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에 ‘고려’에 대해 이렇게 나온다.
본뜻 : 고려(高麗)라는 국호는 우리나라의 지형이 산이 높고 물이 아름다운 곳이라는 산고수려(山高水麗)에서 온 말이다.
바뀐 뜻 : 서기 918년 태봉국의 장수였던 왕건이 국왕인 궁예를 몰아내고 개성에 도읍하여 세운 나라의 국호이다.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일컫는 ‘코리아’라는 국명도 이 ‘고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글쎄, 이건 좀 의심스러운 설명이다. 내가 알기로 ‘고려’는 ‘고구려’에서 나왔다. 고구려라는 이름은 고대에 압록강가에 부족을 이루어 살던 사람들을 가리키던 ‘구려’ 혹은 ‘구리’에서 나왔다. 구려 혹은 구리 사람들이 힘이 세어져 나라를 세우면서, 그 앞에 높을 고 자(高)를 붙여 고구려 혹은 고구리라 한 것이다. 고종이 새로 나라 이름을 정하면서 겨레 이름인 한 자(韓) 앞에 클 대 자(大)를 붙여 ‘대한제국’이라고 한 거나 마찬가지 일이다.
삼국시대 후기에 이르면 고구려를 곧잘 ‘고려’라고 줄여서 말했다. 고구려 사람들이 중국에 이주해서 마을을 이루어 살면 그 마을 이름을 고려자(高麗子)라고 했고, 지금도 중국 땅에 남아 있는 옛 고구려 성을 ‘고려성’이라고 한다. 고구려가 멸망한 뒤에 발해가 고구려의 후예임을 자처하니, 왜국(일본)에서는 발해에 파견한 사신을 견고려사(遣高麗使 : 고려에 파견한 사신)라고 했다. 왕건도 고구려의 후예를 자처하여 나라 이름을 고려로 정한 것이다.
그러니까 원래 고구려, 고려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 말을 한자로 기록하면서 아마 좋은 글자를 따서 높을 고, 아름다울 려 자를 붙였을 것이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왕건이 나라를 세운 땅이 ‘산 높고 물이 아름답다’는 건 좀 이상하다. 물은 아름답겠지만, 만주와 중국에 있는 산들과 견주었을 때 우리 땅의 산이 높다고 할 수 있을까? 그 시대에는 중국과 교류가 잦았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