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은 공유되어야 한다...
2005.03.27

 그 누군가 알고 있는 지식(정보라고 해도 좋고 지혜라고 해도 좋다)은 그 누군가만의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 누군가도 또 다른 그 누군가, 그리고 그 또 다른 그 누군가와 다른 또 다른 그 누군가......그 누군가는 바로 그 또 그 누군가들과의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다른 시간, 다른 곳에서 관계를 맺고 대화를 하면서 그 지식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지식은 온전히 그의 것만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그에게 그 지식을 얻는데 들어간 보상을 전혀 하지 않아도 말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그에게만 그 지식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서는 안된다. 누군가의 전속적인 권리로 인정하여 돈이 있어야만 볼 수 있게 해서는 안된다. 

 안된다, 안된다, 또 안된다는 말만 했으니, 이제 된다고 말해 보자.

 지식은 공유되어야만 하고, 모두 많은 사람들을 위해 나누어야만 한다. 

 난 이 땅에 태어남으로서 배우고 익힌 것들이 너무나 많다. 이 땅에 태어나지 않았으면 그리고 나 혼자 살아갔으면 알지도 못할 것들을 수천년 전의 그 누군가와, 또는 지금 바로 내 옆에 살고 있는 그 누군가와 대화하게 되면서 알게 되었다. 그러니 응당 그것들은 나만이 알고 있는 것이 되어서는 안되고 그 누군가와 함께 나누어야 한다.

 아래 글은 내가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글자로 바꾸어 끄적끄적 책으로 만들어 볼까 하여 정리하고 있는 글의 첫머리에 들어가 있는 말이다. 글쓴이가 누구인지 밝히라고 한 것은 내용을 바로 잡으려는 생각이 있는 분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다.

 

【아래 적힌 날짜가 최근일수록 가장 정확하고 많은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파일을 내려받은 다음 덮어쓰기를 하시면 됩니다. 내용에 잘못이 있음을 안 누구라도 그 내용을 바로잡도록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돈 벌 목적이 아니라면 누구라도 글쓴이의 허락 없이 출력, 복사, 배포할 수 있으나 글쓴이가 누구인지는 꼭 밝혀야 합니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숨은아이 2005-04-06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지식의 원료를 가공해 새로운 지식으로 만들어낸 노력은, 시간은, 그동안 먹은 밥과 마신 물은 어떻게 보상하지? 숙제다...

chika 2005-04-06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요즘 읽기 시작한 '철학 이야기'의 플라톤이 비스무레하게 얘기한것도 같은디요. 전 조금 미심쩍은 부분이 없쟎아 있지만요... (^^;;) - 흑~ 저도 지금 제가 뭔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ㅠ.ㅠ

숨은아이 2005-04-06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 그러니깐 한국에선 공부하고 연구하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드는 게 문제예요. 돈 안 들이고 얻은 지식은 돈 안 들이고 나눌 수도 있잖아요. 그죠?
치카니~~~~~~~~~~~임, 알아듣게 페이퍼로 써주세욥.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에 ‘고려’에 대해 이렇게 나온다.

본뜻 : 고려(高麗)라는 국호는 우리나라의 지형이 산이 높고 물이 아름다운 곳이라는 산고수려(山高水麗)에서 온 말이다.
바뀐 뜻 : 서기 918년 태봉국의 장수였던 왕건이 국왕인 궁예를 몰아내고 개성에 도읍하여 세운 나라의 국호이다.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일컫는 ‘코리아’라는 국명도 이 ‘고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글쎄, 이건 좀 의심스러운 설명이다. 내가 알기로 ‘고려’는 ‘고구려’에서 나왔다. 고구려라는 이름은 고대에 압록강가에 부족을 이루어 살던 사람들을 가리키던 ‘구려’ 혹은 ‘구리’에서 나왔다. 구려 혹은 구리 사람들이 힘이 세어져 나라를 세우면서, 그 앞에 높을 고 자(高)를 붙여 고구려 혹은 고구리라 한 것이다. 고종이 새로 나라 이름을 정하면서 겨레 이름인 한 자(韓) 앞에 클 대 자(大)를 붙여 ‘대한제국’이라고 한 거나 마찬가지 일이다.

삼국시대 후기에 이르면 고구려를 곧잘 ‘고려’라고 줄여서 말했다. 고구려 사람들이 중국에 이주해서 마을을 이루어 살면 그 마을 이름을 고려자(高麗子)라고 했고, 지금도 중국 땅에 남아 있는 옛 고구려 성을 ‘고려성’이라고 한다. 고구려가 멸망한 뒤에 발해가 고구려의 후예임을 자처하니, 왜국(일본)에서는 발해에 파견한 사신을 견고려사(遣高麗使 : 고려에 파견한 사신)라고 했다. 왕건도 고구려의 후예를 자처하여 나라 이름을 고려로 정한 것이다.

그러니까 원래 고구려, 고려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 말을 한자로 기록하면서 아마 좋은 글자를 따서 높을 고, 아름다울 려 자를 붙였을 것이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왕건이 나라를 세운 땅이 ‘산 높고 물이 아름답다’는 건 좀 이상하다. 물은 아름답겠지만, 만주와 중국에 있는 산들과 견주었을 때 우리 땅의 산이 높다고 할 수 있을까? 그 시대에는 중국과 교류가 잦았는데 말이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숨은아이 2005-04-05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아마 고려가 생긴 다음에 산고수려란 말이 생기지 않았을까... 아님 산고수려란 말이 따로 있었는데 고려가 생기자 이를 연관지어 해석했을지도 모르지요.

릴케 현상 2005-04-06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합니다^^

숨은아이 2005-04-06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명한 산책님/고마워요^^
 
돌위에 새긴 생각
정민 엮음 / 열림원 / 2000년 7월
구판절판


<돌 위에 새긴 생각>을 다 보았다. 이 책을 매일 한 장씩 다 읽자는 새해 결심 하나는 성취한 셈이다. 그동안 페이퍼를 통해 이 책의 내용을 간간이 소개했는데, 정말 멋진 부분은 포토리뷰로 올리려고 아껴두었다. 사진이 좀 시원찮지만 전각의 세계에 한번 빠져보시길! ^^

17쪽
고개 들어 하늘 보니 하늘 또한 괴롭다 하네.

내용이 참 기막히다. 글자도 예쁘고. 그런데 이 글귀에 대한 정민 선생의 해석(혼자 끙끙 앓다가 세상 일 어째 이리 불공평하냐고 따져 물었다. 하늘이 대답했다. “나도 괴로워 죽겠다. 이 녀석아! 내게 따져 묻질 말아라. 네 혼자 삭혀야지, 내게 물어 어쩌자는 게냐.”)이 맘에 안 들어 연필로 여백에 이렇게 써놨다.

‘네 혼자 삭혀야지?’ 삭히란 말인가? 해결하지 않고? 인간이 노력해 해결해야 한단 뜻이 아닌가?

(올리고 보니 사진을 클릭해야 제대로 보입니다. 죄송.)

24쪽
흰 돌 맑은 샘, 씩 웃는 사람.

전각의 모양새도 기묘하고, 글의 울림이 청아하다. 맑은 약수 한 모금 시원하게 들이켠 듯.

33쪽
남의 선함을 들으면 의심부터 하고
남의 악함을 들으면 덮어놓고 믿는다.
이것은 마음속에 가득한 살기이다.

나쁜 소문은 빨리 퍼진다. 서늘한 가르침이다.

40쪽
거문고 갑 속에 간직하여 두었더니
이따금 줄 끊어지는 소리 들려오누나.

왠지 안타깝다. 끊어질 때 끊어지더라도 힘껏 한 번 울리고 끊어지기를.

50쪽
저녁이 아름다운 집.

나중에 전원주택이라도 마련하면 이대로 써서 문 앞에 걸어두고 싶구나. 글자도 예쁘다.

56쪽
바람이 없는데 일렁이는 파도, 눈을 뻔히 뜨고 꾸는 꿈,
이 모두 도를 향한 마음을 증진시킨다.

눈앞에 보이는 자연, 세상 속에 계시가 가득한 기분, 그런 기분일 테지. 이토록 명백한 것을 왜 그동안 못 보았을까 싶은 것.

62쪽
오만한 사람도 의협심이 강한 사람도,
아첨하던 자도 천한 자도
마침내 모두 다 마른 뼈가 되나니.

65쪽
젊어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은 하나의 불행이다.

정말이다. 젊어서 이름을 떨치는 것도 불행이다. 요즘 부쩍 그런 생각이 든다.

76쪽
한바탕 노래라도 불러보고 싶지만
눈물이 쏟아지면 걷잡을 수 없으리.

머리말에 따르면 <돌 위에 새긴 생각>은 정민 선생이 <학산당인보>라는 책의 일부를 추려 번역하고 해석을 단 책이다. <학산당인보>는 명나라 말엽 장호(張灝)란 사람이 명나라의 유명한 전각가들이 옛 경전에서 좋은 글귀를 골라 새긴 인장을 모아 엮은 책이다. 그렇다면 이들 글귀는 적어도 500년 전, 짐작건대 천여 년 전에 누군가 썼다. 그렇게 오래 전에 살았던 사람이 지금의 내 심정을 그대로 표현하다니, 신기한 일이다.

85쪽
길이 좁은 곳에서는 한걸음을 남겨 남과 더불어 가고
맛이 깊은 곳에서는 삼분을 덜어 남이 즐기도록 양보해야 한다.

나 같은 욕심쟁이가 특히 유념해야 할 말이다. 길이 좁으면 마주 오는 사람 어깨를 밀치며 갈 게 아니라 한걸음을 남겨 남과 더불어 가야 한다. 맛 좋은 음식이 있으면 한 입이라도 더 먹으려고 달려들 게 아니라 한 숟갈씩 덜 먹을 생각을 하자.

95쪽
마음의 일이 마치 파도 가운데 앉아 있는 것 같아
때때로 화들짝 놀라곤 한다.

가만있어도 요동치는 내 마음이여.

98쪽
귀하지도 않게 부유하지도 않게
가난하거나 천하지도 않게.

딱 그렇게 살면 좋겠다.

99쪽
산을 나서니 구름이 옷깃에 가득하네.

신선이구나. ^^ 글자 모양도 흐르는 구름 같다.

115쪽
세상일은 대부분 유명무실하다.

그러게, 별것도 아닌 걸 다 구색 맞추고 체면 차리라 하니.

134쪽
구름으로 마음 삼고
달로 성품을 삼네.

글의 내용보다 글자 모양이 예뻐서.

145쪽
찻물 달이려 얼음을 깨어오네.

147쪽
가슴속에 ‘기(奇)’란 글자 없이는 시를 읊조리지 말라.

그래선지 인장 새긴 모양도 기이롭다. ^^

157쪽
깨달은 사람은 묘하기가 물과 같다.

글자 새긴 모양이 정말 물 같군. ^^

167쪽
지금 사람 가벼이 보지 않고 옛사람도 사랑하네.

글자 새긴 모양도 글만큼이나 호방하다.

175쪽
오늘 시든 꽃
어제 피어난 것.

새기고 또 새겨도 충격적이다. 오늘 시든 꽃은 바로 어제 피어난 그 꽃. 인장 한가운데를 떡 차지한 꽃 화 자(花)가 인상적이다. 저게 꽃 화 자인지 모르는 사람은 영 못 알아보겠지만, 동산에 나무가 솟고 그 아래 꽃이 피고, 동산 아래엔 긴 뿌리가 뻗고, 꼭 그런 모양새를 그려놓은 것 같다.

176쪽
이런 사람 하나쯤 없을 수 없다.

간절한 말이다.

183쪽
선비가 염치를 알지 못하면 옷 입고 갓 쓴 개, 돼지이다.

흥, 내가 알기로 대한민국에서 선비연하는 자들 거개는 염치를 모르던걸.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없는 이 안 2005-04-05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추천! 저도 이 책 얼른 볼랍니다.
그런데 이 책 리뷰에는 살짜꿍 우울함이 전혀 엿보이지 않는데요. ^^

숨은아이 2005-04-05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 고맙슴다~ 사진을 좀 잘 찍었으면 좋을 텐데... 책 찍는 게 어렵더라구요. 우울함은 금세 털었죠~

로드무비 2005-04-05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혈을 기울인 포토리뷰군요.
사진을 잘 찍었니 마니 그런 문제가 아니고.
저도 '책'으로 꼭 읽어보고 싶네요.
땡스투 눌러요.^^

숨은아이 2005-04-05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 고맙습니다, 로드무비님.

숨은아이 2005-04-06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워요, 따우님! 나머지 두 권도 가을까지는 해치우고 싶은데...
 

건달(乾達)

건달이란 말은 불교의 건달바(乾達婆)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
건달바는 수미산 남쪽 금강굴에 사는 하늘나라의 신인데,
그는 고기나 밥은 먹지 않고 향(香)만 먹고 살며 허공을 날아다니면서 노래를 하는 존재다.
이 밖에 ‘중유 상태의 존재’를 건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불가에서는 사람의 생을 본유(本有), 사유(死有), 중유(中有), 생유(生有)의 네 단계로 나눈다.
그 중 죽어서 다음 생을 받기까지를 중유라 한다.
중유의 몸은 하늘을 날아다니며 살아생전에 지은 업에 따라서 새로운 생명을 받아 태어나게 되는데
죽어서 다시 환생하기 전까지의 불안정하고 허공에 뜬 존재 상태를 ‘중유’라 한다.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

향만 먹고 노래하며 날아다니는 존재라니, 참 사람으로서는 다다를 수 없는 경지로다.
그래서 (영화에 따르면) 조폭들이 깡패란 말은 싫어하고 건달이란 말을 좋아하나 보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瑚璉 2005-04-01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부중의 하나지요.

숨은아이 2005-04-01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정무진님/아, 8부중... 말은 들어봤는데 그게 또 뭐더라. ^^a

어룸 2005-04-01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건달에 그런 심오한 뜻이!!! '고기나 밥은 먹지 않고 향(香)만 먹고 살며 허공을 날아다니면서 노래를 하는 존재'인 건달바가 특히 맘에 들어요^^ 사실 저는 건들건들에서 나온 말일거라고 생각했었어요...^^;;;;;
숨은아이님 덕분에 많이 배웁니다!! 늘 고맙습니다~꾸벅(ㅎㅎ만우절 거짓말에 속으신 그 맘을 달래보려 아부하는것이 절대 아니고 진심입니다!! 믿어주셔요~>ㅂ<)

瑚璉 2005-04-01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흔히 천룡팔부라고 하더이다(무협지 제목이기도 합니다 -.-;). 천, 용, 건달바, 긴나라, 마후라가, 야차, 아수라, 가루라인데 힌두교 쪽에서 슬그머니 불교 쪽으로 넘어온 아저씨들이지요. 예전에 협객영웅전이라는 게임이 있었는데 여기서도~ ~(주저리 주저리 이하 생략).

울보 2005-04-01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았습니다,,

숨은아이 2005-04-01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풀님/쳇쳇쳇~! 아부가 맞을 꼬야. 그렇죠? 에, 저도 건달바는 맘에 들어요. ^^
호정무진님/오옷~ 고맙습니다. @.@ 무협지도 꿰고 계시다니... 근데, 힌두교는 불교보담 나중에 생겼으니까 고대 인도의 전통신들이 불교 신으로도 변신하고, 힌두교 신으로도 전해지고 하는 거 아닐까요?
울보님/재밌죠? ^^

릴케 현상 2005-04-06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힌두교가 불교보다 나중에 생겼나요? 충격!
건달 어원은 허영만의 비트에 나왔었는데 기억이... 근데 이런 말은 아니었던 것 같으네요-_-

숨은아이 2005-04-06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원 설명 중에는 후대에 민간에서 창작된 것들도 있어요. 말이란 게 원래 민간에서 돌고 돌아서 만들어지는 것이니, 그 말이 생긴 유래에 대한 이야기도 많게 마련이겠지요. / 고대 인도의 인더스 문명과 베다 문명을 바탕으로 해서 서기전 500년 무렵에 불교와 자이나교가 생기고, 그 뒤 서기 1세기 전후해서 힌두교가 생겨났답니다. :-)
 

“보람”이라고 하면 나는 사촌동생 보람이가 떠오른다. ^^ 보람이 언니는 아람이다. 알고 보니 토박이말로 이름 짓는 게 유행할 때 아기들 이름 중에는 아람이, 보람이가 아주 흔했다. 말도 예쁘고, 뜻도 튼실해서 그런가 보다. 흔히 “보람”이란 말은 어떤 일을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올 때 쓴다. “수고한 보람이 있었어”와 같이.

그런데 “보람”이란 말의 원래 뜻은 “드러나 보이는 표적, 다른 물건과 구별해두는 표시나 표지”라고 한다. 그러니까 원래는 “다른 것과 구별되어 드러나 보이는 것”이란 뜻인데, 어떤 일을 해서 그 결과가 드러나 보일 때 헛수고가 아니었다, 일한 표시가 난다는 뜻으로 “보람”이란 말을 쓰게 되지 않았을까.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에 따르면, 보람이란 말은 쓰임새가 많다. 양장본 책에 달린 긴 끈, 책갈피에 끼우는 그 끈을 그냥 책끈이라고들 하는데, 그 이름이 바로 보람줄이라고 한다. 책끈이면 책을 묶는 끈인지 책에 달린 끈인지 불분명한데, 이렇게 “보람줄”이라고 하면 뜻이 명확해진다. 보람줄은 국어사전에 나오는 표준말이다. 그리고 새 옷이나 가방에 붙은 라벨, 곧 상품의 규격과 재질, 값 등등을 써놓은 표를 우리말로 어찌해야 할지 난감했는데(꼬리표? 상표라는 말은 딱 들어맞지 않고...) 그걸 보람표라고 하면 된다. 보람줄, 보람표, 책갈피에 끼우는 살피처럼 기억해야지.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책읽는나무 2005-03-31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을 가만히 살펴보면...그때마다 유행하는 이름들이 있는 것 같아요!
한때 보람이란 이름도 한창 유행할때가 있었죠!..^^
언제부터인가 예쁜 이름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큰 것 같아요!
옛날엔 모두들 촌스런 이름들이었는데..ㅡ.ㅡ;;
하긴 제 이름도 좀 촌스러워요..그래서 예쁜 이름들이 부럽다는~~ㅡ.ㅡ;;

숨은아이 2005-03-31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릴 땐 제 여동생의 예쁜 이름이 부러웠어요. 지금은 그냥 그 이름이 내 개성인 것 같아요. ^^

클리오 2005-03-31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요 '강가에'라는 이름을 봤거든요.. 부르면서 좀 부담스럽더라구요.. 예쁘고 아기자기한 이름을 지으면, 나중에 나이가 많이 들었을 때의 느낌을 생각하면 그냥 평범한 게 나은 거 같구... 한글 이름 중에도 괜찮은 이름들이 있을텐데...

깍두기 2005-03-31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 아이님 이름이 어때서요. 난 중성적인 이름이 좋더라.
보람표, 보람줄...써먹어야지~~^^

숨은아이 2005-03-31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뭐 한자식 이름이 많은 가운데 그런 이름이 있으면 튀겠지만, 요즘은 토박이말 이름도 많으니 그런 아이들끼리 어른이 되면 상관없지 않을까요? ^^
깍두기님/헤헤, 지금은 저도 제 이름이 좋지만 어릴 땐 그랬답니다. 보람표, 보람줄은 꼭 생활에서 써먹자구요. 불끈!

클리오 2005-03-31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이낳으면 한글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요.. 그다지 튀지 않고 뜻이 좋은 걸로요.. '해솔'이나 '어진' 이런 게 요즘 유행하는 이름인가요.. 예쁘던데... ^^

숨은아이 2005-04-01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성이랑 잘 어울리게 지어야지요. "황 금독수리세상을놀라게하다"나 "박 차고나온노미새미나"처럼. ^^

클리오 2005-04-01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참.. 숨은아이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