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신부 문지아이들 154
김태호 지음, 정현진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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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보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될까?

 

무의식적으로 했던 대로 행동하고 보던 대로 보는 습관이 관성의 작용처럼 우리에게 늘 작용한다. 다르게 본다는 것은 어찌 보면 자신을 이겨내려고 하는 힘을 의지적으로 발휘해야 하는 힘겨운 일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타인의 조언조차도 귓등으로 듣곤 한다. 분명 나를 위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해 준 이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할 터인데 대충 한 귀로 듣고 흘려보낸다. 내 생각, 내 행동대로 하는 것이 편하고 좋다. 곁에 따끔한 충고를 해 주는 사람도 없어진다. 그때가 바로 위기다. 새로운 시각, 새로운 시선, 새로운 관점을 얻기 위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책이든 사람이든 어디에서든 자신의 옛 관성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를 해야 한다. 

 

그러던 중에 파리 신부를 만났다. 어린이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곤충들을 소재로 가져왔다. 등장인물이 사람이 아닌 곤충일 때 호기심이 더 생긴다. 김태호 작가는 친숙한 곤충 중에서 약간 사람들이 꺼려할 수 있는 이들을 선택했다. 다르게 보려는 작가의 창작 의도인 것 같다. 파리, 거미는 겉보기에는 피하고 싶은 대상이다. 외모가 한몫하는 것은 틀림이 없지만 자연 세계에서 필요로 하지 않는 대상은 하나도 없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사람만이 인식하지 못하는 것뿐이지. 

 

작가의 관점은 '지금까지와는 좀 더 다르게 보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신 것 같다. 어린 독자를 포함해 우리 어른들에게도 꼭 필요한 능력이다. 다르게 보는 능력말이다. 고정된 관념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순간 답정녀가 되고 만다. 이미 답을 정해 놓고 자신에게 모두 맞추라는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는 고질병이 우리를 유혹한다. 사람에게 질병을 옮기는 곤충이라고 하더라도 쓸모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쓸모 말이다. 

 

위험한 순간이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어 마음 먹은 것을 행동에 옮기는 파리 신부의 모습이 무모하게 보이지만 아름답게 여겨지는 것은 약하지만 끝까지 주변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서로 돕는 존재다. 지금은 각자도생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좀 더 다르게 세상을 살아가야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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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수의 탄생 일공일삼 91
유은실 지음, 서현 그림 / 비룡소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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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실 작가의 책이다. 아주 유명한 책이라서 그런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에 손 때가 많이 묻어 있다. 그래서 더 정겹다. 백일수라는 아이의 일생을 이야기한 책이다. 읽는 내내 웃음보가 터졌지만 책장을 덮으면서 의미심장한 질문을 내게 던지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

어른이 시키는 대로 자라는 고분고분한 아이가 있다. 키우기 쉬울 것 같다. 우리 아이는 사춘기를 모르고 지나왔다고 하는 말을 들으면 부러운 마음이 든다. 아이를 키우면서 떼를 쓰고 고집을 부릴 때 속에서 울화통이 올라온다. 자기주장이 너무 강하고 온 사방을 돌아다니는 자녀를 보면 늘 노심초사다. '일수'처럼 시키는 대로 자라는 아이가 있다면 부모의 바람대로 조용히 자라는 아이가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고 다들 생각할 수 있다.

일수는 부부에게 아주 귀한 아들이다. 뒤늦게 어렵게 얻은 아들이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들이다. 일수 엄마는 훌륭한 사람으로 키워야겠다는 일념으로 세종대왕을 롤 모델로 삼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일수는 엄마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훌쩍 떠나버린다.

'일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도 그렇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과연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나. 누구의 아빠, 직장에서의 불리는 직함, 소속된 공동체에서 불리는 여러 가지 이름들은 사실 타인이 나를 겉에서 바라본 껍데기일 뿐이다. 나는 누구인가?

이번 초등학교 1~2학년 교과서는 자신이 누구인지, 누구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지, 어디에서 무얼 하며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2년 동안 여러 교과를 통해 배운다. 아주 추상적인 듯 하나 실제적으로 자신의 삶을 발견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이 설계되어 있다. 아주 중요하다. 어른이 시키는 대로 살아가는 삶은 진짜 나의 삶이 아니다. 나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중년을 살아가는 나도 마찬가지다. 자녀는 키우고 나면 떠나보내야 하는 존재다. 누구의 아빠로 살아가는 일은 얼마 남지 않았다. 직장에서 직함은 퇴직하면 그만이다. 직장을 떠나면 평범한 동네 아저씨일 뿐이다. 공동체도 그렇다. 결국 내가 누구인지 나의 존재는 내 안에서 찾아내야 한다.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남이 평가해 주는 인정이나 판단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평가할 때 나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초등학생 아이들이 보는 책일 것 같은데 참 철학적이고 깊이가 있는 책이다. 일수의 탄생을 통해 인간의 탄생을 잠시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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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떤 힘을 가지고 있니? 날마다 그림책 (물고기 그림책)
마스다 미리 지음, 히라사와 잇페이 그림, 김지연 옮김 / 책속물고기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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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 권일한 선생님의 말씀에 의하면 그림책은 아이들이 보는 책이 아니라 어른들이 보는 책이라고 한다. 나도 동의한다. 그림책 한 장 한 장에 그려진 그림에는 작가의 심오한 생각이 담겨 있다. 단순한 그림이라도 작가의 분명한 의도가 숨겨 있다. 다양한 미술적 표현을 설명하지 않더라도 그림 자체만 보더라도 과연 어린이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생각된다. 물론 어린이들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그림책이 어린이들이 보는 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에 다른 생각을 말하고 싶다.

어제까지 강원도 내에 있는 학교에서는 새로운 교직원들과 새 학기를 준비하는 교육과정 협의회가 열렸다. 새로 발령받은 학교에서 새롭게 교직원들과 협의하는 과정은 매우 신경이 쓰이는 일이다. 교감의 입장에서는 선생님들의 경력이나 실력, 능력치를 모습을 보고 짐작한다. 올 한 해 과연 아무런 사고 없이 보낼 수 있을지 새로 발령받으신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며 판단한다. 경력이 출중하신 선생님들이 있는 반면에 새롭게 시작하는 선생님도 계신다. 모두 장단점이 있다. 경력이 많은 분들은 한마디로 참 안정적이다. 경력이 적으신 분들은 생동감이 있어 보인다. 서로서로 보완해 주는 역할로 완전체를 만들어가야 한다.

"너는 어떤 힘을 가지고 있니?"

처음 시작하는 분들은 모든 것이 생소하다. 서툴 수밖에 없다. 서툰 점을 기다려주는 것이 관리자의 역할이다. 부정적으로 판단하지 않아야 한다. 오히려 작은 것에도 칭찬하고 격려해야 한다. 그러기 쉽지 않을 때도 있다. 상대방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때 그렇다. 세상이 참 좁다. 누구누구 이야기하면 한 다리 건너 모두 안다.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멀리서도 다 아는 세상이다. 말 한 마디 할 때 부정적인 말은 삼가야 한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롭게 시작할 때 좋은 점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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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속 작은 이야기
강릉 작은학교 교사연구회 지음 / 부크크(bookk)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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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나를 비롯한 몇 분의 작은 학교 선생님들이 교실 속 작은 이야기를 써서 모았다. 아주 작은 책자다. 다시 읽어 본다. 정말 좋다. 감동적이다. 살아있는 교실 이야기다. 아이들을 사랑한 교사들의 이야기다. 누가 봐주는 사람 없어도 교사의 열정으로 몇 명 안 되는 아이들과 생활했던 이야기다. 솔직히 잘 쓴 글은 아니다. 아주 투박하다. 화려한 문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날 것 그대로의 글이다. 그러나 선생님들의 살아 움직이는 심장 소리를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을 누구보다도 사랑한 가슴 뛰는 이야기를 읽어 볼 수 있다.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다. 가공한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아이들과 자연 속에서 온몸으로 경험한 이야기다. 흉내 낸 이야기도 아니다. 그 선생님만이 할 수 있는 교실의 이야기다. 뜬금없이 책장에 꽂혀 있는 작고 얇은 책을 찾아내 읽었다. 그 이유는 다가오는 3월부터 아주 작은 학교로 전근 간다. 전교생 45명인 작은 학교다. 4년 동안 있었던 학교는 학생수만 4배 이상이 된다. 며칠 전 가야 할 작은 학교에 다녀왔다. 예전 생각이 났다. 아담한 학교 건물, 울창한 소나무 숲, 천연 잔디 운동장, 한적한 어촌 마을. 도심지에서 갑자기 전원 마을로 이사를 가는 느낌이다. 

 

모든 학교가 다 그렇지만 작은 학교는 선생님 한 분 한 분의 역량이 참 중요하다. 선생님이 움직이는 교육과정이다. 얼마나 사랑으로 아이들과 생활하느냐에 따라 교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십여 명도 안 되는 아이들이 교실 안팎에서 옥신각신 서로 왕성한 활동을 한다. 규모가 큰 학교에 비해 서로 교류하는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적다. 적은 수의 학생들이 다양한 만남과 상호작용을 하기 위해서는 선생님의 의도적인 기획이 필요하다. 작은 학교는 주변 환경을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에 참 좋다. 선생님이 얼마만큼 교육과정을 폭넓게 해석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작지만 큰 학교가 될 수 있다. 아이들이 쑥쑥 성장할 수 있다.

 

공부란 함은 책으로만 하는 것만이 공부가 아니다. 특히 저학년일수록 자연을 몸으로 느끼며 배경 지식을 폭넓게 할 필요가 있다. 자연을 벗 삼아 책으로 영역을 넓히고 책에서 찾아낸 것을 자연에서 확인하는 자발적인 학습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지적인 힘을 탄탄하게 가꾸어갈 수 있을 것이다. 교감의 역할은 선생님들이 그런 활동을 왕성하게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일이다. 

 

작은 학교에 근무할 선생님들에게 이 책을 읽어 보라고 추천한다. 선생님들의 순수한 교육 열정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책도 아주 얇다. 70쪽 밖에 안 된다. 30분이면 읽어낼 수 있다. 공감하리라 믿는다. 선생님들은 늘 맡겨진 아이들을 어떻게 잘 가르칠까 고민 중이다. 작은 학교 선생님들의 고민을 읽어보시라. 그리고 좌충우돌 실패담도 보시라. 남의 얘기가 아니라 당장 나의 이야기다. 

 

2월까지 지금 있는 학교에서 행정적인 처리를 잘 마무리하고 3월부터는 작은 학교로 출근한다. 가슴이 설렌다! 이 책을 다시 읽기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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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 시집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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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만기 4년 꽉 채우고 떠나게 돼서 참 홀가분하다.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내가 머물고 있는 지역은 교감이 한 학교에 근무할 수 있는 기간은 4년이 최대다. 4년을 채우면 무조건 자리를 비워 주어야 한다.

이곳으로 처음 발령받아 올 때에는 1년만 근무하고 집 근처로 가야지 마음먹었다. 집에서 근무지까지 50킬로미터 걸렸으니 그럴 만도 했다. 막상 근무하다 보니 정이 생기고 오기가 생기고 그러다 보니 학교 만기를 채우고 말았다.

새로 오는 교감님은 신규 교감이다. 나도 그랬던 시절이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어제 그제 새로 발령 난 학교에 다녀왔다. 새로 발령받아 오신 교장님과 선생님들, 교직원분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새 학년도 교육과정을 협의했다.

이틀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그런지 집에 와서 일찍 뻗었다. 에너지를 많이 소모했나 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나도 모르게 신경을 무척 썼나 보다. 교감인데 뭘 신경 쓸 게 있을까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점점 새로운 곳에 가는 것이 힘들다. 젊었을 때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지금은 익숙한 곳이 좋다.

오늘부터 2월 말까지 지금 있는 학교에서 해야 할 일들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 선생님들 호봉도 승급 처리해야 되고 내부 계획, 채용 업무, 보고 공문도 처리해야 된다. 유종의 미를 잘 거둘 수 있도록 처신을 잘해야겠다. 떠나고 간 자리가 아름다울 수 있도록 말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것처럼 새로 오시는 교감님을 위해 버리고 갈 것은 깨끗하게 잊고 치우고 가야겠다. 박경리 유고 시집을 읽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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