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라 히데노리의 [겨울 이야기]를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인 [내 집으로 와요(7권)]를 지난번에 물장구치는금붕어님께 빌려 읽고,
이번에 [Someday(8권)] [언제나 꿈을(6권)]을 날개님께 빌려 읽었다.
그러고 보니 하라 히데노리라는 작가는,
특별히 눈에 띄는 점 없이 비실비실한 젊은이가
자기 길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주로 만든다.
좋아하는 것은 하나씩 있는데, 그것이 자기 길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헤매다,
아주 작은 가능성을 발견해준 누군가를 만나고,
그 격려에 힘입어 조금씩 성취해 간다.
몇 년 전에 읽었다면 아주 좋아했겠지만,
열정에 쭈글쭈글 주름이 가는 것을 지켜보는 요즈음,
좋기보다는 살짝 서글프다.

[Someday(8권)]는 졸업을 앞두고 취업 전선에 뛰어든 대학생들 이야기.
그런데 작가가 남자인가?
남자 주인공 카라사와 슈의 감정 기복과 좌충우돌은 입체적으로 다가오는데,
여자 주인공 에리카와 중요한 조연인 마이는 뻔한 길을 간다.
(내면이야 어쨌든 겉보기에 잘난 것 하나 없는 남자를
예쁘고 늘씬하며 똑똑한 여자가 좋아해주니,
남성 독자들은 얼마나 맘에 들꼬~)
그러나 [언제나 꿈을]보다는 이 책을 읽는 동안 훨씬 마음이 편했고,
조금 위로도 받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언제나 꿈을(6권)]
읽는 동안 참 우울했다.
만화계의 현실이 이런가 싶어 무섭기도 하고.
작가의 가능성을 일깨워주는 편집자와 출판사가 있는가 하면,
작가를 완전히 꼭두각시로 만들어버리는 편집자와 출판사가 있다.
그런 모습을 아프게 드러냈기에,
만화가가 되고 싶은 이라면 꼭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만화 출판에 대해선 아는 게 없어서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만화가가 만화가에 대한 작품을 만들었을 때는
분명 자신의 경험을 다 쏟아 부었을 테고,
또 일본의 현실이 그렇다면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란 생각이 든다.
표지에서도 그렇지만 내용의 전개와 별 연계 없이 조금씩 벗은 여자 그림이 틈틈이 등장한다. -.-

날개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