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영 경찰청장을 보는 다른 시각... | 할 말은 하고 살자
2005.12.30

 

허준영에 대해 많은 경찰들이 애정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국회를 통과하고 공포된 경찰공무원법은 하위간부까지는 자동승진이 가능하도록 하고 그 기간도 단축된 내용이며 이는 비슷한 직종의 공무원(소방직, 교정직 등)과 비교할 때 분명 경찰에게는 반길 만한 일이었을 테고, 다음으로 검찰과 맞짱뜨면서 수사권 조정 문제를 수면 위로 부상시키는 동안 경찰 수뇌부로 할 말 다하고 지낸 인물이 바로 허준영이기 때문이다. 

난 허준영이 농민 시위 때문에 그만두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 역시 그렇다고 말하지 않고 있으니, 다른 이유가 있음이다. 물론 그는 대통령의 통치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뭉뚱그려 말하지만, 난 위에서 말한 두 가지, 특히 뒤의 것이 결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인권 경찰도 바로 뒤의 것을 전면에 내세우기 위한 슬로건이었음이 분명하다. 예전에 비해 경찰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내가 느끼는 체감지수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특히 일반형사 사건이 아닌 특수한 형사 사건 예를 들어 노동형사 사건에 있어서 경찰의 무지함은 정말 한탄스러울 지경이다. 최근 나의 경험을 예로 들면, 퇴거불응죄는 적법하게 다른 사람의 주거에 들어갔더라도 퇴거를 요구받고는 퇴거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 죄가 구성된다는 것이 일반형사 사건이나 노동형사 사건에서 직장점거는 주거침입죄도 퇴거불응죄도 구성되지 않을 수 있음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 즉 직장점거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의 행사 방법 중 하나로서 그것이 적법하다면 당연히 형사책임은 없다 할 것인데(대법원과 학설의 통일된 견해이며 다른 견해를 찾아볼 수 없다), 경찰은 노동3권의 행사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따라서 무조건 퇴거 요구가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퇴거불응죄가 구성된다고 생각한다. 피고소인들의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고 예단한다. 얼마나 울화통이 터지면 내가 아는 피고소인들이 경찰조서에다가 공정하고 제대로 된 수사를 바란다고 기재했을까 ? 왜 내 말은 들어보지도 않고 범죄자 취급하냐고 따졌을까 ?

난 그런 면에서 경찰이 인권 경찰 나아가 전문성 있는 경찰이라는 데 쉽게 수긍하지 못한다.

다음으로 난 또 다른 이유에서 허준영이 더 나은 경찰을 만드는 데 노력했다는 점이 있더라도 그리 높은 점수까지는 주고 싶지 않다.

바로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2004년)에 경찰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은 경찰의 자의적 결정과 해석이 가능한 조항이 너무나 많으며, 따라서 헌법이 보장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할 가능성도 많아진다. 경찰은 법을 집행하는 국가기구로서 행정 편의적인 사고에 빠질 우려가 매우 많은 집단이고 나아가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집단이기 때문에 그런 사고가 자칫 매우 불행한 사태를 불러울 가능성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경찰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한 통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항상 시위대와 충돌할 수 있는 경찰에게 자의적 해석이나 집행을 가능하도록 한 집시법은 문제가 있다. 그런데 경찰은 그런 집시법을 만드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따라서 난, 허준영이 퇴임사에서  "국가정책 추진로 인해 표출된 사회적 갈등을 경찰만이 길거리에서 온몸으로 막아내고 그 책임을 끝까지 짊어져야 하는 안타까운 관행이 이 시점에서 끝나기를 소원합니다"고 말하거나, "불법 폭력시위의 구습을 털어내야 한다"며 "돌멩이와 쇠파이프가 난무하고 시위대와 경찰의 피흘리는 모습이 하루속히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는 말에 그 말을 듣고 열렬히 박수를 보낸 경찰들과는 달리 별로 그러고 싶지는 않다.

그의 말대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데 경찰을 동원하고 게다가 국방의무를 핑계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시위 진압에 젊은이를 동원하고 나아가 강제노동을 강제하는 전투경찰이나 의무경찰 제도를 바꾸거나 사회적 갈등을 폭력으로 진압하는 것을 경찰의 업무로 규정한 것에 대해 반기를 들기는 커녕,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는데 왜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는가 하는 자조가 그리 곱게 보이지 않는다.

난 그래서 그가 그만둔 것으로 어떤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뒤를 이어 또 다른 그가 자리를 차지할 것이며, 헌법적 기본권과 인권에 대한 새로운 사고가 자리잡기까지는 지금과 같은 일은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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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주보며말하기 2005.12.30 15:11:08

    따라서 경찰에 국한되어서 보면 시위진압 전문 기동단이 해체되어야지 기동단장이 바뀐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마찬가지로 경찰청장이 물러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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