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업전야] 2004/10/26 18:58

 

 


 

 

 

90년 이었을 게다.

 

내가 다니던 학교 대강당에서 이 영화를 상영하기로 했고, 난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결국 난 처음부터 끝까지 이 영화를 보지 못했지.

 

이유 ? 딱정벌레들( ??? 아 ! 경찰)하고 치고 박고 싸우느라고. 영화 시작하자 마자 졸라 뛰어 올라오더만, 직격탄을 쏴대면서, 돌 던지고 쇠파이프 흔들며 떼거지로 몰려들더만. 그렇게 밖에서는 싸우고 대강당 안에서는 필림이 돌아갔었지. 전남대 같은 경우에는 헬기까지 동원되었고, 학교 담벼락을 불도저로 밀어버렸을 정도였고. 노조, 학교, 단체를 가리지 않았었지.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헌법 법전에나 있는 이야기고, 그 잘난 판사들은 수색영장, 압수영장을 남발해댔으며, 검찰은 그걸 들고 설쳐댔지. 그런 그들이 어쩌면 대법관이 되고, 헌재 재판관이 되었을 지도 몰라. 그런 그들이 말야. 그러니, 무조건 법전과 법원의 판결에 복종하는 것이 법치주의라는 말이 어쩌면 그들에게는 면피 수단이 아니냔 말야.

 

지금은 웬만한 영화는 만드는 족족 다 극장에서 볼 수 있지만, 그 때만 해도 내용이 불순하다고 해서(사실은 정치권력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아예 만드는 것 자체를 금지시켰지. 필름을 압수하려고 상영을 막으려고 지랄 발광을 했었지.

 

내용 ? 공장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가는 이야기. 파업에 이르는 이야기. 고등학교 사회과목 같은 데서 나오는 이야기지. 노동3권.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헌법 제33조 제1항 "모든 노동자는 노동3권을 가진다" 참 ! 그것은 헌법 법전에만 있는 얘기였지~ 깜박했군.

 

휘 휘 휘 휘파람~~~

누구나 아는 북한 가요.

그 노래 처음 대학가에 나올 때는 국가보안법 위반. 찬양고무죄. 그 노래가 왜 찬양고무인지 모르겠지만, 암튼 그렇대. 한반도기 걸려고 하면 또 딱정벌레들이 들이닥쳤지. 역시 찬양고무죄. 지금은 버젓이 공중파 타고 누구나 아무렇지 않게 손에 들고 다니지만 말야.

 

지금 맘껏 노래를 부르고, 맘껏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지만, 그게 예전에는 불가능했지.

 

지나간 얘기는 이제 여기서 그만 두고.

 

그렇지만 이말은 꼭 하고 싶다.

 

영화나 음반 사전 검열 폐지를 위해 형사처벌을 감수하고 노력한 사람들. 그들이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자유를 감히 누리기나 했을까 ?

 

적어도 난, 나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누리는 자유가, 누군가의 엄청난 희생과 노력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한번쯤이라도 기억해 주었으면 해. 그들이 보상받으려고 칭찬받으려고 그리 했을 리가 없지만 말야.

 

세상 참 좋아졌다. 내가 이런 말 할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chika 2004-10-27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 포스터 오랫만이네요. 저 뒤쪽의 아저씨가 프락치가 되어분 내용이 있던거였지요? 기억이 가물가물... 저 아저씨와 울 학교 선배가 정말 닮아서 우리 학교에서 알만한 사람들에겐 인기짱아, 글고 이건 딴 얘긴데요, 북한영화 상영할 당시 전경이 학내로 진입했는데 그 무식한 것들이 학교 도서관에 최루탄을 쏴버려서 세상일과는 담을 쌓고 공부만 하던 벌레들이 들고 일어나 결국 전경들이 밀렸다는 ...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졌었지요. ^^

릴케 현상 2004-10-27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업전야 감독은 나중에 동구권에 유학갔다 와서 '접속'을 만들었대죠? 파업전야 재밌었는데... 저는 편안하게 동아리 방에서 비디오로 봤습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4-10-27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파업전야를 위험 무릅써가며 봐야 했던 때가 있었지요. 지금은 전경들과 대치해야 하는 영화 상영이라는 게 기이한 일이 되었지만, 글쓰신 이 지적대로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란 걸 잊으면 안 되겠지요...

로드무비 2004-10-27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연대에 혼자 가서 봤어요.
줄이 장난이 아니었는데......

숨은아이 2004-10-27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사실 도서관 철야농성 때 상영하는 걸 보지 않고 자버린 기억이... (^^)a. 많은 분이 고생해서 얻어낸, 요만큼 되는 표현의 자유를 누구보다 의기양양 누리고 있는 게 누군가 생각하면... 조금 속이 쓰립니다.

urblue 2004-10-27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명성만 듣고 볼 기회가 없었네요.

숨은아이 2004-10-27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소규모 영화제 같은 데서 아직도 가끔 하더라구요. / 이게 왜 "머무른 길에 돌아보다"에 있었지... 제 옆지기가 쓴 글입니다.

superfrog 2004-10-27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연대에 친구랑 둘이서 갔다가 줄 서 있던 다른 학교 선배들이 너넨 겁도 없이 둘이서 왔냐.. 어쩌냐.. 했다가 나중에 학교에서 상영할 때는 백골단이 학교에 난입하고-난입했다고 또 16층 꼭대기에서 한다고 해서 줄서서 올라가다가 다시 지하 학생식당에서 한다고 해서 또 내려가는 난리뻐꾸기를 하고;;-그 와중에 풍물패에서 단체로 보초를 선 지금 남편은 뒷모습이 사진으로 찍혀 '학원을 지키는 전사'라는 제목을 달고 대동제 때 전시되기도 했던 참.. 여러 추억이 얽힌 영화로군요..ㅎㅎㅎ

숨은아이 2004-10-27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새 금붕어님이 오셨네. 이 영화에 얽힌 추억을 많이들 가지고 계시는군요. 빙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