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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문을 품다.
『농민의 난을 생각하다』(서해문집, 송찬섭 지음)을 보면, 농민의 난을 주도한 인물들이 효수된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효수라는 단어의 한자 풀이를 한다.
효수(梟首) : 올빼미 머리
효수는 대역죄를 저지른 죄인의 머리를 베어 장대에 매달아 놓는 형벌인데, 쉽게 말하면, 임금에게 대들면 이렇게 죽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형벌이다(머리 외의 사지도 함께 잘라 팔도에 함께 돌렸다고도 한다. 아주 끔찍한 형벌이다).
그렇다면, 왜 효수(올빼미 머리)하다 일까 ?
2. 올빼미에 대해 알아본다.
서양에서는 지혜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모양이지만, 중국에서는 올빼미는 불효의 상징이다. 올빼미는 어려선 제 어미의 젖을 먹고 자라는데 크고 나면 그 어미를 잡아먹는 새라고 하여, 이 새를 보기만 하면 모조리 잡아 죽인 다음, 그 사체를 사람들한테 나무에 걸어두고 보여 주었다고 한다.
따라서, 한자를 보면 나무(木)위에 걸려있는 새(鳥)가 바로 올빼미다.
3. 불효가 불충으로 이어진다.
효수가 형벌로서 굳건히 자리잡았다는 것은, 곧 불효와 불충은 강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불효를 했다고 해서 효수를 하는 것은 아니었고, 민란이나 군란 등 임금에게 대드는 반역죄를 저지른 경우에 효수를 하였다는 점에서 보면, 임금에 대한 충성이 가장 강조된 듯 싶다.
낮과 달리 밤에는 사람이 물체를 분별할 수 있는 빛의 100분의 1 정도만 되어도 아주 작은 것까지 놓치지 않고 식별할 수 있을 만큼 눈이 밝은 게 올빼미다.
낮과 밤을 밝음과 어둠, 긍정과 부정으로 구분할 때, 밝은 쪽으로는 장님인데 어둠 즉 부정적인 세계에서는 세상 그 누구도 추종하지 못할 만큼 눈이 밝고, 큰 것은 못 보는 대신 작은 것은 신기하게도 잘 보는 특성을 지닌 올빼미라고 보게 된다면, 올빼미에 대한 인식은 엄청 나빠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특히 통치자에게 올빼미에 대한 인식은 더욱 그럴 것이다.
4. 올빼미가 지금은 충성을 상징한다 ?
군대 갔다 온 사람들은 유격 훈련장에서 "0번 올빼미"라는 말을 목터지게 외쳐보았을 것이다.
미국 특공부대(Ranger) 훈련을 받고 온 일단의 한국군인들이 생각하기에, 올빼미는 소리없이 날고, 청각이 발달되어 있으며, 두 눈을 밤에 쌍안경의 기능을 한다고 보고, 용감하고 민첩하며, 인내 깊은 야행성 날짐승인 것이 적의 후방에서의 전투를 의미하는 유격전투에서의 군인의 상징이 될 만하다고 하여, 올빼미를 유격훈련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올빼미는 유격훈련장에서 충성을 상징하기 시작한 때(1960년대)를 기준으로 놓고 보면 불과 수십년 전까지만 해도 불효와 불충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국가에 충성을 다 해야할 군인이 올빼미를 닮아 가기를 명령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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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의미를 두고 적은 글은 아니다.
의문을 품었기에 의문을 풀어본 것 뿐이다.
(이 글을 쓰면서 참고된 글은, 위에서 언급한 책과,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낸 김일규 목사 홈페이지 글과, 역시 인터넷 검색으로 찾았지만 출처를 알 수 없이 인용된 글과, 『일상으로 본 조선시대 이야기 1』(청년사, 정연식 지음) 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