뗑깡이 일본말인 줄은 알았지만, ‘낑깡’이 그렇듯 그 어감이 귀엽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산도’라는 과자 이름도 좋아하는데,
‘샌드’라는 영어 발음보다 뭔가 좀 오묘하고 독특한 맛이 난다.
감안하다’는 말도 고려하다, 참작하다로 바꿔 쓰라고 하지만,
감안하다는 말의 동글동글한 느낌이 나름대로 좋다.
납득하다’는 말도 이해하다로 바꿔 쓰라고 하는데,
납득했다고 하면 비로소 상대방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뜻 같고,
이해했다고 하면 제대로 잘 알았다는 뜻 같아서 어감이 좀 다르다.
보편적으로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냥 내 느낌이 그렇다.

그런데 아무튼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을 보고
‘뗑깡’이 전간(癲癎)의 일본어 발음임을 알았다.
전간은 간질을 뜻한다.
그러니까 “왜 이렇게 뗑깡을 부려?”라고 하면 “왜 이리 지랄이야!”란 뜻이 된다.
으음... 쓰지 말아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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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1-09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말 안쓴지는 오래되었다네... 다른 말은 그래도 뗑깡은 쓰면 안되지...

panda78 2005-11-09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뗑깡이 그런 뜻이었군요. 안 써야지.. ^^;;

panda78 2005-11-09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 말씀드린다는 게.. ^^;
숨은아이님, 제가 빌린 날개님 만화책도 보실 생각 있으심 같이 부칠까요?
날개님은 괜찮다 하셨던 거 같고..
뭐뭐 있냐면요, 반혼사 전 7권. 천사가 아니야 애장판 전 4권, 고교 데뷔 1-3권. 스테이 1,2권 요렇게 있답니다. ^^

라주미힌 2005-11-09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민지 시대에 썼던, 또는 그 때 들어온 단어들일지라도 이 땅에 쓰여지고 있다면 우리말 아닌가요? 순수 한글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이며 순수성의 정도를 어디까지 봐야 할 것인지 좀 의문이 듭니다. '영어의 탄생'을 읽어보니 영어는 침략국들의 언어 집합체더군요.

일본에 대한 민족정서가 일본에서 건너온 말들에 대한 반감으로 작용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우리가 청산하지 못했던 정치적 문제를 언어에 과도하게 적용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닌지. 납득을 대신할 수 있는 단어가 이해, 참작이라 하지만, 이해 납득 또한 중국에서 건너온 말이 아닌지...

숨은아이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영엄마 2005-11-09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뗑깡 말고 '떼(억지) 쓴다(부린다)'라는 말을 쓰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

숨은아이 2005-11-09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 언니/그 뜻이 "지랄"이라는 걸 알고 나서야 어디 쓰겠어요. ^^
판다님/날개님이 괜찮다고 하셨다면야 저는 좋지요. 오호호호.
라주미힌님/네, 말이란 흐르고 섞이고 바뀌면서 풍성해지는 것이지요. 그런데 한국어가 일본어의 식민지로 되었다가, 또 영어의 식민지 비슷하게 되면서 무슨 문제가 생겼느냐면, 언어가 풍성해지지 않고 도리어 단순화 축소화하는 경향을 띤다는 거예요. 이를테면 "뗑깡"만 해도 상황에 따라 떼, 억지, 투정, 행패 등등 다양하게 쓸 수 있는데, 그다지 뜻도 좋지 않은 "뗑깡"이란 말 때문에 우리 어휘의 폭이 좁아지잖아요. 전 외국어가 들어와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건 자연스럽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감안하다, 납득하다란 말도 좋아하지요. 참작하다, 이해하다와는 좀 다른 미묘한 어감을 살릴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감안하다, 납득하다가 참작하다, 이해하다를 완전히 대체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전 반대할 거예요. 그 낱말이 다른 낱말을 죽이는 셈이 되니까요.
아영엄마님/넹, 그렇습니다. ^^

숨은아이 2005-11-09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라주미힌님, 한 가지 덧붙이자면, 외국어를 들여올 때 저는 일단 우리말로 고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다꽝이 일본에서 들여온 음식이니 그냥 다꽝이라고 해도 되겠지만 그걸 누군가 "단무지"로 바꿨잖아요? 우리말의 요소를 창의적으로 활용해서, 우리말 어휘를 넓힌 것이지요. 가라오케를 노래방으로 바꾼 것도 그렇구요. 요즘 외국에서 생긴 용어를 그냥 외국어 그대로 들여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 개념에 딱 맞는 우리말이 없어서라고 하지만 그건 우리말의 활용 가능성을 미리 포기하는 거예요. 사실 사회, 문화 같은 말도 전엔 없던 한자어인데, society, culture 같은 개념을 어떻게 표현할까 19세기 일본 지식인들이 머리를 싸맨 끝에 번역해낸 거잖아요. 만약 이들이 한자의 활용 가능성을 미리 포기했다면, 지금 우리는 지역 사회를 지역 소사이어티, 전통 문화를 전통 컬처라고 쓰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2005-11-09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주미힌 2005-11-09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번째는 동의합니다.. ^^

언어가 축소되고 단순화 된다는 요인을 저는 다른데서 찾고싶습니다.
'뗑깡'같은 다른 어떤 언어가 들어와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대중매체의 영향력, 정보 네트워크의 대중성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생각되는데요.
가령 요즘 얘들이 인터넷에서 쓰는 용어들의 전파속도를 보면 지역성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표준어가 사투리를 잠식하는 것을 봐도 이것은 외국어 때문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화 전반적으로 획일화, 통합화가 기술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에 대한 반발작용으로 끼리문화, 집단간의 차별성을 내세우기도 하지만, 역시 유행이나 다른 것들을 모방하는 수준이라고 봐요. 저는 그래서 두번째 댓글, 창조적 수용에 동감합니당.. ㅎㅎ

숨은아이 2005-11-09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TV나 인터넷 같은 대중매체의 영향력이 크다는 데 동의합니다. 그리고 도시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률적인 생활을 하게 된 탓도 있고요.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매체를 주로 보니까, 쓰이는 언어가 한정되지요. 그런데 식민지 경험의 영향도 크다고 저는 생각하는 것입니다. 일본어와 일본어로 번역된 영어가 널리 쓰이면서 많은 말을 잃어버렸거든요. 참 아름다운 말들을.
행복나침반님/음, 제가 감안하다는 말을 좋아하긴 하지만, 일본식 한자어를 쓰면 그 뜻이 명확하지 않고 공연히 어려운 말이 되는 경우가 있어요. 이를테면 "대합실" 같은. 일본식 한자어인 대합실이란 말만 들으면 뭐 하는 곳인지 모르겠는데, "대기실"이라고 바꿔 쓰면 아, 기다리는 곳이구나 하고 한눈에 이해되잖아요.

숨은아이 2005-11-09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참 속삭이신 님, 네, 알겠습니다. 하라 히데노리 만화들과 우리들이 돌아가야 할 곳 000은 로**비님께 보내면 되죠? ^^

글샘 2005-11-10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우리 생활에 들어온 일본어가 아직 조금 남아있지만, 그래도 많이 사라졌죠. 너무 순화에만 힘을 쏟을 게 아니라, 우리말의 힘을 제대로 쓸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것만 아름다운 건 아니고, 잡종도 아름답고 혼혈도 아름답고, 남도 나와 꼭같이 아름답단 생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말에 대해서 너무 순결주의를 따지는 건 정신건강에 이롭지 않다고 생각해요.

숨은아이 2005-11-10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귀한 말씀 고맙습니다. 제가 순결주의를 고집하는 건 아니라는 거, 다 아시죠?

숨은아이 2005-11-10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 고마워용.

stella.K 2005-11-10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그렇군요.^^

숨은아이 2005-11-10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요즘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의 일본어에서 온 말 부분을 읽고 있어서, 올리는 페이퍼 내용이 주로 이러네요.

stella.K 2005-11-10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습니다. 많이 올려주셔요.^^

난티나무 2005-11-10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많이 쓰는 말이 바로 '뗑깡'이었는데...ㅠㅠ
떼 쓰지 마라~ 로 잔소리 바꿉니다.^^;;

숨은아이 2005-11-10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고마워요. ^^ 아, 이 책을 올해가 가기 전에 다 읽어치워야 하는데...
난티나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