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힌트를 주는 방식
무슈 린의 아기
필립 클로델 지음, 정혜승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눈이 온다. 3월22일인데 눈이라니, 라고 중얼대다가도, 눈에게 그건 부당한 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눈이라면, 까짓 거 내리고 싶은데 3월이고 4월이고 무슨 상관이냐, 난 내가 내려가고 싶을 때 내려갈란다, 어차피 너희들도 자연을 따르지 않고 너희 멋대로 겨울에도 여름처럼 여름에도 겨울처럼 지내지 않느냐, 그런 심뽀가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런 걸 거다. 정상 / 비정상이라는 것도 아마.  눈이 3월에 내린다고 비정상이라고 투덜대는 많은 인간들이 다 정상인지, 그 눈을 보고 아름답다고 여기는 몇몇이 여전히 지독히도 감상적인 비정상인지, 누구도 판단할 수 없는 것, 그리고 그 인간들 중 몇은 서로가 극단에 있다가도 인생의 어느 한 시점에 우연히 만나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생은, 적어도 그런 의미에서 희망적이고 아름답다. 그리고 나는, 이런 내용이 암시적으로 들어간 소설에 늘 맥을 못 춘다.  

이 책에서처럼 현실적으로는 도무지 친구가 될 수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이, 언어조차 통하지 않고 살아온 인생의 배경도 아예 다른 두 사람이, 아무런 논리적 근거 없이, 그냥 좋아하고 그냥 친구가 되고 그냥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아껴주게 되는 단순한 내용이, 내 가슴을 사뭇 두근대게 하고 읽는 내내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하고, 마음이 한없이 약해져서 바스라질 것 같게 하니까. 그리고 다 읽고나면 슬프지만 약간 행복한 것 같기도 하니까. 이런 슬픔은, 밀어내지 않고 품에 안아도 좋을, 오히려 사람을 맑게 해 줄 슬픔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뭔지 모를 안도감까지 드니까, 말이다.  

결국, 이런 책을 읽고 이토록 흔들리는 나는 또 다시 다칠 것도 모르고 불구덩이에 손을 집어넣어 보는 어린아이 같이, 나에게 친절한 모두에게 '치니'가 되려고 하는 바보짓을 할 지도 모르겠다. 소통,이라는 이제는 진부해진 단어 속 의미를 아직도 부질없이 찾아 헤매면서. 

어쩌면, 아직도 다락방님 역시 그런 희망을 버리지 않아서, 내 이런 덧없는 희망도 엿보고 계셨던 걸까. 그래서 내가 이 책을 좋아하리라는 걸 그렇게 잘 알고 계셨던 걸까. 아니면, 벌써 다락방님에게 내 안에 꽁꽁 숨겨놓은 무슈 린의 아기와 같은 존재를 들켜 버린 걸까. 책을 덮고 오래오래, 생각해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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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3-22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하실 줄 알았어요. 정말. :)

치니 2010-03-22 20:34   좋아요 0 | URL
아흐, 부끄러워요. :)

nada 2010-03-22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놔, 이럴 땐 다락방님께 땡스투를 해야 해요, 치니님께 해야 해요? @.@

치니 2010-03-22 20:36   좋아요 0 | URL
ㅎㅎㅎ 다락방님에게 과감히 양보합니다!

다락방 2010-03-22 21:09   좋아요 0 | URL
아이쿠, 리뷰는 치니님이 쓰셨는걸요. 저는 치니님께 양보합니다! ㅎㅎ

토니 2010-06-01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짠하네요.. (마지막 장에서는 좀 "섬뜩"했다고나 할까..) 처음 읽었을 때는 두 남자 주인공의 관계에 대해, 그리고 두번째 읽었을 때는 무슈린의 "아기"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요.. 사실 "아기"가 등장하지 않았어도 글의 전개에 있어서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작가의 의도에 대해 한참 고민했어요. (요즘 시간이 하도 많아서 ㅋㅋ) 조만간 뵐께요. 그때 밥도 사고 술도사고 책도 사드릴게요 ^^ 좋은 하루 보내세요..

치니 2010-06-01 15:19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사실 섬뜩한 기분이 먼저 들더라고요. 그 다음에 곱씹다 보니 슬픔 비슷한 감정이 서서히 왔어요.
음, 아기는, 노인이 (삶을 유지할 유일한 이유로써) 가장 애착을 가질 대상으로서 어린 아기 만한 존재가 드물기 때문에 선택한 거 아닐까요?
 
원더풀 라이프 - After Lif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울고 있나요 당신은 울고 있나요
아- 그러나 당신은 행복한 사람
아직도 남은 별 찾을 수 있는
그렇게 아름다운 두 눈이 있으니

2. 외로운 가요 당신은 외로운 가요
아- 그러나 당신은 행복한 사람
아직도 바람 결 느낄 수 있는
그렇게 아름다운 그 마음 있으니

( 작사: 조동진 / 출처 : 가사집 http://gasazip.com/1232 )

중학교 때 골백번 듣고 또 들었던 조동진의 '행복한 사람'이라는 노래 가사. 어제 영화 <원더풀 라이프>를 보고 온 뒤, 보는 내내 철학적인 주제 때문에 묵직했던 머리는 하루가 지나자 제껴지고 오늘 오전에는 내내 '난 참 행복한 사람이야'라는 생각이 드니, 이건 또 웬 조화인가 싶지만, 기실 이 영화를 만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장기가 또한 이런 것. 슬플 만 하면, 어둡게 가라앉을 만 하면, 깊은 생각에 빠질 만 하면, 툭 하고 뭔가를 끊고 가볍고 건조한 일상으로 슬쩍 되돌리거나 비장한 얼굴로 무언가를 말하려는 줄 알았는데 아니야 인생 뭐 별 거 있니 또 이런다. 이런 감독의 말투(영화 속에서 하는 거지만)는 상당히 내 취향이다. 그래서 아마 다들 조금쯤은 지루하다고 할 만한 부분에서도 나 혼자 좋아라 하는 지도 모르겠고, 생뚱맞게 저런 옛날 노래를 떠올리는 지도. 

영화는 꽤 자극적이고 흥미로울 것 같은 주제 - 우리가 죽고나면 죽기 전에 일주일 동안 자신이 일생동안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영상으로 담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이 기억 외의 다른 모든 기억은 사라진 채 행복하게 저승으로 간다는 설정 - 를 선택했지만, 그 주제를 다루는 내용은 기억에 관한 또 다른 영화 <이터널 선샤인>을 떠올리게 할 만큼 상상력의 발화점이 높지도 않다. 그저, 관객들도 거기 나오는 22인과 비슷한 추억, 비슷한 생각, 비슷한 꼴통스러움, 비슷한 망설임을 가지고 저 중에 나는 몇번 타입일까 유추해 볼 정도로 평범하게 흘러간다.  

이 영화에서처럼 일주일을 유예기간으로 삼는다는 전제 하에서라면, 인간은 어쩌면 세 가지 부류로 나뉠 지 모르겠다. 

1. 행복한 기억 따위 상관하지 않고 사는 사람  

2. 행복한 기억이 소중한 사람 

3. 불행한 일들만 기억하는 사람 

그런데, 나, 오늘 아침에 내가 2번 부류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아직도 남은 별' 찾을 수 있고, '아직도 바람결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으니까. 그런 사람은 아닐지언정, 그런 사람이 되고 싶으면, 나, 계속 행복해도 되는 사람 아닐까? 기분 좋은 목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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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10-03-19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런 우연이. 요즘 [순례자의 책] 읽으면서 이 영화를 떠올렸는데 말이죠.
저는 이 영화 극장에서 봤어요 :) 일본 영화답게 사건보다는 잔잔한 감정선의 흔들림을 예민하게 잡아내던걸로 기억되네요.

치니 2010-03-19 09:00   좋아요 0 | URL
[순례자의 책]은 또 뭔가, 검색해보고 왔어요. :) 흠흠, 흥미롭네요. 다 읽고 재미있었나 알려주시기.

아, 저도 이 영화 극장에서 봤답니다. 요새 다시 개봉했던 건지, 아니면 알라딘에서 이벤트 성으로만 한 건지, 아무튼. ^_^ 왠만해선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게 젤 좋드라구요 ~ 그죠?

참참, 만드신 어플 잘 쓰고 있어요. 저는 밑줄긋기는 타이핑의 구찮음 때문에 못하겠고 ㅋㅋ 메모 기능 잘 쓰고 있어요.

rainy 2010-03-19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함께 영화를 보았건만.
이렇게 똑떨어지게 자기만의 이야기를 덧붙여 풀어내는 솜씨라니.
나는 영화의 여운이 생각보다도(각오했건만) 더 묵직해서
마음속에 잡생각만 뭉게뭉게 ^^

그래도 오늘은 금요일. 내일은 제프^^
낼 봐아~

치니 2010-03-19 13:42   좋아요 0 | URL
그 뭉게뭉게 잡생각 좀 풀어보시구려. 흐, 궁금한데.

오늘은 지붕킥 마지막회를 보고, 마음을 가다듬은 뒤 제프백의 음악을 들으며 자야겠어. 오예 ~ 즐거운 금요일.

Seong 2010-03-22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 싶었는데, 몸이 아파 보질 못했어요... 고레다 히로카츠 감독의 데뷔작은 한동안 만나기는 힘이 들 듯... 치니님의 글로 그 아쉬움 대신합니다. 고맙습니다. ^.^:

치니 2010-03-22 14:30   좋아요 0 | URL
앗, 많이 아프세요? 요즘 날씨도 궂고 황사에...감기 조심하셔야 될텐데.

이 영화가 데뷔작이었군요! 전 그것도 몰랐어요. ^-^

stillyours 2010-04-05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좋았던 기억 하나만을 붙들고, 그 행복한 시간만을 기억하고,
천천히 흐르던
이 영화,
제일 좋아하는 영화:)

치니 2010-04-05 19:53   좋아요 0 | URL
아앗, moon님이 제일 좋아하는 영화라고요?!
그렇담 제가 뒤늦게라도 챙겨보길 참 잘했습니다. :)
(저는 개인적으로 아프긴 했지만 이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가 가장 좋았어요)
 

점심을 먹고 여기저기 블로그들을 기웃거리는데, 유인촌 장관이 이번에는 트위터 때문에 말썽인 모양이다. 대체 뭐라고 썼길래 문제가 되었나 했더니, 아이고야, 논쟁이 붙을 이슈를 건드려서가 아니라, 맞춤범과 띄어쓰기 때문에 욕 먹는 중. 배우 시절에 대본만 해도 무수하게 봤을텐데, 더구나 문화관광부 장관이라면서, 어떻게 이 따위냐...그런 반응들이 많은 듯.  아닌게 아니라, 단순한 오타라고 하기엔 좀 심하달 정도. 아이폰은 앞의 몇 글자를 쓰면 단어를 바로 보여주는 기능이 있어서 그냥 그걸 쓰면 되는데 아마 유장관 전화기는 아이폰이 아닌가부다.

비 오고, 월요일이고, 점심 후 졸리고, 일 하기 싫은 분들, 한번 웃기나 하시라고 그가 썼다는 트위터 몇 줄 옮겨봅니다. 

하얀 눈을 포오옥 뒤짚어쓴 외수 작가님의 거처를 사진을 보고...  

지금 대전에 도착했읍니다  

오늘은 대학로와 국립극장을 다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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쎈연필 2010-03-15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9년도에 '습니다'로 개정된 '읍'니다. 아직도 더러 연로하신 분들은 '읍'을 애용하시더군요. ㅎㅎ 유인촌 장관 잼있는 분이시네요.

치니 2010-03-15 17:53   좋아요 0 | URL
유장관님은 전원일기에서 둘째 아들로 나온 이미지가 너무 강했어서인지, 그렇게까지 연로한 줄 몰랐지 뭐에요. ㅋㅋ

푸하 2010-03-16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진짜 재밌어요.ㅎㅎ~
'뒤짚어쓴'을 발음(뒤지퍼슨)해 보니 진짜 웃기네요.^^;

글을 보니 맞춤법 문제에 대해서 참 부끄러웠던 경험이 기억나요.

어떤 분이 어떤 글에 단 댓글에서 맞춤법이 틀린 내용이 눈에 들어와 (누가 시키진 않았지만)교정했는데... 제 글도 틀렸더라구요. '에구~ 부끄러워라...ㅠㅠ'했죠.



치니 2010-03-17 11:53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맞춤법 뿐 아니라 띄어쓰기 틀리기 일쑤이지만, 장관님이니까 아무래도 좀 더 조심해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더구나 맞춤법은 고사하고, 이외수 작가의 집을 왜 '거처'라고 하는지, 거처의 사진이 아니라 왜 거처를 이라고 쓰시는 지 그건 좀 이상하기도 하고요. 다녀왔습니다 라고 해야 할 것을 다녔습니다로 한 것은 오타라면 완전 센스쟁이지만 진짜 그렇게 쓴 거라면 장관님, 아무래도 초등학교를 다시 다녀야 할 듯. ^-^;;
 
졸린고양이처럼 솔직해지는 밤
굴라쉬 브런치 -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 독서여행기
윤미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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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더러 직접 만들라고 하면 실제 작가에 비해서는 비슷하게나마 구현 못할 책, 음악, 영화들에게 대중은(우리 독자는) 참 편하게도 이러쿵저러쿵 감상을 말하고 오해를 일삼고 내 취향에 맞으면 완성도와 상관없이 편애하고 맞지 않으면 역시 완성도와 상관없이 미워하며, 심지어는 내용의 잘잘못을 따지기도 한다.  대개 그런 온전하게 방만한 독자의 입장에서 책을 읽는 지라, 괜스레 까탈을 피워도 작가에게 조금쯤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작가로 나설 거였으면 이 정도는 해야지'라고 기준점을 높게 잡는 편. (그렇다, 어차피 내가 작가가 못될 바에야 이미 작가로 나선 사람들에게는 부러 기준점을 높게 잡고 심통을 부리는 질투 비슷한 감정도 없다고는 말 못하리) 

요즘은 더구나 블로그를 운영하다가 책을 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서, 일견 자기 블로그에 올린 글들을 빼고 다듬는 일만으로 (만으로, 라고 쓰기는 했지만 이것 역시 대단한 노고가 들어가고 머리가 아픈 작업이긴 하겠지) 책 한 권이 떡 하니 나오는게 왠지 아쉬운 마음도 있었고, 대부분의 블로그 글이 사적인 잡담이나 개인이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다소 관심도가 높아 수집한 정보들을 공유하는 수준일 수 밖에 없는데, 이미 인터넷에서 만인에게 배포된 그런 글을 묶어놓고 책으로 소유해야 할 가치가 마음에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긴 서론을 죽 뺀 이유는, 지금 이 책 - 굴라쉬브런치 - 라는 한 번역가의 동유럽여행기가, 내 그런 의심스럽고 괜시리 점수를 짜게 주는 독서 경향을 보란듯이 무너뜨려주었다는 걸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 책은, 

- 언뜻 블로그의 확장판처럼 보이지만 이런 블로그가 있다면 그냥 인터넷에서 슬쩍 보여졌다 사라지기에는 너무 아까운 글이었을테니 예의 아쉬움이 충분히 채워지고, 

- 내 취향과 지은이의 취향이 대개 비슷한 가운데, 그 취향이라는 것이  여행에 대한 정의 혹은 여행하는 방식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책, 음악, 영화 혹은 실컷 과장해서 인생을 사는 자세로까지 너르게 펼쳐지는 판국에 그 모든 것을 명징,담백,유쾌,진지,유머러스,통찰을 버무린 버리기 아까운 문장들로 고스란히 옮겨주고 있으니 난데없이 대변인을 둔 것처럼 든든하고 고마운 마음까지 들고, 

- 많은 여행기들이 기록과 감상이라는 두 가지 추를 저울대 위에서 내렸다 올렸다 하느라고 산만해지거나 지나치게 관념적이어서 여행 그 자체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오류를 범하는 가운데 지루해지는 속성을 되풀이 하지 않고 있어서, 내가 읽은 그다지 많지 않은 여행기 도서들 중에 단연 최고로 재미있으며, 

- 이는 어쩌면 작가의 직업이 번역가라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일본의 동시통역사 '요네하라 마리'여사가 여행을 하면서 썼던 경험담과 에세이들이 그러하듯, 작가 역시 뿌리깊은 한국인이라는 점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러운 객관성을 줄곧 유지하는 여행자의 자세를 잃지 않았기 때문. 마리 여사가 그랬던 것처럼 윤미나 작가도 여행기 뿐 아니라 번역가로서의 갖가지 경험을 소재로 멋진 다음 책을 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되는 대목이다. 

첫문장을 읽는 순간, 야곰야곰 아껴먹어야지 싶었던 이 풀코스 가정식 만찬 (레스토랑의 그것과는 분명히 차이가 나는)같은 책을 결국 몇 시간 만에 다 읽어버리는 와중에 귀를 접어야 할 페이지가 너무 많아져버려 초장부터 포기하고 각주가 달린 영화/음악/책들 중에 내가 이미 본 것들만 빼고 접어두었다. 마음이 즐겁게 바쁘다, 어서 그것들을 보고 어떤 부분과 정서가 동유럽의 바로 그 장면들과 겹치는 지가 궁금해서. (그 리스트를 보려면 먼댓글 타고 가서 부지런한 다락방님 글을 보시면 됩니다 ~ ^-^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치니) 

아, 물론 여행기 본연의 치명적 매력인 '읽다보니 어느새 그곳에 무조건 가야할 것 같다'는 뽐뿌질은 이 책에서도 여지없이 아니 더욱 찬연하게 발현, 이제 나는 다른 덴 몰라도 체코만이라도 안 가고는 못 배기겠다. 그런데 언제 뭔 돈으로 가누, 으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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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y 2010-03-08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부지런히 읽고 리뷰까지 쓰셨군요.
보관함에 담아 두었는데, 아껴서 아껴서 읽고 싶어지는 마음이 막^^

치니 2010-03-08 12:33   좋아요 0 | URL
의외로 책을 많이 읽게 된 주말이었다오. (요새 누가 집에서도 일을 많이 하시는 덕분에! ㅋㅋ)

2010-03-08 1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8 1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8 1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3-08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여기에 '부지런한' 제가 등장하는군요! ㅎㅎ '부지런한 다락방'을 넣어주셔서일까요? 리뷰가 참 쏙쏙 읽힙니다. 추천을 안할수가 없어요, 치니님.

치니 2010-03-08 13:50   좋아요 0 | URL
단순한 부지런함이 아니라 애정이 듬뿍, 성의가 듬뿍 담긴 페이퍼의 감동이 만인에게 전달되게 하고자 트랙백 했습니다. 저 잘했죠, 다락방님? 히.

라로 2010-03-08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밑줄그었는데!!!!(언급안해줘서 섭섭한 나비~ㅎㅎㅎㅎㅎㅎㅎ)

치니 2010-03-08 13:51   좋아요 0 | URL
아앗, 언니 섭섭해마시길! 분명 언니가 이 책의 리뷰를 써주실 거라 생각해서 기다리고 있답니다 ~

2010-03-08 1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8 1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8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8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8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9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3-09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치니님께 땡스투~

치니 2010-03-09 16:25   좋아요 0 | URL
오홋, 참 잘했어요. :)
 

요즘은 <지붕뚫고 하이킥>외 볼 게 정말 없어서 7시45분에 티비를 켰다가 8시10분 경 끄고 마는 짓을 되풀이 하는데, 어저께 갑자기 어디선가 그야말로 아주 우연하게 알라딘 티비 광고를 보게 되었다. 

일단, 평소 배두나를 심하게 편애하는 나로서는 그녀가 광고의 여주인공이라는 점이 꽤 마음에 들었지만, 알라딘의 광고 컨셉이 최근 배두나가 출연한 <공부의 신>과 연계된 느낌은 그닥 좋지 않았다. 뭐랄까, 알라딘은 책 파는 곳, 책이란 공부, 그러니까 드라마 공부의 신을 떠올리고, 그러니까 배두나...이런 거 별루 재미없지 않나 싶어서 말이다. 책=공부, 이런 공식을 은근히 내세워서 알라딘에서 책 많이 파는데 무슨 이득이 있나 싶기도 하고. 

컨셉이야 어련히 광고 전문가들과 클라이언트이신 알라딘 홍보팀이 나보다 수백만번 더 생각하고 만들었겠고, 나 같은 사람 대상이 아닌 광고겠으니, 더 할 말 없다마는, 

어쩐지 저 광고에 들어간 돈과 (나름 좋은 시간대에 공중파에서 나오고 있었으니 꽤 높지 싶다) 지난번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아 줄어들었을(혹은 사라졌을) 임금, 즉 예산에 소요된 비율 같은 걸 어렴풋이 짐작해 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더라. 알라딘도 기업이라는 걸 자꾸 잊어서가 아니라, 알라딘이 광고에 돈을 들여서 물건을 팔고자 하면 그 광고를 보고 나 같이 혹은 김종호씨 같이 돈을 그다지 많이 못버는 비정규직들도 책을 사야 수지타산이 맞을텐데, 우리 비정규직들은 점점 책 같이 당장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는 돈은 없고, 그러니 다시 일을 해야 돈을 벌텐데 알라딘 같은 기업은 임금 인상에 쓸 예산이 없고....이건 뭐 누구에게도 이득이 안된다 싶은 생각이 드는 거다.   

여기까지 쓰다보니, 

아, 그렇구나, 배두나와 공부의 신! 책보다는 학습서에 중점을 둔 광고는, 조금 전 나 같은 생각 - 먹고 사는 문제와 상관없는 책값에 대한 부담감 - 을 가진 사람이라 할 지라도 자식이 공부로 인해 책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그 돈을 쓰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일 지 모르겠다는 자각이 뒤늦게 따라온다. 그렇다면 이번 광고는 알라딘 입장에서 성공적일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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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치 2010-03-03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게 <공부의 신>이랑 연관된 이미지였군요. (근데 <하이킥>밖에 안 보신담서 <공부의 신>에 대해선 어찌...? ㅋ )
저도 광고 한번 봤는데, 뇌리에 남는 게 없어서 왠지 내 돈이 아까운 느낌이었어요...

치니 2010-03-04 09:22   좋아요 0 | URL
으흐흐 예리하신 또치님, 공부의 신은 봤어요, 우리 승호랑 두나님 나오셔서. ㅋㅋ 근데 그것마저 지난 주에 끝났거든요.

네꼬 2010-03-08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명하기 어려운데 왜인지 아무튼 좀 기분이 묘한 광고였어요. 음, 치니님 글 읽고 보니 그래서였구나.

치니 2010-03-09 09:24   좋아요 0 | URL
그래서였구나 단정해버리면 안되지만, 아무튼 보기에 쌍큼한 광고는 아니었어요. 알라딘은 이미 쿨하게 넘겨버리기엔 너무 이 꼴 저 꼴 다 본 친구 같달까;;

니나 2010-03-12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쿨하게 넘겨버리기엔 너무 이 꼴 저 꼴 다 본 친구 ㅋㅋㅋㅋㅋ
저 역시 왠지 제 주변인들에게 저런 인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아침임돠!
아놔 날씨도 흐리고 마음도 흐려요

치니 2010-03-13 11:16   좋아요 0 | URL
니나님이 주변인에게 그럴 거라구요? 에이, 상상이 안되는데. ㅎㅎ 하지만 아마도 '쿨한' 친구라는 평을 듣지는 않을 거라는 데에는 동의합니다 (참고로 저는 쿨한 사람 별로에요) .
어제 하루에도 몇번 씩 '이래서 난 봄이 싫어'라고 중얼댔어요.
변덕, 바람, 먼지 섞인, 스물스물 뭔가 기어오르는, 게다가 으슬으슬 추운!

흐린 마음, 주말에 싸악 씻어내고 잘 쉬고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