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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으로 - 순간접속의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
매리언 울프 지음, 전병근 옮김 / 어크로스 / 2019년 5월
평점 :

순간 접속의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AI 인공지능 시대에 종이책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은 시대적 착오가 아닐까? 인지신경학 측면에서 읽기 회로의 지속적 계발은 점점 빠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인류에게 꼭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이 대신 읽어주고 써 주는 편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사람보다도 더 분석적이고 정확하게 요약하고 정리하는 능력이 있다는 주장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책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저자 매리언 울프는 누구든지 납득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양손잡이 읽기 뇌를 균형 잡게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디지털 문화에 대해 무조건 거부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읽기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최첨단화된 읽기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앞으로 학교에서든 어디에서든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읽기와 쓰기는 시대를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다만 뇌의 가소성 측면에서 너무 이른 나이에 디지털 도구에 몰입될 경우 읽기 회로의 한 쪽 면만 발달할 수 있는 부작용이 있음을 경고한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디지털 도구는 분명 매력적이고 거부할 수 있는 유혹거리임에는 틀림이 없다. 자신도 모르게 인공지능 도구에 종속당할 수 있다. 사람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인지능력과 기억력, 분석력, 공감력과 같은 기초기본적인 능력이 다져져야 할 시기에 이 모든 것을 대신해 줄 듯한 인공지능 도구에 맹신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인공지능 시대에 다시, 책으로 돌아가야 할까?
종이 책의 특징을 보면 답을 예상할 수 있다. 디지털 도구와 달리 종이 책은 손의 감각을 통해 온몸으로 책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느낌을 전달해 준다. 물성이라고 불리는 종이책만의 특성은 마치 아기가 엄마와 교감할 때 정서적 안정감을 누리는 것처럼 디지털 액정 화면만으로 보이는 글을 듣고 읽는 것보다 독자가 직접 손으로 넘기며 글을 읽어갈 때 인지적 사고 능력까지 연결될 수 있음을 연구한 결과에 근거하여 기술하고 있다. 그뿐인가. 종이 책은 언제든지 반복해서 다시 읽을 수 있고 읽고 생각하며 느낀 점을 다시 생활 속에서 적용하는 데에 깊은 사고력을 길러준다. 반면 디지털화된 책은 기능이 다양하고 손쉽게 쓸 수 있는 방법들이 있지만 생각만큼 사람의 사고 과정을 자극하지 못한다. 흥미 있고 주의를 끌만한 요소들이 기술화되어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 복잡한 기능으로 인해 오히려 집중적인 사고, 주의 집중이 어렵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시 책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이야기 속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고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보는 사유의 과정을 거친다는 뜻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점점 다양화된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을 듣고 조율하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 획일화되고 속도가 빠른 것이 결코 장점이 될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느리지만 정확하게 다양한 생각을 듣고 자신의 생각과 비교할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민주주의 사회는 갈등이 늘 존재한다. 갈등을 관리하고 전환하는 능력은 인공지능이 대신해 줄 수 없다. 조직의 구성원들이 직접 서로 소통하고 해결해 가야 한다. 판단력과 분석력은 깊게 읽기를 통한 사유의 부산물이다. 대충 읽고 빠르게 읽을 때에는 얕은 지식과 정보만 충족된다. 반면 호흡을 길게 갖고 깊게 읽는 행위는 깊은 사고를 동반한다.
인공지능만 고집할 것이 아니다. 물론 책만 고집할 것이 아니다. 압도적으로 우세를 보이고 있는 디지털 문화 속에서 다시 책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는 균형 잡힌 뇌를 만들어가기 위함이다. 읽기 회로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으면 안 된다. 디지털 도구와 종이 책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어린 학생일수록 충분히 종이 책으로 깊게 읽는 경험을 많이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도 읽기 책 뇌 회로가 다시 작동될 수 있도록 미리미리 길들여 놓아야 한다.
구닥다리 같은 소리로 들리겠지만 우리의 뇌를 위해서라도 종이 책으로 다시 돌아가기를 권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