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비준안 국회 상임위 통과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로 향하던 농민이 몰고 가던 차량을 경찰이 망치로 부쉈다. 차유리에 '폭력경찰이 망치로 부쉼'이라고 적혀 있다. 오마이뉴스에서 윤성효 기자 기사에서 [펌]]
거의 대부분의 시위 현장에서 경찰은 절대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다만, 과격한 시위를 막다 보니 약간의 불상사가 있었다고 말한다. 결국 과격한 시위 때문이 원인이라고 말한다. 또한 그 책임은 젊음을 억제하지 못한 의경 또는 전경에게 있다고 말한다. 즉 경찰관들은 책임없고 의경 등이 제대로 진압수칙을 지키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여기서 시위대 책임이냐 경찰 책임이냐를 말하지는 않겠다. 경찰이나 군대가 있게 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말로 그 답을 대신한다. 그리고 경찰이나 군대가 그 동안 어떤 일을 했는지를 보았으면 하는 말도 덧붙이면서 말이다. 그것은 이곳 대한민국에서만의 일은 아니다. 군대나 경찰 그것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마찬가지였다. 다만 이것 하나는 말하고 넘어가자. 자꾸 의경 또는 전경에게만 책임 돌리는 것은 제 얼굴에 침 뱉는 거다. 계속해서 그런 일이 있는데도 왜 제대로 하도록 만들지 못하냐 이 말이다. 무슨 자랑이라고 계속 같은 핑계를 대는지.
아무튼 아무리 그것이 불법이라 딱지를 붙일만한 일이라 해서시위 용품이나 시위대가 소유한 물건을 파손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러나 난 그런 일을 정말 수도 없이 봐 왔다. 건물 안에 들어와서는 컴퓨터, 유리창, 책상 등을 다 부시질 않나, 아무 관련 없는 물건들도 집어가거나 깨버리질 않나, 시위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차량, 음향기기 등을 두들겨 깨려 하질 않나...참 엿 같은 경험이었다.
대부분의 시위는 그 목적이 그렇게 비난받을 만한 것이 아니라고 난 생각한다. 그것이 비록 정권이나 자본, 그리고 가진 자들이나 또 아무 생각도 없는 사람들로부터 비난받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시위를 자세히 들어보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에게 주어진 양심과 사상, 사회 정치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의견과 그것을 보여줄 행동의 자유의 표현일 뿐이다. 그에 대해 다른 관점에서 비난하고 비판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생각을 해서도 안 된다. 그런데 경찰은 어떤가 ?
경찰은 집회 시위를 통제하거나 제한하거나 또는 금지해야 한다는 사고로 꽉 짜여진 것 같다. 그 사고는 경찰이 주도하여 만든 현행 집시법을 보면 쉽게 알 수 있고, 실제 경찰서에 가서 집회신고를 하러 가면 경찰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난 집시법에 대한
사람들의 무지를 이용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적도 있다. 일몰 이후(야간), 일출 이전 집회는 안 된다 ? 대사관 앞은 안 된다 ? 주요 도로 행진은 안 된다 ? 주거 지역이라 안 된다 ? 학교가 있어서 안 된다 ? 다른 단체가 신고 되었으니 무조건 안 된다 ? 전력이 있어서 안 된다 ? 이는 집시법을 제멋대로 해석하거나 의도적으로 잘못 말한 것일 뿐, 정확히 따져보면 절대 그렇게만 해석될 근거는 없다.
다음으로 국가는 의무 복부라는 이름으로 전경 또는 의경을 시위 진압에 사용하여, 강제노동을 시키고 있다. 이는 이미 국제노동기구에서 지적받은 것이고 노동부도 이를 인정하고 있는 바이나, 오로지 국가의 필요에 따라 그들을 도구로 계속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오로지 복종만이 있다. 어린 그들은 어쩔 수 없다고 시키니까 그런 거라고 말하지만(물론 그렇지 않는 애들도 있다. 저게 인간이야 싶을 정도로 시위대를 공격하는, 겁이 나도 그럴 때는 나도 살의를 느낄 정도다) 어쩔 수 없어도 따르게 만들어 버리는 것. 참 잔인한 일이다. 국가는 피해간다. 젊은 그들이 어쩌다 실수한 것이라고 하면 그만이니까. 책임을 져도 그들이 지면 그만이니까. 얼마나 좋은가 ? 동정도 얻을 수 있다. 그들도 시위대들의 친구이자 자식인데 어찌 그럴 수 있냐면서 떠들어 대던 말. 우습지만 참 잘 먹혀들어간 말 아니던가 ? 서로를 다치게 하게 만든 자들은 뒤에 숨어 있는데도 그들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거나 그런 자들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도 없으면서 말이다.
아무튼, 앞서 말한 대로 경찰이 시위대 차량을 방패나 곤봉, 그리고 도끼(아마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운송하역노조가 파업할 때 여의도에서 레미콘 차량을 도끼로 부수고 다녔던 게 바로 경찰이다. 영등포 경찰서였을 것이다. 정당한 공무집행이라고 강변하던 초급간부의 말에 치를 떨었었다), 망치로 부수고, 음향기구 나 현수막을 부수고 찢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비록 시위 현장에 있는 것이지만, 그것은 또한 누군가의 소유이다. 그들이 설사 불법한 시위라는 평가를 받는 행동을 했더라도 그것들은 온전히 보존되어야 하는 것들이다. 거기에 무슨 긴 설명이 필요할까 ?
게다가 이미 그런 것들은 고정되어 있는 것들이어서 그것을 다른 곳으로 이동할 필요가 있으면 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차량을 도로 한 가운데 놓아두면 그것이 도로교통법을 위반하였다고 할 텐데, 그렇다고 그 차량을 망치로 도끼로 부수어 버려야 할 것인가 ? 그런데 왜 저 모양으로 만든단 말인가 ? 위 차량을 부순 것은 전경이라고 한다. 그에 손에 망치를 들려 준 것은 누구인가 ? 그는 어떤 죄책감이라고 느꼈을까 ? 시키니까 그냥 했을까 ? 그렇다면 그는 이 사회에서 어떤 삶은 살아가는 사람이 될까 ? 시키니까 하는 사람을 길러내고 거기에 공권력이라는 거창한 이름까지 붙여준 이 사회는 또 도대체 어떤 빌어먹을 사회이며, 또 앞으로 어떻게 될까 ?
결국 관할 경찰서(부산 강서경찰서)에서 잘못을 시인하고 모두 배상하기로 했단다. 참 파손된 차량은 한두 대가 아니라 십여 대라고 한다. 이번 일은 그렇게 정리되었지만 불행하게도 경찰은 전혀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참 기분이 그렇다. 시위대를 적으로 간주하고 시위진압 훈련을 중심으로 하는 시위진압기동대라는 것이 존속하는 한 말이다.
시위가 많다는 것은 권리 의식이니 하는 것들이 커져서였을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것을 제대로 담아 낼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물리력이 행사되는 시위가 많다는 것은 그것이 아예 없어서 일 것이다. 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노동 분야에서도 그런 시위가 많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법과 제도와 그것을 움직일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고 보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것이 있더라도 운용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하고 있다고 보이지 않을 때도 무척이나 많다. 그래서인지 난 그런 시위에 대해 함부로 비난하지를 못한다. 또한 많이 다치거나 하는 일이 없도록 비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대부분이다. 모쪼록 시위는 경찰과 같은 집단이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그렇게 두어서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경찰 역시 인권 경찰의 모토를 들고 나왔으니 절대 섣불리 어느 한편에 서려고 해서는 안 된다(물론경찰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요구일 수도 있지만).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데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이다. 남더러 이기주의라고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침묵이야말로 가장 큰 이기주의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