미 알고 있었고, 조수삼(趙秀三)의 <송남잡식(松南雜識)>에도 그러한 내용이 실려 있다. 우리나라에서 ‘화냥’이 처음 나타난 것은 조선시대 17세기 역학서 <박통사언해(朴通事諺解)>(1677)에서였다. 여기서는 중국어 ‘양한養漢’을 ‘화냥년’으로 풀었다. 이는 ‘화낭(花娘)’을 중국어 발음을 차용하여 ‘화냥(hu󰐀ni󰐁ng)’으로 읽은 것이다. 참고로 ‘양한’이란 여자가 남자와 눈이 맞아 혼외정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18세기 역학서에는 ‘관가인(慣嫁人)’ ‘양한적(養漢的)’ 등을 ‘화냥이’로 옮겼으며 19세기에는 우리말 한자어로 읽은 듯 ‘화낭’ 또는 ‘화랑’ 등으로 읽고 있다. 특히 중국 통속소설 <홍루몽> 번역본에는 ‘우령(優伶)’을 ‘화랑’으로 옮겼다.


민간 어원은 때로 그럴듯하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그러나 민간 어원을 보면,
그 시대에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상식이나 가치관을 짐작할 수 있다.
화냥년이 환향녀에서 왔다는 풀이가 널리 받아들여졌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상식에 비추어 가히 그럼 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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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12-30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정보 감사해요

물만두 2005-12-30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조선인 2005-12-30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그렇군요.

세실 2005-12-30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으로써 참 듣기 거북한 말이죠.......어원이 이렇게 생긴 거군요...

숨은아이 2005-12-30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쓸만한가요? ^^
만두 언니, 조선인님, 드디어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도 다 읽었습니다. 만세~!
세실님, 요즘엔 잘 쓰지 않으니 다행이에요. 그죠?

플레져 2005-12-30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제라도 알게되서 다행이어요.
고마워요, 숨은아이님!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

숨은아이 2005-12-30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도 새해 복 많이 많이 많이 받으세요!

진주 2005-12-30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을 다 읽고 우리에게 소개해주신 숨은아이님 만세~~~~
환향녀는 아무래도 발음이 좀 억지스런 면이 있었는데 화냥은 자연스럽군요...으음...화냥이 맞는 걸까요?

숨은아이 2005-12-30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그런데 다 읽었어도 돌아서면 잊어버린다는... ㅠ.ㅠ

숨은아이 2006-01-03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음...?

숨은아이 2006-01-04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생각나는 대로 풀어보시면...?)

숨은아이 2006-01-04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오늘 소주 한 병으로 머리를 푸시기 바람... ㅎㅎㅎ)
 



심부인의 요리사 1 
후카미 린코 (지은이) | 대원씨아이(만화)

요리를 좋아하고, 또 잘한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한 꼭지마다 새로운 요리가 등장하는데,
이것을 이렇게 하고 저것을 저렇게 하고 하는 설명을 읽을 때
머릿속으로 그 맛을 더 잘 상상할 수 있을 테니까.
나는 요리엔 영 소질도 취미도 없는지라
맛나 보이는 그림을 보면서도
머릿속에 ‘맛이 그려지지 않아’ 쪼오끔 아쉽다.

얄밉지만 귀여운 심부인과 재주가 뛰어나지만 어수룩한 요리사 이삼이
밀고 당기는 게임은 아주 재미있다.
(주로 이삼이 일방적으로 당하지만... 이삼이 불쌍해. ㅠ.ㅠ)
앞으로 심부인이 어디까지 갈지,
이삼은 언제까지 어리버리 성격을 고수할지 기대된다. ㅎㅎ

로드무비님 고맙습니다~

정   가 : 3,800원
출간일 : 2005-12-03 | ISBN : 8959633607
반양장본 | 205쪽 | 188*128mm (B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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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2-28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식 ㅠ.ㅠ;;;

로드무비 2005-12-28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곧 볼 거예요.
궁금해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요.
그런데 숨은아이님, 예전에 음식 페이지 보면 장난 아니시던데...^^

숨은아이 2005-12-29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 언니/왜요 왜요?
로드무비님/에엥, 저는 주로 먹는 것만 좋아해요. ^^ 만드는 건 지난번에 올린 김치삼겹살떡볶이 하나뿐이었어요. 게다가 저는 조수 노릇만 하고 주로 옆지기가... ㅎㅎ
새벽별님/이거 올리고 나서 새벽별님 재밌는 리뷰도 봤어요. 딱 제 느낌처럼 쓰셨더라구요. ^^
 



하라 히데노리의 [겨울 이야기]를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인 [내 집으로 와요(7권)]를 지난번에 물장구치는금붕어님께 빌려 읽고,
이번에 [Someday(8권)] [언제나 꿈을(6권)]을 날개님께 빌려 읽었다.
그러고 보니 하라 히데노리라는 작가는,
특별히 눈에 띄는 점 없이 비실비실한 젊은이가
자기 길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주로 만든다.
좋아하는 것은 하나씩 있는데, 그것이 자기 길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헤매다,
아주 작은 가능성을 발견해준 누군가를 만나고,
그 격려에 힘입어 조금씩 성취해 간다.
몇 년 전에 읽었다면 아주 좋아했겠지만,
열정에 쭈글쭈글 주름이 가는 것을 지켜보는 요즈음,
좋기보다는 살짝 서글프다.

 



[Someday(8권)]는 졸업을 앞두고 취업 전선에 뛰어든 대학생들 이야기.
그런데 작가가 남자인가?
남자 주인공 카라사와 슈의 감정 기복과 좌충우돌은 입체적으로 다가오는데,
여자 주인공 에리카와 중요한 조연인 마이는 뻔한 길을 간다.
(내면이야 어쨌든 겉보기에 잘난 것 하나 없는 남자를
예쁘고 늘씬하며 똑똑한 여자가 좋아해주니,
남성 독자들은 얼마나 맘에 들꼬~)
그러나 [언제나 꿈을]보다는 이 책을 읽는 동안 훨씬 마음이 편했고,
조금 위로도 받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언제나 꿈을(6권)]
읽는 동안 참 우울했다.
만화계의 현실이 이런가 싶어 무섭기도 하고.
작가의 가능성을 일깨워주는 편집자와 출판사가 있는가 하면,
작가를 완전히 꼭두각시로 만들어버리는 편집자와 출판사가 있다.
그런 모습을 아프게 드러냈기에,
만화가가 되고 싶은 이라면 꼭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만화 출판에 대해선 아는 게 없어서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만화가가 만화가에 대한 작품을 만들었을 때는
분명 자신의 경험을 다 쏟아 부었을 테고,
또 일본의 현실이 그렇다면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란 생각이 든다.
표지에서도 그렇지만 내용의 전개와 별 연계 없이 조금씩 벗은 여자 그림이 틈틈이 등장한다. -.- 




날개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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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28 2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5-12-28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로드무비님이 줄서 계십니다. ^^ 아마 날개님과 로드무비님께 말씀드리면 될 거예요.

날개 2005-12-28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이 누구신지 몰라도 전 상관없습니다..^^
저 두가지 책은 마지막 순번이 가지셔도 되는 책입니다..

날개 2005-12-28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참.. 대여점용 책이라 읽기 좀 안좋았죠?
그래도 하라 히데노리는 뭔가를 생각하게 하는 작가 같아요..^^

로드무비 2005-12-28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정말이에요?
섬데이는 읽고 제가 가져도 되죠?
물론 누가 읽고 싶다고 하시면 빌려드릴 겁니다.
<언제나 꿈을>은 가지고 있거든요.
숨은아이님, 섬데이와 그 뭐죠? <스테이>만 보내주세요.^^

2005-12-29 1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개 2005-12-29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넹. 로드무비님..^^
숨은아이님.. 속삭이신 ㅁ님과 얘기하셔서 순서를 잘 정하시어 보내주세요..
ㅁ님께 몽창 먼저 보내드리고, ㅁ님이 로드무비님 원하시는 책만 보내드리는 것도 괜찮을듯...

숨은아이 2005-12-29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없는 사이 교통 정리가 다 끝났군요. ^^ 스테이도 로드무비님께 보내야 하니까 저는 일단 두 분께 따로 부칠게요. 참 날개님, "언제나 꿈을" 앞부분에 조금 오려낸 자국이 있어서 대여점용이구나 짐작했어요. 앞부분만 좀 그러고 뒤는 괜찮던데요. 잘 봤습니다. ^^
 
도나, 세상을 향해 뛰어
도나 윌리엄스 지음, 차영아 옮김, 이나미 감수 / 평단(평단문화사)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자폐아 소녀가 스스로 장애를 극복하고 자신을 찾은 이야기, 그 실제 주인공이 쓴 이야기다. 자신의 벽에 갇힌 사람, 자폐증 어린이를 이해하고 싶어서 이 책을 읽었다. 다 읽은 지금도 정말 이 사람을 이해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이 사람의 내면에 있었던 벽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내 안에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나는 사물과 물질을 조각조각 분해해서 본다. 사물이 그리는 반복 무늬의 세계를 좋아한다. 나는 글을 읽을 때, 한 문장 전체를 한꺼번에 읽어내지 못하고, 마치 이제 한글을 깨치는 어린이처럼 한 글자 한 글자씩 눈으로 짚어가면서 읽는다. 내가 책 읽는 속도가 느린 것도 그 때문이다. 요즘은 책 읽는 속도를 올릴 욕심에 빠르게 훑어 읽는 법을 연습해서 좀 나아졌지만, 전에는 한 글자씩 읽을 뿐만 아니라 마치 내가 그 글자를 따라 쓰듯이 글자의 획까지 하나하나 눈으로 따라 그렸다. 벽지 무늬의 세계에 빠져 살았던 도나와 글자 획에 매여 살았던 나.

도나의 문제는 뭐냐면, 다른 사람의 행동에 ‘남들처럼’ 자연스럽게 반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남들의 이른바 ‘정상적인’ 반응이 왜 정상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어쩌면 누군가 차근차근 가르쳐주었다면, 그러니까 저 사람이 무엇을 바라기 때문에 이렇게 행동했으니 저 사람을 만족시키려면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게 좋다고 가르쳐주었다면, 도나도 이해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남들’은 그렇게 일일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러한 행동 패턴을 받아들인다. 도나가 세상을 두려워했던 것은, 잠시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의식을 작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 역시 ‘정상적인 반응’을 저절로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렇게 되어야만 하는 원리와 근거를 누군가에게 듣거나 나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적절하게 행동할 수 있었다. 중학교 때, 여동생 친구가 놀러 왔는데, 여동생과 그 친구가 놀던 방에 옷장이 있어 양말인지 속옷인지를 찾으러 들어갔더니 여동생이 어서 나가라고 소리쳤던가 했다. 나는 얼버무리며 볼일을 보고 나왔던 것 같다. 내가 나가는데 여동생 친구가 그랬다. “니네 언니 공부는 잘하는데 좀 모자라다며?” 내가 뭘 어쨌기에 ‘모자라다’는 소리를 들었을까?

도나는 친구를 사귀고 싶어서, 자신의 자아는 ‘아무도 없는’ 유리벽 너머에 숨겨두고 어린 시절 친구였던 캐롤처럼 행동하며 스스로 캐롤이 된다. 캐롤이 된 도나는 활발하고 재치 있게 말하며 행동하지만, 그것은 도나의 생각과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 아니라, 자동조종장치에 따라 로봇처럼 배우처럼 ‘연기’를 하는 것이다. 나는 가끔 마치 내 몸 밖에서 내가 하는 짓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나는 프로그램 된 대로 말하고 웃고 움직이고, 내 자아는 공중에 떠서 그런 나를 무심히 보는 것이다.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일 때문에 의무적으로 만나거나 하기 싫은 일을 할 때 곧잘 그런다. 내 안의 이런 점을 찾아낸 것만으로, 도나를 조금은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도나는 성장기에 도나의 눈높이, 도나의 발걸음에 맞춰서 서서히 벽 너머로 이끌어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만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학대를 겪어야 했고, 집을 나와서는 동거남들에게 폭행과 착취를 당했다. (세상엔 나쁜 놈들이 얼마나 많은지!) 다행히 도나는 한 정신과 의사의 도움을 받고, 또 여행길에 자신과 ‘같은 세계에 속한 사람’을 만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고, 역시 여행길에 캐롤이 된 도나의 연기를 꿰뚫어보고 자신을 찾도록 격려해준 독일인을 만나면서, 그러나 스스로의 고통은 고스란히 혼자 견뎌내면서, 마침내 유리벽 너머 세상으로 나온다. 가족의 도움 없이 이 모든 일을 해냈다니, 참으로 장하다. 앞으로 도나를 통해 사람들이 더 잘 소통할 수 있게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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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5-12-27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 정상적인, 이란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걸 모른다고 모자르다고 혹은 자폐적인 기질이 다분하다고 함부로 말할 수 있을까요. 전 얼마 전에 뇌신경학자가 쓴 책을 읽고 났더니 한동안 모든 게 다 뇌의 비정상적인 작용처럼 보이데요. ^^ 리뷰 정말 잘 읽었어요.

하늘바람 2005-12-27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봐야겠네요. 리뷰가 참 좋네요

숨은아이 2005-12-27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자주 뵈니 참 좋아요. ^^ 그러게, 어른들이 하는 행동도 참 미성숙한 경우가 많은데 말이에요.
하늘바람님/고맙습니다. 한번 읽어보세요. *^^*

로드무비 2005-12-28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가끔 마치 내 몸 밖에서 내가 하는 짓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저도 그런데요! 제가 하는 짓이 가소로워서 코웃음을 치기도 하지요.
자폐증에 관심이 좀 있습니다.
병이라기보다 참 신비한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숨은아이 2005-12-29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하는 일이 가소로워서 코웃음을 치기도... 아아, 제가 정말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