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지붕뚫고 하이킥>외 볼 게 정말 없어서 7시45분에 티비를 켰다가 8시10분 경 끄고 마는 짓을 되풀이 하는데, 어저께 갑자기 어디선가 그야말로 아주 우연하게 알라딘 티비 광고를 보게 되었다. 

일단, 평소 배두나를 심하게 편애하는 나로서는 그녀가 광고의 여주인공이라는 점이 꽤 마음에 들었지만, 알라딘의 광고 컨셉이 최근 배두나가 출연한 <공부의 신>과 연계된 느낌은 그닥 좋지 않았다. 뭐랄까, 알라딘은 책 파는 곳, 책이란 공부, 그러니까 드라마 공부의 신을 떠올리고, 그러니까 배두나...이런 거 별루 재미없지 않나 싶어서 말이다. 책=공부, 이런 공식을 은근히 내세워서 알라딘에서 책 많이 파는데 무슨 이득이 있나 싶기도 하고. 

컨셉이야 어련히 광고 전문가들과 클라이언트이신 알라딘 홍보팀이 나보다 수백만번 더 생각하고 만들었겠고, 나 같은 사람 대상이 아닌 광고겠으니, 더 할 말 없다마는, 

어쩐지 저 광고에 들어간 돈과 (나름 좋은 시간대에 공중파에서 나오고 있었으니 꽤 높지 싶다) 지난번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아 줄어들었을(혹은 사라졌을) 임금, 즉 예산에 소요된 비율 같은 걸 어렴풋이 짐작해 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더라. 알라딘도 기업이라는 걸 자꾸 잊어서가 아니라, 알라딘이 광고에 돈을 들여서 물건을 팔고자 하면 그 광고를 보고 나 같이 혹은 김종호씨 같이 돈을 그다지 많이 못버는 비정규직들도 책을 사야 수지타산이 맞을텐데, 우리 비정규직들은 점점 책 같이 당장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는 돈은 없고, 그러니 다시 일을 해야 돈을 벌텐데 알라딘 같은 기업은 임금 인상에 쓸 예산이 없고....이건 뭐 누구에게도 이득이 안된다 싶은 생각이 드는 거다.   

여기까지 쓰다보니, 

아, 그렇구나, 배두나와 공부의 신! 책보다는 학습서에 중점을 둔 광고는, 조금 전 나 같은 생각 - 먹고 사는 문제와 상관없는 책값에 대한 부담감 - 을 가진 사람이라 할 지라도 자식이 공부로 인해 책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그 돈을 쓰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일 지 모르겠다는 자각이 뒤늦게 따라온다. 그렇다면 이번 광고는 알라딘 입장에서 성공적일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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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치 2010-03-03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게 <공부의 신>이랑 연관된 이미지였군요. (근데 <하이킥>밖에 안 보신담서 <공부의 신>에 대해선 어찌...? ㅋ )
저도 광고 한번 봤는데, 뇌리에 남는 게 없어서 왠지 내 돈이 아까운 느낌이었어요...

치니 2010-03-04 09:22   좋아요 0 | URL
으흐흐 예리하신 또치님, 공부의 신은 봤어요, 우리 승호랑 두나님 나오셔서. ㅋㅋ 근데 그것마저 지난 주에 끝났거든요.

네꼬 2010-03-08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명하기 어려운데 왜인지 아무튼 좀 기분이 묘한 광고였어요. 음, 치니님 글 읽고 보니 그래서였구나.

치니 2010-03-09 09:24   좋아요 0 | URL
그래서였구나 단정해버리면 안되지만, 아무튼 보기에 쌍큼한 광고는 아니었어요. 알라딘은 이미 쿨하게 넘겨버리기엔 너무 이 꼴 저 꼴 다 본 친구 같달까;;

니나 2010-03-12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쿨하게 넘겨버리기엔 너무 이 꼴 저 꼴 다 본 친구 ㅋㅋㅋㅋㅋ
저 역시 왠지 제 주변인들에게 저런 인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아침임돠!
아놔 날씨도 흐리고 마음도 흐려요

치니 2010-03-13 11:16   좋아요 0 | URL
니나님이 주변인에게 그럴 거라구요? 에이, 상상이 안되는데. ㅎㅎ 하지만 아마도 '쿨한' 친구라는 평을 듣지는 않을 거라는 데에는 동의합니다 (참고로 저는 쿨한 사람 별로에요) .
어제 하루에도 몇번 씩 '이래서 난 봄이 싫어'라고 중얼댔어요.
변덕, 바람, 먼지 섞인, 스물스물 뭔가 기어오르는, 게다가 으슬으슬 추운!

흐린 마음, 주말에 싸악 씻어내고 잘 쉬고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