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에서는
“자동차 운전대 앞에 달려 뒤쪽을 보는 데 쓰는 거울”,
곧 백미러가 일본에서 만들어진 엉터리 영어인 만큼
뒷거울, 반사거울로 바꿔 쓰자고 한다.

그런데 뒷거울이라 하면 “뒤에 있는 거울”을 연상하게 되지 않을까?
뒤를 보는 거울일 뿐, 사실 거울이 있는 곳은 앞인데 말이다.
사실 모든 거울은 그 거울을 보는 사람의
앞모습과 함께 그 사람의 뒤에 있는 것들을 비춰 보인다. 

반사거울이라는 말도 그런데, 거울이란 게 원래 어떤 형상을 “반사”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반사하지 않는 거울이 어디 있을까?

차라리 그냥 거울, 앞거울이라고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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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5-11-10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사람들은 백미러라는 말 잘 안 쓰던데요. 저도 룸미러라고 합니다만.

숨은아이 2005-11-10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호오, 그렇군요.

stella.K 2005-11-10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면 재미있을텐데...^^

숨은아이 2005-11-10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재밌습니다. ^^

물만두 2005-11-10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릴케 현상 2005-11-10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룸미러는 무슨 뜻이죠?

숨은아이 2005-11-10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 언니/그렇다구요. ^^
산책님/room mirror이니, 아마 실내(차 안)에서 보는 거울이란 뜻이 아닐까요.
 

뗑깡이 일본말인 줄은 알았지만, ‘낑깡’이 그렇듯 그 어감이 귀엽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산도’라는 과자 이름도 좋아하는데,
‘샌드’라는 영어 발음보다 뭔가 좀 오묘하고 독특한 맛이 난다.
감안하다’는 말도 고려하다, 참작하다로 바꿔 쓰라고 하지만,
감안하다는 말의 동글동글한 느낌이 나름대로 좋다.
납득하다’는 말도 이해하다로 바꿔 쓰라고 하는데,
납득했다고 하면 비로소 상대방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뜻 같고,
이해했다고 하면 제대로 잘 알았다는 뜻 같아서 어감이 좀 다르다.
보편적으로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냥 내 느낌이 그렇다.

그런데 아무튼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을 보고
‘뗑깡’이 전간(癲癎)의 일본어 발음임을 알았다.
전간은 간질을 뜻한다.
그러니까 “왜 이렇게 뗑깡을 부려?”라고 하면 “왜 이리 지랄이야!”란 뜻이 된다.
으음... 쓰지 말아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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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1-09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말 안쓴지는 오래되었다네... 다른 말은 그래도 뗑깡은 쓰면 안되지...

panda78 2005-11-09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뗑깡이 그런 뜻이었군요. 안 써야지.. ^^;;

panda78 2005-11-09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 말씀드린다는 게.. ^^;
숨은아이님, 제가 빌린 날개님 만화책도 보실 생각 있으심 같이 부칠까요?
날개님은 괜찮다 하셨던 거 같고..
뭐뭐 있냐면요, 반혼사 전 7권. 천사가 아니야 애장판 전 4권, 고교 데뷔 1-3권. 스테이 1,2권 요렇게 있답니다. ^^

라주미힌 2005-11-09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민지 시대에 썼던, 또는 그 때 들어온 단어들일지라도 이 땅에 쓰여지고 있다면 우리말 아닌가요? 순수 한글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이며 순수성의 정도를 어디까지 봐야 할 것인지 좀 의문이 듭니다. '영어의 탄생'을 읽어보니 영어는 침략국들의 언어 집합체더군요.

일본에 대한 민족정서가 일본에서 건너온 말들에 대한 반감으로 작용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우리가 청산하지 못했던 정치적 문제를 언어에 과도하게 적용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닌지. 납득을 대신할 수 있는 단어가 이해, 참작이라 하지만, 이해 납득 또한 중국에서 건너온 말이 아닌지...

숨은아이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영엄마 2005-11-09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뗑깡 말고 '떼(억지) 쓴다(부린다)'라는 말을 쓰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

숨은아이 2005-11-09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 언니/그 뜻이 "지랄"이라는 걸 알고 나서야 어디 쓰겠어요. ^^
판다님/날개님이 괜찮다고 하셨다면야 저는 좋지요. 오호호호.
라주미힌님/네, 말이란 흐르고 섞이고 바뀌면서 풍성해지는 것이지요. 그런데 한국어가 일본어의 식민지로 되었다가, 또 영어의 식민지 비슷하게 되면서 무슨 문제가 생겼느냐면, 언어가 풍성해지지 않고 도리어 단순화 축소화하는 경향을 띤다는 거예요. 이를테면 "뗑깡"만 해도 상황에 따라 떼, 억지, 투정, 행패 등등 다양하게 쓸 수 있는데, 그다지 뜻도 좋지 않은 "뗑깡"이란 말 때문에 우리 어휘의 폭이 좁아지잖아요. 전 외국어가 들어와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건 자연스럽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감안하다, 납득하다란 말도 좋아하지요. 참작하다, 이해하다와는 좀 다른 미묘한 어감을 살릴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감안하다, 납득하다가 참작하다, 이해하다를 완전히 대체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전 반대할 거예요. 그 낱말이 다른 낱말을 죽이는 셈이 되니까요.
아영엄마님/넹, 그렇습니다. ^^

숨은아이 2005-11-09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라주미힌님, 한 가지 덧붙이자면, 외국어를 들여올 때 저는 일단 우리말로 고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다꽝이 일본에서 들여온 음식이니 그냥 다꽝이라고 해도 되겠지만 그걸 누군가 "단무지"로 바꿨잖아요? 우리말의 요소를 창의적으로 활용해서, 우리말 어휘를 넓힌 것이지요. 가라오케를 노래방으로 바꾼 것도 그렇구요. 요즘 외국에서 생긴 용어를 그냥 외국어 그대로 들여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 개념에 딱 맞는 우리말이 없어서라고 하지만 그건 우리말의 활용 가능성을 미리 포기하는 거예요. 사실 사회, 문화 같은 말도 전엔 없던 한자어인데, society, culture 같은 개념을 어떻게 표현할까 19세기 일본 지식인들이 머리를 싸맨 끝에 번역해낸 거잖아요. 만약 이들이 한자의 활용 가능성을 미리 포기했다면, 지금 우리는 지역 사회를 지역 소사이어티, 전통 문화를 전통 컬처라고 쓰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2005-11-09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주미힌 2005-11-09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번째는 동의합니다.. ^^

언어가 축소되고 단순화 된다는 요인을 저는 다른데서 찾고싶습니다.
'뗑깡'같은 다른 어떤 언어가 들어와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대중매체의 영향력, 정보 네트워크의 대중성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생각되는데요.
가령 요즘 얘들이 인터넷에서 쓰는 용어들의 전파속도를 보면 지역성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표준어가 사투리를 잠식하는 것을 봐도 이것은 외국어 때문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화 전반적으로 획일화, 통합화가 기술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에 대한 반발작용으로 끼리문화, 집단간의 차별성을 내세우기도 하지만, 역시 유행이나 다른 것들을 모방하는 수준이라고 봐요. 저는 그래서 두번째 댓글, 창조적 수용에 동감합니당.. ㅎㅎ

숨은아이 2005-11-09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TV나 인터넷 같은 대중매체의 영향력이 크다는 데 동의합니다. 그리고 도시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률적인 생활을 하게 된 탓도 있고요.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매체를 주로 보니까, 쓰이는 언어가 한정되지요. 그런데 식민지 경험의 영향도 크다고 저는 생각하는 것입니다. 일본어와 일본어로 번역된 영어가 널리 쓰이면서 많은 말을 잃어버렸거든요. 참 아름다운 말들을.
행복나침반님/음, 제가 감안하다는 말을 좋아하긴 하지만, 일본식 한자어를 쓰면 그 뜻이 명확하지 않고 공연히 어려운 말이 되는 경우가 있어요. 이를테면 "대합실" 같은. 일본식 한자어인 대합실이란 말만 들으면 뭐 하는 곳인지 모르겠는데, "대기실"이라고 바꿔 쓰면 아, 기다리는 곳이구나 하고 한눈에 이해되잖아요.

숨은아이 2005-11-09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참 속삭이신 님, 네, 알겠습니다. 하라 히데노리 만화들과 우리들이 돌아가야 할 곳 000은 로**비님께 보내면 되죠? ^^

글샘 2005-11-10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우리 생활에 들어온 일본어가 아직 조금 남아있지만, 그래도 많이 사라졌죠. 너무 순화에만 힘을 쏟을 게 아니라, 우리말의 힘을 제대로 쓸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것만 아름다운 건 아니고, 잡종도 아름답고 혼혈도 아름답고, 남도 나와 꼭같이 아름답단 생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말에 대해서 너무 순결주의를 따지는 건 정신건강에 이롭지 않다고 생각해요.

숨은아이 2005-11-10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귀한 말씀 고맙습니다. 제가 순결주의를 고집하는 건 아니라는 거, 다 아시죠?

숨은아이 2005-11-10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 고마워용.

stella.K 2005-11-10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그렇군요.^^

숨은아이 2005-11-10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요즘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의 일본어에서 온 말 부분을 읽고 있어서, 올리는 페이퍼 내용이 주로 이러네요.

stella.K 2005-11-10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습니다. 많이 올려주셔요.^^

난티나무 2005-11-10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많이 쓰는 말이 바로 '뗑깡'이었는데...ㅠㅠ
떼 쓰지 마라~ 로 잔소리 바꿉니다.^^;;

숨은아이 2005-11-10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고마워요. ^^ 아, 이 책을 올해가 가기 전에 다 읽어치워야 하는데...
난티나무님/^^;;
 



며칠 전 “커튼 뒤의 비밀”을 읽고 쓴 글(http://www.aladin.co.kr/blog/mypaper/763027 )에서, "적어도 여주인공은 [중국앵무새] 쪽이 훨씬 더 멋있었던 것이 분명하다.”고 했는데, 오늘 jedai2000님의 리뷰를 읽다가 다른 생각이 났다.

내가 저렇게 쓴 것은 준 V. 모로우를 여주인공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아니라 이브 듀런드를 여주인공으로 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열여덟 어린 나이에 남편을 떠나 사막과 타국을 떠돌며 꿋꿋이 제 뜻을 굽히지 않고
혼자 힘으로 삶을 꾸려온 여성. 마지막까지 그가 보여준 의연함은, 매우매우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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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말 중의 보옥(寶玉)이요, 말 속의 꽃이요, 말 속의 별이다. - 일석 이희승

○○에 들어갈 말은 뭘까아요?
상품은... 없어요. 에헤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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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1-08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품!!!

날개 2005-11-08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담..

숨은아이 2005-11-08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음, 왜 속삭이신 거야요... 흠, 근데 그것도 검색이 되는군요. 놀라워라... 정답이에요!
만두 언니/움찔. 으, 으음...
날개님/정답이에요. 문제가 쉬웠나봐잉. ^^

조선인 2005-11-08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런 퀴즈를 놓치다니, 괜히 분하네요. 히잉...

숨은아이 2005-11-08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원래 퀴즈는 검색해서 맞히는 거여요, 흠흠.
조선인님/헤헤, 다음에는 상품 있는 퀴즈로 모시죠.

릴케 현상 2005-11-08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칭찬'이라고 쓸려 했는데 정답이 있었군-_-

숨은아이 2005-11-09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폭력경찰이 망치로 부쉼 | 할 말은 하고 살자
2005.11.05

 

 

[쌀 비준안 국회 상임위 통과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로 향하던 농민이 몰고 가던 차량을 경찰이 망치로 부쉈다. 차유리에 '폭력경찰이 망치로 부쉼'이라고 적혀 있다. 오마이뉴스에서 윤성효 기자 기사에서 [펌]]

 

거의 대부분의 시위 현장에서 경찰은 절대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다만, 과격한 시위를 막다 보니 약간의 불상사가 있었다고 말한다. 결국 과격한 시위 때문이 원인이라고 말한다. 또한 그 책임은 젊음을 억제하지 못한 의경 또는 전경에게 있다고 말한다. 즉 경찰관들은 책임없고 의경 등이 제대로 진압수칙을 지키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여기서 시위대 책임이냐 경찰 책임이냐를 말하지는 않겠다. 경찰이나 군대가 있게 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말로 그 답을 대신한다. 그리고 경찰이나 군대가 그 동안 어떤 일을 했는지를 보았으면 하는 말도 덧붙이면서 말이다. 그것은 이곳 대한민국에서만의 일은 아니다. 군대나 경찰 그것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마찬가지였다. 다만 이것 하나는 말하고 넘어가자. 자꾸 의경 또는 전경에게만 책임 돌리는 것은 제 얼굴에 침 뱉는 거다. 계속해서 그런 일이 있는데도 왜 제대로 하도록 만들지 못하냐 이 말이다. 무슨 자랑이라고 계속 같은 핑계를 대는지.


아무튼 아무리 그것이 불법이라 딱지를 붙일만한 일이라 해서시위 용품이나 시위대가 소유한 물건을 파손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러나 난 그런 일을 정말 수도 없이 봐 왔다. 건물 안에 들어와서는 컴퓨터, 유리창, 책상 등을 다 부시질 않나, 아무 관련 없는 물건들도 집어가거나 깨버리질 않나, 시위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차량, 음향기기 등을 두들겨 깨려 하질 않나...참 엿 같은 경험이었다.


대부분의 시위는 그 목적이 그렇게 비난받을 만한 것이 아니라고 난 생각한다. 그것이 비록 정권이나 자본, 그리고 가진 자들이나 또 아무 생각도 없는 사람들로부터 비난받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시위를 자세히 들어보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에게 주어진 양심과 사상, 사회 정치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의견과 그것을 보여줄 행동의 자유의 표현일 뿐이다. 그에 대해 다른 관점에서 비난하고 비판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생각을 해서도 안 된다. 그런데 경찰은 어떤가 ?


경찰은 집회 시위를 통제하거나 제한하거나 또는 금지해야 한다는 사고로 꽉 짜여진 것 같다. 그 사고는 경찰이 주도하여 만든 현행 집시법을 보면 쉽게 알 수 있고, 실제 경찰서에 가서 집회신고를 하러 가면 경찰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난 집시법에 대한

사람들의 무지를 이용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적도 있다. 일몰 이후(야간), 일출 이전 집회는 안 된다 ? 대사관 앞은 안 된다 ? 주요 도로 행진은 안 된다 ? 주거 지역이라 안 된다 ? 학교가 있어서 안 된다 ? 다른 단체가 신고 되었으니 무조건 안 된다 ? 전력이 있어서 안 된다 ? 이는 집시법을 제멋대로 해석하거나 의도적으로 잘못 말한 것일 뿐, 정확히 따져보면 절대 그렇게만 해석될 근거는 없다.


다음으로 국가는 의무 복부라는 이름으로 전경 또는 의경을 시위 진압에 사용하여, 강제노동을 시키고 있다. 이는 이미 국제노동기구에서 지적받은 것이고 노동부도 이를 인정하고 있는 바이나, 오로지 국가의 필요에 따라 그들을 도구로 계속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오로지 복종만이 있다. 어린 그들은 어쩔 수 없다고 시키니까 그런 거라고 말하지만(물론 그렇지 않는 애들도 있다. 저게 인간이야 싶을 정도로 시위대를 공격하는, 겁이 나도 그럴 때는 나도 살의를 느낄 정도다) 어쩔 수 없어도 따르게 만들어 버리는 것. 참 잔인한 일이다. 국가는 피해간다. 젊은 그들이 어쩌다 실수한 것이라고 하면 그만이니까. 책임을 져도 그들이 지면 그만이니까. 얼마나 좋은가 ? 동정도 얻을 수 있다. 그들도 시위대들의 친구이자 자식인데 어찌 그럴 수 있냐면서 떠들어 대던 말. 우습지만 참 잘 먹혀들어간 말 아니던가 ? 서로를 다치게 하게 만든 자들은 뒤에 숨어 있는데도 그들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거나 그런 자들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도 없으면서 말이다.


아무튼, 앞서 말한 대로 경찰이 시위대 차량을 방패나 곤봉, 그리고 도끼(아마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운송하역노조가 파업할 때 여의도에서 레미콘 차량을 도끼로 부수고 다녔던 게 바로 경찰이다. 영등포 경찰서였을 것이다. 정당한 공무집행이라고 강변하던 초급간부의 말에 치를 떨었었다), 망치로 부수고, 음향기구 나 현수막을 부수고 찢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비록 시위 현장에 있는 것이지만, 그것은 또한 누군가의 소유이다. 그들이 설사 불법한 시위라는 평가를 받는 행동을 했더라도 그것들은 온전히 보존되어야 하는 것들이다. 거기에 무슨 긴 설명이 필요할까 ?


게다가 이미 그런 것들은 고정되어 있는 것들이어서 그것을 다른 곳으로 이동할 필요가 있으면 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차량을 도로 한 가운데 놓아두면 그것이 도로교통법을 위반하였다고 할 텐데, 그렇다고 그 차량을 망치로 도끼로 부수어 버려야 할 것인가 ? 그런데 왜 저 모양으로 만든단 말인가 ? 위 차량을 부순 것은 전경이라고 한다. 그에 손에 망치를 들려 준 것은 누구인가 ? 그는 어떤 죄책감이라고 느꼈을까 ? 시키니까 그냥 했을까 ? 그렇다면 그는 이 사회에서 어떤 삶은 살아가는 사람이 될까 ? 시키니까 하는 사람을 길러내고 거기에 공권력이라는 거창한 이름까지 붙여준 이 사회는 또 도대체 어떤 빌어먹을 사회이며, 또 앞으로 어떻게 될까 ?


결국 관할 경찰서(부산 강서경찰서)에서 잘못을 시인하고 모두 배상하기로 했단다. 참 파손된 차량은 한두 대가 아니라 십여 대라고 한다. 이번 일은 그렇게 정리되었지만 불행하게도 경찰은 전혀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참 기분이 그렇다. 시위대를 적으로 간주하고 시위진압 훈련을 중심으로 하는 시위진압기동대라는 것이 존속하는 한 말이다.


시위가 많다는 것은 권리 의식이니 하는 것들이 커져서였을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것을 제대로 담아 낼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물리력이 행사되는 시위가 많다는 것은 그것이 아예 없어서 일 것이다. 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노동 분야에서도 그런 시위가 많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법과 제도와 그것을 움직일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고 보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것이 있더라도 운용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하고 있다고 보이지 않을 때도 무척이나 많다. 그래서인지 난 그런 시위에 대해 함부로 비난하지를 못한다. 또한 많이 다치거나 하는 일이 없도록 비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대부분이다. 모쪼록 시위는 경찰과 같은 집단이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그렇게 두어서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경찰 역시 인권 경찰의 모토를 들고 나왔으니 절대 섣불리 어느 한편에 서려고 해서는 안 된다(물론경찰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요구일 수도 있지만).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데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이다. 남더러 이기주의라고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침묵이야말로 가장 큰 이기주의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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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5-11-08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시위=범죄라는 등식을 이 놈의 국가가 워낙 잘 만들어놔서(제도, 정서, 인식)
저런 짓들을 잘 하는거 같아용..

숨은아이 2005-11-08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서, 인식, 그거 중요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