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라도 동해 - 동해 예찬론자의 동해에 사는 기쁨 언제라도 여행 시리즈 2
채지형 지음 / 푸른향기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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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채지형 님에게 있어서 여행은 진심 그 자체다. 여행지를 두루두루 살펴보는 그의 안목은 관광객이 아니라 예의 바른 방문객이다.

관광의 목적은 단지 즐기고 쉬는 것이지만 방문은 엄연히 차원이 다르다. 동네 사람들의 삶을 자세히 관찰하고 결례를 하지 않을까 조심조심 마음가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휴지 한 조각이라도 땅에 떨어뜨리지 않는다. 잠시 머무는 방문객이지만 언제 어떻게 또다시 이곳에 올지 모르기에 현지인처럼 보는 곳, 먹는 곳, 쉬는 곳 모두 내 집처럼 여기며 좋은 추억을 덤으로 얻어 간다.

채지형 작가는 잠시 잠깐 우연한 기회로 '한 달 살기 프로젝트'에 연결되어 동해와 인연을 맺었다. 이제는 동해에 '잔잔하게'라는 여행 책방을 열었다. 현지인보다 더 토박이로 살아가고 있다. 오랫동안 살아왔던 현지인에게는 모든 환경이 익숙하다. 새로운 시선을 갖기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우리 몸이 적응했기에 어쩔 수 없다.

막 이사 온 외지인은 모든 게 새롭다. 삶이 여행이 된다. 신선함은 색다른 환경과 부딪칠 때 선물로 다가온다. 평면이 입체로 다가오고 또 다른 세계의 문으로 들어가게 한다.

『언제라도 동해』는 일반적인 여행 가이드 책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일단 여행작가 채지형 님의 필력이 대단하다. 속된 말로 글쓰기의 힘이 장난이 아니다. 평소 깊이 있는 책 읽기와 다독의 습관이 뿜어낸 문장은 독특한 문체를 만들어낸다. 옆 사람에게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글이 술술 읽힌다. 틀에 박힌 상투적인 여행 정보를 알려주는 글에서는 느낄 수 없는 글을 만날 수 있다. 흉내 내고 싶을 정도다. 덤으로 채지형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은 고유의 감성이 담겨 있다.

『언제라도 동해』는 동해의 숨은 이야기다. 채지형 작가가 직접 발품을 팔아 찾아낸 이야기다. 언제라도 여행처럼 살아보고 싶은 도시 동해의 이야기다. 동해의 보이지 않는 가치를 담아냈다. 구석구석 동해의 아름다운 명소를 기록한 것을 넘어 동해만이 간직한 지역의 영혼을 고스란히 옮긴 책이다. 글쓴이는 채지형 작가이지만 글을 쓸 수 있는 마음과 생각, 영혼을 안겨 준 것은 바로 동해다. 작가에게 독특한 여행 에세이를 쓸 수 있게 된 비법이 뭐냐고 물어봐도 대답은 하나일 것 같다. '언제라도 동해'

『언제라도 동해』에는 동해에 정착하게 된 과정뿐만 아니라 동해에 여행 책방 '잔잔하게'를 열게 된 비하인 스토리가 담겨 있다. 공간을 찾는 일은 지도 없이 미지의 땅을 헤매는 것과 비슷하다고 한다. 책방을 열 공간을 찾는 시간은 기다림의 시간이었고 결국 공간과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인연을 통해 지금의 '잔잔하게'를 열 수 있었다고 말한다.

유난히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본 마조렐 블루를 좋아하는 채지형 작가는 여행 책방 잔잔하게 한 벽면에 자신의 최애 색을 직접 칠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지역마다 지역의 색깔이 잘 드러낸 책방들이 많이 있었으면 한다. 이미 동해에는 책방 투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책방이 개설되고 있다. 2019년 서호책방, 2021년 여행책방 잔잔하게, 2023년 책방균형, 2024년 책방 달토끼가 동해에 둥지를 틀었다고 한다. 이번 여름에는 아내와 함께 묵호로, 작은 책방으로 달려갈 예정이다.

참고로 나는 동해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나보다 채지형 작가가 더 동해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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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맞는 책 - 한 사람을 위한 책을 고르는 책처방사의 독서법
정지혜 지음 / 유유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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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환자를 진단하고 그에 맞는 처방을 하는 일을 주로 한다. 병에 맞는 약을 처방하거나 수술을 통해 건강을 회복하게 한다. 학교에서 학생을 만나는 교사도 의사에 비유한다면 학생의 학습 상태들 진단해서 더 나은 성장을 위해 맞춤식 처방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혹시 들어보셨나 모르겠다. 책 처방사. 책을 만드는 사람, 책을 파는 사람, 책을 홍보하는 사람은 들어보셨을게다. 책 처방사라는 말을 생소할 것이다. 자신에게 꼭 맞는 책을 추천받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독자 수준에 맞는 책을 처방해 주는 사람이 책 처방사다. 나에게 꼭 맞는 책을 처방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책을 통해 위로를 얻고 문제의 해결점을 찾는 사람이 있다. 독서는 취미 생활을 넘어 삶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생활의 한 방편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무슨 책을 읽느냐는 아주 중요한 선택이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하루에도 엄청 많은 책들이 출간되는 현 상황에서 자신에게 꼭 맞는 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대단한 독서가라고 하더라도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나 듯 인생 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취향에 따라 나도 모르게 한 분야에 꽂히는 사람에게는 다른 반대편에 있는 분야의 책을 읽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서점에서 무슨 책을 골라야 하는지 망설일 때도 있다. 책 표지만 보고서 고를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책 내용을 요약한 글을 보고 '이 책이구나'라고 감을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저자, 출판사를 기준 삼아 책을 선정하기도 하지만 이것 또한 한계가 있다. 누군가로부터 추천받아 읽게 된 책도 그리 탐탁지 않은 경우도 있다. 나에게 꼭 맞는 책을 추천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책 처방사가 책을 의뢰하는 의뢰인에게 책을 처방하는 기준은 상당히 객관적이고 체계적이다. 사전 질문을 통해 의뢰인의 상황과 형편, 독서 수준, 욕구 등을 파악한다. 책 처방사는 의뢰인이 평소에 즐겨 있는 분야뿐만 아니라 인생 책이라고 하는 몇 권의 책들을 통해 의뢰인의 선호하는 독서 패턴을 발견한다. 진단이 끝났다면 처방을 해야 하는 단계다. 책 처방사는 본인이 읽는 책 중에 의뢰인에게 꼭 맞는 책을 처방한다. 책 처방사는 많은 책을 읽어야 하는 부담이 있겠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 한 권의 책을 다양한 관점으로 읽으면 여러 권의 책을 읽는 효과를 뛰어넘을 수 있다. 책 처방사도 이 효과를 톡톡히 활용한다. 의뢰인에게도 많은 책을 읽으려고 욕심내기 보다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소화하라고 권면한다.

책이란 화학 작용을 일으키는 신기한 도구다. 수많은 의뢰인들에게 꼭 맞는 책을 골라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책 처방사에게 있다면 아마도 책을 처방해 주는 일을 즐겁게 해 줄 수 없을 것이다. 일반인들보다는 즐겨 책을 읽고 많은 양의 독서를 하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책을 바라보는 관점, 책을 깊게 읽는 방법을 통해 다양한 의뢰인들이 의뢰하는 인생 책을 기분 좋게 처방해 준다. 책 처방사만의 독특한 독서 방법, 책 정리법, 서가 관리법 등을 『꽃 맞는 책』에서 엿볼 수 있다. 한 사람을 위한 책을 고르는 신기한 책 처방법을 발견할 수 있다. 책 처방사만의 독서법, 참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다. 작가가 운영하고 있는 서점 이름도 특별하다. '사적인 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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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멈춰도 사랑은 남는다 - 삶은 결국 여행으로 향한다
채지형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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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여행이란 무엇일까? 쉼과 재충전을 위한 도구일 수 있고 나를 위한 선물, 나를 찾아가는 과정일 수 있다. 누군가는 아주 현실적으로 한 땀 한 땀 흘린 땀의 결정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처럼 여행에 대해 백이면 백 자신만의 색깔이 입혀진 정의를 내린다. 여행을 바라보는 관점은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배경과 연관되어 있다. 작은 취미 활동이라도 자신의 성향이 반영된다. 하물며 많은 시간과 정성, 돈이 들어가는 여행은 삶 그 자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리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여행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당장 다가오는 시월에는 황금연휴가 선물로 다가오는데 오래전부터 여행 계획을 세우고 항공기 티켓을 구매한 사람이 적지 않다.

여행작가 한 분을 만났다. 체구가 작은 반면에 생각의 크기는 지구만큼 넓은 것 같다. 사소한 일에 메여 사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대담하다고 할까 사람들의 발길이 좀처럼 닿지 않는 곳을 호기심을 가지고 모험 삼아 뛰어 즐기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행이 멈춰도 사랑은 남는다』는 여행작가 채지형 님의 여행 에세이다. 지금까지 세계 90여 개의 나라를 구석구석 다니며 보고 느낀 바를 꾸준하게 기록하고 정리해 오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여행지에 발급받은 영수증도 버리지 않고 차곡차곡 수첩에 붙여 오랫동안 보관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의 삶을 병행하며 살아가고 있다.

『여행이 멈춰도 사랑은 남는다』에서 채지형 작가는 여행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자신의 철학을 밝히고 있다.

"나에게 여행은 해결사다. 일상이 따분할 때 여행은 신나고 재미있는 모험이었다. 여행의 효능을 이야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만남이다. 여행은 빈약한 상상력을 깨뜨려주는 도구다. 여행은 스스로 방전하고 충전하는 작업이다. 여행은 수많은 눈빛의 스침이다. 여행은 내 안에 숨어 있던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나이쯤은 훌훌 던져버릴 수 있는 통쾌한 시간이다. 나를 숨 쉬게 하는 이유다. 누군가를 만나든 무엇을 보든 순간순간 깨어 있게 하는 게 여행이다." _138~143쪽

여행에 있어 목표는 방향 설정을 위한 도구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괜한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말이다. 일정한 틈을 두어 여행 가운데 여백의 미를 찾아가라고 조언한다. 우리의 인생이 여행이라면 목표에 너무 매몰될 필요가 없다. 목표는 전리품을 우리에게 안겨주지만 반면 우리의 영혼을 갉아먹는 하마와도 같다. 삶은 목표보다 방향이 우선이다. 여행도 그렇다. 여행은 불편함을 동반한다. 편한 여행은 여행이 아니라 여가다. 여행은 불편함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소멸된 호기심을 깨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함을 깨닫게 한다. 여행은 길 위의 공부며 서서 하는 독서다. 마음 깊숙한 곳에 미뤄둔 질문을 꺼내놓게 한다.

어디든 괜찮다. 시간을 내어 마음이 이끄는 대로 떠나야 한다. 삶이 무미건조하다고 느껴질 때 일종의 경고음이라고 생각하며 과감히 익숙함 속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나를 돌아보는 힘이 강할 때 상대방의 단점을 덮어줄 수 있다. 여행은 나를 위한 것이지만 결국 사람들과의 관계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특히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외연을 넓히고 시야를 확대할 필요가 있는 교사에게는 여행은 전문성을 신장하는 연수이기도 하다. 채지형 여행작가를 통해 여행의 남다른 효능을 다시 깨닫게 된다. 다수의 여행 에세이를 썼다. 그중에 한 권 『여행이 멈춰도 사랑은 남는다』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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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네가 선생님을 했으면 좋겠어
김차명 지음 / 일요일오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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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 생활을 5년째 하고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교사의 삶을 깡그리 잊어 가고 있다. 매일 선생님들을 만난다. 학교 구석구석에서 지나가다 만나기도 하고 업무 관계로 교무실에서 얼굴을 대면하여 보기도 한다. 학교 내 전산망인 쪽지로 소통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약간 허전한 느낌이 든다. 거리감이 든다. 내가 교사가 아닌 이유가 가장 크다. 학교 관리자로 불리는 교감은 선생님들에게 부담이 가는 존재임에는 틀림이 없다. 교감인 내가 생각하더라도 선생님들의 생각과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큰 일이다. 

 

선생님들과 여유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기가 쉽지 않다. 첫째는 선생님들이 너무 바쁘기 때문이다. 수업과 생활지도, 급식지도, 상담, 행정 업무 처리 등 하루 8시간 학교 안에서 근무하는 시간 동안 여유를 가지고 감상을 하거나 책 한 줄 읽을 겨를이 없는 삶이 교사의 삶이다. 바쁘게 지내고 있는 선생님을 불러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사치를 넘어 경우가 없는 불손한 행동이다. 1년 동안 함께 근무하지만 사실상 형식적 인사 정도, 업무 관계로 나누는 대화 그 이상 그 이하의 관계를 맺어갈 수 없는 구조가 학교다. 『그래도 네가 선생님을 했으면 좋겠어』김차명 선생님이 이야기했듯이 교육의 상급 기관이 열심히 일할수록 더 바빠지는 것이 학교 현장이고 선생님이다. 미래 교육의 가장 큰 화두는 학생 주도성이다. 학생 주도성은 교사 주도성과 함께 한다. 공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 교사의 주도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학생 주도성은 그림에 떡이다

 

교사의 주도성이 발휘되지 않는 두 번째 이유는 교사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학교 내외의 분위기 때문이다. 이미 학교 구성원의 한 축이라고 불리는 학부모는 교사의 말보다 자녀의 말을 더 신뢰하고 교사의 교육적 판단을 불쾌하게 생각한 나머지 법적 소송까지 내지르고 있는 상황이다. 학교 밖 구성원들은 그렇다 할지라도 학교 내 구성원들도 교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온화한 편이 아니다. 심지어 학교 관리자들이 교사의 전문성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이건 아주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교사의 전문성을 신뢰한다는 것은 교사의 교육적 판단뿐만 아니라 교사의 교육 행위를 믿고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교사가 여유를 가지기 어려운 이유는 단순하고 명확하다.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_160쪽

 

교사의 시선을 조금이나마 따라가기 위해 교사가 쓴 책을 읽으려고 한다. 나도 20년 이상의 교사의 삶을 살았지만 교감이 되고나서 금방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는 중이다. 신기할 정도다. 교사들의 마음을 얻고 그들과 함께 교육 활동을 펼치기 위해서는 교사를 알아가야 한다. 그 노력의 일환 중 하나가 '교사가 쓴 책 읽기'다. 학교 관리자분들께 적극 추천한다.

 

과거 교사 시절과 오늘날 교사의 삶은 분명히 다르다. '일이 너무 많다'라는 교사의 목소리에도 여러 반응이 나올 수 있겠지만 현실에 눈을 감는 순간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교사들은 다양한 업무에 과부하를 느낀다. 일부 학부모들의 비상식적 태도와 과도한 민원에 심리적 위축을 경험한다. 과거와 다른 사회적 양상들이 펼쳐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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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 뮤지컬 《순신》, 영화 《한산》 《명량》 《노량》의 감동을 『난중일기』와 함께
이순신 지음, 장윤철 옮김 / 스타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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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록유산이 된 일기가 있다. 개인이 쓴 일기임에도 불구하고 유네스코가 인정하고 기록의 가치를 높이 샀다. 인류가 보존해서 꼭 읽어봐야 할 기록물로 손꼽았다. 7년 동안의 전란 중에 기록한 난중일기다. 심지어 난중일기는 이순신이 죽기 이틀 전까지 기록되어 있다. 전쟁에 참여했을 때나 탄핵되어 옥중에 감금되었을 때만 빼고 하루하루 빠짐없이 기록했다.

기록의 가치는 꾸준함에 있다. 현란한 문장이나 뛰어난 일상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사실을 기록하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담아내되 솔직하게 적어 내려간 기록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를 더한다. 이순신의 난중일기는 보면 유달리 특징이 되는 점이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일기의 시작을 날씨로 한다. 사실 이순신의 직업 군인 생활은 오늘날로 따지면 육군에서 시작했다. 해군으로 전과를 하며 전쟁 준비를 한 것은 불과 임진왜란 1년 전이다. 전라좌수사로 임명되어 자신의 임무를 속히 파악하기 위해 그는 바다의 날씨를 활용한 전략 전술을 염두에 두었다고 본다. 난중일기는 해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날씨를 날마다 체크하며 일기에 기록해 두었다.

둘째, 하루하루 만남을 가졌던 사람들의 이름을 정확하게 빠짐없이 기록했다. 지휘관의 역할은 전쟁에 대비하여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데에 있다. 전투력은 실전 싸움을 위해 훈련뿐만 아니라 보급품, 전투 장비가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어야 한다. 이순신은 이 모든 일들을 준비하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고 지시하고 점검했다. 공무에 집중했다. 허투루 시간을 사용하지 않았다. 조선시대에 공무를 보지 않아도 되는 날이 아마도 국가의 제삿날이 있는 날이었던 것 같다.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읽어보면 공무를 보지 않았던 날이 있는데 왕실의 제삿날임을 알 수 있다.

셋째, 난중일기의 특징 중 하나는 감정을 여과 없이 기록했다. 자신의 감정을 일기장에 쏟아내며 추슬렀던 것 같다. 부하들이 지시에 따르지 않을 때, 전략 전술에 응하지 않고 군법을 지키지 않을 때 이순신은 여과 없이 감정을 드러냈다. 통분했다는 기록이 많이 나온다.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고 나라를 위해 희생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며 화를 감추지 않았다. 활쏘기는 전투력 증강뿐만 아니라 흐트러진 감정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방법이었다. 부하들에게도 활쏘기를 강조하며 정신을 집중하는데 도구로 활용하였다.

7년 동안 써 내려간 일기가 세계가 인정한 기록 유산이 되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하루의 일상을 기록해 가자. 혹시 아는가. 훗날 우리가 써 내려간 일기가 기록 유산과 버금갈 정도의 가치를 가진 보물이 되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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