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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하게 걷는 거 그거,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데? - 산티아고 순례길 30일 걷기만 했는데 시리즈
나하나.김민지 지음 / 하나되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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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걷는 과정이 걷기의 목표라는 말에 공감한다. 산에 오르는 것도 정상에 다다르기 위한 것이 목표가 되는 순간 산행이 고행이 되지만 산자락을 따라 걷는 과정을 즐긴다면 쉼이 되며 나를 찾아가는 순간이 된다. 마라톤에 틈틈이 도전하고 있다. 달리기도 기록을 경신하기 위한 것이 목표가 되면 몸에 무리가 가지만 뛰는 것 자체를 즐기면 뛰는 과정이 회복의 시간이 된다.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다. 과정은 여유를 찾게 만든다. 과정은 사람을 보는 시선을 따듯하게 한다. 결과가 목적이 되면 나만을 위한 삶이 되지만 과정에 중심을 두면 타인을 위해 내 곁을 비워두게 된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무명의 사람들의 걷는 과정 자체가 목표이고 걸으면서 문제 해결을 스스로 발견하게 된다. 

 

느긋하게 걷는 거 그거,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데?

 

걷기의 진수는 느긋함에 있다. 삶의 묘미도 그렇지 않을까. 직장 안에서 서로 간 갈등이 생기는 이유도 느긋함이 없기 때문이다. 시간에 쫓기고 일에 매몰되는 이유는 목표 지향적이기 때문이다. 내가 그렇다. 해야 할 일이 생기면 늘 조급함으로 일에 덤벼 든다. 나만 그러면 괜찮은데 은근히 직원들에게 눈치를 준다. 소위 말해서 꼰대 기질이다. 삶이란 결국 사람에게 달려 있다.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생활의 스타일은 극히 개인적이다. 나에게 맞추라는 식으로 생활한다. 곁에 틈을 주지 않는다. 그래야만 더 많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는다. 목표를 이루면 그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끝없이 달려간다. 몸과 마음이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느긋하게 생활하는 거 그거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데? 

 

목표보다는 과정에 의미를 둔다. 오래 걷기 위해서는 함께 걸어가야 한다고 한다. 빨리 걷는 것은 한계가 있다. 느긋하게 생활하면 잃었던 것을 다시 회복하게 된다. 놓쳐던 관계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게 된다. 마음을 느긋하게 갖는 것이 어찌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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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 괴짜 선비 연암이 보여 주는 진짜 여행 처음 만나는 고전
손주현 지음, 홍선주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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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실학자였던 박지원이 청나라 열하를 다녀와서 쓴 일기는 여행 기록문의 최고봉으로 평가받고 있다. 조선은 청나라 황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대규모 사행단을 보내왔다. 먼 친척뻘인 박명원이 단장이 되면서 박지원도 사절단에 포함되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다른 이들과 달리 박지원은 긴 여정 동안 자신이 보고 들은 바를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긴 장거리 출장 중에 하루하루의 일정을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은 보통 정성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잊지 않기 위함이다. 오랑캐로 치부하고 있는 청나라의 발전된 모습을 사람들에게 소개할 때 객관적 증거가 된다. 조선의 사대부 대부분은 아직도 고정관념을 버리지 않고 있었을 때였다. 반면 박지원은 오랑캐든 아니든 배울 것이 있다면 무조건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다. 

 

교통수단도 변변치 않았던 그 시절 폭우를 만나고 강을 건너며 황제를 알현하기 위해 기일을 맞추어야 했었을 빡빡한 일정 속에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라면 빠짐없이 기록으로 남겼다. 붓과 먹, 종이로 보따리를 가득 채울 정도였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감히 따라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열하일기의 기록에 의하면 사행단의 일정이 얼마나 피곤했는지 여행을 마치면 실컷 자고 싶다는 표현도 있을 정도로 고된 하루의 연속이었다. 

 

오늘날 해외로 여행을 떠나면 어김없이 새로운 풍경과 인상 깊은 장면들을 기록으로 남긴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공유한다. 박지원도 사행단이 거쳐 가는 곳을 꼼꼼하게 기록으로 남겼다. 말이 통하지 않으면 필담으로 남기기도 했다. 그가 주로 남긴 기록은 대부분 생활에 적용하면 도움이 될 만한 실용적인 것들이었다. 수레바퀴의 모양, 기와를 잇는 방법, 벽돌로 성을 쌓을 때 중간중간 바른 석회, 말을 다루는 방법, 널찍한 도로 등 조선과 다른 사회 인프라 등을 기록으로 남겼다. 

 

뿐만 아니라 박지원의 역사의식도 열하일기에 담겨 있다. 옛 고구려와 고조선의 국경을 판단하는 근거로 많이 회자되고 있는 평양의 위치도 두 눈으로 확인한다. 중국은 최대한 조선을 한반도 내에 가두고자 평양의 위치를 한반도 내로 고정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고구려만 하더라도 평양의 위치 즉 수도의 위치는 유동적이었다. 역사적 고증 자료에 의하면 평양의 위치는 한반도 밖 요동 지역이었음을 밝혀낸다.

 

열하일기는 단순한 여행 기록문이 아니다. 우리의 역사를 고증한 연구 보고서이기도 하다. 또한 중국이 주장하는 만리장성의 길이도 당시 실제 길이가 어느 정도였는지 기록하고 있는 만큼 역사적 자료로도 소중한 기록물인셈이다. 외국에서도 많은 사절단이 열하를 다녀왔지만 박지원만이 유일하게 기록으로 남긴 사람이다. 한 개인의 기록물이 오랜 시간 동안 사랑을 받는 이유는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여행을 다녀오면 좋고 나쁜 느낌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지만 박지원의 기록이 남다른 이유는 기록의 명확한 방향과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만을 위한 기록이 아닌 백성들의 생활에 보탬이 되기 위한 기록이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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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아름다운 판타지 촌 라이프
양애진.오린지.유지황 저자 / 남해의봄날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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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청년 친화도시 남해가 되기까지 청년들의 아름다운 도전이 있었다. 꿈 하나만 장착하고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심정으로 무작정 인구 4만여 명의 남해 두모마을로 내려간 청년 공동체 팜프라촌의 이야기다.

청년들은 거침없는 개척자들이다.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나이대가 대부분 70~80대인 마을에 오래전에 폐교된 학교를 베이스캠프로 삼고 하고 싶은 일들, 생각하고 상상했던 것들을 실현해 보고자 노력했던 살아있는 이야기다.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을 사람 냄새나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한다. 코로나 시기에는 유채꽃을 전국으로 배달하는 깜짝 이벤트를 연다. 노령화된 마을에 일손이 없어 농사를 짓는 못하는 다랭이논에 직접 손수 모를 심고 벼를 수확하는 일도 한다. 최소한의 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이동식 집도 직접 지어보고 마을 어르신들과 하나가 되기 위한 축제도 기획한다.

그러나 청년들이 피부로 부딪치는 현실과 막연하게 생각했던 시골의 낭만 사이의 간격은 잘 좁혀지지 않는다는 과제를 남긴다. 행정적인 절차에 의해 그동안 일구어온 청년 공동체의 터전을 떠나야 했고 지속 가능한 청년 일자리가 요원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청년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안정적인 거주지와 일자리이지 일회성 지원금이나 수혜적인 성격이 짙은 제도가 아님을 청년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한 일자리가능성,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의 안전망이다" _152쪽

자자체마다 청년들을 유입하고자 노력하지만 피부로 와닿는 정책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한다. 청년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아무런 조건 없이 기회를 주어야 한다. 청년들을 끌어들이는 몫은 어른들에게 있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을 결국 사람이다. 지역에 미래를 심는다는 심정으로 청년들의 다양한 창업 활동을 지속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사람이 열쇠다!

"삶의 환경이 달라지면, 삶의 방식도 달라진다. 불문율이다" _177쪽

무질서 안에서도 질서가 존재한다. 암묵적인 룰이 존재한다. 팜 프라촌의 청년들이 지역에 내려가서 살면서 느낀 경험담이다. 앞으로 귀촌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조언하는 제일 중요한 한 마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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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인정원, 밀밭의 식탁
이언화 지음 / 남해의봄날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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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휴일 아침 출근하지 않아 마음이 홀가분하다. 가족들도 모두 모처럼 늦잠을 청하지만 나는 새벽에 일어나 하루의 루틴대로 움직인다. 기도회에 다녀와서 집안 구석구석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쓰레기 내다 분류하고 책 한 권 집어 들고 산책을 다녀온다.

숲속 공원에서 책 읽는 맛이 남다르다.

걸으면서 읽고, 의자에 앉아 읽고, 서서 읽고.

전라남도 구례에 있는 월인정원이라는 우리 밀 전문 빵집 이야기다. 주인장은 전형적인 도시인이었다. 컴퓨터 관련 직종 일을 하다가 몸과 마음이 지쳐 피난 오다시피 내려온 곳이 구례였다고 한다. 이곳에서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 몸이 회복되고 우리 밀에 눈을 뜨고 빵을 굽기 시작한다. 우리 꽃, 우리 과일로 다양한 먹거리를 만들고 손님들을 초대한다.

주인장이 만들어낸 먹거리 사진을 보면 마음이 일단 평안해져 온다. 바쁜 직장인들이라면 한적한 곳을 갈망한다. 자연이 숨 쉬는 곳을 원한다. 느릿느릿한 삶이지만 그 속에는 사람 냄새가 나고 우리 몸이 혹사당하지 않는다. 긴 호흡으로 살아가는 마을에서 우리 몸에 좋은 건강한 식재료로 빵을 굽는 주인장의 정성이 이제는 수많은 사람들을 찾아오게끔 한다. 쉼과 회복이 있는 식탁, 빵긋에 차려진 먹거리들이 마음에 와닿는다.

월인정원 식탁 빵긋은 아니지만 공휴일 아침이면 아내와 함께 인근 빵집에서 빵 한 봉다리를 사 들고 오전 일찍 문을 여는 스타벅스점을 찾는다. 아메리카노 뜨거운 차 한 잔과 빵 한 덩어리를 풀어 놓고 한 주간 열심히 살아온 서로를 위로하는 시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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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빛나는 - 강화의 자연 속에서 삶을 그립니다
김금숙 지음 / 남해의봄날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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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속 감자가 독자들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앞서서 당근이가 촐랑촐랑 가볍게 걸어가고 있고. 감자와 당근이는 저자가 사랑스럽게 키우는 반려견이다.

전라남도 고흥에서 자라 서울로 상경하고 어렵게 프랑스 유학길에 오른 뒤 고국으로 돌아와 강화도에 정착한다. 많은 도시 중에 자연을 닮은 강화에 뿌리를 내린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맛깔스러운 삶의 이야기가 구수하게 읽힌다. 책 중간중간에는 만화가답게 삽화가 예쁘게 그려져 있다. 참 정겨운 그림이다. 글이라는 것이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삶이 글로 표현될 때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술술 읽힌다. 저자의 글이 그렇다.

치과 진료를 기다리며 읽어 내려간다. 음악 소리가 진료 대기실에 들린다. 책 읽기에는 그다지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글 자체가 워낙 자연스럽게 쓰인지라 막힘없이 읽힌다.

충치가 깊게 내려앉아 뿌리가 썩었다고 한다. 아말감 대신에 금으로 씌워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 차일피일 미루다 오늘에서야 큰마음을 먹고 치과를 찾았다. 진료비가 만만치 않다. 한 대 치료하는데 50만 원이라니. 다음 달 카드 값 엄청 나올 것 생각하니 갑자기 허리 띠를 졸라매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금값은 앞으로도 오를 테니 금값 오르기 전에 당장 한은 것이 속 편할 것 같아서.

진료 의자에 눕게 되면 저절로 눈을 감게 된다. 치료하는 의사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는 것이 어색하기도 하지만 고통을 이겨내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무슨 도구를 쓰는지 모르겠지만 소리가 꽤 크다. 깎고 다듬고 당기고. 순한 양처럼 치아를 의사 선생님께 맡긴다. 본을 뜨기 위해 지점토 비슷한 것을 입에 물고 있으라고 한다. 냄새가 지독하다. 이를 악물고 꼼짝도 하지 말라고 한다. 침이 고여 흘러내릴 수 있으니 휴지도 손에 쥐여 준다. 쩍 달라붙은 이를 떼어내고 뚫린 구멍 사이에 임시로 뭔가를 채워 넣는다. 기공소에서 본뜬 것이 올 때까지 음식물이 들어가지 말라고 조치를 취한 것 같다.

사십 전까지는 치과를 다닌 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매년 연례행사로 여름과 겨울을 반복적으로 시간을 정해 놓고 다니고 있다. 이가 튼튼해야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맞다. 단것을 최대한 절제해야 되는데 쉽지 않다. 더 고장 나기 전에 잘 관리해야겠다. 돈이 더 들기 전에 미리 말이다. 이상 치과에 다녀온 일과를 글로 옮겨 보았다.

강화도에서 시골 정취를 느끼며 살아가는 저자 또한 아주 특별한 경험들을 책의 소재로 삼지 않았다. 그냥 그런 평범한 삶을 기록하고 글로 표현했다. 그리고 책이 되었다. 물론 글의 수준이 평범하다는 말은 아니다. 글의 내용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내용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누구라도 삶을 글로 표현하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자신만의 글 쓰는 방법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글로 표현하지 않기에 글 쓰는 것이 두려운 것이지 자꾸 쓰다 보면 부끄러움도 사라지고 나름 보람을 느낀다. 혹시 아는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글의 수준이 조금씩 나아질지.


블로그에 매일 글을 쓰면 콩을 얻는다. 일명 해핀빈. 콩 1개가 100원에 해당된다. 매일 글을 쓰면서 모은 콩을 기부를 한다. 티끌모아 태산이다. 지금까지 258,200원을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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