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독서 - 한 권의 책이 리더의 말과 글이 되기까지
신동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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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철학은 한 개인에게 머무르지 않는다. 개인을 넘어 국가라는 큰 공동체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될 만한 사람의 됨됨이를 보고 투표를 던진다. 됨됨이란 철학이다. 철학은 삶의 결정체다. 그 사람이 있게 한 주요한 바탕이 된다. 대통령 깜으로 철학이 탄탄한 사람을 뽑는다면 그 나라의 국민의 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결국 국민의 수준이 대통령의 수준을 결정한다.

대통령의 철학은 어디에서 비롯될까? 살아온 삶의 경험, 공부한 배경, 집안 환경, 함께 했던 공동체, 친구들, 평생의 동반자인 배우자 등 수많은 요소들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지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무래도 '독서'의 수준이 아닐까 생각한다. 독서의 수준을 보면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의 수준을 가름할 수 있다. 다양한 책을 읽고 깊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말의 품격이 있고 행동의 신중함이 있다. 한쪽으로 편향되어 있지 않다. 경청할 줄 안다. 겸손은 기본이다.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독서가 그 사람의 철학을 만든다. 국가의 지도자인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독서의 내공이 남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나 대통령이 되는 것이 아니다. 운이 좋아야 대통령이 되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은 넓게 볼 수 있어야 하고 깊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다양한 분야를 통찰하고 늘 배움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 옛 조선 왕조의 왕들도 경연이라는 시간을 통해 신하들과 깊이 있는 토론을 통해 학습에 학습을 거듭했다. 신하들과 국정을 논할 때 왕은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최소한 신하들과 어깨를 겨룰 정도의 식견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조선 왕조의 왕이 된다는 것은 늘 배움의 연속이었던 것처럼 대통령의 자리도 그렇다.

문재인 정부에서 연설 비서관을 지낸 신동호 작가가 대통령의 연설문을 작성하면서 대통령의 철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소회를 밝혔다. 연설 비서관은 대필 작가가 아니라 대통령의 철학을 글로 전하는 사람이다. 대통령의 철학을 가장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읽은 책을 참고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책을 가까이하는 대통령을 곁에 둔 연설 비서관은 부담스러우면서도 한결 마음이 가벼울 것 같다. 연설문을 작성하는 기초 자료를 책에서 얻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대통령의 독서』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재임 시절 읽었던 책들이 소개되어 있다. 신동호 연설 비서관이 추천하는 책도 소개되어 있다. 한 권의 책이 리더의 말과 글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문학적으로 잘 표현했다. 1장부터 20장까지 구성되어 있는데 내용이 촘촘하게 편집되어 있다. 비교적 글 밥이 많은 책이다. 한 줄 한 줄 빼 먹지 않고 정독하고 있다. 현재 14장까지 읽었다. 나머지 15장부터 20장까지 읽을 예정이다. 『대통령의 독서』에서 언급된 책 여섯 권을 인근 공공 도서관에서 빌려 왔다. 앞으로 긴 추석 연휴가 시작될 텐데 비상식량을 준비하듯이 여섯 권의 책을 미리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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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다닐 알렉산드로비치 그라닌 지음, 이상원.조금선 옮김 / 황소자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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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세상에 시간을 정복한 사람이라니.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유한한 사람이 무한한 영역인 시간을 지배하고 자신의 영역으로 가지고 온 사람이 있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러시아 출신의 곤충분류학자이자 해부학자, 생물학, 유전학, 분산분석 등 열 손가락으로도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서 열의와 정성으로 성과를 보였던 사람, 바로 시간을 정복한 류비셰프다.

1890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태생이며 1972년 82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그의 행적을 살펴본 사람들마다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 것이 바로 '시간을 정복한 사람'이라는 별칭이다. 과연 후세대의 사람들은 류비셰프의 어떤 모습을 보고 시간을 지배한 사람으로 여겼을까?

다름 아닌 그가 남긴 일기가 확실한 증거다. 물론 그가 남긴 논문과 저서, 연구 기록으로도 충분히 증명될 수 있다. 류비셰프는 1916년 1월 1일부터 매일의 기록을 빠짐없이 남겼다. 서글프게도 지금 사람들은 일기를 잘 쓰지 않는다. 자신을 증명할 기록물이 없다. 류비셰프가 남긴 일기의 핵심은 '시간'이었다.

그가 쓴 일기는 보통 사람들의 일기와 달랐다. 일기가 그날에 있었던 일상과 느낌, 감정과 사실 등을 총망라하여 개인적 생활을 담는 글임에도 류비셰프는 군더더기 없는 아주 객관적인 일들만 일기에 남겼다. 간혹 감정이나 느낌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그것조차도 아주 절제하며 표현을 단순화했다.

그의 일기에는 그가 하루 동안 시간을 어떻게 썼는지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죽을 때까지 말이다. 이 기록을 보고 사람들은 류비셰프를 가리켜 '시간을 정복한 사람'이라고 불렀다. 류비셰프가 고안해 낸 '시간 통계 방법'에 의하여 56년 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 자신이 사용한 시간을 기록했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나는 매우 꼼꼼히 책을 읽기 때문에 책 내용이 오랫동안 나의 기억 속에 남게 된다" _67쪽

류비셰프의 일기에 기록된 그의 독서 흔적을 보면 책 제목과 하루하루 읽는 쪽수까지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출장 중에 가지고 가서 읽을 책, 머리를 식힐 때 읽을 책, 연구에 도움이 되는 책등 늘 손에 책을 달고 살았다. 책을 읽고 내용을 분석한 것을 기록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면서 훗날 집필에 유용한 도구로 삼았다.

"나는 읽었던 책은 모두 세밀히 분석해서 내 것으로 만든다. 어느 정도 수준이 있는 책을 읽고 나면 항상 비판적인 분석을 써놓으려고 한다" _77쪽

류비셰프의 일기가 가치가 있는 것은 한 개인이 어떻게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고 있는지, 일에 대한 열정과 취향, 관심사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변천사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밀도 있게 계획을 짜서 해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77세의 노인이 되었을 때조차도 그는 하루의 시간을 통계 내며 기록하였는데 마치 대기업 회계 장부를 방불케 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자신에 대한 기록을 남긴 류비셰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쉽다. 상상 속의 인물로 단순히 미화시키는 사람도 있는데 류비셰프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 그가 살아온 행적이 기록으로 남겨져 있으니까 말이다.

시간이 없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루 24시간은 누구에게도 똑같이 주어진 시간이다. 과연 시간이 없는 것이 맞는 것인지 돌아보아야 한다. 자투리 시간마저도 계산하여 허투루 쓰지 않은 류비셰프와 같은 사람이 있는 반면에 수시로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많다. 나는 어떤가. 스스로 반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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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출판사의 슬픔과 기쁨
조은혜 외 지음 / 느린서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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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터라도 1인 출판사가 펴낸 책을 찾고 읽은 뒤에 소개하는 글을 부지런히 써야겠다. 요즘 시장에 가더라도 대형 마트에 밀려 작은 가게들은 손님이 없어 아우성이다. 편리함과 경제성, 접근성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이 대형 마트로 가게 된다. 의식적으로 상생하자는 의미에서 작은 가게들을 찾지 않으면 점점 살아남기가 힘든 세상이다. 생물에도 다양성이 필요하듯이 가게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출판사도 똑같은 원리다. 대형 출판사들은 자본력이 탁월하기에 유명 작가, 좋은 원고, 훌륭한 마케팅으로 마태의 효과를 톡톡히 누린다.

반면 작은 출판사, 지역에 거점을 두고 있는 출판사, 『1인 출판사의 슬픔과 기쁨』에 나오는 1인 출판사들이 펴낸 책을 의식적으로 찾아 읽지 않으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없어지는 것이 자본력이 약한 1인 출판사의 슬픈 현실이다. (책에 나온 1인 출판사로는 모로, 마름모, 발코니, 꿈꾸는 인생, 책나물, 책덕, 세나북스, 봄날의 곰, 혜윰터)

1인 출판사 대표님 말씀처럼 직접 돈을 주고 책을 사기가 그렇다면 1인 출판사가 펴낸 책들을 공공 도서관 희망 도서로 신청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한다. 책을 출판하기 위해서는 좋은 원고를 만나야 한다. 좋은 원고를 만나기 위해서는 좋은 작가를 만나야 한다. 편집과 교정 교열, 디자인 등은 어떻게든 대표 혼자 하더라도 다른 나머지 중요한 만남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돈이다. 베스트셀러를 히트 치면 다음 책을 기약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강제 휴업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도서 정가 평균이 물가 상승률과 비례하지 않는 현상이 일어난다. 1인 출판사가 책만 만들어도 먹고사는 삶이, 작가가 글만 써도 먹고사는 삶이 가능해야만 한다" _51쪽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생각의 밀도가 질의 차이로 나타난다'라고 1인 출판사 대표들은 이야기한다. 현실은 생각에 집중할 여력이 없는 것이 1인 출판사의 상황이다. '사람들이 지갑을 여는 콘텐츠는 무엇이고, 책으로 만들어야만 하는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해도 책이 팔리느냐 마느냐를 시장에 맡겨야 하는 상황인데 일단 책을 만들 여건이 불안정하니 슬픔을 속으로 삼키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한 가닥의 희망을 품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들도 일어날 수 있다는 작은 소망을 붙잡고 지금도 1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님들의 정성과 노력을 응원하며 부디 폐업만은 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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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서점 주인이 되었습니다 - 빈의 동네 책방 이야기
페트라 하르틀리프 지음, 류동수 옮김 / 솔빛길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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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동네 책방 이야기다. 저자는 독일 출신의 남편과 함께 경매 매물로 나온 허름한 책방을 낙찰받는다. 치밀한 계획 없이 마음이 끌리는 대로 일단 저지른 일이 그만 덜컥 되고 말았다. 돈도 준비해야 되고 무엇보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던 서점도 다시 깔끔하게 정리해야 된다. 아는 사람 없는 동네에서 서점을 인수하고 당장 은행 빚을 갚기 위해서는 서둘러서 영업을 시작해야 했다. 아직 유럽은 크리스마스 기간이 대목인가 보다. 그 기간이 1년 동안 중 제일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간이라고 한다. 나머지 열한 달 수익보다 크기 때문이다.

"너희들 미쳤구나" _ 14쪽

독일에서 멀쩡하게 안정된 직장인을 관두고 이웃나라 오스트리아로 가서 책방을 시작하겠다고 하는 아들 며느리의 이야기를 듣고 어른들의 반응은 당연했다. 너희들 미쳤구나.

'서점 사업이 비록 수십 년은 아니라고 해도 수년째 죽은 분야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오스트리아 빈에 동네 책방을 연다. '잘 되어야 한다', '우리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다'라는 막다른 골목에 처한 절박한 심정으로 올인하고 만다.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은 다시 돌아갈 곳이 없다는 뜻이다. 절박하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법이다. 이웃들을 알아가며 꾸역꾸역 책방의 틀을 만들어간다.

정리가 안 된 책방, 수북이 쌓여만 가는 책들을 보며 아침마다 책방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을 '저 아래 갱도로 내려간다'라고 고백한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갱도로 내려가는 심정이었을까. 책들 사이를 찾아다니며 찾아온 손님들에게 책을 건네줄 때 힘들었던 순간은 금방 잊는다고 한다. '일종의 중독'인 셈이다. 동네 책방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가야 한다. '사람들은 여전히 책을 돈 주고 사야 한다는 데 대해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책 위에 포도주 잔을 올려놓기도 한다.

서점 일에 능숙해지기 위해 시간이 약이다. 저녁이 되면 두 다리가 묵직해지는 기간을 넘어야 한다. 모든 시간을 가게에서 보내지만 절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상대방을 속상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거절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서점 주인 역할도 만만치 않다. 다양한 손님들을 상대하고 기호에 맞게 맞춘다는 일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특진 환자'라고 불리는 특별한 손님도 맞이해야 한다. 서점 주인에게 있어 서점 판매대는 공연을 펼치는 무대와도 같다. 집이 창고처럼 변해도 투덜거리지 않아야 한다. 책을 쌓아 둘 곳이 없으면 집에라도 가지고 와야 한다.

오스트리아에서 어느 날 서점 주인이 된 저자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작은 서점 주인들은 책으로 부자가 될 수 없음을 처음부터 알고 있다. 다만 책을 파는 사람은 어쨌든 성장 지상주의와 이익 중독으로 대변되는 우리 시대에 결코 부합하지 않는 존재임에는 틀림이 없다. 서점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은 기운을 내고 날마다 문을 열고 책을 권한다. 서점 주인은 업무 분장에도 신경 써야 한다. '각자 자기가 잘하는 것을 하도록' 직원들의 업무 분장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서점은 사람들로 꽉 차야 한다. 책으로, 사람으로, 그리고 열정적인 직원들로 꽉!" _247쪽

비록 버는 돈은 적어도 동네 서점이 살아남는 법은 사람들로 북적거려야 한다. 사람들이 있어야 재미있다. 서점이 아름다워진다. 텅 빈 곳은 죽은 곳과 같다. 서점만 그럴까. 무엇보다 열정적인 직원들로 꽉 차야 한다. '사람은 백사장에서 모래 구하듯 그리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열정적인 직원들은 더.

동네 서점이 살아남아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정교하게 짠 계획 덕분이다.

"우리의 성공 비결은 우리 서점에서는 모든 게 옛날과 똑같다는 것을 손님들에게 보여주는 것에 있다. 좁은 공간에 있는 수많은 책들, 천장 아래까지 서가가 꽉 차 있는 책, 쉬는 시간에도 책 읽기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열정적인 직원들" _272쪽

서점뿐만 아니라 어떤 조직이나 공동체도 '본질'이 탄탄할 때 지속 가능하다. 서점은 옛날처럼 책으로 승부할 때 손님들이 다시 찾는다. 책이 없는 서점은 상상할 수 없다. 서점에 종사하는 직원들의 보이지 않는 열정이 서점을 더 찾게 만든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옛날처럼 교육으로 승부할 때 학부모님들이 다시 찾는다. 선생님과 교직원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고 학교를 찾는다. 다시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교학상장. 가르침과 배움에서 스승과 제자가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학교가 보일 때 학교는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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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 할 걸 그랬어
김소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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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일을 즐겁게 하면 된다" _ 305쪽

전직 MBC 아나운서 및 앵커이자 지금은 방송인, 책방지기로 살아가는 김소영 님의 에세이다.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책을 의지했던 그가 도쿄 책방 여행을 통해 즐거운 일을 찾아내고 자신에게 가장 행복한 일인 책방지기로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낸 일상의 삶을 담아낸 책이다.

우리는 가장 어려울 때 무엇을 의지하는가?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 자신이 원하고 갈망했던 일들을 하기 위해 애쓰고 노력한 결과가 결실을 맺을 때 어떤 느낌일까? 이제 평탄한 길만 걸어가겠지라는 부푼 꿈을 꾸며 지내지 않을까. 인생이라는 것이 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오랜 세월을 살아본 사람이라면 직감적으로 안다. 저자도 자신의 삶 앞에 생각지도 못한 억울한 일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오직 기다리는 일뿐. 사내 도서관에서 읽고, 읽어내고, 읽어야만 했던 시간들. 더 책으로 파고들 수밖에 없었던 그때. 그 속에서 떠난 여행길에서 자신도 모르게 책방을 둘러보게 되고 제2의 인생을 책방과 함께 살아가게 될 줄이야 예상이라도 했겠는가.

『진작 할 걸 그랬어』를 통해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서성거리고 싶고 만나고 싶은 도쿄 서점가를 저자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아직도 일본이 저력이 있는 것은 서점을 사랑하고 오랜 서점들이 자리를 지키며 책을 매개로 다양한 문화와 산업들이 건재하는 사실이다. 도쿄에만 300여 곳의 고서점이 모여 있다. 그래서 일본이 두렵다. 저자가 소개하는 도쿄 책방들에는 하나하나 개성을 넘어 책의 힘이 녹아있다.

책방 여행가였던 그의 발걸음을 쫓아 일본의 숨은 저력들을 탐방해 보면 어느새 도쿄 구석구석을 둘러본 간섭 여행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저자가 소개해 주는 맛집도 빼놓을 수 없는 이 책의 장점이다. 일본만의 카레 맛집, 샌드위치, 가정식 백반, 말차 전문점 등을 잘 메모해 두었다가 도쿄 여행에 참고하면 후회 없으리.

현재(2018년 오픈) 그는 책방 '당안리 책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진작 할 걸 그랬어』에 의하면 일본은 독서와 즐거움을 결합한 '리딩 엔터테인먼트'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다양한 서점이 등장하고 문화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동네 서점의 특징은 간판이 없거나 있어도 매우 작다. 극도의 미니멀리즘을 콘셉트로 '하나의 방, 한 권의 책'만 전시하는 모리오카 서점은 오직 한 종의 책만 파는 서점이며 술 파는 책방 '비앤비', 점심 식사하기 좋은 서점 '브루클린 팔러 신주쿠', 1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산요도 서점', 고객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긴자 츠타야 서점', 가정식 백반 식당이면서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책장이 있는 밥 짓는 식당 '사진집 식당 메구타마', 은행 안 도서관 '디라보', 한국 도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서점 '책거리' 외에도 많은 곳을 소개하고 있다.

세계 제4대 책방 거리인 뉴욕 스트랜드 서점, 파리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런던 채링크로스 로드, 도쿄 진보초를 목적지로 다녀보는 책방 여행도 좋을 듯싶다. 방송인이자 책방지기로 책방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더 나은 북큐레이터로 살아가고자 애쓰는 모습이 참 인간적이고 정겹게 느껴진다.

'타인의 값진 생각을 다른 사람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북큐레이터의 역할이라고 하는데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태도가 그러해야 하지 않을까.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면 욕 얻어먹을 일이 없을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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