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느린, 그러나 아름다운 리듬
윤명주 지음 / 부크크(bookk)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월요일 아침, 교장실 창밖으로 들려오는 빗소리를 들으며 해야 할 일들을 머릿속에 그리며 열심히 컴퓨터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었다. 정신없이 몰두하고 있는데 조용히 찾아온 두 분의 모습을 보며 참 반가웠다. 윤명주 삼척 음악치료센터장님과 그 남편 되시는 양호선 위원장님. 두 분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아마도 5년 전부터 얼굴을 뵙고 알게 된 관계인 것 같다.

교장실 의자에 앉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중에 살며시 테이블 위로 건네는 책이 있었다. 며칠 전부터 SNS를 통해 책을 쓰셨다는 소식은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따끈따끈한 신간 서적을 정성스럽게 들고 찾아올 줄이야 몰랐다. 소중한 인연이 책을 매개로 다시 이어져서 참 고마운 마음이었다.

「조금 느린, 그러나 아름다운 리듬」은 저자이신 윤명주 센터장님이 발달장애, 상처 입은 청년, 산후우울증을 겪고 있는 갓 신혼부부, 노년의 나이에 외로움을 견뎌내고 있는 노부부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 음악으로 치료하는 과정 속에 느낀 감정과 기록들을 담아낸 책이다.

「조금 느린, 그러나 아름다운 리듬」은 어찌 보면 우리 사회에서 돌봄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저자이신 윤명주 센터장님께서 음악이라는 도구를 활용하여 그들의 작은 목소리에 반응하고 아픈 상처를 도려내듯 끄집어내는 과정을 에세이로 풀어내어 독자들에게 넌지시 건네는 소리 없는 외침이 아닐까 싶다.

우리 사회는 고도로 발달하고 있다. 소위 말해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부자병에 노출된 사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한 쪽 편에서는 예전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상처와 아픔으로 매일매일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이 많음을 이 책을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약자를 돕고 소외된 자를 보듬는 것은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이다. 한 사람의 생명보다 귀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각자 다른 출발선에 선 선수들처럼 누구는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지만 다른 누구는 답답하리만큼 느리게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람들이 있다면 바로 윤명주 센터장님이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쏟아붓는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아닐까 생가해 본다.

새로운 책을 써 내는 과정도 쉽지 않았으리라 짐작된다. 아픈 상처의 치유의 과정을 글로 써 내려가는 일은 무척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듯싶다.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고 독자들에게 과하지 않게 호소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으리라 짐작이 된다.

이 책의 특징 중 이색적인 부분은 책 중간중간에 삽화가 삽입되어 있는데 윤명주 작가님의 따님 되시는 별하양이 직접 손수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어머니와 딸의 합작품인 셈이다.

부디 「조금 느린, 그러나 아름다운 리듬」 이 많은 독자들의 품에 안겨 인간애가 넘치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데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침의 피아노 -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 일기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故 철학자 김진영 님께서 2017년 7월 암 선고를 받고 투병 생활을 하면서 쓴 글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삶을 돌아보며 함께 했던 모든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있다.

2018년 2월

돌아보면 살아온 일들이 꿈만 같아서 모두가 고맙다.

나는 평생 누군가의 덕분으로 살았지 나 자신의 능력과 수고로 살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 너무 잘 안다.

갚아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내가 가진 것들이 있다면 그건 모두가 내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것이다.

_ 「아침의 피아노」, 김진영, 개정판 2025, 178쪽

이 책은 지인으로부터 추천받은 책이다. 매일의 기록을 쓰고 있는 나를 생각하며 특별히 골라준 책이다. 투병 중임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을 글로 적어낸 저자의 고뇌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애틋하게 다가온다. 기록은 누군가에게 남다른 깨달음을 선사한다. 누구나 기록을 할 수 있다. 특별하지 않아도 좋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기록을 남기는 것이 아니다. 나 자신을 위해 기록하는 것이다.

자신을 돌아보고 잊었던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기억해 내기 위한 도구로 기록만큼 탁월한 것이 없다.

'돌아보면 살아온 일들이 꿈만 같아서 모두가 고맙다'라는 문장이 주는 울림은 완고한 우리의 마음 문을 열기에 충분하다. 함께 하는 사람들의 도움 덕분에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지 나의 수고와 노력의 결과물이 아님을 저자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선물과 같은 지금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간곡하게 부탁하는 듯하다.

모두가 고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강영안의 공부한다는 것 -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 삶으로 형성되는 지혜의 영성
강영안.최종원 지음 / 복있는사람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강영안 교수! 정말 엄청나신 분이다. 공부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철학적으로 명쾌하게 설명한다. 말로만 그런 것이 아니라 본인이 살아온 삶이 공부하는 삶이셨다. 학문적으로만 성과를 드러내는 분이 아니라 삶 그 자체가 공부하며 살아온 인생이다. 「강영안의 공부한다는 것」 1독을 권한다.

철학자답게 「강영안의 공부한다는 것」 은 깊이가 있는 책이다. 편하게 읽어나가기가 쉽지 않은 책이다. 짧지 않은 사람의 일생 속에서 어느 누구나 공부에서 예외가 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공부라는 것이 대학을 가고 취업을 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강영안 교수가 말하는 공부라는 것은 평생에 걸쳐 이루어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AI 인공지능 시대에는 지식을 넘어 인간다운 학습을 요구한다. 질문하는 인간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인공지능이 내놓는 지식을 활용하여 좀 더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질문을 한다는 것은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는 눈을 가질 때 가능하다. 현상학적인 삶은 철학을 통해 단련될 수 있다. 강영안의 교수의 공부하는 삶도 철학에서 시작되었다.

공부가 쉽지 않은 것은 공부라는 말 그 어원 자체에서 알 수 있다. 공부는 노력이 필요하고 인내가 필요하다. 강영안 교수의 스승은 우리가 잘 아는 손봉호 교수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네덜란드어를 공부한 이유도 네덜란드 대학의 석학을 만나기 위함이었고 그곳에서 그의 철학적 기반이 다져졌다. 루뱅대학교를 거쳐 칸트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그의 학문적 여정은 거침이 없었다. 놓지 않았던 그의 기본적 가치관은 다양한 학문을 접하되 자기만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남을 돕고 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학문 탐구였다는 점이다.

결국 강연안의 공부라는 것은 타자를 위한 낮은 자의 모습으로 기꺼이 짐을 지고 섬기기 위한 도구였음을 알게 된다. 후학을 양성하고 올바른 학문 탐구의 길로 안내하며 학자로서의 가져야 할 기본적인 윤리를 가르치는 일에 소홀함이 없었던 것도 공부를 통한 공헌이었다는 점이다.

항상 공부를 하면서도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남에게 보탬이 되는 공부를 지향했던 강영안 교수는 「강영안의 공부한다는 것」 대담집에서 거침없이 자신의 철학적 소신을 이야기한다. 죽을 때까지 힘이 남아 있는 한 그의 공부 여정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이가 들수록 젊은이들에게 진정한 어른이라는 소리를 듣는 게 가장 훌륭한 찬사가 아닐까 싶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었을 시점에서는 돈도 명예도 건강도 자랑할 수 없는 그저 노회한 한 사람으로 살아가게 될 텐데 마지막 한 줄기 붙잡고 다른 이들에게 기여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가 철학적 소양에 바탕을 둔 실천적 지식을 나누는 삶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강영안 교수가 그런 삶의 본을 보이는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강영안의 공부한다는 것」 은 지난 중국 하얼빈 역사 탐방 기간 동안에 틈틈이 읽었던 책이고 이번 제헌절 연휴 기간에 맘 먹고 완독한 책이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이 책은 천천히 읽어나가야 할 책이다.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지만 결코 후회되지 않는 책이다. 평생 공부의 지표를 알려주며 길잡이 역할을 해 줄 책이다. 시간을 여유 있게 잡고 읽어보시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료에게 말 걸기 - 옆 사람과 대화하면서 세계를 바꾸는 방법
박동수 지음 / 민음사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의 모습을 더하는 것이 바로 철학의 실천이다" _ 「동료에게 말 걸기」, 39쪽

소위 학위가 있고 철학을 전공한 철학자가 쓴 철학서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철학이라는 철학 신념을 가진 평범한 시민이 쓴 철학 책이 많은 이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철학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삶의 현장과 동떨어져서는 안 된다. 학문적 성과가 있는 철학 이론이라고 할지라도 아래로부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그냥 '이론'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현재 살아가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이다. '나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의 모습을 더 하는 것이 바로 철학'이라고 말한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정치적으로 양 극단에 서 있는 사람들은 말도 섞지 않으려고 한다. 싸움의 발단을 원천적으로 만들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연 이런 현상이 다원주의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의 태도일까?

지역적으로 정치적 성향이 분단되어 있고 세대 간 정치 신념이 갈라져 있다는 이유로 대화조차 시도하지 않는다면 결국 서로를 이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커다란 불행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동료에게 말 걸기」에서 아주 작은 말 한마디 건네는 것이 철학의 실천이라고 말한다.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일수록 먼저 다가가 말을 거는 것이 그를 동료로 받아들이는 첫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뜻이 같은 동지는 아니더라도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하는 동료 의식을 갖기 위해서 말 걸기는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말한다.

세상에 순응하는 사람이 아니라 좀 더 다르게 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지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방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례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법
발타사르 그라시안 지음, 하와이 대저택 편역 / 논픽션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7세기 스페인의 철학가 발타자르 그라시안(Baltasar Gracian)의 처세술을 정리한 책이다.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으려면 '손잡이가 없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즉 패를 감추고 침묵으로 우위를 점하라는 뜻인데...

목차만 보더라도 그가 말하는 처세술의 핵심을 볼 수 있다.

  • 패를 보여주는 순간 지배당한다

  • 갈증을 남기는 자만이 영원히 기억된다

  • 노력의 흔적을 들키지 마라

  • 한꺼번에 보여주면 내일은 없다

  • 바보로 살아라, 신념을 가진 자를 경계하라

  • 풀을 뜯어 먹는 소처럼 독서하라

  • 공손함은 비용 없이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마법이다

  • 고독을 즐기는 자는 신을 닮는다

짤막하게 읽기 쉽도록 챕터가 구성되어 있다. 118가지의 이야기가 단숨에 읽힌다. 400년 전의 조언이라고 하지만 마치 지금 우리의 상황과 흡사한 것이 너무나 많다. 지혜란 시간이 지나더라도 변하지 않는 가치임에는 틀림이 없다.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꼭 갖추어야 할 성품은 시대가 달라진다고 하여 변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특히 리더라면 더 그렇다.

"독서는 지식을 쌓는 행위가 아니라, 스승의 문장을 징검다리 삼아 당신만의 사유의 바다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_ 85쪽

"세상이 당신을 흔드는 것은 당신을 무너뜨리기 위함이 아니라, 당신 안의 수평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바다의 파도는 아무리 거세게 일어나도 결국 평온한 수평선으로 돌아간다" _91쪽

"스스로를 비워 세상을 담는 그릇이 돼라" _ 94쪽

"상처 입은 치유자만이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다. 아픔이 곧 강력한 무기가 된다" _95~96쪽

"훗날 사람들은 당신의 업적이 아니라, 당신이 떠난 자리에서 풍기는 그윽한 인품의 향기를 기억한다" _100쪽

"타인의 박수나 비난에 일희일비하지 말라" _107쪽

"침묵은 비어 있는 시간이 아니라, 가장 밀도 있는 대화가 오가는 시간이다" _112쪽

#신기하고_동화같은_학교

#신동으로키울게요

#삼척_신동초등학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