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가야하는데, 한 숨 못자서 산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불암산 정상은 해발 502미터. 거친 계곡길을 따라 한 시간 바짝 올라가면 정상에 다다르는 높지 않은 산이다. 거기서 수락산 방향으로 능선따라 시간 반이면 수락산 정상. 그리고 수락산 둘레둘레 횡으로 두시간 코스로 내려가면 수락산 입구. 거기서 뼈다귀 해장국 먹을 계획을 세웠었지만 지금 눈 벌게 가지고 해 뜨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아, 해 떴다. 해는 참 금방 뜬다. 잠깐 한 눈 파는 사이에 해가 떴다. 이제 잘까? 해 떴으니 잠이 올 것 같기는 한데... 

아직 포기 한 건 아니다. 산에서 쓰러지면 헬기 한 번 타 보는거지..  

이러고 놀 때가 아니다. 자야한다 한 숨이라도 자야지. 세 시간만 자고 산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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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6-06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예언하건데 세 시간 채 못 주무시고 산에 갔거나 아니면 지금도 주무시고 계시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
수면 부족 상태에서 산타기는 괜찮으실지 걱정이네요. 흠...조심하셔유~~

차좋아 2011-06-07 12:25   좋아요 0 | URL
오후 한 시에 산에 가서 예정 코스 다 돌고 왔어요. 불암산->수락산
거의 6시간 걸리더라고요.ㅎㅎ 길 위에서 귀인을(?) 만나 매우 즐거웠었다면서요^^
3시간 자고 간거 맞아요 빙고!

루쉰P 2011-06-07 19:43   좋아요 0 | URL
아 즐거운 산행 축하드려요. ^^ 전 역시 천재인 듯...후후

아파트 관리소에서 아주머니들과 동반 산행을 제안했는데 일언지하에 거절을 했죠. 왠지 뭔가 불륜틱한 냄새가 나는 산행이라고 할까요? 중년층에게는 산행이 하나의 건전한 불륜 문화처럼 퍼져 있는 것 같다고 파악했습니다. 대화 내용을 통해서요. ㅋ

동우 2011-06-11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향편님.
하하, 세시간 자고 산에 간다는거 되게 자랑하시네.
어쩄거나 6시간 산행, 귀인까지 만나시고..

1998년 5월, 직장 그만두고 오십 훌쩍 넘은 세사람 지리산 종주 얘기하리까.
로타리산장, 칼잠 두어시간 자는둥 마는둥. 다음날 새벽 천왕봉..세석평전..둘짜밤 잠자리는 널찍한데 옆의 어떤 사나이의 기막힌 코골이, 한시간여 잤을까.. 다시 행군...노고단까지.
2박3일의 지리산 종주.
눈물이 다 납디다. ㅎㅎㅎ

내 자랑 이만하고.
향편님.
발자크는 어디 숨었대요?
슬슬 내어 놓으심이 여하?

차좋아 2011-06-11 13:18   좋아요 0 | URL
동우님^^
발자크는 지금 불사신 읽고 있어요. 사소한 속상함이 연달아 발생해서 조용히 마음 다지고 있는 요즘이라 책 진도가 안나가요~
ㅎㅎㅎㅎ
곧 내어 놓을 계획입니다.ㅎㅎㅎ

 
26년 3 - 완결
강도영 지음 / 문학세계사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별 감흥이 없다. 이런 이야기도 새삼스럽지 않다는 현실이 맘 아플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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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5-20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줄거리보다는 그림 기법을 따라갔었던 것 같아요.
역대 대통령 얼굴을 점점이 찍어 그린 그 기법을 보면서 대단하다 했었어요.
펜이 아니라, 핀이나 송곳으로 찌르고 싶었었다죠~

차좋아 2011-05-20 12:35   좋아요 0 | URL
강풀식의 이야기 구조가 너무 익숙해서 좀 아쉬웠어요.
하지만 구매하길 잘한 거 같아요. 만화책은 꽃아두면 식두들이 다 보니까...놀러온 친구들도 보고요.
오히려 저런 이야기들이 상식이 되어야 하는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 기법은 집에가서 저도 자세히 볼게요~ 궁금하다^^

pjy 2011-05-20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철댁님이 언급하신 송곳으로 찍어주는 점묘법이 땡깁니다^^;
아주 유용할거 같습니다..이거참, 나름 애증이 있어야되는 인물묘사군요ㅋ
이상한 방향으로 생각이 이어지는데, 왜 여류작가분들있잖아요~
60쯤 화려하게 개인전 하시면서 내가 예술혼을 불태운 건 평소 황금보기를 돌같이 하고, 주색잡기에 올인한 남푠 덕분이라고 인사하는...ㅋㅋㅋㅋㅋ

차좋아 2011-05-20 16:3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과거 한국 여류작가들의 비상에 외조가 한 몫 단단히했군요. 몰랐어요^^&
저도 집에가서 강풀의 점묘법 확인해볼라구요^^

루쉰P 2011-05-22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라는 형식으로 이렇게 그려 놓는 것도 시간이 지나면 복잡한 역사서보다 사람들에게 더 뭔가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많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저 책을 읽다보면 분명 현실에 존재하는 악마에 대해 파헤쳐서 알아보고 싶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물론 형식이나 스토리는 진부하겠지만 세상이 다 지들 맘대로 된다고 생각하고 정의의 이름으로 단죄되지 못하는 그런 놈들에게는 저렇게 평생 없어지지 않게 형상화 시켜 만들어 버리는 것도 저주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흐흐흐 -.-
나중에 전씨 가족 중 한 사람이 강풀 만화가 재밌어서 읽다가 우연히 저 작품을 보고 식은땀을 흘리며 자신의 핏줄을 저주하며 혹독한 후회를 할 수 도 있을지 모르죠. 한 2백년 후에 말이죠. ^^

차좋아 2011-05-24 12:45   좋아요 0 | URL
루쉰님, 루쉰님이 말씀하신 그 이유 때문에 제가 샀지요 ㅋㅋㅋㅋㅋㅋ
기대 만큼은 아니지만, 잘 산 거 같아요 ㅎㅎㅎ

루쉰P 2011-05-25 13:08   좋아요 0 | URL
헤헤헤 전 이름 모를 직감이 있어요. 잘 사셨어요. ㅋㅋ
 

  

이번주 토요일 사진스쿨 워크샵 준비 때문에 정신 없는 한 주가 될 것 같다.
지난 넉 달, 사진 교육 과정이 끝나고 마무리 하는 자리인 만큼 준비 잘해서 재밌고 의미있게 보내다 와야지! 

수업 마지막 4주간 -자기 주제- 작업 한 사진들을 워크샵 때 슬라이드로 서로 이야기 하기로 했는데 나는 아들과의 사진찍기가 주제다. -산이의 시선-

처음 다산이에게 카메라를 쥐어 줄때는 나도 반신반의 했었다. 내 아들인지라 섬세하고 진중한 면이 있는 걸 알기에 시작한 작업이었지만 6년 8개월 된 아이가 수동 카메라의 초점과 노출을 이해하고 사진찍기를 바란 것은 아니었다. 다만, 구도를 이해하고 수평을 잘 맞춰주면 다행이라 생각했었다.

"아들에게 카메라를 줘서 마음대로 찍게 할 생각이에요. 필름도 넣어주고요. 저는 그 모습을 스케치 할 생각입니다. 일곱 살 아이라 촛점도 못잡고 노출도 안 맞겠지만 ... 뭐 어때요.^^;; 제 아들의 시선을 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아들과의 사진작업 사진 놀이,  첫 롤부터 아빠를 놀래키더니 이제는 촛점도 아빠보다 빨리 잡는다. (필름을 지돈으로 안사니 망설임이 없는건가??)

처음 사진기을 건네면서 망설였었다.
그냥 디카를 줄까, 망가트리면 어쩌지..., 필름도 아깝고, 하지만 디카의 한정 없는 셔터 눌림은 아빠가 느끼는 사진 찍기의 즐거움을 전달하기가 어려울 거 같아서 디카는 제외. 자동 카메라도 같은 이유로 제외시켰다.
처음 계획대로 완전 수동 카메라를 울러매고 나선 첫 출사 전날, 아빠는 아이에게 이론 강의를 했다.

"카메라는 소중한 거야 절대 떨어트리면 안돼~~"(쪼잔한 아빠ㅋㅋ)
그리고 촛점 잡는 법과 구도 등을 이야기했다.
"산아~ 사진 찍을 때 어떻게 하는 거라고 했지?"
"응~ 촛점을 이렇게~~~이렇게 맞추고, 수평을 잘 맞춰서 숨을 멈추고....아빠 찍.어?"
"응,그리고 찍으면 돼 눌러 봐 산아~"
"찰칵"(필름은 아직 없었다)
"잘했어 산아. 근데 한가지 아빠가 이야기 안한 게 있어, 그게 제일 중요한 거거든, 사진 찍기 전에 제일 먼저해야 하는 일인데.... 사진을 찍으려는 마음이 필요해. 무얼 찍을지 마음으로 정하고 방금 산이가 말한 순서로 사진을 찍으면 돼~~"
"........... 뭘 찍으면 되는데?"
"그걸 정하는 게 산이의 마음이야. 산이가 찍고 싶은 대상이 필요하거든, 내일 카메라 들고 나가면 알게 될거야~"(쓱쓱)
 


                          첫 사진놀이 날. 긴장한 아빠의 표정.ㅋ

 
기우였다. 아이는 아빠를 믿고 카메라를 들고 따라 나섰는데 아빠는 아이가 그냥 흉내나 내리라 생각했었다. '나중에 자기가 엉망으로 찍은 사진 보면 재밌겠지. 카메라나 안 망가트렸으면 좋겠네...' 
지금 산이가 사진을 진지하게 찍는 모습을 보면 그 때의 생각과 그 때의 내가 떠올라 미안해진다.
작지만, 작아서 우리가 아이라 부르지만 내 아이는 이미 한 사람이었는데, 몰랐다. 책을 통해 존중해야할 인격체라고 알고 있었지만, 사실은 몰랐던 거다. 


기특하게 바라보는 내 모습을 산이가 보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한 아이의 행동, 바보 같이 바라보는 아빠, 그 바보의 시선을 의식하는 아이.  산이는 아빠를 놀라게 할 수 없어서 아이처럼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서 산이의 시선이 가볍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만만치 않은 녀석.....
내 아들.
언젠가 친구가 될거라 생각했었는데 이미 친구였다.




                               다산이가 찍은 반사거울에 비친 아빠와 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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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5-19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대견한 산이에요. 사진이 참 마음에 드네요. 언젠가는 사진 찍고 있는 아빠를 찍고 있는 산이가 될 테지요. 벅차오를 거예요.^^

차좋아 2011-05-19 09:00   좋아요 0 | URL
그 사진도 있어요.ㅋㅋ 대상을 갑자기 바꿔서 저를 바라보고 셔터를 누를 때가 종종.... 제 시선이 의식 될 때 그러는 거 같기도 하고요.
집에서 저희 부부는 산이 다야를 아가들이라고 부르는데 많이 컸나봐요.
응.. 오늘 아침에 자는 모습 보니까 아가가 맞는 거 같기도 하고요 ㅎㅎㅎ

pjy 2011-05-19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세포였겠지만, 자라보니 넌 손가락 난 발가락...이렇듯이 사람들의 정신그릇도 다 크는 속도와 모냥이 제각각이어서 재밌습니다~
몸뚱이와 정신세계는 다르고, 정신세계중에서도 이것저것 막 성장속도가 다릅니다..
난 아닐꺼야라고 우겨보고 싶지만, 지날수록 아이에게 배우는게 당연합니다~

차좋아 2011-05-19 16:50   좋아요 0 | URL
맞는 말이에요. 알면서도 잊고 사는 것이 있는 거 같아요.
자꾸 잊으니까, 잊게 되는걸 스스로 아니까 다행이라 해야하나요. ㅎㅎ


치니 2011-05-19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나 눈물 나버렸어요.

차좋아 2011-05-19 16:51   좋아요 0 | URL
치니님 ^^ 아드님 생각나시죠?

Alicia 2011-05-19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예뻐요.힛:)

차좋아 2011-05-19 16:52   좋아요 0 | URL
고마워^^ ㅎㅎ

블리 2011-05-19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야경이라 그런가? 빛바랜 느낌이 나서 운치있네.
산이, 다야 돌 때는 참 어려보이더만 곧 초등학생 되겠네.
산이 좀 내 스타일이다~^^*
워크숍 마무리 잘 하고~ (& 뭐, 필요한거 없어?)

차좋아 2011-05-19 16:54   좋아요 0 | URL
밤이라 감도800자리 필름으로 해서 좀 거친 입자감이 느껴지지? 감도가 높아지면 어두운데서도 잘 찍히거든ㅎ
그날 비가 와서 더 그런 느낌이 있는 거 같기도 하다.
필요한거?? 음...... 놀자^^

Alicia 2011-05-19 16:55   좋아요 0 | URL

앙,블리언니다! 흐흐흐 실시간 댓글놀이(공부안하고 놀고있어ㅜㅜ)

블리 2011-05-19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차좋아/혹시 가훈이 '같이 놀자'라고 했던 사람이 자네였나;;
언제 어떻게 놀아줄까?
알리샤/공부는 언제 할라고? 리샤네 서재 이웃 등록 해야지~

차좋아 2011-05-19 17:05   좋아요 0 | URL
나지. 그걸 기억하나?/ 근데 난건 왜 까먹어...응?ㅋㅋㅋㅋ
오늘 어때 ㅋㅋㅋ

솔밧 2011-05-19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미 친구였다.

잘 읽고 가요. 아- 참 좋으다 :D
나중에 사진들 더 많이 보여주세요 ^ ^

차좋아 2011-05-19 19:37   좋아요 0 | URL
결국 빌려주신 캐논 자동 카메라는 안 썼어요.^^ 그래도 매우 고마워하고 있어요 솔밧님 헤헤
위에 사진 필름은 포트라 800(네가). 감도가 좀 아쉽죠? 하지만 비오는날 분위기가 살아서 나름 정겹다고 만족하고 있어요.ㅋ

루쉰P 2011-05-19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훗. 역시 요즘은 자기 사진을 공개하는 것이 알라딘의 대세에요. 마녀고양이님도 양철댁님도 공개하시더니 이제 차좋아님은 아들과 함께 공개를 ㅋㅋㅋ
잘 찍은 사진 속에 계신 차좋아님은 오타쿠 포스가 팍팍 느껴지는게 제 예상대로에요.
후훗, 아들과의 즐거운 사진 여행 계속 연재 됐으면 좋겠어요. ^^

차좋아 2011-05-19 23:52   좋아요 0 | URL
제가 대세를 따르는 편이긴 하지만, 이런 귀찮은 건 잘 안하는데 필름 스캔을 받은 기념으로 올렸어요.ㅎ
저랑 잘 통하신다고 하셨으니 루쉰님도 오타쿠?ㅋㅋㅋㅋ
계속하고 싶죠~하지만 제가 절 못 믿어서 약속을 못드는게 아쉬울 뿐입니다.

웽스북스 2011-05-19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아들인지라 섬세하고 진중한 면이 있는 걸 알기에 라니 ㅋㅋㅋㅋ


이제 내일 모레네요. 워크샵 잘해요!

차좋아 2011-05-19 23:4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개적으로 소심하고 내성적이라고 할 수는 없었어요.
하지만 이제 좀 후련한 느낌임. 히히히

잘 할 생각이에요. 어쩌면 마지막이니까....^^ 기운 돋음^^V

2011-05-19 2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19 2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1-05-20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란 우비에 노란 장화, 완전 예뻐요.
저 아들 유치원 땐가 노란 우비와 장화를 사주고 싶었는데...노란 색은 없더라구요.
그래서 파란 피카츄 우비를 사줬었어요.

사진이 다 좋아요.
오늘 날씨랑도 잘 어울리는 게, 은근 위로 받고 힘을 얻네요~^^

차좋아 2011-05-20 12:27   좋아요 0 | URL
노란색과 아이는 밝음과 밝음이 더해진 따스함 같아요.
이태석 신부의 책을 얼마전에 읽었는데 아프리카 수단의 이야기였어요.
그곳 아이들, 아프리카의 검은 아이들이 얼마나 제 마음을 따뜻하게 하던지...
이태석 신부는 아프리카의 노란색 빛이었구요^^

 

  

다산이가 뽀로로 찍는 순간을 찍었다. 이날 다산이는 지하철도 찍었고 소화기도 찍었다. 거리의 꽃도, 경찰서도 찍었다. 산이의 눈높이로 때로는 올려다 보고 멀리도 보면서......
무거웠을 텐데 투정도 않고 비도 솔솔 뿌렸는데 산이는 노란 비옷을 입은게 마냥 좋은지 신이나서 이것 저것 사진을 찍었다.
"산아, 찍을 때 찍는다고 얘기 좀 해줘~~ "
아빠도 찍는다. 아빠는 아빠의 시선으로 아들을 쫒는다. 산이가 세상 어느 구석을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누를때 아빠는 그 순간을 담으려고 애쓴다. 아들은 이제 수동 카메라를 아빠 만큼 다룰 수 있다. 목표를 정하면 촛점잡고 노출을 확인하는 속도가 빨라져서 산이가 사진 찍는 순간을 잡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산아~~~~ 알려주고 찍으라니까!"
산이가 셔터를 누르는 순간을 매번 놓친다. 산이는 셔터를 퍽퍽 누르고 다닌다. 물 웅덩이를 만나면 카메라를 덜렁이며 장구를 친다. 아빠는 방금 놓친 장면이 자꾸 생각나는데 아들은 그저 신이나나보다. 
"산아, 잘 생각하고 찍어야 하는거야. 산이가 찍고 싶은 걸 발견하면 카메라로 얼마나 담을지를 생각해야하고, 크게 찍고 싶으면 가까이 다가가서 찍고, 풍경을 많이 담고 싶으면 뒤로 물러서서 찍으면 돼. 알았지~ 그리고 촛점이 맞으면 숨을 멈추고 찰칵,찍어. 카메라가 흔들리면 사진도 흔들리게 나오거든."
 

   

                                                      엄다산 作-옛날 친구-

산이가 쓰는 카메라는 야시카fx-3, 아주 오래 된 수동 카메라다.  
내가 쓰는 카메라는 니콘 fm. 아빠가 좀 더 좋은(비싼) 카메라.... ('');

"찰칵!"
"... 산아! 아빠한테 찍는다고 말하고 찍으라니까~~~"
".....알았어~" 
마음대로 찍으라고 해 놓고는 따라다니면서 자꾸 잔소리 하는게 귀찮은 모양인지 살짝 삐친듯해서 걱정이었는데 고가로 달리는 지하절 소리에 산이가 다행이 신호를 보내준다. 

"아빠 저거 찍을거야!", "뭐뭐, 알았어~오우케이!"

 
"찰칵", "찰칵"
하늘을 달리는 전철를 포착한 다산이와 그 모습을 온전히 찍은 아빠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신나게 웃었다. 산아 촛점 잘 맞췄어?, 아빠도 찍었어? 하하하하하하

"아빠 저거~"
"뭐뭐!! 잠깐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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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1-05-18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노란 비옷입은 산이가 참예쁘네요.
뽀로로만큼 좋아요 응(?)

차좋아 2011-05-18 12:20   좋아요 0 | URL
뽀로로를 얼마만큼 좋아하시는데요? ㅎㅎㅎㅎ
노란 비옷이 어울리는 꼬마사람들은 다 뽀로로만큼 이쁠 거에요. 어린이들은 다 뽀로로거든요^^ 휘모리님 혹시 노란 비옷이 어울리는 어른사람?? 그럴 것 같아요~

치니 2011-05-18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이야, 안녕?

차좋아 2011-05-18 15:3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치니님(^^)'하고 산이가 인사 씩씩하게 했으면 더 좋겠지만 산이는 아마.. 봄을 배배 꼬면서 멀뚱이 쳐다 볼꺼에요 치니님.
근데 그게 좋아서 그러는 거래요^^(이 말도 산이 볼 때 말하면 또 삐져요ㅎㅎ)

블루데이지 2011-05-19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이름이 정말 멋지네요!! 부모님 작명이신가요?
뽀로로 사진찍는 첫번째 사진이 화보 그 자체네요!! 부럽습니다.

차좋아 2011-05-19 08:49   좋아요 0 | URL
네 제가 지은 이름이에요^^ 다산 茶山, 茶野 남매인데 처음엔 이름이 좀 이상하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ㅎㅎ

하늘바람 2011-05-19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더 웃겨요 옛날친구, ㅎㅎㅎ
산이 비옷 참 이쁘네요 간지 줄줄

차좋아 2011-05-19 12:13   좋아요 0 | URL
뽀로로는 5살 때 졸업하고 다섯살 이후로는 티라노사우르스를 비롯해 백악기, 쥬라기의 공룡 친구들을 사귀더라고요.ㅋㅋ
간지 줄줄 ㅋㅋ 산이가 들으면 좋아하겠는걸요 ㅋㅋ

pjy 2011-05-19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로로는 어린이나라의 위대한 위인이십니다~ 싫어하는 아이를 못봤네요^^

차좋아 2011-05-19 17:00   좋아요 0 | URL
인기가 대단하다면서요?ㅎㅎㅎ 저느 잘 모르겠어요. 뭐 저희집에도 뽀로로가 수십마리 있어요. 버스운전 뽀로로, 비행기 운전 뽀로로, 칫솔뽀로로, 메트리스 뽀로로, 젓가락뽀로로.... 헤아릴 수가 없네요 ㅋㅋㅋ 뽀로로 천국입니다.
하지만 산이는 7살 형아거든요. 뽀로로가 4살이던가??ㅋㅋㅋㅋ
토마스->경찰차,소방차-> 뽀로로-> 공룡 (산이 관심의 변천사)
남자 아이들 대동소이 할겁니다.ㅎ

루쉰P 2011-05-19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대박 차좋아님의 산이군이 저 정도의 사진 실력이라니!! 뽀통령을 찍은 사진보고 왕 감동 먹었어요. T.T
이 글을 보며 가슴에 사무치게 느낀 것은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반드시!! 사진기를 구입해 차좋아님과 똑같이 한 번 해 볼꺼에요. 너무 부러워요!!! 아으, 이 봄 노총각의 가슴을 사진기로 후비시는 군요. ㅋ

차좋아 2011-05-19 23:59   좋아요 0 | URL
사실 어른들이 보기에 기특, 딱 그 정도인데 저는 좀 감동 비스무리한걸 느끼긴 했어요.(뭐~~ 아빠니까 헤헤)
사진 아니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좋아하시는 걸 하심 되실 거 같아요.^^
 

"커피,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일요일 12시. 엄마한테 예배 간다고 나와서는 충무로로 왔다. 사진이 나오려면 3시간을 기다려야 했기에 만만한 스타벅스를 찾다가 결국 찾지 못하고 테이블이 넉넉한 로스터리샾이 보이길래 반갑게 들어 갔었다.
'머그컵이 좋은데.....'라고 생각을 했지만 이미 테이크아웃 종이 컵에 아메리카노 커피 만들 에스프레소를 부어 넣은 후 였다.
"천 오백원 입니다.", '왜 이렇게 싼 거지,, 라떼 마실 걸 그랬나.', 고민하는 사이 점원의 인사 소리
"안녕히 가세요~"
나도 얼결에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서다가 용기를 내서  
"저... 마시고 가도 되나요?"
 
카페는 깨끗하고 넓었다. 나는 세 시간을 버텨야 하는데 어쩐지 염치가 없어보여서 자꾸 안절부절, 점원의 눈치를 본다. 
핸드드립을 마실 걸, 샌드위치를 시켜야겠다, 배부른데....., 그런던 중 원두 포장판매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반가웠다. 
원두도 싼 집이었다. 블렌딩 커피와 모카하라를 하나씩 사서 자리로 돌아왔다. 원두를 가방에 넣고 편하게 책을 펼쳤다.^^  

故이태석 신부님의 <제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멋적게 눈물이 났다. 눈물이 고여서 책읽기를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니, 세상에... 카페의 테이블이 꽉 차 있었다.. 
커피 한 잔 놓고 4인용 테이블을 독차지한 내가 또 보이기 시작했다. 조마조마한 마음에 책이 잘 안 읽힌다. 나는 아까 가방에 넣었던 원두 커피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조금 안심이 되는 것 같았다. 한 시간 정도 책을 읽는 사이 점원도 바뀐 모양이다. 
카페 바로 옆, 영락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나오는 사람들로 인해 카페가 북새통이었다. 성격책을 들고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왔다가 나간다. '같이 앉아도 되는데.....' 
애써 의연하게 다시 책을 펼치지만 읽은 줄 읽고 또 읽고..... 다른이의 성경 책이 자꾸 눈에 밣히었다.
"자리가 없네요. 조금 있다가 오세요. 집사님" 
커피집 사장님도 영락교회에 다니는 모양이다.  
결국 한 시간 이십분만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쨍~ 한 햇살에 눈이 부셨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인가?(이런 기특한 생각 했었던 건 아니다) 길가에서 주은 영락교회 주보를 보니 곧 4부예배가 시작할 참이었다.  
'교회 땡땡히 치고 놀러 다니다가 헤매이는 어린(못된) 양을 주님이 쉴만한 교회로 인도해 주시다니......' 
복에 대한 설교였다. 시편 128편, 설교는 좋았고 성가도 좋았다. 자꾸 이태석 신부님이 생각났다.  
'목사님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헤헤~~'하고 웃음이 나왔다. 오래 전에 그런 생각을 했었더랬지 하며 그 시절 생각으로 생각이 이어졌다. 

"나의  사랑하는 책 비록 헤어졌으나 어머님의 무릎 위에 앉아서 재미있게 듣던 말 그때 일을 지금도 잊지않고 기억합니다 귀하고(귀하고 )..." 찬송가가 없어도 신나게 부를 수 있는 노래였다. 목청껏 불렀더니 뭔가 빵 뚫리는 느낌이 좋았다. 3절 즈음 후렴구에서 갑자기 울음이 나와서 노래를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지리산에서의 사진도 쨍하게 잘 나왔다.  차도 아주 잘 덖여서 맛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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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1-05-17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저도 작은 커피집에서 똑같은 경험이 있어요.
머그잔에 달라고 했는데도 종이컵에 나와서 그대로 들고 어색하게 앉아있다 눈치보여서 나온...
예전에 채플시간에 미국에서 흑인 성가대가 와서 찬송을 부르는데 어찌나 흥겹던지 미국가게되면 흑인성가대가 있는 교회에 다니겠노라(?) 결심을 했답니다 ㅎㅎㅎ
차 언제 맛보고 싶네요 이힛

차좋아 2011-05-17 18:21   좋아요 0 | URL
제가 간 커피집은 꽤 컸는데도 눈치보이더라고요. 사실 아무도 눈치 안 줬는데 말이죠. 커피가 너무 저렴해서 더 미안하기도 했구요 ㅎㅎ
친구가 흑인 교회에 다녔는데(남자친구 교회) 딱 그렇다네요 ㅎㅎㅎ 엄청 신난대요. ㅎ
휘모리님 집에 갈 때 차 가지고 가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