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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네가 선생님을 했으면 좋겠어
김차명 지음 / 일요일오후 / 2025년 2월
평점 :

교감 생활을 5년째 하고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교사의 삶을 깡그리 잊어 가고 있다. 매일 선생님들을 만난다. 학교 구석구석에서 지나가다 만나기도 하고 업무 관계로 교무실에서 얼굴을 대면하여 보기도 한다. 학교 내 전산망인 쪽지로 소통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약간 허전한 느낌이 든다. 거리감이 든다. 내가 교사가 아닌 이유가 가장 크다. 학교 관리자로 불리는 교감은 선생님들에게 부담이 가는 존재임에는 틀림이 없다. 교감인 내가 생각하더라도 선생님들의 생각과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큰 일이다.
선생님들과 여유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기가 쉽지 않다. 첫째는 선생님들이 너무 바쁘기 때문이다. 수업과 생활지도, 급식지도, 상담, 행정 업무 처리 등 하루 8시간 학교 안에서 근무하는 시간 동안 여유를 가지고 감상을 하거나 책 한 줄 읽을 겨를이 없는 삶이 교사의 삶이다. 바쁘게 지내고 있는 선생님을 불러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사치를 넘어 경우가 없는 불손한 행동이다. 1년 동안 함께 근무하지만 사실상 형식적 인사 정도, 업무 관계로 나누는 대화 그 이상 그 이하의 관계를 맺어갈 수 없는 구조가 학교다. 『그래도 네가 선생님을 했으면 좋겠어』김차명 선생님이 이야기했듯이 교육의 상급 기관이 열심히 일할수록 더 바빠지는 것이 학교 현장이고 선생님이다. 미래 교육의 가장 큰 화두는 학생 주도성이다. 학생 주도성은 교사 주도성과 함께 한다. 공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 교사의 주도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학생 주도성은 그림에 떡이다.
교사의 주도성이 발휘되지 않는 두 번째 이유는 교사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학교 내외의 분위기 때문이다. 이미 학교 구성원의 한 축이라고 불리는 학부모는 교사의 말보다 자녀의 말을 더 신뢰하고 교사의 교육적 판단을 불쾌하게 생각한 나머지 법적 소송까지 내지르고 있는 상황이다. 학교 밖 구성원들은 그렇다 할지라도 학교 내 구성원들도 교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온화한 편이 아니다. 심지어 학교 관리자들이 교사의 전문성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이건 아주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교사의 전문성을 신뢰한다는 것은 교사의 교육적 판단뿐만 아니라 교사의 교육 행위를 믿고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교사가 여유를 가지기 어려운 이유는 단순하고 명확하다.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_160쪽
교사의 시선을 조금이나마 따라가기 위해 교사가 쓴 책을 읽으려고 한다. 나도 20년 이상의 교사의 삶을 살았지만 교감이 되고나서 금방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는 중이다. 신기할 정도다. 교사들의 마음을 얻고 그들과 함께 교육 활동을 펼치기 위해서는 교사를 알아가야 한다. 그 노력의 일환 중 하나가 '교사가 쓴 책 읽기'다. 학교 관리자분들께 적극 추천한다.
과거 교사 시절과 오늘날 교사의 삶은 분명히 다르다. '일이 너무 많다'라는 교사의 목소리에도 여러 반응이 나올 수 있겠지만 현실에 눈을 감는 순간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교사들은 다양한 업무에 과부하를 느낀다. 일부 학부모들의 비상식적 태도와 과도한 민원에 심리적 위축을 경험한다. 과거와 다른 사회적 양상들이 펼쳐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