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대신해서 할머니 병실에서 밤을 보냈다. 공교롭게도 2년 전에 내가 입원했던 병원, 같은 층이었다. 2년 전 나는 지금껏 살면서 제일 힘든 때를 보내고 있었다. (재수를 열 번쯤 한 것 같다.) 지금의 나는 2년 전과 어딘가 비슷한 점이 있긴 하지만 그때보다는 그래도 낫다. 의연하게, 복도에 나와 책을 읽을 수 있으니까.
내 잘못이 아니라고, 그동안
백 번도 넘게 곱씹어 생각하였다.
그런데 일요일 아침,
엄마와 교대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눈물이 나는 데는 정말,
대책이 없는 것이었다.
누군가가 곁에 있다면 한결 수월하겠다는 생각을
밤새 꼭꼭 누르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 나니 정말,
대책이 없는 것이었다.
나는 잠깐 차를 세우고
소리 내어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