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는 곱게, 시 한편 올릴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뜻밖의 전화가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얼핏 듣기에도 연배가 꽤 있으신 어떤 할아버지이신데, 회사와 부서를 확인하신 다음, 다짜고짜 (그렇다고 화가 나 있는 것도 아니다. 차분히, 진심으로!) 다른 사람을 바꾸란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들어보니까 너무 젊은 아가씨인 것 같아서 그래. 다른 사람 없어?"

 

 

크르르르르릉.....

"젊은 아가씨" 취급 받은 걸 좋게 생각해야 할까?

아니면

이 사람을 보내 겁만 좀 주라고 할까?

 



놀라운 사실 :

오늘 아침 나는 동거녀에게 말했다. "꿈에 어떤 남자가 전화해서 반말을 하는 거야. 그래서 아저씨 왜 나한테 반말해요? 하고 따졌어." 나의 꿈은 역시 단순 예지몽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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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24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련사님의 내공은 역시 보통이 아니시군요! :)
저도 (진지하게) 예지몽 종종 꾼 적 있어요, 보통은 안좋은 일이 잘 들어맞더군요?

무스탕 2007-04-24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에도 혹시 그런 전화 받으시면 ' 제가 제일 연장자입니다 ' 해주세요..

네꼬 2007-04-24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고양2님 / 저의 예지몽은 거의 다 단순해서, 너무 뻔하게 재현되어요. 근데 말씀따나 정말 늘 안 좋은 게 맞는다는 거. ㅠ_ㅠ

무스탕님/ 아아아, 그럴걸! 그럴걸! 그렇게 말해줄걸! 제발 다시 전화가 왔으면 좋겠어요!!

비로그인 2007-04-24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전화 기다리지 마시고 저랑 같이 놀아주세요.

Mephistopheles 2007-04-24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메피스토입니다..^^
저....남자가 누구랍니까...?? 맞고 올 것 같은데...더 튼실한 사람으로 보내세요~~

네꼬 2007-04-25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연님 /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전에 말씀하신 영화들은 모두 제 목록에도 있어요. 그리고 전, 아이들과도 얼마든지 재미나게 노는 고양이고요. 퍼스나콘의  제 얼굴을 좀 보세요. :)

메피스토님 /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 에... 저 남자로 말할 것 같으면, <타짜>의 조승웁니다. 좀 약해 보이나요? 역시 이 편이 좋을까요?



 

 


다락방 2007-04-27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승우 짱!!

네꼬 2007-04-27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 바로바로 제가 원하던 댓글!!
 

일요일 오후, 아침에 흘린 눈물을 오이로 승화시켰다....

고 하면 너무 코믹할 것 같지만, 그것과 약간 비슷하다.

동거녀와 함께 저녁장을 봐다가 등심을 굽고 강된장에 쌈밥, 무생채와 파래무침 등을 해 먹고,

뒷풀이로 오이소박이를 담갔다.

냉장고에 넣지 않고 하루 두었으니 오늘 저녁쯤엔 먹을 만하겠지. 츠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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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23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오이소박이네요~ 탐스럽기도 하지 ㅎㅎ

네꼬 2007-04-23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우리 집에 놀러오세요. 우리 참치도 먹고 오이도 먹어요.

비로그인 2007-04-23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오이소박이를 김치중에 제일 좋아하는데...
먹고싶어라.
금방 점심 먹었는데..쩝.

무스탕 2007-04-23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이소박이의 계절이 돌아왔어요!!
엄마한테 해먹자구 졸라야 겠어요 ^^ (저 할줄을 몰라요... T_T)

다락방 2007-04-23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쓰읍~

네꼬 2007-04-24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연님 / 오늘 아침에 맛을 보니 제대로 됐습니다. 집도 가까운데 놀러오세요. 흰 쌀밥에 차갑고 짭잘한 오이소박이! 입맛이 확 돌아요~

무스탕님 / 그러게, 바로 그 계절이에요! 혹시 엄마가 안 해주시면 저희 집에 오셔서 드세요. ^^ (저도 할 줄 몰랐는데 동거녀가 가르쳐줬답니다.)

다락방님 / (실제로 먹고 나면) 오 예!

2007-04-24 1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7-04-24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 여기요~ (^^) 우리 같이 싹싹 비워보아요.

비로그인 2007-04-30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배고파...오이 먹고 싶다.....(주륵)

네꼬 2007-04-30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신님 / 이때 담근 오이소박이는 오늘 저녁에 마지막으로 다 먹었어요. 열 개 담갔는데 절반은 여기저기 나누어주었거든요. ^^ 아마도 내일 저녁에 또 한번 담글 것 같아요. 울지 말고, 우리집에 와서 드세요. :)

비로그인 2007-05-01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택배 보내주세요- 락&락 용기에 담아서. (후훗)

네꼬 2007-05-02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신님 / 하하하. 락&락은 정말 신기한 용기죠? (엉뚱한 결론.)
 

엄마를 대신해서 할머니 병실에서 밤을 보냈다. 공교롭게도 2년 전에 내가 입원했던 병원, 같은 층이었다. 2년 전 나는 지금껏 살면서 제일 힘든 때를 보내고 있었다. (재수를 열 번쯤 한 것 같다.) 지금의 나는 2년 전과 어딘가 비슷한 점이 있긴 하지만 그때보다는 그래도 낫다. 의연하게, 복도에 나와 책을 읽을 수 있으니까.

 

 

 

내 잘못이 아니라고, 그동안 

백 번도 넘게 곱씹어 생각하였다.

그런데 일요일 아침,

엄마와 교대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눈물이 나는 데는 정말,

대책이 없는 것이었다.

누군가가 곁에 있다면 한결 수월하겠다는 생각을

밤새 꼭꼭 누르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 나니 정말,

대책이 없는 것이었다.

나는 잠깐 차를 세우고

소리 내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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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22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앞의 생을 열심히 살아내는 당신에게,
신의 가호와 은총이 충만하시기를...
울고 났으니 좀 괜찮아 질 겁니다 :) 저도 그랬거든요.

네꼬 2007-04-23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울고 나니 좀 괜찮아요. 그리고 전, 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
 

 

인간은 슬퍼하고 기침하는 존재.

그러나 뜨거운 가슴에 들뜨는 존재.

그저 하는 일이라곤 하루하루 연명하는

어두운 포유동물. 빗질할 줄 아는

존재라고

공평하고 냉정하게 생각해볼 때...

 

노동의 결과로

서서히 만들어진 것이 인간이며,

상사이며, 부하인 존재.

세월의 도표는 상사의 명패에

빠짐없이 투시되지만.

까마득한 그 옛날부터

백성의 굶주린 방정식에 대해

상사의 눈은 반만 열려 있음을 고려해볼 때...

 

인간이 때로 생각에 잠겨

울고 싶어하며, 자신을 하나의 물건처럼

쉽사리 내팽개치고

훌륭한 목수도 되고, 땀 흘리고, 죽이고

그러고도 노래하고, 밥 먹고, 단추 채운다는 것을

어렵잖게 이해한다고 할 때...

 

인간이 진정

하나의 동물이기는 하나, 고개를 돌릴 때

그의 슬픔이 내 뇌리에 박힌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인간이 가진 물건, 변소,

절망, 자신의 잔인한 하루를 마감하면서,

그 하루를 지우는 존재임을 생각해볼 때...

 

내가 사랑함을 알고,

사랑하기에 미워하는데도,

인간은 내게 무관심하다는 것을 이해한다고 할 때...

 

인간의 모든 서류를 살펴볼 때,

아주 조그맣게 태어났음을 증명하는 서류까지

안경을 써가며 볼 때...

 

손짓을 하자 내게

온다.

나는 감동에 겨워 그를 얼싸안는다.

어쩌겠는가? 그저 감동, 감동에 겨울 뿐...

 

 

세사르 바에흐, <인간은 슬퍼하고 기침하는 존재>

 

 

 

 

 

 

 

 

나는 이 부분이 제일 좋다.

 

 

인간이 진정

하나의 동물이기는 하나, 고개를 돌릴 때

그의 슬픔이 내 뇌리에 박힌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그래서 내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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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30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을 하나의 물건처럼 쉽사리 내팽개치고 ....그러고도 노래하고, 밥 먹고,
단추 채운다는 것을..'
'절망, 자신의 잔인한 하루를 마감하면서'

네꼬 2007-04-30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신 님 /

'손짓을 하자 내게
온다.
나는 감동에 겨워 그를 얼싸안는다
어쩌겠는가? 그저 감동, 감동에 겨울 뿐....'
 

나는 교토를 무척 좋아해서 이번이 대여섯 번째 방문이 된다. 출장도 포함되어 있지만, 대부분은 딸라빚을 내서 다녀온 거다. 이상하게도 봄에는 가본 적이 없어서 이번에 결심을 하고 간 것이다. 그런데 JR 교토 역에 내려서 보니, 어쩌면 봄에 교토에 오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많았던 것이다! 교토는 물론 오사카의 시민들도 모두 몰려나온 듯, 정류장에는 사람이 너무너무 많았다. 시내의 명소들을 찾아디나려던 계획을 바꾸어서, 긴까꾸지와 철학의 길만이라도 잘 보고 오기로 마음 먹었다.



긴까꾸지 앞 벚꽃길에도 사람이 너무 많았는데, 건너 편을 보니 저렇게 사진을 찍으러 나온 부부가 있었다. (부부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어느 부부의 사진첩을 고양이가 먼저 살짝 엿보다.

 







긴까꾸지는 한자로 하면 은각사다. 어느 부자 아저씨가 킨카쿠지(금각사)를 의식하여 자기 집엔 은을 입힐 계획이었는데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고 한다.  나중에 이 집은 절이 되었다고. 선종의 절답게 정원은 가레산스이정원인데 사람이 하도하도 많아서 제대로 잡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여름에 왔을 때 본 풍경이 더 예뻤다. 정원도 참 예쁘고, 아저씨들이 일일이 손으로 돌보는 이끼들도 다양하게 있어서 좋은 곳인데 사람이 많으니 원.



나는 왜 이런 데 집착하는 걸까? 은각사 맨홀 덮개.






비까지 와서 난감했지만, 그래도 철학의 길은 걷기로 했다. 철학자 니시다 긴따로가 사색에 잠겨 걷던 산책로라는데, 은각사부터 에이깐도까지 운하를 따라 벚꽃길이 이어진다. 길을 따라가다보면 종이 공예품을 파는 곳, 고양이 인형을 파는 곳, 유리 공예품을 파는 곳과 카페 등 예쁜 가게가 많이 있다. 맨 아래의 사진은 그 길에 있는 가정집인데 현관에 견(犬)자가 붙어 있다. 이 집에 개가 한 마리 산다는 뜻이란다. (전에 교토 유학생 선배가 들려준 얘기니 믿어도 좋다.) 고양이에 대해선 아무것도 붙이지 않는다는데, 고양이는 가족으로 쳐주는 걸까? 아무튼 개가 두 마리면 두 장이 붙어있다는데, 이건 그 선배한테 들은 얘긴지 내가 지어낸 건지 잘 모르겠지만 내 머릿속엔 그렇게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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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15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사진의 기모노 색감이 너무 곱네요 +_+
사진 구경 잘했습니다~

네꼬 2007-04-15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고양2님 / 사진을 올리다 보니 여행할 때의 제 체력이 고스란히 사진에 드러나는 것 같아요. =_=

2007-04-19 1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7-04-19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 전 그래서 살짝 들춰봤답니다. 하하핫. (저랑 취향이 비슷하셔요. 신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