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수(梟首) : 올빼미 머리 2004/09/23 18:02

1. 의문을 품다.

 

『농민의 난을 생각하다』(서해문집, 송찬섭 지음)을 보면, 농민의 난을 주도한 인물들이 효수된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효수라는 단어의 한자 풀이를 한다.

 

효수(梟首) : 올빼미 머리

 

효수는 대역죄를 저지른 죄인의 머리를 베어 장대에 매달아 놓는 형벌인데, 쉽게 말하면, 임금에게 대들면 이렇게 죽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형벌이다(머리 외의 사지도 함께 잘라 팔도에 함께 돌렸다고도 한다. 아주 끔찍한 형벌이다).

 

그렇다면, 왜 효수(올빼미 머리)하다 일까 ?

 

2. 올빼미에 대해 알아본다.

 

서양에서는 지혜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모양이지만, 중국에서는 올빼미는 불효의 상징이다. 올빼미는 어려선 제 어미의 젖을 먹고 자라는데  크고 나면 그 어미를 잡아먹는 새라고  하여, 이 새를 보기만 하면 모조리 잡아 죽인 다음, 그 사체를 사람들한테 나무에 걸어두고 보여 주었다고 한다.

 

따라서, 한자를 보면 나무(木)위에 걸려있는 새(鳥)가 바로 올빼미다.

 

3. 불효가 불충으로 이어진다.

 

효수가 형벌로서 굳건히 자리잡았다는 것은, 곧 불효와 불충은 강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불효를 했다고 해서 효수를 하는 것은 아니었고, 민란이나 군란 등 임금에게 대드는 반역죄를 저지른 경우에 효수를 하였다는 점에서 보면, 임금에 대한 충성이 가장 강조된 듯 싶다.

 

낮과 달리 밤에는 사람이 물체를 분별할 수 있는 빛의 100분의 1 정도만 되어도 아주 작은 것까지 놓치지 않고 식별할 수 있을 만큼 눈이 밝은 게 올빼미다. 

 

낮과 밤을 밝음과 어둠, 긍정과 부정으로 구분할 때, 밝은 쪽으로는 장님인데 어둠 즉 부정적인 세계에서는 세상 그 누구도 추종하지 못할  만큼 눈이 밝고, 큰 것은 못 보는 대신 작은  것은 신기하게도 잘 보는 특성을 지닌 올빼미라고 보게 된다면, 올빼미에 대한 인식은 엄청 나빠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특히 통치자에게 올빼미에 대한 인식은 더욱 그럴 것이다.

 

4. 올빼미가 지금은 충성을 상징한다 ? 

 

군대 갔다 온 사람들은 유격 훈련장에서 "0번 올빼미"라는 말을 목터지게 외쳐보았을 것이다.

 

미국 특공부대(Ranger) 훈련을 받고 온 일단의 한국군인들이 생각하기에, 올빼미는 소리없이 날고, 청각이 발달되어 있으며, 두 눈을 밤에 쌍안경의 기능을 한다고 보고, 용감하고 민첩하며, 인내 깊은 야행성 날짐승인 것이 적의 후방에서의 전투를 의미하는 유격전투에서의 군인의 상징이 될 만하다고 하여, 올빼미를 유격훈련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올빼미는 유격훈련장에서 충성을 상징하기 시작한 때(1960년대)를 기준으로 놓고 보면 불과 수십년 전까지만 해도 불효와 불충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국가에 충성을 다 해야할 군인이 올빼미를 닮아 가기를 명령받고 있다.

 

=========================================

 

특별히 의미를 두고 적은 글은 아니다.

 

의문을 품었기에 의문을 풀어본 것 뿐이다.

 

(이 글을 쓰면서 참고된 글은, 위에서 언급한 책과,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낸 김일규 목사 홈페이지 글과, 역시 인터넷 검색으로 찾았지만 출처를 알 수 없이 인용된 글과, 『일상으로 본 조선시대 이야기 1』(청년사, 정연식 지음) 등이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4-09-24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읽으면서요. 갑자기요. 숨은아이님의 옆지기님도 옆지기님 블로그에 <내 옆지기가 쓴 글> 이래갖구 옮기시나요? 라고 질문하면 한 대 맞으려나... 요런 궁금증이...

내가없는 이 안 2004-09-24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덩달아 무지 궁금해지네요. 뭐 착한 숨은아이님이 한대 때리시기야 하겠어, 함서... ^^
뭔들 안 그러겠냐만, 아전인수에 가장 능한 동물은 사람인 듯싶어요.

숨은아이 2004-09-24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두 분 갑자기 절 웃기셔요. 설마 제가 그런 걸 갖고... 그 사람은 제 글 안 옮겨놔요. 제 글이라야 다 이곳에나 어울리죠 머.

비로그인 2004-09-28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안 맞았다.. 답변 감사드려용. 송편 꼭꼭 씹어서 천천히 많이 잡수셔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시구요~

숨은아이 2004-09-30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많이 먹고 배불뚝이 돼서 왔답니다. 이 살을 어케 빼지... --;;
 

"호박과 마요네즈"를 사러 갔다가 옆에 같이 있기에 산 책이에요. 역시 하이북스에서 나왔어요. 3800원. 저작권 표시가 없는 걸 보니, 해적판 맞나 봐요. *.*

누군가를 좋아하면 욕심이 생겨요. 그의 아픔을 나만은 다 이해하고픈 욕심, 그 사람이 지치고 힘들 때 필요로 하는 사람이 나였으면 하는 욕심. 그래서 이 "블루"라는 작품이 "호박과 마요네즈"보다 더 공감되었습니다. 저는 그저 키리시마의 감정선을 따라갔어요.

그런데,

"나... 평범하게 결혼할 테야... (중략) 내가 뭔가 해줄 수 있는 건, 부모님께 뭔가 해드릴 수 있는 건 결혼이 최고란 걸 말야- 흔해빠진 대답이지만. 하지만 현실과 타협한 건 절대 아니란 거 알지?"

현실과 타협한 것 같은데, 토오노.....


표지


블루 속표지


블루 차례


내지 첫장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uperfrog 2004-09-23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버스 안에서 단번에 읽었는데요.. 왠지 곱씹으며 다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책읽는나무 2004-09-23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책이 괜찮은 책인가보죠?
음~~

숨은아이 2004-09-23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붕어님 : 가슴이 짠해요.
책읽는나무님 : 이 작가 분위기, 꽤 괜찮네요.

내가없는 이 안 2004-09-23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점에 검색을 해봐도 이 작가의 책은 호박과 마요네즈만 뜨던데 이런 작품이 있었군요. 보지도 않고도 그림부터 맘에 드는데요. ^^

숨은아이 2004-09-24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박과 마요네즈 외에는 모두 해적판으로만 나왔나 봐요. --;

내가없는 이 안 2004-09-24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그렇지 않아도 리브로에서 호박과 마요네즈가 한정판매가 되더군요. 오늘 아침에 확인하고 바로 주문 넣었어요. 숨은아이님이 읽으셨다니 갑자기 더 빨리 보고 싶어지는걸요. ^^

숨은아이 2004-09-24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시고 소감 써주세여~
 

(책 광고) 『한국 현대사 산책』(강준만) 2004/09/22 13:45

 

강준만의 『한국 현대사 산책』(70년대 편)은 70년대에 일어났던 수많은 사건들을 하나하나 제목으로 뽑아, 그 사건에 대해서 관련자들의 증언을 주로 인용하면서 설명해 나간다. 모두 세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을 통해 강준만은 묻는다.

 

박정희가 다카키마사오이었거나 남로당 당원이었어도, 김대중을 납치해서 죽이려고 했어도(의문의 교통사고 때문에 그가 지금도 다리를 절룩거리게 되었던), 수 많은 사람들이 어디론가 사려져 버렸지고 남산에서 고문을 당했어도, 그가 주지육림에 빠져 TV나 은막의 여배우들을 농락했어도(그래서 늘 속상해 했던 육영수와 주먹다짐까지 했대나 뭐라나), 김일성을 죽이겠다고 기른 특공대를 무장공비라고 거짓말을 하려고 했어도, 일본제국주의 침략을 묻어버리고 돈으로 때우려 했어도(그것도 비밀리에), 머나먼 정글 속으로 들어가 목숨을 버리는 것이 왜 애국인지 모르나 아무튼 경부고속도로가 그들의 피값이었어도, 먹고사는 것이 제일이라고 어용노조(지금의 한국노총)를 주구(走狗)로 만들었어도(그래서 그들이 노동귀족이 되었다), 오로지 수치적 성장에 매달려 거대 기업군을 만들고 결국 지금과 같은 허약한 경제구조가 되도록 한 원인을 제공했어도(그러나, 경제파탄의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돈과 권력을 그대로 쥐고 있다), 그런 그들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아 썼어도, 노동자들의 권리를 무력으로 짓밟았어도, 말 안듣는 언론과 개인, 단체를 모조리 탄압했어도, 부산마산사람들 다 쓸어버려도 상관없다고 큰소리치는 부하를 데리고 다녔어도, 김일성 영구집권 비난하던 그가 자기도 영구집권을 하려고 했어도, 전인민의 군사화를 비난하던 그가 고등학생들부터 총싸움 가르치고 여자들에게도 총을 들게 했어도, 기생관광을 국가가 적극 지원하고 애국이라고 칭송하는 정부의 우두머리였어도.......(더 많은데 기억나는대로 여기까지만)

 

그리고, 그가 죽은지 25년이 지난 2004년 오늘.

 

군수자본의 이익을 직접 드러내놓고 대변하는 부시가 아예 석유를 넘보고 군대를 동원해도 그것이 애국이 되고 국익이 되며, 그런 부시 뒤꽁무니를 따라 다녀야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직접 선거로 뽑은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떠드는 사람, 오른쪽으로 기울어도 한참 기운 대통령을 좌파라고 우기는 사람, 장교들한테 통수권자에게 총을 겨누라고 말하는 사람, 앞뒤 다르고 앞뒤 자르고 그래도 정론지라고 말하는 신문, 밀어붙여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테고 과정보다는 결과만 중시하는 사람, 국민의 인권과 생활에 관계되는 문제에는 사법소극주의를 취하다가도 노동조합의 경영권 참여 주장과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에 대해서는 적극주의를 취하여 자본가의 입장과 국가주의를 옹호하는 대법관, 친일청산에 개거품을 물고 반대하는 사람(반대 논리도 가관이다)......그리고, 그들과 늘 함께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힘을 가지고 있는데,

 

내 일이 아니라고,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고, 박정희가 어떻게 하던 말던 누군가가 민주주의를 말하던 말던, 거의 대다수 대한민국 국민은 모른 척해왔음이 분명했다. 그렇지만, 그들일수록 박정희를 숭배하기도 한다. 이렇듯 지금도 우리가 일본군 장교 다카키마사오와 독재자 박정희와 함께 살고 있다면, 

 

대한민국 국민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말살한 박정희정권의 공범(共犯)인가 ?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숨은아이 2004-09-22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한텐 다 읽지도 못하는 책을 왜 그리 사대느냐고 구박하면서, 내 책은 왜 읽고 광고까지 해주는데?

내가없는 이 안 2004-09-23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옆에 사는 사람이 보통 그러더라구요. ^^

숨은아이 2004-09-24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안님 댁도? ^^

내가없는 이 안 2004-09-24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도 시네21 살 때 잠깐 제재를 하더니만 저녁에 그거 읽으며 자더군요. 내참. ^^

숨은아이 2004-09-24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사람이 위에다 쓴 서해문집 역사문고도 네 권을 다 읽어버리데요!
 

모처럼 야구장에 가다. 2004/09/18 18:46

저 멀리 무등경기장(야구장)에서 응원소리가 들려올 때,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 지리선생님 그 소리를 듣더니 말씀하시기를,

 

(특유의 시니컬한 목소리)

"남 돈 버는데 뭐 좋다고 저렇게 박수치고 소리지르는지 몰라"

 

어, 생각해 보니 그렇기도 하네.

 

어렸을 때는 야구글러브가 우리 동네에는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비료나 사료 속포장지를 접어 글러브로 사용했다.  

그 종이는 습기를 막기 위해 기름이 먹여졌으니 질겼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면 기름이 없는 속포장지도 괜찮았다.

그것마저 없을 때는 비닐포장지를 쓰기도 했다.

 

그러다가 큰 자형 글러브를 우리집으로 가져오게 되었다.

포수 미트 하나와 야수용 미트 하나.

그 글러브는 곧 우리 동네 공용 글러브가 되었다.

그 글러브를 사용하는 사람은 포수와 1루수였다.

 

야구 방망이도 나무를 잘라 깍아 만들었고,

추수 후 논바닥이나 묘가 여기 저기 있는 뒷동산이 야구장이었다.

 

그렇긴 했어도 야구는 언제나 즐거운 놀이였다.

 

하지만, 난 돈을 내고 야구장에 가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야구장에서보다 집에서 티비로 보는 것이 더 좋았다.

다시 보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그렇다고 한번도 야구장에 가보지 않을 것은 아니다.

매년 요때 두 대학이 벌이는 야구 시합을 몇번 보러 간 적은 있었다.

학교 다닐 때는 "일상 속에서 정치의 場"을 만들어야한다는 명분으로,

졸업한 후로는 그냥 야구 보러 한두번 갔던 것 같다.

 

(학교 다닐 때는 운동장 주위에 그리고 그 안에 정치적인 구호를 담은

펼침막이 많이 걸려있었고, 다음 날 체육행사 뒤에 거리행진을 했었다.

어제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희망하는 걸개그림 하나만이 있었다)

 

어제는 난 사무실에 나가지 않기로 마음 먹고,

학교 다닐 때 사귀었지만 한번도 야구장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각시와 함께 야구장으로 향했다.

 

빨간 벌레와 파란 벌레(울 각시의 표현이다)가 가득한 경기장에서

각시는 사진 찍다가 졸려, 배고파, 왜 저렇게 됐어 그 말만 반복하였고,

다음 스케줄인 영화 보기를 위해 경기가 끝나자 마자 경기장을 떠났다.

 

모처럼 직접 야구장에 가 보게 되어 즐겁기도 했지만, 

기껏 체육행사 들러리나 된 것인지 경기장 밖에 있는 풍물패와

외야석 저 멀리 달랑 하나 있는 걸개그림을 보면서,

저 젊은이들에게 사회에 대한 열정이 조금이라도 있을까 하는 생각에

그저 씁쓸한 생각을 동시에 갖게 한 하루...

 

내 하루는 그렇게 끝났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숨은아이 2004-09-22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주 금요일에 야구장 간 이야기. 내가 무지 지루했던 양 써놨는데, 그렇게 재미없지는 않았음. 응원하는 소리가 하도 극성이라 도무지 경기에 집중을 못 해(그렇잖아도 규칙을 잘 모르는데) 공이 돌아다니는 양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왜 저렇게 됐어" 하고 자꾸 물었던 것.

2004-09-22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4-09-24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야구장 안 가봤어요. 대신에 경마장에는 가봤는데 아마 분위기가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경마장은 아마 사람들의 들고나는 시간이 짧아서 그렇지 그 비슷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어떨 때 야구장에 막 가고 싶냐면, 혼자 퍼질러 앉아 있고 싶을 때 혼자 울고 싶을 때 오히려 방구석보다는 야구장 생각이 나더라구요. 이럴 때 야구장 관중석에 앉아 있으면 딱 좋을 텐데... 장소 봐감서 슬퍼하고 싶은 거 참 우습죠... ^^
그런데 빨간벌레 파란벌레는 정말 재밌네요. 숨은아이님 동화 쓰시면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요. ^^

숨은아이 2004-09-24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야구장의 소음에 몸을 맡기고 싶으신 걸까요... 멀리서 보니 빨간벌레 파란벌레처럼 보이데요. ^^
 

존경하는 사람 이름을 적으시오. 2004/09/15 15:33

 

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갔다 오고 나서,

입사원서를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닌 적이 있었다.

 

입사원서는 어디나 대체로 비슷했다.

자기 소개서에다가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성적은 어떤지,

내키가 몸무게가 얼마인지도 꼬치꼬치...

누구랑 사는지, 그 누구는 뭐하고 사는지,

자기 집이 있는지 없는지 등등도 다 적게 했다.  

 

어떤 데는 존경하는 사람 이름을 적는 곳이 있었다. 

 

누굴 적지 ?

 

마땅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엄마, 아빠...존경한다고까지 해야 하나 ?

교수, 학자...그럴 만한 사람은 없다.

이순신...헉, 싫다.

세종대왕...잘 모르겠다.

기타 등등...그들이 누군지 몰라.

 

그럼 누구 ?

 

내 삶에 영향을 미쳤고, 또 미칠 사람 중에 누구 없을까 ?

 

근데, 그런 것은 왜 적으라는 거지 ?

 

어떤 사람을 평가하는데 그것도 영향이 있다고 생각해서이겠지만,

그 존경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도 천차만별일 텐데.......

존경하는 사람 이름만 보고 어떤 사람을 평가할 수 있을까 ?

 

암튼, 난 이렇게 적었다.

 

블라디미르 일리치 울리아노프

 

그런데, 그 이름을 적었어도 그에 대해 묻는 면접관은 없었다.

 

모두 10년전 일이다.

 

지금은 ? 아직도 그를 존경해 ?

 

한 때는 많은 사람들의 영웅이기도 했던 그...

지금은 아무에게나 아무렇게나 패대기당하고 있기에,

나마저 그를 버릴 수 없어 계속 존경하기로 했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조선인 2004-09-21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세종대왕이요.
한글로 쓰고 읽을 수 있다는 게 참 좋아요.
한자로 쓰고 읽어야 한다면? 꽥~

숨은아이 2004-09-21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숨은아이 2004-09-21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말씀 전해드리겠습니다. --;

글샘 2004-09-22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라디미르 일리치 율리아노프를 적다니요. 간도 크시지. 근데 면접관들이 그자에 대해서 모를만큼 무식한 시대였단 말이지요. 하긴, 그 당시 면접보러 다니던 사람들은 블라디미르를 알았지만, 면접관들이 몰랐을 수도 있지요. 만약에, 레닌을 사랑해? 하고 물었다면... 아직 백수일텐데...^^

숨은아이 2004-09-22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안녕하세요? 첨 뵙네요. 반갑습니다. 당시엔 그이를 존경하는 사람이 꽤 많았고, 또 보험회사 같은 곳에선 일부러 운동권 출신을 뽑았다는 설도 있지요. 인간관계 넓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