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전 서해문집 청소년 고전문학 1
허균 지음, 설흔 엮음, 달상 그림, 김영희 해설 / 서해문집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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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古典) 읽기는 모험이다. 모험을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모험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활력을 얻는 사람도 있다. 고전 읽기도 그렇다. 조금씩 조금씩 난이도를 높여 나가면 태산처럼 보였던 것도 넘어갈 수 있다. 난공불락이었던 거대한 장벽도 무너뜨릴 수 있다. 희열은 노력에 비례한다. 나에게 있어 교산 허균은 멀리서 갈망하던 인물 중에 하나였다. 내가 살고 있는 강릉에는 지척을 두고 허균의 발자취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 많은데 좀처럼 가까이하지 못했던 인물 중에 하나가 허균이었다. 한 번에 쑥 접근하기 어려운 인물인지라 언저리 부분을 맴돌며 그와 친숙해지려고 한다. 

 

『홍길동전』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르면 간첩일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고전 중에 고전이다. 심지어 이 작품을 통해 허균을 서자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허균은 소위 말해서 뼈대가 있는 명문가의 막대 아들로 태어난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금수저를 포기하고 사회의 부조리를 파헤치는 데에 심혈을 기울였다. 개척을 넘어 개혁자적인 성향을 지닌 인물이 허균이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길동이가 바로 허균이 아바타가 아닐까 싶다. 신분제 사회에서 서얼, 서자는 루저일 수밖에 없다.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는 사회 속에서 재주가 출중하더라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었던 사람들을 대변하며 견고한 신분제 사회를 뜯어보고자 했던 허균의 사상을 『홍길동전』을 통해 잠시나마 느껴볼 수 있다. 

 

오랜 세월 지나오면서 『홍길동전』도 많은 필사본으로 전해 왔다고 한다. 그중에 큰 줄기가 하나가 이 작품의 근간이 되고 있는 '완판 36 장본'이다. 각각의 해설본들을 비교하며 읽어보는 것도 큰 재미 중에 하나일 것 같다. 허균은 이 작품을 쓸 때 많은 모함과 어려움 속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을 때였을 것이다. 힘겹고 어려운 싸움, 고전 속에서 쓴 그의 고전을 한 번쯤 완독해 보면 어떨까 싶다. 고전할 때 고전 읽기로 극복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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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문경민 지음 / 우리학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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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버티는 게 잘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어" _179쪽

인생은 굴곡진다. 오르막길을 오를 때도 있지만 한없이 내리막길로 내려갈 때도 있다. 희로애락 감정은 말할 것도 없다. 늘 변화무쌍한 삶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다. 나이와 상관없다. 예술고등학교에 다니는 소설 속 주인공도 앞날이 불투명하고 불안함을 감출 길 없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예술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좋아서 하는 일이 생산적인 일로 이어지면 좋겠지만 희망 사항일 뿐이다. 먹고살기 위해 살아가야 한다. 꿈보다 현실을 먼저 살아내야 한다. 멈추지 않고 주저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바로 브릿지가 아닐까.

브릿지. 음악에 관해서는 나는 문외한이다. 고작 통기타 정도 코드 반주를 할 수 있을 뿐이다. 20대 젊은 시절 어려운 관문을 지나갈 때가 있었다. 슬픔을 건너가야 할 때였다. 그럴 때마다 방 한구석에서 감정을 표현해 낼 수 있는 곡을 기타 반주로 노래하며 힘겹게 건넜다. 군 복무 시절에도 그랬다. 초임 교사 때도 그랬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나이가 들고 힘들어하는 후배 선생님들을 다독거려야 하는 위치가 되어 버렸다.

이제 잘하려고 애쓰기보다 버티는 삶을 살아갈 때다. 운동 종목에서도 후반전으로 갈수록 버티기 전술이 유효하게 먹히는 경우가 많다. 인생도 그렇다. 오래 버티는 것이 잘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불평하고 남 탓하기보다 차라리 나의 자리에서 끈질기게 버티는 것이 현명한 처사인지 모르겠다. 중년을 넘어 노년으로 향해 가고 있다. 몸의 신진대사도 예전만 못하다. 더구나 명석한 두뇌 활동은 더더욱 기대할 수 없다. 지나왔던 삶의 경륜으로 잘 버터 내야겠다.

"자기 일을 사랑하고 주변을 돌아보고 누군가에게 중요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었다. 편한 삶보다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 원치 않는 결과가 나와도 다시 일어서는 강인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_194쪽

남에게 주목받는 삶을 사는 것이 참 힘들다는 것을 느낀다. 학교 안에서 교감의 역할이 그렇다. 교장이 되면 더더욱 그럴 것 같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을 줄 수 있고 상처로 남길 수 있겠다 싶다. 차라리 주목되지 않는 삶이 더 낫겠다 싶다. 마지막까지 오래 버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될까?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 자기 일을 사랑하되 주변을 돌아보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때로는 휘어지고 구부러지고 반들반들해지더라도 브릿지처럼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 자신의 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겠다. 아름다운 향연이 울려 퍼지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말아야겠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닌 이상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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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 시집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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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만기 4년 꽉 채우고 떠나게 돼서 참 홀가분하다.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내가 머물고 있는 지역은 교감이 한 학교에 근무할 수 있는 기간은 4년이 최대다. 4년을 채우면 무조건 자리를 비워 주어야 한다.

이곳으로 처음 발령받아 올 때에는 1년만 근무하고 집 근처로 가야지 마음먹었다. 집에서 근무지까지 50킬로미터 걸렸으니 그럴 만도 했다. 막상 근무하다 보니 정이 생기고 오기가 생기고 그러다 보니 학교 만기를 채우고 말았다.

새로 오는 교감님은 신규 교감이다. 나도 그랬던 시절이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어제 그제 새로 발령 난 학교에 다녀왔다. 새로 발령받아 오신 교장님과 선생님들, 교직원분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새 학년도 교육과정을 협의했다.

이틀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그런지 집에 와서 일찍 뻗었다. 에너지를 많이 소모했나 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나도 모르게 신경을 무척 썼나 보다. 교감인데 뭘 신경 쓸 게 있을까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점점 새로운 곳에 가는 것이 힘들다. 젊었을 때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지금은 익숙한 곳이 좋다.

오늘부터 2월 말까지 지금 있는 학교에서 해야 할 일들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 선생님들 호봉도 승급 처리해야 되고 내부 계획, 채용 업무, 보고 공문도 처리해야 된다. 유종의 미를 잘 거둘 수 있도록 처신을 잘해야겠다. 떠나고 간 자리가 아름다울 수 있도록 말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것처럼 새로 오시는 교감님을 위해 버리고 갈 것은 깨끗하게 잊고 치우고 가야겠다. 박경리 유고 시집을 읽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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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에게 희망을 (무선) 생각하는 숲 6
트리나 폴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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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오시는 선생님들 명단이 발표되었다. 우리 학교에 오시는 분들 개인 연락처를 소속 학교 교감님들에게 요청했다. 다음 주에 있을 교육과정 디자인하기(새 학기 준비를 위한 교직원 협의)를 준비하기 위해 원하는 학년, 업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함이다. 기존에 계시는 선생님들에게는 이미 개인 의사를 받아 놓은 상태였다.

서로 조율하고 조정하기 위해 사전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어 일일이 전화를 드렸고 혹시 시간이 되어 학교로 오실 수 있는 분들은 방문 요청을 드렸고 사정이 여의치 않은 분들은 최대한 전화로 선생님들의 의사를 여쭈어보았다.

물론 나는 이분들과 함께 근무하지 않는다. 새로운 교감님과 함께 근무할 분들이지만 기존에 있는 교감으로 최대한 내가 할 역할을 해야 될 것 같아 완성된 초안을 만든다는 심정으로 오전부터 오후까지 만남과 대화를 가졌다. 감사하게도 흔쾌히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말씀해 주셨고 양보할 것들은 과감히 내려놓아 주셨다.

일이라는 것이 그렇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사람이 모여 하는 일들이라 자신에게 맞지 않는 학년과 일들이 주어질 수 있다. 때로는 속상함을 말씀해 주시기도 하지만 다 이해가 된다. 사람마다 생각과 특성이 다양하기에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요구할 수 있다. 교감이 해야 할 역할은 선생님들의 의견을 꾹 참고 경청하는 일이다. 무슨 말씀이든 들어 드리는 일이다. 그리고 나중에 학교의 여러 가지 상황을 말씀드리고 양해를 구한다. 웬만하면 모두 인격적인 분들이라 수용해 주신다. 우리 선생님들이 최고다.

퇴근 뒤 저녁 시간에 짬을 내어 서재에 꽂혀 있는 『꽃들에게 희망을』을 펼쳐보면 나는 과연 '학교에게 희망을'을 안겨드리는 교감인지, '선생님들에게 희망'으로 다가가는 교감인지 생각하게 된다. 뭔지 모르고 남들이 모두 꼭대기로 올라가니까 죽을 둥 살 둥 모르고 정상을 향해 가는 애벌레들의 여정을 보며 혹시나 나도 나만의 개인적 욕심을 이루기 위해 주변을 돌아보기보다 정상만을 보고 향해가고 있지 않는지 돌아본다.

이제는 주변을 돌아볼 때다. 선생님과 교직원들에게 품을 내어 드려야 할 위치다.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 조심조심 내려가야 할 때다. 목에 힘줄 나이가 아니다. 다음 주면 나도 새로운 학교, 새로운 교직원을 만나며 인사를 드려야 한다. 그쪽 학교에 가서 학년 조정, 업무 분장을 위한 회의를 진행해야 한다.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 것이 힘들지만 참 재미있다. 보람이 있다. 사람을 더 잘 알아가게 된다. 교감이니까 많은 교직원들을 만날 수 있다. 참 좋다. 교감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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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리마스터판)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김려령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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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으로 생긴 여러 다른 모양의 삶을 비난하거나 정죄하고 싶지 않다. 단편적인 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기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여러 요소로 얽혀 있다. 

트렁크 안에 모두 담을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트렁크 안에 불편한 것들을 담아 눈앞에 치워버린들 영원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트렁크 안 내용물들을 조금씩 정리해 갈 수 있는 용기와 위로와 안정이 우리의 내면에 가득 채워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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