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어디로 가나? - 12.3 계엄 이후
권수경 외 지음 / 야다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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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어디로 가나?』는 기윤실연속토론회에서 여섯 명의 발제자들이 연구물을 토대로 한국교회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바라보며 발제한 내용을 모은 책이다. 한국교회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한국교회의 역사를 톺아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옥성득 교수의 말처럼 역사는 우리가 현재주의에 매몰되지 않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신학은 복음과 상황의 만남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지형은 이사장은 한국교회가 언제부터 '신앙적 정체성'을 분명히 한다고 하면서 '사회적 연관성'을 무시했다고 일침을 가한다. 교회가 자기 집단의 만족을 위한 닫힌 모임으로 변질될 때 '세상을 돌보며 섬기는 본질적인 사명'을 잃게 된다고 슬픈 현실을 고백한다.

"기독교의 본질은 신앙적 정체성과 사회적 연관성에 있다"

그리스도인으로의 변화는 인격과 일상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인격은 속사람이고 일상은 실제의 삶'이다. 인격이 변하지 않으면 일상이 바뀔 수 없다는 말에 공감한다.

권수경 목사의 「한국교회의 우상 숭배 : 권력, 재물, 이념」은 한국 기독교의 가장 무서운 적이다. 권력을 하나님 이상으로 의지했을 때 공의와 인권, 자유와 약자 보호 등 성경적 가치를 지켜내기가 어렵다는 것은 과거 우리의 정치적 역사에서 확연히 살펴볼 수 있다. 현재 심히 우려가 되는 현상은 기독교 민족주의다. 폭력적인 현상으로 둔갑하고 있다. 복음의 공의와 자비에 대해 침묵한다. 이것은 온전한 복음이 아니라 반쪽 복음에 불과하다. 국가조찬기도회의 폐해에 대해 기술한 부분은 권력을 탐하는 것이 곧 우상 숭배임을 알게 해 준다.

성경에서 재물에 대해 누차 강조하는 이유는 풍요한 재물이 가난보다 우리를 물질의 노예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재물은 얻을 때도 쓸 때도 이웃을 생각해야 한다. 하나님과 돈을 함께 섬길 수 없다. 교회가 먼저 서로 나누고 더불어 사는 삶의 본을 보여야 할 텐데 재물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한국교회는 성경과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특정한 이념도 우상이 될 수 있다. 배덕만 교수의 「트럼프, 근본주의, 그리고 한국교회」의 글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 트럼프의 미국, 근본주의는 한국교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성철 교수의 「한국교회와 기독교 극우의 문제」는 일부 극우적 현상에 매몰되어 있는 기독교인들의 단적인 모습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한국교회는 그리스도의 주권이 일상의 삶에 보편적으로 구현되도록 해야 한다. 삶에서 정직한 삶이 왜 중요한지, 무엇이 공의며 정의인지, 어떤 행동이 자비로운 것인지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종교적 영역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 문제에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권력과 재물, 이념의 그늘에 벗어나지 못하는 기독교는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구원을 경험한 이들은 믿음과 행위가 같다" 성경의 말씀대로 행하는 삶이어야 한다. 종교색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정의와 겸손을 나타내야 한다.

『한국교회, 어디로 가나?』는 현재 한국교회의 민낯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반성적 성찰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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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배우고 바로 쓰는 에듀테크 첫걸음 - 교사를 위한 실전 가이드북
조종현.박미지.김승길 지음 / 성안당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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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기술을 합친 말이 '에듀테크'다. 교육이 먼저냐 기술이 먼저냐라고 묻는 것은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를 묻는 것과 비슷해졌다. 어떤 것이 먼저고 나중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더 관점 포인트인 것 같다.

아주 먼 옛날이야기 같지만 불과 5여 년 전 코로나19라는 전 세계 팬데믹 현상을 겪으면서 교육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에듀테크'임을 다시 실감하게 된 적이 있다. 비대면 상황에서 교육은 계속 진행형이어야 했다.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원격 기술을 통해 완벽하지는 않지만 교사와 학생, 학교와 가정을 잇는 도구로 에듀테크를 적절히 활용한 적이 있다.

이제 생성형 AI 도구의 진화로 이것을 배제하고 교육을 펼치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 된 것이 현실이다. 기술에 교육이 지배당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부정적인 시선을 담긴 불편한 목소리가 나오긴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기술이 교육에 필수불가결한 도구임에는 누구도 반대할 사람이 없다. 다만 어떻게 '테크'를 '교육'에 접목시키느냐가 관건이다. 결국 교사의 몫에 달려 있다.

아주 진부한 이야기이지만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라는 명제는 아직도 통용된다. 특히 다양한 에듀테크가 널려 있는 이 시대에 더더욱 교사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교과목에 맞는 에듀테크의 활용, 자신이 맡고 있는 학생의 특성에 적합한 도구의 활용은 교사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영역이 되었다.

『쉽게 배우고 바로 쓰는 에듀테크 첫걸음』에서는 현재 학교 현장에서 가장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도구들을 소개하고 있다. 누구나 따라 하면 금방 익힐 수 있도록 설명해 놓았다. 나 또한 대부분 본 적이 있고 지금도 활용하고 있는 도구들이 있다. 다만 도구라는 것이 사용하지 않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둔해진다는 점이다.

좋은 기술도 활용해야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에듀테크도 마찬가지다. 교육을 촘촘하게 하기 위해 에듀테크를 시의적절하게 활용해 가는 것이 에듀테크와 친숙해지는 법이다. 도구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늦지 않았다. 쓰면 방법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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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역습 Idea Ink
우치누마 신타로 지음, 문희언 옮김 / 하루(haru)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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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책 판매가 쉽지 않은 것이다. 책의 미래가 불투명한 것이 아니라 출판업계가 불황을 겪고 있는 것이다.

『책의 역습』의 저자 우치누마 신타로는 "서점과 도서관 이외에 책이 있는 장소를 만들어 책과 사람에게 지금까지 없었던 '사이'를 만들기 위한"(51쪽) 다양한 시도를 한다.

음식점 메뉴 사이에 책을 넣는 식이다. 음료를 주문할 때 문고판 책을 같이 넣어 손님 테이블 놓이게 만든다. 책과 사람에게 지금까지 없었던 '사이'를 음식점에서도 실험해 본다. 의류와 잡화점, 인테리어 가게 등 다른 업종의 소매점에 책을 파는 장소를 만든다. 책의 역습이다. 서점 이외에도 책이 있는 장소를 늘릴 수 있다.

책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과거 수목의 내피에 글을 적어 낸 형태에서 양피지, 디지털 형태의 책 유형까지 책이 아닌 것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을 책으로 부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이 또한 책의 역습이다. "책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는 사람에 따라, 시기에 따라 변해갔다:" (65쪽)

앞으로 책을 위해 저자가 생각하는 10가지를 참조하면 좋을 듯싶다. _102쪽

1. 책의 정의를 확장해서 생각한다.

책의 정의를 출판유통을 통하는 것에서 서가를 채우는 것으로 확장한다. 책을 좁은 정의로 한정하지 않고 이것도 책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2. 독자의 사정을 먼저 생각한다.

3. 책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나누어 생각한다.

4. 책의 가장 알맞은 인터페이스를 생각한다.

5. 책의 단위를 생각한다.

6. 책과 인터넷 접속을 생각한다.

7. 책의 국경을 생각한다.

8. 제품으로써의 책과 데이터로서의 책을 나누어 생각한다.

9. 책이 있는 공간을 생각한다.

공간에 어떤 책을 진열하느냐에 따라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브랜딩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10. 책의 공공성을 생각한다.

저자가 책의 미래는 밝다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점은 줄어들 수 있지만 책방은 늘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서점과 책방의 차이다. 서점은 물리적인 공간에 책을 진열하고 책을 파는 곳이 서점이라면 책방은 책과 함께 사람과의 관계를 주선하며 각종 이벤트를 연다.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 책과 함께 파는 것들을 손님의 시선에서 발견한다.

학교 도서관의 활용 방안도 다각적인 측면에서 생각하면 어떨까?

책만 진열하는 장소가 아닌 학생들을 책으로 유혹하기 위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야 하지 않을까. 책이 지저분해지면 어떤가. 책을 보관하는 장소가 아닌 이상 책은 찢어질 수도 있고 더러워질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도서관 문을 과감하게 열어젖히면 어떨까?

책이 저자와 독자의 매개 역할을 하듯이 도서관이나 책방도 세상과 학생, 사람과 사람과의 연결을 잇는 매개자의 역할을 하면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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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질문이 있었다
송민원 지음 / 복있는사람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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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곳에 모이려는 인간의 집단적 욕망과 사방으로 흩어 문화를 다양하게 펼치려는 하나님의 의지 사이의 충돌로 보는 자신의 새로운 읽기를 '수평적 해석(horizontal interprction)'이라고 명명했습니다" _15쪽

『태초에 질문이 있었다』의 저자 송민원 교수는 성경 읽기를 '성경 안의 세계(in the Bible), 성경 뒤의 세계(behind the Bible), 성경 앞의 세계(in front of the Bible)'로 구분했다. 성경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에 대한 시선 또한 기존의 많은 교인들이 적용했던 '수직적 읽기'와 새로운 시선으로 강조하고 있는 '수평적 읽기'로 독자들에게 안내하고 있다.

『태초에 질문이 있었다』에서 제시하고 있는 성경 본문은 창조 세계를 설명하고 있는 부분(창세기 1장~3장), 가인과 아벨의 사건, 소돔과 고모라 사건, 노아의 홍수 사건, 바벨탑, 거룩의 의미를 담아낸 부분이다.

보통 기존의 해석들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초래된 징계, 벌, 회개를 토대로 한 '수직적 읽기'에서 흔히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었는데 반해 저자는 성경에서 말하는 사건들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초래된 폭력, 깨짐, 부조화, 분열 등을 '수평적 읽기'를 통해 찾아냈다.

저자는 『태초에 질문이 있었다』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바는 다음과 같다.

성경이 말하지 않은 바를 설명하려고 애쓰는 것은 좋은 해석자나 독자의 태도가 아니다(59쪽), 성경에 없는 표현을 채워 넣는 방식이 아니라 성경의 표현 자체에 집중하는 읽기(61쪽)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본문에 없는 설명을 보충하려는 시도, 본문에 없는 추정에 근거한 것, 본문에 존재하지 않는 내용을 삽입하는 것, 본문이 말하지 않는 의미를 덧붙이는 행위, 우리는 쉽게 그 빈자리를 특정한 신학적 상상력으로 채우려고 한다. 우리의 상상력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본문보다 앞서 나가는 것은 성경이 말하지 않는 것을 상상력으로 채우려는 시도다.

예를 들어 우리는 성경을 읽으면서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가인이 동생 아벨을 살인하는 장면에서 "질투나 분노로 가득 찼을 때 나는 형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라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각할 수 있는 질문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님은 체면이나 권위보다 생명을 살리고 관계를 이어 가는 것을 더 소중히 여기신다" _90쪽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은 수수께끼 같은 표현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핵심 진술이다.(111쪽)

성경을 수평적으로 읽으면 죄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무너지는 것으로 바라볼 수 있다. 살아 있는 부모님의 관계는 등한히 하면서 어떻게 하나님을 경외한다고 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반문해 보아야 한다. 성경은 사람과의 관계를 무척 중요하게 말한다. "낯선 이를 맞이하고, 약자를 보호하며 공동체의 수평적 관계를 지키는 것이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사람됨의 본질이라고 가르친다"(165쪽)

본문을 정확히 읽는다는 것은 신학적 틀로 익숙하게 받아들인 해석에 대해 다시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_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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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독가들 - 조선 지식인의 독서 리더십과 독서론 책문화교양 7
박수밀 지음 / PARK&JEONG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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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젖어 읽고 정밀하게 생각하라" _196쪽

김치도 숙성되어야 제맛이 나는 것처럼 책도 그렇다. 대충 훑고 읽었다는 것은 배추를 생으로 먹는 것과 같다. 빠르게 읽고 많이 읽었다고 자랑하는 것은 숙성되기도 전에 김치를 먹어 보고 맛이 아주 좋다고 이야기하는 꼴이다. 책은 자고로 푹 삭혀서 읽어야 한다. 옛 조선의 탐독가들은 모두 '숙독'을 기본 베이스로 깔고 독서의 삶을 살았다.

"독서는 먼저 마음을 비우고 기운을 평온케 하며, 익숙하게 읽고 정밀하게 생각해야 한다"

한 글자 한 글자 허투루 읽을 수 없다. 정밀하게 읽기 위해서는 글자에 담긴 정신과 맥락을 생각하며 읽어야 한다. 정밀하게 읽으면 생각이 뒤따를 수 없다. 생각 없이 읽는다는 것은 눈으로만 글자를 따라가는 꼴이다.

"글을 읽는 일도 수십 번을 조심스럽게 반복해서 음미하는 과정을 거쳐야 진정한 경지에 이른다. 익숙하게 된다는 것은 글을 암기하는 수준에 머무는 게 아니라 글에 푹 젖어 글과 내 생각이 일체가 되는 경지에까지 도달하는 것이다" _198쪽

책만 보는 미치광이였던 이덕무는 독서로 가난을 이겨냈다. 읽고 또 읽으며 자신의 아킬레스건이었던 노둔함을 반복 독서로 극복한 백곡 김득신은 조선 최고의 다독왕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조선 최고의 명군이었던 세종대왕은 우리가 잘 알듯이 책과 함께 살았던 임금이었다. 그는 나라를 책으로 경영한 최고의 리더였다. 독서를 권장하기 위해 '독서휴가제'까지 만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다산 정약용, 홍길주, 홍대용, 이익, 이순신, 이이, 허균, 박지원, 정조, 양응수는 조선 지식인의 독서 리더십을 삶으로 보여준 이들이다.

박수밀의 『탐독가들』이야 말로 수십 번 반복해서 읽고 또 읽어야 할 책이다. 일상의 삶이 바쁘다고 하여 간단한 동영상을 통해 정보를 가볍게 얻는 우리에게 조선의 독서 리더십을 보여준 독서 대가들의 일침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기며 깊어가는 가을, 다시 한번 책장을 깊게 펼쳐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느슨해진 독서의 고삐를 다시 잡아당겨야겠다. '푹 젖어 읽는 삶'을 통해 멋지게 나이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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