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이런 글귀로 시작합니다.
  "때로는 하루가 시작되어도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
   다음 면에는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모든 것이 점점 더 나빠지기만 합니다"
  우울한 건 바로 이런 것, 이라는 듯이, 다소 몽환적인 그림과 함께 이어지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읽는이를 더욱 우울하게 합니다. 그렇게 우울의 밑바닥까지 끌어내렸다가, 살짝 바닥을 쳐주는 책입니다. 살짝 웃음 짓게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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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들은 책에 공자의 이름이 나오면 함부로 볼 수 없다 하여 그 부분을 종이로 가리고, 부를 때도 함부로 부를 수 없다 하여 “모(某)”라고 했다.

***

山南曰陽   산의 남쪽을 ‘양’이라 한다.
水北曰陽   물의 북쪽을 ‘양’이라 한다.

왜 산의 남쪽, 물의 북쪽을 양이라 한다는 걸까?
양(陽)이란 해를 많이 받는 언덕바지(언덕 阝 + 해 日 + 햇살 勿)를 뜻하고,
음(陰)이란 언덕의 응달을 가리킨다.

해는 남쪽에서 비추므로 산에서는 남쪽 비탈이 햇볕을 많이 받고,




물가에서는 북쪽 두둑이 해를 많이 받기 때문이다.



음과 양은 서로 기대는(待對) 관계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쌍방을 존중하는 관계가 원래 유가다운 것이다. 본래 유가에서는 효(孝)와 자(慈)를 똑같이 강조하고, 효만 강요하지 않는다.

***

옛날 초(楚)나라 사람 변화(卞和)가 곤강(崑岡)이란 산에서 옥박(玉璞 : 아직 다듬지 않은 옥의 원석)을 가져다 왕에게 바쳤다. 왕은 감히 돌을 바친다며 변화를 월형(刖刑 : 한쪽 발뒤꿈치를 자르는 형벌)에 처했다. 왕이 죽은 뒤 변화가 이 옥을 무왕에게 바치니, 무왕은 변화의 나머지 한쪽 발을 월형에 처했다. 무왕에 이어 문왕이 즉위하자 변화가 다시 이 옥을 바치니, 문왕은 옥을 받아들여 잘 다듬으라고 했다. 이리하여 보물을 얻게 되었으니, 이 보물을 화씨벽(和氏璧 : 화씨, 곧 변화의 옥이란 뜻. = 화씨지벽和氏之璧)이라 했다.

* 화씨지벽(和氏之璧) 「명」 '수후지주'와 같이 천하의 귀중한 보배라는 뜻으로, 뛰어난 인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표준국어대사전.*

초나라 왕이 북쪽 조(趙)나라에 화씨지벽을 주고 미녀를 데려왔다. 이에 서쪽의 강대국 진(秦)나라에서는 조나라에, 성 50개를 줄 테니 이 구슬을 달라고 했다. 조나라는 제의를 거절하면 진나라가 당장 쳐들어올 테고, 화씨지벽을 넘겨주면 그냥 빼앗아버릴 게 뻔했기 때문에 고심하다가, 인상여(藺相如)라는 사람을 보내 일을 해결토록 했다. 인상여가 사신으로 진나라에 가서 구슬을 바치자, 진나라 왕은 보고 감탄하기만 할 뿐 약속한 50개 성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내비치지 않았다. 이에 인상여는 조용히 말했다.
"전하, 그 화씨지벽에는 흠집이 있습니다. 이리 주시면 알려드리겠나이다."
왕이 무심코 화씨지벽을 건네주자 인상여는 그것을 손에 들고 말했다.
"전하께서 약속하신 성을 넘겨주실 때까지 이 화씨지벽은 소생이 갖고 있겠습니다. 만약 안 된다고 하시면 제 머리와 함께 이 구슬을 기둥에 부딪쳐 깨뜨리고 말겠사옵니다."
이에 화씨지벽이 깨질까 두려워한 진나라 왕은 약속을 지켰다. 진나라에서는 이 옥으로 옥새를 만들었다 한다.

이로써 화씨지벽을 온전히 지켜냈다는 뜻으로 “완벽(完璧)”이란 말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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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제 서재에서 이벤트가 벌어진 시각, 저는 모임 사람들과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世界の中心で, 愛をさけぶ)]를 보았습니다. 무슨 영화인지도 모르고 보러 갔는데, 첫사랑, 예쁘고 완벽한 여주인공, 백혈병에 운명 같은 우연에... 뭐... 있을 것 다 있더군요. 게다가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쳐? 저 시건방진 제목이라니. 중반 넘어서까지, 닭살 돋아서 미치겠네, 그래두 [몽중인]보다는 낫잖아 하며 견뎠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뻔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다 생각하는데도, 눈물이 흘렀답니다! 저만이 아니고, 다른 관객들도 훌쩍이더군요. --;;; 전 순전히, 고등학생 시절의 사쿠를 연기한, 촌스러운 소년의 소박하고도 진솔한, 그 표정 때문이었어요. 바로 얩니다. ^^




사쿠가 무균실 차단막에 혼인서약서를 갖다 대는 장면이 가장 좋았는데, 그 장면 사진을 찾지 못했네요. 꿩 대신 닭으로 이 사진을... 섬, 바다, 그리고 호주의 우룰루 풍광까지, 영화 속 풍경은 아름답습니다.




영화의 원작인 가타야마 쿄히치의 소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2001년 4월, 일본에 처음 발간된 당시만 하더라도 주요 서평란에 한번도 소개되지 못한 채 자칫하면 그대로 서점의 책장에 묻혀버릴 운명이었다”고 합니다. 책은 안 읽었지만, 그럴만하다고 생각합니다. --;;;

각본 감독은 [Go]를 연출했던 유키사다 이사오 Isao Yukisada. 어른이 된 사쿠타로는 오오사와 타카오 大澤たかお.

어른이 된 리츠코는 시바사키 코우 Kou Shibasaki.  [Go]와 [배틀 로얄]에도 나왔던 그 배우지요. 더 예뻐졌군요. ^^ 아래 사진.




아키(堊紀)는 나가사와 마사미 Masami Nagasawa. 그리고 이 영화의 진정한 백미, 고등학생 시절의 사쿠타로(朔太郞)는 모리야마 미라이 森山 未來 MIRAI MORIYAMA!


사쿠와 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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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4-10-29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 사진을 잘 골랐다는 말씀이신가요? *.*

물만두 2004-10-30 0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문해주세요. 님까지 원하시는 거 받으실 수 있습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4-10-30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픈 영화라는 말이군요. 그럼 보고 싶은 생각이 좀 드는데요.
그런데 숨은아이님, 저 늙었나봐요. 이렇게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별로 와닿지 않는 걸 보면... 예전에 화양연화를 보면서는 팍팍 와닿는 느낌이었는데 그러면서도 순간 얼굴 붉어지는 거예요. 와~ 내가 이제 정말 중년이 되나보다, 하구요... ^^

2004-10-30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4-10-30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 님 서재에 남겼습니다. 제가 좀 늦었죠. 호호, 어제는 책을 선물하고 오늘은 받고, 좋으네요.
이안님 : 저도 슬프기는 했는데요, 정서에 안 맞아설랑 낯간지러워 혼났다니까요. ^^ 그런데 예쁜 경치가 많아서, 그럭저럭 볼만은 해요. 그리구, 저는 왜 촌스러운 남자애가 좋은 걸까요. --;

숨은아이 2004-11-03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 호호... 제가 일케 사진을 잘 찍으면 얼매나 좋겠습니까!
 

많이 배운 놈들은 역시 밥맛이야.. 2004/10/28 11:58

 

 

내 지론이다.

 

물론, 예외가 있다는 말을 꼭 뒤에 달아야 하지만.

 

 

대한민국이 어떠한가를 배워버린 놈들은,

 

대한민국에서 살아남는 법을 이미 알아 버렸다.

 

 

그래도 많이 배웠는데 뭐라도 다르겠지.

 

그런 희망섞인 기대가 낸들 왜 없었겠는가.

 

(지금은 그런 기대 하지 않는다) 

 

 

그래, 다르다.

 

확실히 다르다.

 

무엇이 다른가.

 

언제 어디로 어떻게 빠져 나가야 할 지를 아는 게 다르다.

 

언제 어디서든지 자기의 변신을 합리화할 줄 아는 게 다르다.

 

그러고도 당당하고 뻔뻔함이 다르다.

 

 

정치판, 문학판, 사상판, 노동판, 어디서나.

 


   마주보며말하기 2004/10/28

이 글은 어디까지나
세상고민 다 해결할 사명을 안고 살았다고 자위하는 자,
그리고 그 "왕년"을 들먹이는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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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4-10-29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옳소

숨은아이 2004-10-29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말이 좀... 폭력적이죠? ^^

반딧불,, 2004-10-30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정말 어찌 빠져나가는 지를 아는 이들 참 싫습니다
저도 양호합니다.
시원하군요.

릴케 현상 2004-10-30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외가 있다는 말을 뒤에 붙이는 게 오히려 너절한 각주이지 않을까요.
아니 오히려 정말 예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다리가 너무 후들거려서 못 빠져나가는 사람은 가끔 있겠지만...

숨은아이 2004-10-30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받아주셔서 고맙습니다. ^^ 저도 그런 "배운 놈"이 되지 말아야 할 텐데요.
 

영화 [파업전야] 2004/10/26 18:58

 

 


 

 

 

90년 이었을 게다.

 

내가 다니던 학교 대강당에서 이 영화를 상영하기로 했고, 난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결국 난 처음부터 끝까지 이 영화를 보지 못했지.

 

이유 ? 딱정벌레들( ??? 아 ! 경찰)하고 치고 박고 싸우느라고. 영화 시작하자 마자 졸라 뛰어 올라오더만, 직격탄을 쏴대면서, 돌 던지고 쇠파이프 흔들며 떼거지로 몰려들더만. 그렇게 밖에서는 싸우고 대강당 안에서는 필림이 돌아갔었지. 전남대 같은 경우에는 헬기까지 동원되었고, 학교 담벼락을 불도저로 밀어버렸을 정도였고. 노조, 학교, 단체를 가리지 않았었지.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헌법 법전에나 있는 이야기고, 그 잘난 판사들은 수색영장, 압수영장을 남발해댔으며, 검찰은 그걸 들고 설쳐댔지. 그런 그들이 어쩌면 대법관이 되고, 헌재 재판관이 되었을 지도 몰라. 그런 그들이 말야. 그러니, 무조건 법전과 법원의 판결에 복종하는 것이 법치주의라는 말이 어쩌면 그들에게는 면피 수단이 아니냔 말야.

 

지금은 웬만한 영화는 만드는 족족 다 극장에서 볼 수 있지만, 그 때만 해도 내용이 불순하다고 해서(사실은 정치권력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아예 만드는 것 자체를 금지시켰지. 필름을 압수하려고 상영을 막으려고 지랄 발광을 했었지.

 

내용 ? 공장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가는 이야기. 파업에 이르는 이야기. 고등학교 사회과목 같은 데서 나오는 이야기지. 노동3권.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헌법 제33조 제1항 "모든 노동자는 노동3권을 가진다" 참 ! 그것은 헌법 법전에만 있는 얘기였지~ 깜박했군.

 

휘 휘 휘 휘파람~~~

누구나 아는 북한 가요.

그 노래 처음 대학가에 나올 때는 국가보안법 위반. 찬양고무죄. 그 노래가 왜 찬양고무인지 모르겠지만, 암튼 그렇대. 한반도기 걸려고 하면 또 딱정벌레들이 들이닥쳤지. 역시 찬양고무죄. 지금은 버젓이 공중파 타고 누구나 아무렇지 않게 손에 들고 다니지만 말야.

 

지금 맘껏 노래를 부르고, 맘껏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지만, 그게 예전에는 불가능했지.

 

지나간 얘기는 이제 여기서 그만 두고.

 

그렇지만 이말은 꼭 하고 싶다.

 

영화나 음반 사전 검열 폐지를 위해 형사처벌을 감수하고 노력한 사람들. 그들이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자유를 감히 누리기나 했을까 ?

 

적어도 난, 나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누리는 자유가, 누군가의 엄청난 희생과 노력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한번쯤이라도 기억해 주었으면 해. 그들이 보상받으려고 칭찬받으려고 그리 했을 리가 없지만 말야.

 

세상 참 좋아졌다. 내가 이런 말 할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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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4-10-27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 포스터 오랫만이네요. 저 뒤쪽의 아저씨가 프락치가 되어분 내용이 있던거였지요? 기억이 가물가물... 저 아저씨와 울 학교 선배가 정말 닮아서 우리 학교에서 알만한 사람들에겐 인기짱아, 글고 이건 딴 얘긴데요, 북한영화 상영할 당시 전경이 학내로 진입했는데 그 무식한 것들이 학교 도서관에 최루탄을 쏴버려서 세상일과는 담을 쌓고 공부만 하던 벌레들이 들고 일어나 결국 전경들이 밀렸다는 ...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졌었지요. ^^

릴케 현상 2004-10-27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업전야 감독은 나중에 동구권에 유학갔다 와서 '접속'을 만들었대죠? 파업전야 재밌었는데... 저는 편안하게 동아리 방에서 비디오로 봤습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4-10-27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파업전야를 위험 무릅써가며 봐야 했던 때가 있었지요. 지금은 전경들과 대치해야 하는 영화 상영이라는 게 기이한 일이 되었지만, 글쓰신 이 지적대로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란 걸 잊으면 안 되겠지요...

로드무비 2004-10-27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연대에 혼자 가서 봤어요.
줄이 장난이 아니었는데......

숨은아이 2004-10-27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사실 도서관 철야농성 때 상영하는 걸 보지 않고 자버린 기억이... (^^)a. 많은 분이 고생해서 얻어낸, 요만큼 되는 표현의 자유를 누구보다 의기양양 누리고 있는 게 누군가 생각하면... 조금 속이 쓰립니다.

urblue 2004-10-27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명성만 듣고 볼 기회가 없었네요.

숨은아이 2004-10-27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소규모 영화제 같은 데서 아직도 가끔 하더라구요. / 이게 왜 "머무른 길에 돌아보다"에 있었지... 제 옆지기가 쓴 글입니다.

superfrog 2004-10-27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연대에 친구랑 둘이서 갔다가 줄 서 있던 다른 학교 선배들이 너넨 겁도 없이 둘이서 왔냐.. 어쩌냐.. 했다가 나중에 학교에서 상영할 때는 백골단이 학교에 난입하고-난입했다고 또 16층 꼭대기에서 한다고 해서 줄서서 올라가다가 다시 지하 학생식당에서 한다고 해서 또 내려가는 난리뻐꾸기를 하고;;-그 와중에 풍물패에서 단체로 보초를 선 지금 남편은 뒷모습이 사진으로 찍혀 '학원을 지키는 전사'라는 제목을 달고 대동제 때 전시되기도 했던 참.. 여러 추억이 얽힌 영화로군요..ㅎㅎㅎ

숨은아이 2004-10-27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새 금붕어님이 오셨네. 이 영화에 얽힌 추억을 많이들 가지고 계시는군요. 빙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