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교토를 무척 좋아해서 이번이 대여섯 번째 방문이 된다. 출장도 포함되어 있지만, 대부분은 딸라빚을 내서 다녀온 거다. 이상하게도 봄에는 가본 적이 없어서 이번에 결심을 하고 간 것이다. 그런데 JR 교토 역에 내려서 보니, 어쩌면 봄에 교토에 오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많았던 것이다! 교토는 물론 오사카의 시민들도 모두 몰려나온 듯, 정류장에는 사람이 너무너무 많았다. 시내의 명소들을 찾아디나려던 계획을 바꾸어서, 긴까꾸지와 철학의 길만이라도 잘 보고 오기로 마음 먹었다.
긴까꾸지 앞 벚꽃길에도 사람이 너무 많았는데, 건너 편을 보니 저렇게 사진을 찍으러 나온 부부가 있었다. (부부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어느 부부의 사진첩을 고양이가 먼저 살짝 엿보다.
긴까꾸지는 한자로 하면 은각사다. 어느 부자 아저씨가 킨카쿠지(금각사)를 의식하여 자기 집엔 은을 입힐 계획이었는데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고 한다. 나중에 이 집은 절이 되었다고. 선종의 절답게 정원은 가레산스이정원인데 사람이 하도하도 많아서 제대로 잡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여름에 왔을 때 본 풍경이 더 예뻤다. 정원도 참 예쁘고, 아저씨들이 일일이 손으로 돌보는 이끼들도 다양하게 있어서 좋은 곳인데 사람이 많으니 원.
나는 왜 이런 데 집착하는 걸까? 은각사 맨홀 덮개.
비까지 와서 난감했지만, 그래도 철학의 길은 걷기로 했다. 철학자 니시다 긴따로가 사색에 잠겨 걷던 산책로라는데, 은각사부터 에이깐도까지 운하를 따라 벚꽃길이 이어진다. 길을 따라가다보면 종이 공예품을 파는 곳, 고양이 인형을 파는 곳, 유리 공예품을 파는 곳과 카페 등 예쁜 가게가 많이 있다. 맨 아래의 사진은 그 길에 있는 가정집인데 현관에 견(犬)자가 붙어 있다. 이 집에 개가 한 마리 산다는 뜻이란다. (전에 교토 유학생 선배가 들려준 얘기니 믿어도 좋다.) 고양이에 대해선 아무것도 붙이지 않는다는데, 고양이는 가족으로 쳐주는 걸까? 아무튼 개가 두 마리면 두 장이 붙어있다는데, 이건 그 선배한테 들은 얘긴지 내가 지어낸 건지 잘 모르겠지만 내 머릿속엔 그렇게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