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 걷어차기 - 앞선 나라는 따라잡고 뒤쫓는 나라는 따돌리던 선진국 경제 발전 신화 속에 감춰진 은밀한 역사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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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가 잘 아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경제학 교수로 재임하고 있는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장하준 교수의 개정판 책이다. 2004년에 초판이 나온 이후 한국보다도 영미와 유럽에 더욱 폭발적인 관심을 끌어낸 책이다. 올해 개정판으로 다시 독자들에게 찾아왔다. 이미 영어, 불어, 독어 등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고 아쉽지만 한국어로는 뒤늦게 출간된 바가 있다. 

 

팬데믹이라는 사상 초유의 세계적 대란 속에 장하준 교수의 새로운 관점으로 경제를 바라본 '사다리 걷어차기'가 다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코로나-19 감염병이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 가능성이 있고 더불어 사람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제적 활동이 위축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미국 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북유럽의 스웨덴과 노르웨이, 동아시아의 일본, 중국, 대한민국까지 재난 지원금을 유래 없이 국가 정책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예전과는 다른 경제 처방전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2004년 장하준 교수가 영국에서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제목으로 이 책을 첫 출간했을 경우 주류 경제학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 이유는 선진국이라고 불리우는 앞선 경제 대국들이 부르짖는 자유 무역이 자국의 경제를 활성화시킬 것이며 자유 무역을 막는 관세 정책, 국가의 무분별한 개입, 보호 무역 정책 등은 시대와 동떨어진 개선해야 할 제도라고 주장해왔다. 그 당시만 해도 거침없는 행보가 가능했다. 어느 정도 국가간 무역도 정상적으로 움직여왔고 간혹 경제 위기, 금융 위기 등이 간헐적으로 일어나긴 했지만 충분히 문제점들을 조기에 발견하여 대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팬데믹 상황에서 장기간 불황이 이어지고 있고 경제개발도상국 뿐만 아니라 소위 선진국이라고 불리우는 국가들마저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왜 선진국들은 후발 주자인 경제개발도상국들에게 자신들의 현 경제 정책을 강요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주장하는 정책들이 경제개발도상국들이 도약하는데 도움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다는 점을 16세기부터 시작해서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선진국들이 펼쳐낸 설익는 정책들을 모조리 조사하여 밝혀내고 있다. 선진국들도 처음에는 과도한 보호 관세를 유지했고 제조업의 기술이 어느 정도 다다를때까지는 기술의 유출을 막기 위해 정상적인 무역을 막는데 앞장섰다는 점을 꼬집어내고 있다. 특히 미국은 영국이 자유 무역을 시행했던 시기에 시장 개방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주요 산업 분야에도 정부가 직접 관여하여 경제가 어느 정도 정상 궤도에 오를 때까지 오늘날 경제개발도상국들이 그토록 원하는 정책들을 당시에 원없이 했던 나라들이 지금의 선진국들임을 밝혀내고 있다. 그러니 장하준 교수를 달갑게 볼 수 있겠는가!

 

일본과 우리도 사실 신흥공업국 시절 정부가 적극적인 산업 무역 정책을 폈기에 지금의 경제 대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호 무역 정책을 펴서 자국의 이익을 좀이라도 누려보고자 하는 경제개발도상국의 의지를 완전히 꺽어 버리는 선진국들의 자유 무역 강요는 장하준 교수가 보기에 분명히 높은 곳에 올라오지 말라는 '사다리 걷어차기' 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제 그토록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선진국들의 경제 정책도 팬데믹 상황에 놓이자 허점이 여실히 드러나고 말았다. 그들의 방역 체계도 그다지 본이 되지 못했고, 대처 방법도 허술차기 짝이 없었다. 경제 개편이 팬데믹 상황에서 반드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다리 걷어차기'를 대놓고 할 것이 아니라 함께 공생할 수 있는 경제 모델을 제시할 국가가 앞으로 미래 세계 경제를 주도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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