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갔다 오고 나서,
입사원서를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닌 적이 있었다.
입사원서는 어디나 대체로 비슷했다.
자기 소개서에다가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성적은 어떤지,
내키가 몸무게가 얼마인지도 꼬치꼬치...
누구랑 사는지, 그 누구는 뭐하고 사는지,
자기 집이 있는지 없는지 등등도 다 적게 했다.
어떤 데는 존경하는 사람 이름을 적는 곳이 있었다.
누굴 적지 ?
마땅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엄마, 아빠...존경한다고까지 해야 하나 ?
교수, 학자...그럴 만한 사람은 없다.
이순신...헉, 싫다.
세종대왕...잘 모르겠다.
기타 등등...그들이 누군지 몰라.
그럼 누구 ?
내 삶에 영향을 미쳤고, 또 미칠 사람 중에 누구 없을까 ?
근데, 그런 것은 왜 적으라는 거지 ?
어떤 사람을 평가하는데 그것도 영향이 있다고 생각해서이겠지만,
그 존경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도 천차만별일 텐데.......
존경하는 사람 이름만 보고 어떤 사람을 평가할 수 있을까 ?
암튼, 난 이렇게 적었다.
블라디미르 일리치 울리아노프
그런데, 그 이름을 적었어도 그에 대해 묻는 면접관은 없었다.
모두 10년전 일이다.
지금은 ? 아직도 그를 존경해 ?
한 때는 많은 사람들의 영웅이기도 했던 그...
지금은 아무에게나 아무렇게나 패대기당하고 있기에,
나마저 그를 버릴 수 없어 계속 존경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