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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대로 읽는 법 - 당신은 지금 책을 잘못 읽고 있습니다 ㅣ 글 비행학교 시리즈 6
정석헌 지음 / 씽크스마트 / 2023년 7월
평점 :

책을 읽는 이유가 무엇일까? 인풋일까? 아웃풋일까? 대게 새로운 정보를 얻거나 지식을 쌓기 위해, 위로와 공감을 얻기 위해, 강의나 과업을 수행하기 위한 도구 등으로 책을 읽는다. 목적이 분명한 책 읽기와 그렇지 않은 책 읽기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얼마만큼 책 내용을 기억하고 있느냐이지 아닐까 싶다.
한 권을 책을 힘들게 읽었지만 책장을 덮는 순간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다. 며칠이 지나 내가 무슨 책을 읽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때도 있다. 더 황당한 것은 예전에 읽었던 책인 줄 모르고 처음 읽는 책인 것처럼 읽을 때가 있다. 책은 읽었지만 기억 속에는 전혀 새겨지지 않는 책 읽기다. 전혀 쓸모없는 독서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효용성의 측면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독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책을 제대로 읽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종이 위에 씐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다. 저자의 생각을 읽는 것이고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다. 내 생각과 견주어 보는 일이다. 내 경험을 소환하는 일이기도 하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사유의 숲을 거닐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일이다. 형식적인 독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책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읽는 것이 제대로 읽는 것이 될까?
사람마다 책 읽는 방법이 천차만별이다. 책 읽는 목적에 따라서도 다를 것이고 독자의 성향에 따라서도 분명히 읽기의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다만 책을 제대로 읽는다는 것은 앞에서도 이야기했다시피 책을 통해 나를 만나고 세상을 읽는 것이 되기 위해서는 생각하면서 읽어야 할 것이다. 생각하며 읽기 위해서는 천천히 집중해서 읽을 수밖에 없다. 요즘 디지털 상에서 읽기가 F자형으로 스캐닝이라고 말한다.
"F자형 읽기는 리딩이 아니라 스캐닝이다" _ 『책 제대로 읽는 법』, 정석헌, 151쪽.
정석헌 작가는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쓰기를 전제로 한 읽기여야 한다고 말한다. 즉 아웃풋을 배경으로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쓰기 위한 읽기여야 한다고 재차 누누이 거듭해야 이야기한다. 책을 읽고 쓰기를 하지 않으면 내 것으로 남길 수 없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우리의 기억은 우리 스스로도 장담할 수 없다. 기억은 휘발성이 강하다. 심지어 인지 부조화로 왜곡된 기억으로 변질될 수 있다. 읽기가 읽기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쓰기를 위한 읽기가 되어야 한다.
읽고 난 뒤에 반드시 쓰기로 족적을 남겨야 한다. 아니 쓰기 위해 읽어야 한다. 운동생리학자들이 목표를 잘게 쪼개 지속성을 유지하려는 '서브 골'을 강조하는 이유도 중도에 포기하지 않기 위함이다. 쓰기가 동반되지 않은 읽기는 작심일일이 된다. 읽기의 파운데이션은 쓰기다. 읽기의 그릿(성품 또는 근성)도 쓰기다.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한 쓰기는 읽기에서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찾는다. 구체적인 근거와 사례를 찾기 위한 읽기는 쓰기로 자동적으로 연계된다.
"글쓰기야말로 느리지만 가장 효과적인 책 읽기의 방법이다" _ 『책 제대로 읽는 법』, 정석헌, 142쪽.
글쓰기는 책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쓰는 과정이 아니다. 책에서 '나'라는 주어를 찾는 것이다. 글쓰기는 남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내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내 이야기가 곧 나를 만드는 힘이 된다. 정석헌 작가는 쓰기를 통해 '나'라는 주어를 회복하자고 말한다. 세상과 많이 부딪치고 아파하고 교감한 나를 회복시키는 것이 글쓰기라고 한다.
인공지능이 읽고 쓰는 시대라고 하지만 세상과 교감한 이야기는 나 밖에 쓸 수 없다. 나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분별할 수 있는 것은 기계가 대신해 줄 수 없다. 기계가 책을 대신 읽어줄 수는 있어도 나를 대신하여 살아줄 수는 없다. 나를 회복하고 주체적인 인간으로 살아가는 방법은 책을 제대로 읽는 삶이다. 쓰기 위해 책을 읽는 삶이다. 매일 생각하며 생각한 것을 쓰는 삶이 곧 나의 삶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