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블루보리 왕자 문지아이들 110
오채 지음, 오승민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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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아니지만 동화책에 실려 있는 그림이 참 마음에 든다. 시베리안 허스키 그림이 참 예쁘다. 그린이가 글에 알맞게 그렸다. 그림만 보더라도 눈앞에 시베리안 허스키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도 개를 좋아한다. 시골학교로 첫 발령을 받아 관사에 살 때 동네에서 강아지를 얻어 키운 적이 있다. 혼자 자취를 하다 보니 끼니를 제 때 준 적이 없다. 풀어놓고 키우다 보니 점심때에는 나를 대신해서 우리 반 아이들이 급식 때 남은 음식을 줬다. 저녁은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뭐든 주워 먹었던 것 같다. 개 집도 만들어주지 않았다. 아무 데서나 잤다. 그런데 신통하게도 나를 주인으로 알고 충성심을 보였다. 아직도 예전에 키웠던 그 개가 생각난다. 오늘 『나의 블루보리 왕자』 시베리안 허스키를 보니 더욱 그렇다. 

 

학교에 개를 키워 보는 것은 어떨까 잠깐 생각해 본다. 물론 위험이 있다. 개한테 물리면 안 되니까. 전염병의 위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정서적으로 아이들에게 큰 유익이 있지 않을까 싶다. 쉬는 시간마다 또는 점심시간이면 운동장을 뛰며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어떤 아이들은 개에 대해 나름 연구하며 개와 친해지는 법, 개의 건강을 위해 먹지 말아야 음식, 개의 특성들에 대해 조사하지 않을까. 시골학교에서는 나름 마스코트 역할도 하고. 물론 안전성에 대해 신경을 바짝 써야 되고 관리에 대한 부분도 그렇고. 그냥 즐거운 상상을 해 본다. 

 

인디언 속담에 친구란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사람이라고 한다. 학교에서는 친구 관계가 무척 중요하다. 친구 관계를 배울 수 있는 곳은 학교다. 아파트라는 공동 주택에 살고 있는 환경에서는 친구를 사귈 기회도 많지 않다. 학원도 그렇다. 마음 놓고 친구를 사귀고 관계를 맺어 갈 수 있는 곳은 학교가 유일하다. 학교는 우리 사회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공동체다.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 공동의 가치를 가지고 함께 살아가는 곳이다. 인디언들이 가르쳐 주는 친구의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이익을 떠나 슬픔과 아픔을 함께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친구라고 한다면 학교는 우리 아이들에게 친구에 대한 개념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학교가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는 기다려주고 학교가 추구하는 가치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조금만 자녀가 손해를 보고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면 전후상황을 살피지 않고 무작정 전화를 걸어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어른들의 성급함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학교에서 선생님을 통해 친구 관계에서 빚어진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신뢰를 보내야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런 힘이 있다. 다양한 친구 관계를 형성해 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어른들의 개입만 줄여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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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만의 도시 - 알라딘월드북 20
헨리 빈터펠트 지음 / 웅진주니어 / 199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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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미나게 읽었다. 아이들만의 도시라니. 부모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챙겨주는 문화에서 아이들이 먹거리부터 시작해서 광장의 청소까지 심지어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돌게 하며 전차까지 스스로 운행하는 도시라니.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하지만 결코 상상만으로는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 아이들도 얼마든지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고 있지 않는지 돌아보게 된다. 

 

학교에서는 민주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 우리 교육의 목표라고 초중등교육법에 제시되어 있다. 민주 시민이란 자발적 책임아래 스스로 권리를 찾고 주인 의식을 가지고 생활하는 사람이다. 학생 자치회를 조직하고 활성화하려는 의도도 여기에 있다. 말 그대로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모임을 꾸려 학교를 만들어가는 주체적인 기획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스스로 만들어가는 능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학생들에게도 『아이들만의 도시』처럼 어른들이 모두 일시에 사라져 보는 것은 어떤지 발칙한 상상을 해 본다. 

 

교사들이 사라져 버린 학생들만의 학교에서 학교를 꾸려 나갈 모습을 그려본다. 누군가는 회장의 역할을 맡아야 할 것이고 당장 급식을 먹을 수 있도록 취사와 배식, 정리까지 역할을 도맡아야 한다. 그뿐인가. 정상적으로 학교가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기능을 학생들이 각자 분담하여 운영해야 한다. 스스로 해 봄으로써 그동안 누려만 왔던 것들에 대한 고마움도 느끼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학생들이 힘을 모으면 얼마든지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을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만의 학교'를 통해 선생님들의 필요성을 절실히 알게 되지 않을까. 

 

『아이들만의 도시』를 통해 지나치게 간섭하고 잔소리했던 부모들이 스스로 자녀들을 대하는 양육 태도도 다시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부족함을 느낄 때 아이들은 스스로 움직인다. 결핍이 곧 성장의 동력이 된다. 해달라는 대로 모두 해 준다고 해서 고마워하지 않는다. 나도 세 자녀를 키워보니 정말 그렇더라. 부모가 마치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지 못한다. 자녀를 강하게 키운다는 것은 부모의 개입을 줄인다는 말이다. 걱정이 되더라도 멀찍이서 지켜볼 수 있어야 한다. 작은 도시 팀페틸의 부모들처럼 말이다. 우리 부부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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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랫말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개정판 어른을 위한 동화 12
황석영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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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기억을 더듬어 볼 것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 어렸을 때 살았던 곳도 텅 빈 곳이 되어 버렸고 예전에 다녔던 학교도 자리는 그 자리인데 모습이 바뀌어 과거를 더듬어 보기가 쉽지 않다. 사진이라도 많이 간직했으면 모르겠으나 그것조차 전무할 때에는 기억 말고는 다시 불러올 것이 아무것도 없고 세월이 흐르니 그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문학동네 장편소설인 어른을 위한 동화 『모랫말 아이들』과 같은 책은 참 소중한 책 중에 하나다. 한국 전쟁 이후 사람들의 생활상을 머릿속에 그려낼 수 있으니 말이다. 누더기 옷이라도 입으면 다행인 때에 많은 이들이 살기 위해 움막을 짓고 살았으며 입에 풀칠이라도 하기 위해 온갖 일들을 했던 그 시절 살기가 빠듯했지만 사람 사는 정만큼은 가득했던 터라 오히려 그때가 그립고 부럽기까지 하다. 

 

지금은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되어 남부럽지 지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복 지수가 극히 낮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 모랫말 아이들이 살던 때와 지금을 단순히 비교하기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감사한 마음의 태도가 사라진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부모 형제와 함께 찬 밥 한 공기라도 나누어 먹으면서 가족애를 누리던 모랫말 아이들의 마음가짐과 오늘날처럼 모두가 바쁘게 자기 일들을 하며 한 가정 안에 살면서도 서로 대화를 통 하지 않는 가족과 비교할 때 행복이라는 감정을 누리는 만족감은 결코 문명의 높고 낮음으로 평가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부자병이 있다고 한다. 움직이지 않아서 생각은 병들이 있고 그 병 때문에 약을 먹고 병원을 다니며 평생 고생을 하는 질병이다. 먹지 못해서 생기는 질병이 아니라 너무 한쪽으로 치우진 식생활 때문에 생기는 질병이라고 한다. 걷지 않아서 생기는 몸의 이상 징후는 편리함이라는 문명이 가져다준 후천적 질병이다. 모랫말 아이들이 들으면 놀라 기겁할 것 같다. 

 

요즘 사람들은 없어서 힘들어하는 것이 아니라 더 가지지 못해서 불쾌해한다. 불편하다고 하는데 사실 엄격히 말하면 배가 부른 소리다. 불편한 것 없는 세상이 존재할 수 있을까? 내가 불편하지 않으면 누군가는 불편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불편하더라도 감수해야 할 것이 있다. 서로가 불편하다고 목소리를 높인 들 그 불편함이 과연 사라질까? 불편할 것 같은 모랫말 아이들은 전혀 불편해하지 않는다. 부자병을 치유할 방법은 없다. 힘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참고 인내하라고 한 들 과연 들을 귀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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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둑 한빛문고 6
박완서 글, 한병호 그림 / 다림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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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책이다. 박완서 동화집으로 여섯 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한 편 한 편 주옥같은 이야기다. 박완서 작가는 동화책을 늙을 줄 모르는 책이라고 말한다. 동화는 나이 든 어른들도 동심으로 돌아가 읽게 된다. 25년도 더 된 책이지만 오래된 책처럼 여겨지지 않는다. 읽는 이에게 진한 감동을 넘어 살아온 삶을 돌아보게 하며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지혜를 모으게 한다. 박완서 동화집이 독자들에게 주는 메시지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 욕심은 서로 비교하면서 생기는 질투에서 비롯된다. 도시와 시골을 비교하게 되는 순간 질투는 증오를 낳게 한다. 새 아파트와 무허가 판잣집을 비교의 대상에 함께 올려놓는 순간 상종해서는 안 되는 혐오를 불러일으킨다. 행복의 기준이 권력이 되고 재산이 될 때 행복은 안개와 같이 사라지는 가벼움 그 자체가 된다. 사람이 우선이지 돈이 먼저가 되어서는 안 됨에도 불구하고 돈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사람의 목숨까지 판단한다. 

 

가난은 도둑이 되도록 유혹하지만 도둑질에도 급이 있다. 남의 것을 탐하고 자족할 줄 모르는 도둑질은 못 된 것이지만 배고픔과 가난함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일으킨 도둑질은 한편으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며 가난을 부끄러워하기보다 오히려 가난 속에서 다시 딛고 일어서게 만드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자전거 도둑'은 사회가 만든 것이지 스스로 도둑이 되고 된 것이 아니다. '달걀로 달걀을 갚으렴'에 담긴 선생님의 가르침이야말로 자본주의 세상에서 오로지 '나'로 살아가는 힘이 아닐까 싶다. 진짜 삶의 지혜는 사람이 만든 지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서 얻는 경험에서 비롯된다. 

 

점점 잘 살고 있는데 오히려 점점 마음이 허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풍족히 먹을 것들이 차고 넘치는데 풍성한 느낌이 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고급 아파트에 살아야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일까? 모든 것을 돈의 가치로 환산하는 세상 속에서 부러워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길에 나서게 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이다. 탐심은 만족함을 모른다. 겸허함으로 세상을 살아갈 이치를 동화에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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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이 맛없던 날 - 제18회 MBC 창작동화대상 수상작 Dream Books 창작동화 1
이종은 지음, 유혜경 그림 / 금성교과서(금성출판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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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뭐든지 제멋대로였다. 우리가 왜 화가 나 있는지, 왜 슬퍼하고 속상해하는지 알려고 하지 않았다" _71쪽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내 배 안에서 태어난 자식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볼멘소리를 엄마들이 주로 한숨을 쉬며 이야기한다.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자녀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매일 매 순간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느낌이라고 한다. 시시각각 바뀌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욱하며 소리를 지르는 자녀,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바로 앞에 것만 생각하고 위험천만하게 행동하는 자녀, 이야기도 하지 않고 밤늦게 돌아다니는 자녀, 공부라고는 손 끝도 대지 않는 자녀 등 이 땅의 부모들은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 혼란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사춘기 자녀와 날마다 씨름하며 지내고 있을 것이다. 

 

『초콜릿이 맛없던 날』의 유찬란 군은 공부도 1등, 성품도 1등, 친구 관계도 1등 부모의 자랑이자 마을의 자랑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사춘기. 부모의 품에서 떠나 자신만의 세계를 찾아가는 유찬란의 행동은 아슬아슬하지만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부모의 기다림의 인내도 있었지만 아이 스스로의 회복탄력성이 내재되어 있는 결과가 아닐까 싶다. 아이들은 마냥 어리지만 않다. 의외로 생각의 깊이가 깊다. 

 

특히 가정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일수록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환경에서 자라기에 스스로 혼자 살아내려는 근성이 저절로 길러진다. 좋은 쪽으로 발전하면 좋겠지만 간혹 곁길로 빠지는 경우도 있지만 주변의 든든한 어른, 위로해 주는 친구만 제대로 만난다면 삶을 살아가는 데에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렇게 좋아하던 것도 시큰둥하게 받아들인다면 아하 이제 사춘기가 시작되는구나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달콤한 초콜릿도 맛 없어지는 날이 온다. 부모에게 의지하던 모습에서 일탈을 꿈꾸는 때가 온다. 그때 당황하지 말고 스스로 제자리를 찾아올 수 있도록 멀찍이서 기다려보는 것도 부모의 지혜일 것 같다. 

 

부모라면 이제 말수를 줄이자. 아이들의 소리를 듣기 위해 귀를 열자. 교사도 마찬가지다. 아침마다 교실로 들어오는 아이들의 표정을 유심히 관찰해 보자. 표정에서 읽히는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날 하루는 그 아이의 기분에 맞추고 기다려 주는 어른된 모습으로 지내자. 아이들은 어른들을 보고 자란다. 어른이 거울이다. 보고 배울 대상을 찾고 있다. 긴 말이 필요 없다. 행동으로 보여주면 된다. 내가 너희들을 믿고 사랑하고 있다고. 

 

교감도 그렇다. 교직원들의 표정을 읽고 감정을 이해하며 믿고 신뢰하자. 기다리면 언젠가 기대에 차고 넘치도록 부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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