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를 읽는 것은 미친 짓이다 2004/10/25 11:29

 

난, 조선일보를 따로 읽지 않는다(중앙, 동아, 무료 신문, 스포츠신문도 보지 않는다).

 

그런데, 읽을 가치도 없는 그 신문을 간접적으로 자주 볼 수밖에 없다. 하도 같잖은 기사를 써대니 그 기사를 인용하여 비판하는 글이 넘쳐나니 말이다. 그러니, 읽지도 않으면서 말하지 말라는 말을 내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선일보는 최근 사설에서 "열린우리당은 전교조의 주장을 대폭 받아들여 교사가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예산 등 학교운영에 관한 실질적 결정권을 갖게 하고, 교원을 신규임용할 때에는 교사회 멤버가 다수를 차지하는 교원인사위원회가 제청토록 했다"면서 "한마디로 사립학교의 운영권을 교사들에게 넘겨주겠다는 뜻이다. 말이 좋아 교사들에게 넘긴다는 것이지 실제는 전교조가 이 나라의 학교와 교육을 완전히 접수한다는 이야기"라고 했단다.

 

학교운영을 제멋대로 해도 되는 지금과 같은 모습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하는 지들의 속내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전교조를 졸라 싫어하는 자들로 하여금 감정적인 반발을 일으키게 해서 한 군데로 뭉치게 하려고 작정하지 않고서야 어찌 저런 글을 써댈까 ? 넘겨짚고 과장하고 입맛대로 소설쓰는 조선일보답다.

 

이어 "이제 이 나라의 초·중·고등학교에서 우리의 아들딸들은 조국의 부끄러운 모습만 집중적으로 교육받고, 6·25전쟁을 일으켜 수백만 명의 사람 목숨을 앗아간 김일성의 항일유격대 활동을 학습하고, 미국 등의 동맹국이 추악한 나라라는 교육을 받으면서 대한민국의 신국민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부끄러운 모습이 있다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제대로 봐야 한다. 누군가에 의해 숨겨진 것이기에 집중적으로 봐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진짜 역사 교육이다. 지난 역사를 제멋대로 적어내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조선일보 입장에서야 역사 바로알기가 두렵기는 할 게다. 김일성의 항일유격대 활동은 과장이냐 아니냐는 논쟁은 있을지언정, 활동 자체는 인정하는 게 정설 아닌가 ? 조선일보의 확실한 친일 행적에 비해 김일성의 꾸준한 항일 흔적이 부담스러우신가 ? 미국의 추악한 모습을 교육받지 말아야 한다 ? 아 ! 그들의 추악한 모습을 모른단 말인가 ? 아메리칸 인디언의 대량학살로부터 이라크 침략까지....그 사이에 벌어진 그리고 앞으로 벌어질 미국의 추악한 모습을 모른다고 ? 알고도 모른 척 하자고 ? 미국 등 ? 그 "등"에는 일본도 있겠지. 친일에서 숭미로...조선일보가 왜 "추악한" 동맹국의 진짜 모습을 배우지 말라고 하는지 더 많은 설명이 필요할까 ?

 

조선일보가 이렇다. 어쩌다 한번이 아니라 늘 이렇다.

 

이런데도, 

 

"조선일보를 보는 것은 미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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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10-27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 '접수'요? 무슨 학교가 나이트고 전교조가 조폭이랍니까?
웃음밖에 안 나오네요....
아그들아, 떠라. 학교를 접수해버릴텡게~

로드무비 2004-10-27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좃선일보라, 이름만 들어도 버럭!

숨은아이 2004-10-27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확~ 진/우맘님이 접수해버리세요.
로드무비님, 아무래도 혈압에 안 좋아요. 그죠? ^^
 
나른한 오후 샘터만화세상 4
마정원 지음 / 샘터사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이제 스물다섯 살인 젊은 작가가 무작정 튀는 감각과 비관주의(만화 동인지에 흔히 보이는)에 빠지지 않고, 한눈에도 짜임새가 제대로 짜인 듯한 그림(물론 저는 활자 감각에 비해 미감이 덜 발달했으므로 그냥 제 눈에 그렇게 보였단 이야기여요), 몸을 낮춘 시각, 공중에 떠다니는 자아가 아니라 자신이 발을 딛고 선 땅에서 소재를 구한 점에서, 매우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만화 한 편을 극영화로 친다면, 아직은 스냅사진 같달까요. (정지된 사진 한 장으로도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건 알지만, 저는 만화라 하면 일반적으로 “생동감 있는 대사와 역동적인 그림으로 표현하는 이야기”로 봅니다.) 진실의 어느 한 측면을 인상적으로 전달하긴 했지만, 독자인 저를 “이야기”로 빨아들이진 못했어요. 이 책에 실린 세 단편은, 뒷부분에 나오는 “우리 이웃들” 갤러리-청계천 시장 사람들의 이모저모-의 각각 한 장면을 클로즈업한 정도로 보였지요.

하지만 독자를 살짝 속이는 역동적인 구성을 할 줄 알고, 또 단편마다 깊숙이 찔러오는 장면-“첫눈 내리던 날”에선 송이와 아빠가 있는 병실에 단풍잎이 한가득 밀려드는 듯한 장면이 가장 좋았어요-과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있으니, 다음에 발표하는 작품은 좀더 제 마음을 움직이겠지요.

표제작 "나른한 오후"와 200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만화 부문 초대 당선작인 "과꽃", 그리고 "첫눈 내리던 날" 세 편이 실림.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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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11-04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외출했다가 조금 전 돌아왔어요.
사연 잘 읽었고요. 괜찮아요. 너무 걱정 마세요.
비디오테입 어쩌다 눈에 띄면 사서 돌려주시고요.
일부러 여기저기 구하려고 너무 애쓰지는 마세요.
비누 잘 쓸게요.^^

숨은아이 2004-11-04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
 
지뢰 대신에 꽃을 주세요 1 - 써니의 소원
요 쇼메이 그림, 야나세 후사코 글, 송승희.선곡유화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언젠가 TV에서 지뢰 때문에 다친 이들 소식을 보았습니다. 그 전에는, 지뢰는 정말 다른 나라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캄보디아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지뢰에 팔이나 다리를 잃은 아이들을 슬퍼하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땅에는 지금, 108만여 개나 되는 대인지뢰(그러니까 사람이 살짝 건드리기만 하면 터져서 발목, 혹은 무릎 아래를 날려버리거나 목숨까지 앗아가는)가 묻혀 있다고 합니다. 삼팔선 근방은 아마 그럴 것이라고요? 대인지뢰 3만 3000여 개는 서울, 부산, 인천, 울산 등 후방 지역에 묻혀 있답니다.

지뢰란 전쟁터에서 적의 접근을 막기 위해 심는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헬기 따위로 무차별 살포하는가 하면, 옛 유고 연방 지역에는 과자, 아이스크림, 장난감 헬리콥터처럼 생긴 지뢰도 있었다고 합니다. 일부러 아이들을 노린 겁니다...

국제대인지뢰금지캠페인(ICBL)의 한국 지부인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KCBL)가 한국의 대인지뢰 실태를 확인하고 제거할 것을 청하자, 군에서는 2006년까지 후방의 대인지뢰를 모두 없애겠다고 약속했는데, 2003년에는 글쎄 김포의 한 부대가 지뢰도 제거하지 않은 채 흙을 통째로 퍼다가 한강 둔치에 쌓아놨다는군요.

우리나라엔 여름에 큰비가 내려, 지뢰가 떠내려가는 경우가 많아, 물놀이나 낚시를 하던 사람이 지뢰 사고를 당하기도 한답니다. 요즘 지뢰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가볍고, 금속탐지기로도 찾아내기 어렵대요!

그리고 지뢰를 제거하려면 어디에 지뢰가 묻혔는지 알아야 할 텐데, 6.25 때 미군이 무차별 살포하면서 지뢰 매설 지도를 작성하지 않거나 작성한 다음 잃어버려, 어디에 지뢰가 있는지 모르는 ‘미확인지뢰지대’가 여의도 면적의 23배나 된다고 합니다.

ICBL이 국제적으로 활발히 활동한 덕분에 지뢰 사용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일었습니다. 1996년에는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이 1999년까지 일반형 대인지뢰를 모두 파기하고, 전지가 다하거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저절로 기능을 잃는 지뢰만을 쓰기로 하겠다고 했는데, 단서 조항이 있습니다. “단, 한반도는 예외.”

우리에게는 전쟁이 참 먼 이야기만 같은데, 그것은 착각이었습니다. 한국은 위험한 지뢰 지대입니다.  우리가 모른다고 해서, 사실이 아닌 건 아니지요. 실은, 모르기 때문에 더욱 무서운 사실인지도.

대한민국 정부는 2001년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CCW)에 가입했습니다. 이 조약은 대인지뢰와 X선 조사기로 탐지할 수 없는 지뢰, 소이탄, 레이저 실명 무기 사용을 금지하고, 500미터 이상 거리에 떨어뜨리는 대인지뢰에는 자동폭발·자동무능화 장치를 달도록 합니다. 그리고 비회원국에 지뢰와 관련 기술을 넘겨주지 못하도록 하지요. 그러나 “정부는 한반도 안보상황을 고려해 보유지뢰와 매설지뢰를 각각 4년과 10년 내 폐기토록 한 오타와협약에는 대인지뢰 대체 수단이 개발될 때까지 가입을 보류”했답니다. 지금 있는 지뢰를 없애지 않고서 금지협약에 가입한들 무슨 소용이 있나요!

지금까지 쓴 것은 [지뢰 대신에 꽃을 주세요]라는 아름다운 그림책의 뒤에, “어른들이 읽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세요” 하고 실린 해설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지뢰 대신에 꽃을 주세요]는 평화를 말하는 그림책입니다. 여기서 감색 귀를 늘어뜨린 하얀 토끼 써니는 “국경”을 만나고(실제로 땅에 무슨 선이 그어진 것도 아닌데 새들은 오갈 수 있으나 사람은 다닐 수 없는), 지뢰 때문에 다친 사람을 만나고, 이 책을 읽는 우리에게 지뢰 대신 꽃을 심자고 손을 내밉니다. 이 책 한 권만으로도 지뢰밭 3평이 꽃밭으로 바뀔 수 있다는군요.

“써니의 소원”이라는 부제를 단 [지뢰 대신에 꽃을 주세요 1]은 [고마워요, 지뢰 대신에 꽃을 주세요 2]라는 책과 함께 나왔습니다. 뒷책은 부제가 “써니의 꿈”이에요.

[지뢰 대신에 꽃을 주세요 1]에서는 함께하는 마음을 보여주었고, [고마워요, 지뢰 대신에 꽃을 주세요 2]에서는 많은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국제대인지뢰금지캠페인의 활동도 이야기합니다. 어렵지 않게, 고운 그림으로요. 잔잔한 그림은 사실적이지 않아서, 연민과 희망만을 찬란하게 보여줍니다. 화면 가득 수놓은, 푸른 지구의 모습으로.

이들 두 책은 1996년 일본에서 처음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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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10-23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보고 싶었는데... 리뷰 잘 읽었습니다.

숨은아이 2004-10-25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자체에 대한 리뷰보담은 지뢰에 관한 정보만 주로 이야기했네요. ^^

비로그인 2004-10-26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뢰 정보, 좋았어요. 저 통 몰랐거든요.

숨은아이 2004-10-26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내가 살고 있는 땅인데도 그 땅에 관해 모르는 게 많아요, 그죠?

비로그인 2004-10-27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리고 다방면에 걸친 숨은아이님의 문제의식도 새삼 놀라웠는데, 숨은아이님에 대해서도 모르는 게 많은 거 같아요. ^^

숨은아이 2004-10-27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야 뭐 그냥 이리 기웃 저리 기웃... (^^)a
 

노무현이 싫은 사람들.... 2004/10/22 12:00

 

 

어제 헌재 결정을 보기 전에도 늘 들던 생각이다.

 

노무현의 정책에 시비를 거는 사람들...그 사람들은 정책이 싫은 게 아니라 노무현이 싫은 것이다. 노무현이 아니라, 박정희 아류들이 했다면 쌍수들고 환영했을 테지만, 단지 노무현이 하기에 싫은 것이다.

 

박정희가 수도를 이전하자고 했을 때, 조선일보가 수도 이전이 국토균형발전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했을 때도, 수도권을 둘러싼 문제는 지금보다 심각하지 않았다.

 

심각할 대로 심각해진 수도권과 지역 발전 문제.........

 

지금 내놓을 수 있는 대안 중 가장 현실적이며 가장 합리적인 대안은 중앙집권적 권력을 지방으로 옮겨 놓는 것이다. 노무현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내놓는 대안이 있기나 하는가 ?  과연 노무현의 정책만큼 확실한 대안은 있는가 ? 그들은 분명 어떤 정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도저히 노무현을 대통령으로서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아닌가 ?

 

(노무현의 정책을 지지하면, 노빠, 좌파이니까라는 몰상식한 말만 되뇌이는 한심한 인간들로 보이지 말란 말이다....제발....그게 그대들을 위해서도 좋지 않아 ? 헌재 결정문이나 줄줄 읽어대지 말고(어제 손석희 토론회 나온 그 구케의원), 엉터리 법논리에다가 동문서답이나 하지 말고 말야(그 변호사)..)

 

법치주의의 승리 ? 민주주의는 법치주의라고 ? 법이 왜 생겨났는지 아는가 ? 하지 말며, 해야 할 일을 정한 법이 왜 생겨났는지 말이다. 법은 지배할 자와 지배받을 자,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로 생기면서부터 생겨난 것이 법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그리고, 유권무죄 무권유죄...그럼에도 법치주의를 말한다면, 유전, 유권자들에 의한 법치주의일 뿐이다. 법이 없어도 살만한 사람....우리는 그들을 칭찬한다.....법이 없어도 좋은 사회....나는 그런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라고 생각한다......

 

법치주의는 지배하고 다스려야 하며 통제가 필요한 정치인이나, 어려운 법률 용어로 민초들과 법을 괴리시켜 놓고 자기들만의 해석으로 먹고 살려는 법 전문가들이나 해야 할 말이지, 우리가 해야 할 말이 아니다.....

 

아 !

 

난, 노무현을 전범이며, 선무당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으며, 열린우리당을 정당으로서 지지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어제 밤만은 노무현을 칭찬하고 싶어졌다....

 

논쟁을 피하지 않고 다 까발려서 공론의 장을 만드는 것......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는 그.........

결과적으로 아무 것도 해 놓은 게 없는 것 같아서, 

누구로부터도 칭찬을 받지 못하는 그.......................

 

가질 만큼 가지고도 더 가지고 더 가지고 더 가지려는 자들과, 대들기만 하지 대들만한 이유도 근거도 아무 것도 없는 자들 속에 있으면서도, 공론의 장을 늘 열어놓겠다는 그..난 어제만큼은 그를 칭찬을 해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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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i 2004-10-22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감합니다. 특별법 통화하게 한 장본인이 국민을 우롱하고 있답니다.

로드무비 2004-10-22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요.
노무현이 왜 저러나 할 때도 많았지만 한나라당과 조선이 하는 꼬라지나
이번 위헌 결정 보면서 힘내라고 안아주고 싶어요.

내가없는 이 안 2004-10-22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원하게 잘 쓰셨어요! ^^

하얀마녀 2004-10-22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

숨은아이 2004-10-22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easi님 반갑습니다. 첨 뵙네요. ^^ 그리고 로드무비님, 이안님, 마녀님, 알라딘에 이렇게 동조 세력(! ^^)이 많다고 옆지기에게 얘기해주겠습니다.
 

잔반 먹는 의경...... 2004/10/20 19:14

 

 

경기지방경찰청이 의경 가혹행위 문제로 시끄러운 것 같다. 선임병들이 잔반(먹다 남아 버려야할 밥과 반찬)을 후임병들에게 먹으라고 했단다. 그런데,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경찰청 경찰 관계자의 말은 가관이다.

 

"잔반 먹이기는 없었고, 있을 수 있는 정도의 가혹행위는 있었던 것 같다"

 

있을 수 있는 정도의 가혹행위는 무엇을 말할까 ? 구타 ? 얼차려 ? 욕설 ?

 

두들겨 패고 맞는 게 당연시되었던 그 때와 많이 줄었다는 지금을 비교했을 때, 가혹행위만이 군기 확립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는 말을 난 들어보지 못했다. 결국 가혹행위는 설 자리가 없다는 말이 된다. 

 

그 기사를 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 몇자 적어보련다.

 

군대나 무력을 수반하는 경찰은 궁극적으로 없어져야 할 집단이다. 그 군대 등이 속한 경계 밖의 그 무엇을 죽이고 파괴하기 위해 존재하며, 그 경계 안에서도 그런 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이 군대 등이라면, 당연히 존재하지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존재해야 한다면, 외부의 침략을 막아내는 등 최소한의 방어기제로서 작동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구성원들도 같은 사회에서 동떨어져서는 안되며 같은 흐름 속에서 고민하고 살아가게끔 만들어 주어야 한다. 

 

91년에 시위진압에 동원되었던 전경이나 의경들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시위 진압을 거부한 일이 있었다(물론 그 이전에도 있었다. 그 흐름은 양심적 병역 거부와도 관련이 있을 게다). 법원은 그들에게 유죄를 선고했지만, 난 그들을 지지했다. 만인을 위한 공권력이 아니라 권력의 주구(走拘)가 되어 버린 공권력의 일개 구성원이 되길 국가가 강요한다면, 그런 강요는 거부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은 용인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간혹 집회에 가서 의경들과 대화해 보면, 그들은 왜 자기들이 그 자리에 서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거나, 이런 일 하는 줄 몰랐다고 하면서, 서로 충돌이 크지 않았으면 한다고 하소연한다. 그렇지만,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은 곧 시위대를 진압 대상(적)으로 간주하는 선임병들이나 경찰 간부의 명령에 따라 무자비한 폭력을 일삼는다. 그 다음에는, 시위대의 폭력을 방어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항변한다....그러니 심하게 말하면 그들은 말하는 기계에 불과하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받아들이고 거부할 수 있는 어떠한 권리도 주어져 있지 않고, 복종할 의무만이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들을 그렇게 만들어 버린 책임은 정부에 있다. 그들의 힘을 빌어 뭔가를 숨기고 지키려는 사람들에게 있다. 그런데, 싼값에 그만큼 써먹을 만한 집단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생각하면 의경 제도는 아주 그들에게는 가치있는 제도일 지 모르나, 의경들이나 그들을 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존재 가치가 매우 크다고 생각하지 않을 게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꿍딱꿍딱 밀어 붙이고 저항하면 이미 결정된 것이고 돈 들어갔으니 어쩔 수 없다고만 하지 않으면, 뒤로 구린 짓 하면서 떳떳한 척 하지 않으면, 의경들이 나와서 그렇게 미친 짓을 하지 않아도 될 게다. 

 

여하둥둥.....모두 다 그렇다 치고, 그래도 의경 제도를 두어야 한다면, 의경들도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으며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해야 한다. 그것도 못하겠다고 하면, 적어도 그들도 최소한 누려야 할 권리는 누리게 해 줘야 한다. 그들을 맞닥뜨려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좁은 차 안에서 처치 곤란한 잔반 다 먹어 치워야 하는 고생을 하게 만든 대상을 그들이 잘못 짚었을 때(내가 보기에 대부분은 잘못 짚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을 통제하기 어렵게 되며 또 그 결과는 얼마나 참혹할까 하는 점도 함께 지적하고 싶다. 2001년 대우자동차 노조원을 상대로 한 집단 난동이 그것을 말해 준다(그보다 규모는 작지만, 늘상 벌어지는 폭력도 마찬가지다).

 

몇자만 적어 보려 했는데, 길었다.

 

며칠 전 청와대 앞길 길목에 앉아 있는 의경들을 보았다. 방패 하나를 둘이 깔고 앉아 있었다. 처음에는 나무 그늘이라고 해서 그 자리에 앉아 있었나 보다. 그러나, 해가 자리를 옮겨서 따가운 햇볕이 그들 머리를 뜨겁게 만들었다. 제일 앞쪽에 앉은 둘은 자세가 곧고 뒤로 물러앉질 못하는 걸 보니, 후임병들이었나 보다. 모자도 쓰지 않은 채 딸 대신 며느리를 내보낸다는 가을 햇볕 아래 그대로 앉아 있는 그들.....

 

난, 특히 자원 입대하여 시위진압에 동원된 의경들을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잔반을 먹어 치우고 선임병들에게 맞아 터지고, 햇볕 아래에서 발갛게 얼굴이 달아올라도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들의 존재 자체가 가지는 모순...뭐...그런 걸 다 떠나서 그들도 사람이다. 사회에서 그렇게 대우받아서는 안된다고 한 정도만큼 그들도 대우를 받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정신도 몸도 오도가도 못할 곳에 그들을 세워놓고 힘들게 하는 그들의 상관과 그들을 이용하는 자들과 그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가 싫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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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4-10-22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추천

숨은아이 2004-10-22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명한 산책님, 고맙습니다. 제 옆지기는 거리 집회에 나가면 꼭 가장자리, 전경이나 의경들 있는 곳에 가서 당신들 여기에 왜 나왔느냐, 지금 무엇 때문에 사람들이 모인 줄 아느냐, 당신이 사회 나오면 어떤 현실에 부딪혀야 하는지 아느냐 등등... 설교를 한답니다. ^^;;;

아영엄마 2004-10-22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하고 갈께요.. 의경들도 할 짓이 아니다 싶으면서도 결국 무력진압을 하게 되는 것은 위에서 아무 생각없이 방망이를 휘두르도록 짖누르는게 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그 젊은 사람들의 양심도 짖눌려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닌지....

숨은아이 2004-10-22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양심도 짓눌리고, 또 권위에 의한 정신적 육체적 폭력에 무뎌지고... 무서운 일이죠...

깍두기 2004-10-22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 아이님 옆지기님은 참 재밌는 분이신것 같아요(전경에게 설교를....^^)

숨은아이 2004-10-22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일이긴 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는 무서워서 뒤에서 팔을 잡아끌곤 했답니다. 제발 대열로 돌아가자고... 지금은 별로 무섭진 않지만, 의경들하고 눈 마주치는 것이 민망해서... ^^ 저보다는 제 옆지기가 이 땅의 젊은이들을 더 아끼고 사랑하나 봅니다. ㅎㅎ

숨은아이 2004-10-25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 고맙습니다.

숨은아이 2004-10-25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글쵸? 우리 사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