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 대신에 꽃을 주세요 1 - 써니의 소원
요 쇼메이 그림, 야나세 후사코 글, 송승희.선곡유화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언젠가 TV에서 지뢰 때문에 다친 이들 소식을 보았습니다. 그 전에는, 지뢰는 정말 다른 나라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캄보디아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지뢰에 팔이나 다리를 잃은 아이들을 슬퍼하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땅에는 지금, 108만여 개나 되는 대인지뢰(그러니까 사람이 살짝 건드리기만 하면 터져서 발목, 혹은 무릎 아래를 날려버리거나 목숨까지 앗아가는)가 묻혀 있다고 합니다. 삼팔선 근방은 아마 그럴 것이라고요? 대인지뢰 3만 3000여 개는 서울, 부산, 인천, 울산 등 후방 지역에 묻혀 있답니다.

지뢰란 전쟁터에서 적의 접근을 막기 위해 심는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헬기 따위로 무차별 살포하는가 하면, 옛 유고 연방 지역에는 과자, 아이스크림, 장난감 헬리콥터처럼 생긴 지뢰도 있었다고 합니다. 일부러 아이들을 노린 겁니다...

국제대인지뢰금지캠페인(ICBL)의 한국 지부인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KCBL)가 한국의 대인지뢰 실태를 확인하고 제거할 것을 청하자, 군에서는 2006년까지 후방의 대인지뢰를 모두 없애겠다고 약속했는데, 2003년에는 글쎄 김포의 한 부대가 지뢰도 제거하지 않은 채 흙을 통째로 퍼다가 한강 둔치에 쌓아놨다는군요.

우리나라엔 여름에 큰비가 내려, 지뢰가 떠내려가는 경우가 많아, 물놀이나 낚시를 하던 사람이 지뢰 사고를 당하기도 한답니다. 요즘 지뢰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가볍고, 금속탐지기로도 찾아내기 어렵대요!

그리고 지뢰를 제거하려면 어디에 지뢰가 묻혔는지 알아야 할 텐데, 6.25 때 미군이 무차별 살포하면서 지뢰 매설 지도를 작성하지 않거나 작성한 다음 잃어버려, 어디에 지뢰가 있는지 모르는 ‘미확인지뢰지대’가 여의도 면적의 23배나 된다고 합니다.

ICBL이 국제적으로 활발히 활동한 덕분에 지뢰 사용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일었습니다. 1996년에는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이 1999년까지 일반형 대인지뢰를 모두 파기하고, 전지가 다하거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저절로 기능을 잃는 지뢰만을 쓰기로 하겠다고 했는데, 단서 조항이 있습니다. “단, 한반도는 예외.”

우리에게는 전쟁이 참 먼 이야기만 같은데, 그것은 착각이었습니다. 한국은 위험한 지뢰 지대입니다.  우리가 모른다고 해서, 사실이 아닌 건 아니지요. 실은, 모르기 때문에 더욱 무서운 사실인지도.

대한민국 정부는 2001년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CCW)에 가입했습니다. 이 조약은 대인지뢰와 X선 조사기로 탐지할 수 없는 지뢰, 소이탄, 레이저 실명 무기 사용을 금지하고, 500미터 이상 거리에 떨어뜨리는 대인지뢰에는 자동폭발·자동무능화 장치를 달도록 합니다. 그리고 비회원국에 지뢰와 관련 기술을 넘겨주지 못하도록 하지요. 그러나 “정부는 한반도 안보상황을 고려해 보유지뢰와 매설지뢰를 각각 4년과 10년 내 폐기토록 한 오타와협약에는 대인지뢰 대체 수단이 개발될 때까지 가입을 보류”했답니다. 지금 있는 지뢰를 없애지 않고서 금지협약에 가입한들 무슨 소용이 있나요!

지금까지 쓴 것은 [지뢰 대신에 꽃을 주세요]라는 아름다운 그림책의 뒤에, “어른들이 읽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세요” 하고 실린 해설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지뢰 대신에 꽃을 주세요]는 평화를 말하는 그림책입니다. 여기서 감색 귀를 늘어뜨린 하얀 토끼 써니는 “국경”을 만나고(실제로 땅에 무슨 선이 그어진 것도 아닌데 새들은 오갈 수 있으나 사람은 다닐 수 없는), 지뢰 때문에 다친 사람을 만나고, 이 책을 읽는 우리에게 지뢰 대신 꽃을 심자고 손을 내밉니다. 이 책 한 권만으로도 지뢰밭 3평이 꽃밭으로 바뀔 수 있다는군요.

“써니의 소원”이라는 부제를 단 [지뢰 대신에 꽃을 주세요 1]은 [고마워요, 지뢰 대신에 꽃을 주세요 2]라는 책과 함께 나왔습니다. 뒷책은 부제가 “써니의 꿈”이에요.

[지뢰 대신에 꽃을 주세요 1]에서는 함께하는 마음을 보여주었고, [고마워요, 지뢰 대신에 꽃을 주세요 2]에서는 많은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국제대인지뢰금지캠페인의 활동도 이야기합니다. 어렵지 않게, 고운 그림으로요. 잔잔한 그림은 사실적이지 않아서, 연민과 희망만을 찬란하게 보여줍니다. 화면 가득 수놓은, 푸른 지구의 모습으로.

이들 두 책은 1996년 일본에서 처음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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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10-23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보고 싶었는데... 리뷰 잘 읽었습니다.

숨은아이 2004-10-25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자체에 대한 리뷰보담은 지뢰에 관한 정보만 주로 이야기했네요. ^^

비로그인 2004-10-26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뢰 정보, 좋았어요. 저 통 몰랐거든요.

숨은아이 2004-10-26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내가 살고 있는 땅인데도 그 땅에 관해 모르는 게 많아요, 그죠?

비로그인 2004-10-27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리고 다방면에 걸친 숨은아이님의 문제의식도 새삼 놀라웠는데, 숨은아이님에 대해서도 모르는 게 많은 거 같아요. ^^

숨은아이 2004-10-27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야 뭐 그냥 이리 기웃 저리 기웃...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