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년 후에는 과연 바른 판결이 나올 수 있을까?'
국민투표라는 최선의 방법으로 최악의 선택을 한 국민 배심원단의 판결에 어쩔 도리없이 승복은 하지만 상실감을 넘어선 절망의 감정이 마음 속에 생긴 건 이번 선거의 휴유증이다.
박근혜 개인의 역량 부족, 역사 인식 부재의 정치인, 뭐 이저런 문제로 그이는 대통령에 적임하지 못하다, 말들을 하고 나도 동의하지만 그보다 안타까운 건 이번 선거는 유신잔당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물었어야 하는 선거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얻어낸 직선제인데 그 권리로 유신 군사정권에게 무죄 판결을 내릴 수 있단 말인가.(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유신 잔당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 뒤늦게라도 이루어지리라 믿었다)
조용하지만 단호한 심판을 기대했었다.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박근혜지지자들의 입장을 이해해주려는 여유도 있었다.
답답하다.
장인어른의 안동 사람은 누구 찍었나?, 묻는 표정엔 당연히 당신 사위가 상식적인 선택을 했으리라는 믿음의 편안함이 배어있었다. 피하고 싶었지만 거짓말을 할 수는 없어서 문재인 찍었습니다, 대답을 했다. 예상치 못한 대답에 장인어른은 불편한 기색을 굳이 감추지 않는다.
나는 죄 없이 죄인이 되어 시선을 아래로 내리었다.
충격 받은 장인어른을 대신해 티비를 보던 장모님이 혼잣말로 몰라서 그래,... 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낸다.
나는 마음 속으로 '어른들도 모르세요.' 하고 생각을 한다.
속내를 안비치는 조용하고 참한 사위의 본적지가 경북 안동이라는 이유로 최소한의 상식은 있을 거라 생각하셨는데 사위의 커밍아웃은 적잖은 충격이셨나보다.
썰렁해진 분위기 속에 티비 프로그램에 집중을 못하시고 육이오 얘기, 일제시대 얘기가 자꾸 이어진다.
그분들은 온 몸으로 체득한 경험에 의한 결정이었고 나는 학습에 의한 판단이었다.
안타까움은 두 어른의 진심이었다. 안타깝게도...
진정으로 걱정하는 마음 앞에서 나는 발언권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설혹 어른들이 잘못 알고 있고,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한치의 오류도 없는 진실이라 하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