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다섯 번의 질문 - 궁극의 개선으로 미래를 선점한 도요타의 특별한 대화법
가토 유지 지음, 김한결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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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을 목표로 하는 기업에서 민주적 의사결정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긴다는 것이 의아해 할 수 있겠다. 경영진들과 조합원들이 수평적 관계에서 회사를 위해 제안 사항들을 협의하고 입사한 사원들은 의무적으로 2년간 현장 라인에 투입되어 실무를 다루도록 하는 기업 원칙을 고수하는 회사가 있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겠는가. 우리가 잘 아는 도요타자동차는 일본 기업 가운데에서도 조금 독특한 기업 운영으로 튀고 있다. 때로는 기업들 속에서 잘 협조하지 않는 회사로,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기업으로 비춰진 적이 있다. 그 이유는 도요타자동차만의 경영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요타자동차의 기업 원칙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가이젠. 우리말로 말하면 '개선' 사항을 전 직원들이 의무적으로 제안하는거다. 그 개선사항은 다섯 번에 걸친 '왜?'라는 질문을 연속적으로 던지도록 하면서 생겨난다.

"일어난 현상에 대해 최소 다섯 번은 '왜?'를 반복해 현상을 일으킨 근본 원인을 밝히자"

생산 라인에서도 독특한 기업 문화가 존재한다. 전자동 생산라인이 깔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자 각각의 자리에서 수동적으로 줄을 잡아 당겨 작업 중에 생긴 문제점을 알리고 구성원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신입 사원이 생산 라인에서 문제점을 알리는 것이 쉽지 않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 혹시 추궁이 따를지 않을까? 나 때문에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아닐까 등 두려움이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내 원칙 중 하나가 누구든지 생산 라인에서 결함을 발견할 경우에는 직책을 떠나 누구든지 줄을 잡아 당겨 생산을 멈추게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이것은 '내가 잘하면 라인을 멈추지 않아도 된다', '비밀을 철저히 배척한다' 라는 회사 전체의 문화다. 도요타자동차가 오랫동안 세계 시장에서 건재하는 핵심 이유 중의 하나다.

도요타자동차의 기업 원칙 중 두번째는 다름아닌 노사간의 신뢰 관계 구축을 핵심 가치로 여긴다는 점이다.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위치가 아니라 사측이든 노동자측이든 눈치보지 않고 회사의 목표를 향해 할 소리는 아낌없이 하고 경청한다는 점이다. 이때 회의의 의장은 경영진이 맡는 것도 아니고 노조위원장이 맡는 것도 아니고 노동자측 차순위 결정자(기획홍보국장)이 전권을 위임받아 진행한다는 점이다. 직원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화장실을 전면 리모델링한 점, 식당의 질을 높이기 위해 아낌없이 투자를 한 점은 모두의 공통점인 회사의 목표를 위한 다는 점이다. 노동자들이 힘내서 일할 때 결국 회사가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모두가 함께 공감한다는 얘기다.

도요타자동차의 기업 원칙 중 세 번째는 수평적인 대화를 권유한다는 점이다. 직위를 떠나 자유롭게 대화를 하는 분위기를 통해 누구든지 창의적인 제안을 끄집어 내고 회사의 나아갈 방향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타사와 비교되는 점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가능한 한 많은 직원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어 일의 목적과 계획을 확인하고 자세한 진행 방법을 논의한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참여해 시간제한 없이 논의하는 자리는 일의 실행에 필요한 세부사항을 포함해 전반적인 사항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시간이 걸려도 전원이 이해할 때까지 대화하고 각자 자주적으로 일을 진행하는 방식'이 추구한다.

"수평적 관계에서 수평적 논의를 하다보면 아주 자연스럽게 자립심이 길러지고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의 의견을 확실히 말하는 사람이 된다."

회사가 바쁘면 서둘러 결론을 내리려고 한다. 철저한 논의는 불가능하다. 이런 환경에서는 지시만 기다리게 되고 명령만으로 일을 할당한다. 수동적인 직장 문화는 실적 향상은 커녕 현상 유지도 어렵다. 철저한 생산 조립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서로 논의할 수 있어야 더 큰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

"자신의 경험에만 의존해 교육하는 방식은 이제 젊은 사람에게 통하지 않는다"

수평적인 대화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선배들은 후배들의 요구를 듣도록 한다. 요구를 듣는 일은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킨다. 서로 편한 대화는 서로를 성장시킨다.

"어떤 문제든 전원이 이해하는 만장일치가 원칙이므로 이를 위해 철저히 대화하다 보면 때로는 밤을 지새우거나 짧은 점심시간을 며칠 연속 할애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무급이라는 사실에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은 없다"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의 고민과 불만을 윗사람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은 도요타 노동조합의 전통이다. 도요타 기업 문화이다."

"파업을 전제로 하지 않는 노사 간 철저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방식도 당시 타사의 노동조합과 비교하면 확실히 이질적이었다"

"어떤 의견이든 진지하게 받아들이여 논의하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정작 중요한 문제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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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파이 플레이 - 유튜브, 넷플릭스를 뛰어넘는 콘텐츠 공룡 스포티파이가 온다
스벤 칼손.요나스 레이욘휘부드 지음, 홍재웅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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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아이튠즈, 아마존의 클라우드 플레이어, 구글의 플레이 뮤직가 당당히 겨뤄 음반계의 승리자가 된 스웨덴 스타트업 기업 '스포티파이'의 업계 기밀사항이 최초 공개된 책이다. 스포티파이의 창업자 다니엘 에크가 우여곡절 끝에 전 세계 음반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살아남기까지의 과정, 무모한 실험과 실패의 경험, 앞으로 예상치 못하는 사업 구상까지 밝힌 책이다. 

 

스포티파이(회장: 다니엘 에크)의 원칙 중의 하나는 '음원 서비스는 모든 사람에게 접근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의 대표 저커버그와의 협상 과정에서도 이 원칙은 포기하지 않았다. '경계 없는 디지털 음악'을 실현시키기 위해 각종 난관을 이겨내야 했다. 음반사와의 저작권 협상이 가장 어려운 대목 중의 하나였다. 음악 업계에서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왜 음악을 무료로 줘 버리려고 하죠?"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CD 한 장을 팔거나 음악 파일 하나를 판매할 경우 돈이 바로 들어오는 반면에 음원 스트리밍 수입은 여러 해에 걸쳐서 천천히 들어왔다. 스트리밍 기술이 지금은 보편화된 시스템이지만 스포티파이 창업 당시 분위기는 얼토당토한 이야기였다. 유명한 가수 밥 딜런은 스포티파이에서 자신의 곡을 전부 회수해 가버리는 일도 일어났다. 스포티파이에게는 폭탄과도 같은 일이었다. 저작권 비용으로 나가는 돈이 전체 수입보다 더 컸다. 누군가는 사업을 포기하거나 팔아야 하지 않나 조언했지만 다니엘 에크는 큰 그림을 그리고 어려움을 극복해나갔다.

 

"우리는 세계의 음악을 여러분 모두에게 무료로 제공할 겁니다. 돈은 광고주로부터 받게 될 거고요" 

 

사용자 중심의 음원 서비스로 스포티파이는 애플의 아성을 깨고 미국 시장에 진입하였으며 전 세계의 음원 시장의 중심에 우뚝 서게 되었다. 사용자가 어떤 곡을 원하든 어디에서든 즉시 찾아서 들려줄 수 있는 시스템을 고집하며 번개처럼 빠르게 서비스를 안전하게 제공하자 유료 사용자까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광고 수익으로 운영되는 스포티파이는 일체 사용자에게는 어떤 비용도 받지 않고 있다. 

 

사실 스웨덴에서 스포티파이와 같은 전 세계적인 기업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스웨덴만의 토양이 한 몫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니엘 에크와 같은 이들이 어렸을때부터 자신의 소질대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 스웨덴 교육과 스웨덴 주식시장 총액의 40%를 차지하는 발렌베리 가문의 매년 수익의 85% 법인세 사회 환원이 큰 힘을 불어넣고 있다. 발렌베리 재단을 통해 대학과 연구기관 등에 기부되는 금액을 통해 다니엘 에크와 같은 젊은이들이 마음껏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실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은 '존재하되 드러내지 않는다' 라는 경영 원칙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보여주는 대표적 예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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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비밀 - 경제적 자유를 만드는 돈의 경제학
조병학 지음 / 인사이트앤뷰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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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현재 시판되는 예적금 이자율이 1% 미만대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의 예측으로는 더 이상 은행 이율이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은행에 돈을 맡겨 자산을 증식할 수 있는 시대는 더 이상 오지 않는다는 얘기다. 은행은 고객들의 돈을 유치하여 기업과 부동산 등에 대신 투자하여 이익을 얻는다. 저자에 의하면 고객들이 1% 미만대의 이율을 유지하고 있는 은행에 돈을 맡기는 일은 어리석은 일임은 강조한다.

 

지금까지는 노동을 투자한 결과로 월급, 주급, 연봉을 받는 시대로 살아왔지만 인간을 대신하여 로봇과 인공지능이 그 역할을 대체함으로써 노동에 의한 자산 증식은 더더욱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뿐인가. 주식 시장 뿐만 아니라 국제 현물 시장에서도 과거와 다른 양상들이 전개되고 있음을 저자는 분석하고 있다. 특히 현물 시장같은 경우에는 예로부터 강세 종목이었던 원유, 천연가스 같은 원자재도 대체 에너지 개발, 셰일 발견 등으로 수요가 급감함에 따라 원자재에 투입하는 방법도 그리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내 놓고 있다. 단, 금 같은 경우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오를대로 올랐다고 하지만 은행이나 다른 현물에 투자하는 것보다 유리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돈의 경제학이란 무엇인가?

 

지금까지 학교에서나 어느 누구에서나 돈을 어떻게 벌어야 되고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려주는 곳은 없었다. 따라서 부자들만의 경제학으로 치우친 면이 없지 않았다. 이제는 돈의 비밀을 일반인들에게도 자세히 알려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시간을 팔아 돈을 버는 방법을 넘어 돈을 투자해 돈을 버는 방법과 미래에 살아남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돈이 가지고 있는 위험을 넘어 돈을 스스로 통제하는 단계까지 이르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돈은 없어서는 안 되는 아주 중요한 도구임에 틀림이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어찌보면 모든 것을 대신할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돈에 종속되어 노예의 삶을 살지, 돈을 다스리며 주어진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들어갈 지는 돈의 경제학에 달려 있다고 본다. 이제 돈을 터부시할 것이 아니라 돈의 흐름을 알고 지혜롭게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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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 걷어차기 - 앞선 나라는 따라잡고 뒤쫓는 나라는 따돌리던 선진국 경제 발전 신화 속에 감춰진 은밀한 역사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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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가 잘 아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경제학 교수로 재임하고 있는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장하준 교수의 개정판 책이다. 2004년에 초판이 나온 이후 한국보다도 영미와 유럽에 더욱 폭발적인 관심을 끌어낸 책이다. 올해 개정판으로 다시 독자들에게 찾아왔다. 이미 영어, 불어, 독어 등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고 아쉽지만 한국어로는 뒤늦게 출간된 바가 있다. 

 

팬데믹이라는 사상 초유의 세계적 대란 속에 장하준 교수의 새로운 관점으로 경제를 바라본 '사다리 걷어차기'가 다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코로나-19 감염병이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 가능성이 있고 더불어 사람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제적 활동이 위축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미국 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북유럽의 스웨덴과 노르웨이, 동아시아의 일본, 중국, 대한민국까지 재난 지원금을 유래 없이 국가 정책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예전과는 다른 경제 처방전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2004년 장하준 교수가 영국에서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제목으로 이 책을 첫 출간했을 경우 주류 경제학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 이유는 선진국이라고 불리우는 앞선 경제 대국들이 부르짖는 자유 무역이 자국의 경제를 활성화시킬 것이며 자유 무역을 막는 관세 정책, 국가의 무분별한 개입, 보호 무역 정책 등은 시대와 동떨어진 개선해야 할 제도라고 주장해왔다. 그 당시만 해도 거침없는 행보가 가능했다. 어느 정도 국가간 무역도 정상적으로 움직여왔고 간혹 경제 위기, 금융 위기 등이 간헐적으로 일어나긴 했지만 충분히 문제점들을 조기에 발견하여 대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팬데믹 상황에서 장기간 불황이 이어지고 있고 경제개발도상국 뿐만 아니라 소위 선진국이라고 불리우는 국가들마저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왜 선진국들은 후발 주자인 경제개발도상국들에게 자신들의 현 경제 정책을 강요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주장하는 정책들이 경제개발도상국들이 도약하는데 도움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다는 점을 16세기부터 시작해서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선진국들이 펼쳐낸 설익는 정책들을 모조리 조사하여 밝혀내고 있다. 선진국들도 처음에는 과도한 보호 관세를 유지했고 제조업의 기술이 어느 정도 다다를때까지는 기술의 유출을 막기 위해 정상적인 무역을 막는데 앞장섰다는 점을 꼬집어내고 있다. 특히 미국은 영국이 자유 무역을 시행했던 시기에 시장 개방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주요 산업 분야에도 정부가 직접 관여하여 경제가 어느 정도 정상 궤도에 오를 때까지 오늘날 경제개발도상국들이 그토록 원하는 정책들을 당시에 원없이 했던 나라들이 지금의 선진국들임을 밝혀내고 있다. 그러니 장하준 교수를 달갑게 볼 수 있겠는가!

 

일본과 우리도 사실 신흥공업국 시절 정부가 적극적인 산업 무역 정책을 폈기에 지금의 경제 대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호 무역 정책을 펴서 자국의 이익을 좀이라도 누려보고자 하는 경제개발도상국의 의지를 완전히 꺽어 버리는 선진국들의 자유 무역 강요는 장하준 교수가 보기에 분명히 높은 곳에 올라오지 말라는 '사다리 걷어차기' 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제 그토록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선진국들의 경제 정책도 팬데믹 상황에 놓이자 허점이 여실히 드러나고 말았다. 그들의 방역 체계도 그다지 본이 되지 못했고, 대처 방법도 허술차기 짝이 없었다. 경제 개편이 팬데믹 상황에서 반드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다리 걷어차기'를 대놓고 할 것이 아니라 함께 공생할 수 있는 경제 모델을 제시할 국가가 앞으로 미래 세계 경제를 주도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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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 살고 싶어 나누기로 했다 - 일, 돈, 사람, 공동체가 보이는 나눔과 삶의 경제
전성실 지음 / 착한책가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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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회를 가리켜 수축사회라고 말한다. 고성장 산업화시대에는 일자리 때문에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사실 비정규직이라는 용어도 IMF 외환위기 이후에 생긴 신종 낱말이다. 외환위기 전에는 재벌기업의 낙수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었다. 함께 나눠 가질 파이 자체가 컸기에 서민들에게 돌아올 몫이 있었다.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먹고 살만큼은 되었다. 집안에서 어른 1명이 직장을 다니면서 벌어온 수입으로도 가계를 운영할 수 있었다. 고성장 수출 산업의 호황으로 누구나 중산층이라고 여길 정도로 경기가 안정적이었다. 청년들은 대학 졸업 후 자신의 꿈과 비전에 따라 직업을 취사선택할 기회가 넘쳐났다. 기업에서도 신규 채용자를 충분히 받아들였고 노동의 대가로 일한 만큼 자본을 취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제4차 산업혁명시대라고 하는 요즘 들어서 먹구름이 잔뜩 드리운 것이 사실이다. 흙수저, 금수저라는 용어는 이미 한물 지나간 용어이고 이제는 이생망(이번 생애는 망했다)을 넘어 청년들은 살아갈 희망 조차 없어 보인다. 돈이 돈을 낳는 구조가 되다보니 어린이들의 가장 큰 꿈이 임대사업자, 건물주가 되어 버렸다. 정당하게 일해서 번 돈으로 자신의 꿈을 키워가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일하지 않고서도 돈을 벌 수 있는 길을 선망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일 하기는 싫고 돈을 벌고 싶은 사람만 있는 국가는 결코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다. 


고령화 저출산 사회, 저성장의 늪에 빠진 국가, 이제는 일의 개념과 잘 산다는 기준이 달라져야 함을 저자는 『나는 잘 살고 싶어 나누기로 했다 』에서 강조하고 있다. 저성장 시대, 나눠 가질 파이는 한정되어 있다. 누가 많이 가지게 될 경우 누군가는 허리 띠를 졸라맬 수 밖에 없는 시대를 우리가 살아가야 한다. 한정된 파이를 공평하게 분배하는 일이 국가의 몫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일의 개념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자리도 축소되고 있고 정상적인 피라미드 구조에서 기형적인 항아리 구조로 바뀌면서 정규직은 물론 이거니와 아예 일할 자리조차 얻기가 힘든 시기를 살아가게 될 전망이다. 인간을 대신하여 로봇이 기용될 경우가 자명한 현실이다. 다시 한 번 스스로 물어보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저자는 뜬금없이 '공동체성'을 강조한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이 아니라 주위를 둘러보며 서로를 도와가며 살아가보자라는 대안을 제시한다. 누구나 인간의 존재는 고귀하다. 일할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노인도 존재 자체로 본다면 충분히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이다. 일본의 한 예로 들면, 장애를 가진 노인이 마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직장에 나간 청년들을 대신하여 택배 물건을 대신 받아준다. 주말에만 시간적 여유가 있는 직장 청년들을 위해 평일에도 그들의 택배 물건을 받아 둔다. 퇴근 뒤 청년들은 노인의 집에 찾아가서 물건을 찾아가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보니 독거 노인과 청년간의 인간 관계가 형성되고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된다. 쓸모 없어 보이는 존재로 여겼던 존재가 마을의 한 구성원으로 우뚝 서게 된 사례다. 


이제 누가 더 많이 돈을 버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아니다. 돈을 버는 이유를 찾아야 하는 시대다.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 깊은 관계를 요구하는 시대가 곧 제4차산업혁명시대라고 말한다.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더더욱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우리 사회 전반에 배치될 때 돈 보다는 인간 관계, 돈 버는 행위 자체보다 서로 잘 살고 나누는 기쁨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꿈만 같은 이야기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런 일들을 실천하는 기업과 사람들이 곳곳에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 기업은 CEO 자신이 솔선수범하여 자신의 연봉을 대폭 깍고 대신 직원들의 연봉을 대폭 인상하는 기업 윤리를 제정하고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캐나다의 한 낙농 기업은 저렴한 우유의 재료를 수입해 오기보다 기업이 위치한 고장의 원유를 100% 전량 매입하기로 결정하면서 당장은 기업의 이익에 손해가 되더라도 고장을 살리고, 고장의 사람들을 직원으로 채용하면서 함께 잘 살기를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그 기업이 위치하고 있는 고장의 사람들이 값싼 타사 제품을 구매하기 보다 값은 비싸지만 고장을 든든히 후원하는 기업의 제품을 자발적으로 구입한다고 한다. 기업의 윤리를 높이 산 타지역 사람들도 이 일에 함께 동참하면서 기업의 가치는 전보다 높아졌다고 한다. 함께 잘 살기를 원칙으로 삼은 기업의 공통점은 소비자가 먼저 그 가치를 알고 지갑을 연다는 사실이다.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혼자만 잘 살겠다고 용 쓰는 사람보다 자신의 이익을 공익을 위해 나누고 베푸는 사람을 더 존중하고 높이 사지 않을까 싶다.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것을 나누는 사람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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