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 살고 싶어 나누기로 했다 - 일, 돈, 사람, 공동체가 보이는 나눔과 삶의 경제
전성실 지음 / 착한책가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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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회를 가리켜 수축사회라고 말한다. 고성장 산업화시대에는 일자리 때문에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사실 비정규직이라는 용어도 IMF 외환위기 이후에 생긴 신종 낱말이다. 외환위기 전에는 재벌기업의 낙수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었다. 함께 나눠 가질 파이 자체가 컸기에 서민들에게 돌아올 몫이 있었다.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먹고 살만큼은 되었다. 집안에서 어른 1명이 직장을 다니면서 벌어온 수입으로도 가계를 운영할 수 있었다. 고성장 수출 산업의 호황으로 누구나 중산층이라고 여길 정도로 경기가 안정적이었다. 청년들은 대학 졸업 후 자신의 꿈과 비전에 따라 직업을 취사선택할 기회가 넘쳐났다. 기업에서도 신규 채용자를 충분히 받아들였고 노동의 대가로 일한 만큼 자본을 취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제4차 산업혁명시대라고 하는 요즘 들어서 먹구름이 잔뜩 드리운 것이 사실이다. 흙수저, 금수저라는 용어는 이미 한물 지나간 용어이고 이제는 이생망(이번 생애는 망했다)을 넘어 청년들은 살아갈 희망 조차 없어 보인다. 돈이 돈을 낳는 구조가 되다보니 어린이들의 가장 큰 꿈이 임대사업자, 건물주가 되어 버렸다. 정당하게 일해서 번 돈으로 자신의 꿈을 키워가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일하지 않고서도 돈을 벌 수 있는 길을 선망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일 하기는 싫고 돈을 벌고 싶은 사람만 있는 국가는 결코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다. 


고령화 저출산 사회, 저성장의 늪에 빠진 국가, 이제는 일의 개념과 잘 산다는 기준이 달라져야 함을 저자는 『나는 잘 살고 싶어 나누기로 했다 』에서 강조하고 있다. 저성장 시대, 나눠 가질 파이는 한정되어 있다. 누가 많이 가지게 될 경우 누군가는 허리 띠를 졸라맬 수 밖에 없는 시대를 우리가 살아가야 한다. 한정된 파이를 공평하게 분배하는 일이 국가의 몫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일의 개념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자리도 축소되고 있고 정상적인 피라미드 구조에서 기형적인 항아리 구조로 바뀌면서 정규직은 물론 이거니와 아예 일할 자리조차 얻기가 힘든 시기를 살아가게 될 전망이다. 인간을 대신하여 로봇이 기용될 경우가 자명한 현실이다. 다시 한 번 스스로 물어보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저자는 뜬금없이 '공동체성'을 강조한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이 아니라 주위를 둘러보며 서로를 도와가며 살아가보자라는 대안을 제시한다. 누구나 인간의 존재는 고귀하다. 일할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노인도 존재 자체로 본다면 충분히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이다. 일본의 한 예로 들면, 장애를 가진 노인이 마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직장에 나간 청년들을 대신하여 택배 물건을 대신 받아준다. 주말에만 시간적 여유가 있는 직장 청년들을 위해 평일에도 그들의 택배 물건을 받아 둔다. 퇴근 뒤 청년들은 노인의 집에 찾아가서 물건을 찾아가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보니 독거 노인과 청년간의 인간 관계가 형성되고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된다. 쓸모 없어 보이는 존재로 여겼던 존재가 마을의 한 구성원으로 우뚝 서게 된 사례다. 


이제 누가 더 많이 돈을 버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아니다. 돈을 버는 이유를 찾아야 하는 시대다.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 깊은 관계를 요구하는 시대가 곧 제4차산업혁명시대라고 말한다.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더더욱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우리 사회 전반에 배치될 때 돈 보다는 인간 관계, 돈 버는 행위 자체보다 서로 잘 살고 나누는 기쁨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꿈만 같은 이야기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런 일들을 실천하는 기업과 사람들이 곳곳에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 기업은 CEO 자신이 솔선수범하여 자신의 연봉을 대폭 깍고 대신 직원들의 연봉을 대폭 인상하는 기업 윤리를 제정하고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캐나다의 한 낙농 기업은 저렴한 우유의 재료를 수입해 오기보다 기업이 위치한 고장의 원유를 100% 전량 매입하기로 결정하면서 당장은 기업의 이익에 손해가 되더라도 고장을 살리고, 고장의 사람들을 직원으로 채용하면서 함께 잘 살기를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그 기업이 위치하고 있는 고장의 사람들이 값싼 타사 제품을 구매하기 보다 값은 비싸지만 고장을 든든히 후원하는 기업의 제품을 자발적으로 구입한다고 한다. 기업의 윤리를 높이 산 타지역 사람들도 이 일에 함께 동참하면서 기업의 가치는 전보다 높아졌다고 한다. 함께 잘 살기를 원칙으로 삼은 기업의 공통점은 소비자가 먼저 그 가치를 알고 지갑을 연다는 사실이다.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혼자만 잘 살겠다고 용 쓰는 사람보다 자신의 이익을 공익을 위해 나누고 베푸는 사람을 더 존중하고 높이 사지 않을까 싶다.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것을 나누는 사람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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