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사람 이름을 적으시오. 2004/09/15 15:33

 

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갔다 오고 나서,

입사원서를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닌 적이 있었다.

 

입사원서는 어디나 대체로 비슷했다.

자기 소개서에다가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성적은 어떤지,

내키가 몸무게가 얼마인지도 꼬치꼬치...

누구랑 사는지, 그 누구는 뭐하고 사는지,

자기 집이 있는지 없는지 등등도 다 적게 했다.  

 

어떤 데는 존경하는 사람 이름을 적는 곳이 있었다. 

 

누굴 적지 ?

 

마땅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엄마, 아빠...존경한다고까지 해야 하나 ?

교수, 학자...그럴 만한 사람은 없다.

이순신...헉, 싫다.

세종대왕...잘 모르겠다.

기타 등등...그들이 누군지 몰라.

 

그럼 누구 ?

 

내 삶에 영향을 미쳤고, 또 미칠 사람 중에 누구 없을까 ?

 

근데, 그런 것은 왜 적으라는 거지 ?

 

어떤 사람을 평가하는데 그것도 영향이 있다고 생각해서이겠지만,

그 존경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도 천차만별일 텐데.......

존경하는 사람 이름만 보고 어떤 사람을 평가할 수 있을까 ?

 

암튼, 난 이렇게 적었다.

 

블라디미르 일리치 울리아노프

 

그런데, 그 이름을 적었어도 그에 대해 묻는 면접관은 없었다.

 

모두 10년전 일이다.

 

지금은 ? 아직도 그를 존경해 ?

 

한 때는 많은 사람들의 영웅이기도 했던 그...

지금은 아무에게나 아무렇게나 패대기당하고 있기에,

나마저 그를 버릴 수 없어 계속 존경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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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4-09-21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세종대왕이요.
한글로 쓰고 읽을 수 있다는 게 참 좋아요.
한자로 쓰고 읽어야 한다면? 꽥~

숨은아이 2004-09-21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숨은아이 2004-09-21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말씀 전해드리겠습니다. --;

글샘 2004-09-22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라디미르 일리치 율리아노프를 적다니요. 간도 크시지. 근데 면접관들이 그자에 대해서 모를만큼 무식한 시대였단 말이지요. 하긴, 그 당시 면접보러 다니던 사람들은 블라디미르를 알았지만, 면접관들이 몰랐을 수도 있지요. 만약에, 레닌을 사랑해? 하고 물었다면... 아직 백수일텐데...^^

숨은아이 2004-09-22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안녕하세요? 첨 뵙네요. 반갑습니다. 당시엔 그이를 존경하는 사람이 꽤 많았고, 또 보험회사 같은 곳에선 일부러 운동권 출신을 뽑았다는 설도 있지요. 인간관계 넓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