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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 레인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보름달문고 82
은소홀 지음, 노인경 그림 / 문학동네 / 2020년 9월
평점 :

"평생 이기는 시합만 하는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어. 누구나 질 때도 있는 거야. 어쩌면 어떻게 지느냐가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해" _48쪽
운동선수들만이 성적에 대한 압박을 받는 것이 아니다. 학업을 수행하는 학생들도 시험을 앞두고 자신이 노력한 결과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더 나아가 친구들과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한다. 자신도 모르게 질투에 빠지기도 한다. 매번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는 것도 배워야 하고 실패도 맛보아야 단단해진다. 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 살이라는 것을 나이가 들어갈수록 몸으로 체득하게 된다. 어린 나이일수록 내공이 쌓이지 않은 터라 가슴앓이가 더 클 것이다. 부모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자기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을 터득해 가야 하는 것이라.
슬럼프를 비껴가는 선수는 없다고 한다. 최정상의 선수도 고비고비마다 극도의 정체 현상을 경험한다고 한다. 자신의 선수 생활까지도 마감해야 하나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는 시기가 있다고 한다. 열심히 노력한 선수들에게 찾아오는 일종의 도약 전 단계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곤 한다. 일이 잘 되어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디에서 쯤인가 잘 풀리지 않아 점점 꼬이고 예상하지 못한 최악의 순간을 맞이할 때가 있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고 수치스러운 감정까지도 든다. 어찌어찌 그 과정을 지나고 자신도 모르게 별의 순간을 맞이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인생은 끝까지 가봐야 안다고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질 수도 있다. 어떻게 지느냐가 중요하다. 더 강한 경쟁 상대를 만날 수 있다. 나보다 더 똑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약해지는 것이 당연한 결과다. 상황 판단이 늦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나보다 더 상황 파악을 잘하는 직원이 있을 수 있다. 회의 중에 나보다 더 좋은 의견을 내는 직원이 있을 수 있고 일 처리를 더 잘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상급자라고 해서 모든 상황에서 내가 우위에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지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다. 때로는 4번 레인이 아니라 5번 레인에 물러서야 할 때도 있다. 어쩌면 실력면에서 6번, 7번, 8번 레인으로 밀려나야 할 시기도 도래한다. 그럴 때면 깨끗이 인정해야 한다. 우기는 것보다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더 멋지다. 이길려고 하는 것보다 멋지게 지는 것이 더 아름답다.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은 고집의 결과다.
내가 이겨야 할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고집이다. 내가 져야 할 대상은 고집이 아니라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다. 지는 게 이기는 거다. 5번 레인에 서는 것은 밀려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