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토요일 사진스쿨 워크샵 준비 때문에 정신 없는 한 주가 될 것 같다.
지난 넉 달, 사진 교육 과정이 끝나고 마무리 하는 자리인 만큼 준비 잘해서 재밌고 의미있게 보내다 와야지! 

수업 마지막 4주간 -자기 주제- 작업 한 사진들을 워크샵 때 슬라이드로 서로 이야기 하기로 했는데 나는 아들과의 사진찍기가 주제다. -산이의 시선-

처음 다산이에게 카메라를 쥐어 줄때는 나도 반신반의 했었다. 내 아들인지라 섬세하고 진중한 면이 있는 걸 알기에 시작한 작업이었지만 6년 8개월 된 아이가 수동 카메라의 초점과 노출을 이해하고 사진찍기를 바란 것은 아니었다. 다만, 구도를 이해하고 수평을 잘 맞춰주면 다행이라 생각했었다.

"아들에게 카메라를 줘서 마음대로 찍게 할 생각이에요. 필름도 넣어주고요. 저는 그 모습을 스케치 할 생각입니다. 일곱 살 아이라 촛점도 못잡고 노출도 안 맞겠지만 ... 뭐 어때요.^^;; 제 아들의 시선을 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아들과의 사진작업 사진 놀이,  첫 롤부터 아빠를 놀래키더니 이제는 촛점도 아빠보다 빨리 잡는다. (필름을 지돈으로 안사니 망설임이 없는건가??)

처음 사진기을 건네면서 망설였었다.
그냥 디카를 줄까, 망가트리면 어쩌지..., 필름도 아깝고, 하지만 디카의 한정 없는 셔터 눌림은 아빠가 느끼는 사진 찍기의 즐거움을 전달하기가 어려울 거 같아서 디카는 제외. 자동 카메라도 같은 이유로 제외시켰다.
처음 계획대로 완전 수동 카메라를 울러매고 나선 첫 출사 전날, 아빠는 아이에게 이론 강의를 했다.

"카메라는 소중한 거야 절대 떨어트리면 안돼~~"(쪼잔한 아빠ㅋㅋ)
그리고 촛점 잡는 법과 구도 등을 이야기했다.
"산아~ 사진 찍을 때 어떻게 하는 거라고 했지?"
"응~ 촛점을 이렇게~~~이렇게 맞추고, 수평을 잘 맞춰서 숨을 멈추고....아빠 찍.어?"
"응,그리고 찍으면 돼 눌러 봐 산아~"
"찰칵"(필름은 아직 없었다)
"잘했어 산아. 근데 한가지 아빠가 이야기 안한 게 있어, 그게 제일 중요한 거거든, 사진 찍기 전에 제일 먼저해야 하는 일인데.... 사진을 찍으려는 마음이 필요해. 무얼 찍을지 마음으로 정하고 방금 산이가 말한 순서로 사진을 찍으면 돼~~"
"........... 뭘 찍으면 되는데?"
"그걸 정하는 게 산이의 마음이야. 산이가 찍고 싶은 대상이 필요하거든, 내일 카메라 들고 나가면 알게 될거야~"(쓱쓱)
 


                          첫 사진놀이 날. 긴장한 아빠의 표정.ㅋ

 
기우였다. 아이는 아빠를 믿고 카메라를 들고 따라 나섰는데 아빠는 아이가 그냥 흉내나 내리라 생각했었다. '나중에 자기가 엉망으로 찍은 사진 보면 재밌겠지. 카메라나 안 망가트렸으면 좋겠네...' 
지금 산이가 사진을 진지하게 찍는 모습을 보면 그 때의 생각과 그 때의 내가 떠올라 미안해진다.
작지만, 작아서 우리가 아이라 부르지만 내 아이는 이미 한 사람이었는데, 몰랐다. 책을 통해 존중해야할 인격체라고 알고 있었지만, 사실은 몰랐던 거다. 


기특하게 바라보는 내 모습을 산이가 보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한 아이의 행동, 바보 같이 바라보는 아빠, 그 바보의 시선을 의식하는 아이.  산이는 아빠를 놀라게 할 수 없어서 아이처럼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서 산이의 시선이 가볍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만만치 않은 녀석.....
내 아들.
언젠가 친구가 될거라 생각했었는데 이미 친구였다.




                               다산이가 찍은 반사거울에 비친 아빠와 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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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5-19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대견한 산이에요. 사진이 참 마음에 드네요. 언젠가는 사진 찍고 있는 아빠를 찍고 있는 산이가 될 테지요. 벅차오를 거예요.^^

차좋아 2011-05-19 09:00   좋아요 0 | URL
그 사진도 있어요.ㅋㅋ 대상을 갑자기 바꿔서 저를 바라보고 셔터를 누를 때가 종종.... 제 시선이 의식 될 때 그러는 거 같기도 하고요.
집에서 저희 부부는 산이 다야를 아가들이라고 부르는데 많이 컸나봐요.
응.. 오늘 아침에 자는 모습 보니까 아가가 맞는 거 같기도 하고요 ㅎㅎㅎ

pjy 2011-05-19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세포였겠지만, 자라보니 넌 손가락 난 발가락...이렇듯이 사람들의 정신그릇도 다 크는 속도와 모냥이 제각각이어서 재밌습니다~
몸뚱이와 정신세계는 다르고, 정신세계중에서도 이것저것 막 성장속도가 다릅니다..
난 아닐꺼야라고 우겨보고 싶지만, 지날수록 아이에게 배우는게 당연합니다~

차좋아 2011-05-19 16:50   좋아요 0 | URL
맞는 말이에요. 알면서도 잊고 사는 것이 있는 거 같아요.
자꾸 잊으니까, 잊게 되는걸 스스로 아니까 다행이라 해야하나요. ㅎㅎ


치니 2011-05-19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나 눈물 나버렸어요.

차좋아 2011-05-19 16:51   좋아요 0 | URL
치니님 ^^ 아드님 생각나시죠?

Alicia 2011-05-19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예뻐요.힛:)

차좋아 2011-05-19 16:52   좋아요 0 | URL
고마워^^ ㅎㅎ

블리 2011-05-19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야경이라 그런가? 빛바랜 느낌이 나서 운치있네.
산이, 다야 돌 때는 참 어려보이더만 곧 초등학생 되겠네.
산이 좀 내 스타일이다~^^*
워크숍 마무리 잘 하고~ (& 뭐, 필요한거 없어?)

차좋아 2011-05-19 16:54   좋아요 0 | URL
밤이라 감도800자리 필름으로 해서 좀 거친 입자감이 느껴지지? 감도가 높아지면 어두운데서도 잘 찍히거든ㅎ
그날 비가 와서 더 그런 느낌이 있는 거 같기도 하다.
필요한거?? 음...... 놀자^^

Alicia 2011-05-19 16:55   좋아요 0 | URL

앙,블리언니다! 흐흐흐 실시간 댓글놀이(공부안하고 놀고있어ㅜㅜ)

블리 2011-05-19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차좋아/혹시 가훈이 '같이 놀자'라고 했던 사람이 자네였나;;
언제 어떻게 놀아줄까?
알리샤/공부는 언제 할라고? 리샤네 서재 이웃 등록 해야지~

차좋아 2011-05-19 17:05   좋아요 0 | URL
나지. 그걸 기억하나?/ 근데 난건 왜 까먹어...응?ㅋㅋㅋㅋ
오늘 어때 ㅋㅋㅋ

솔밧 2011-05-19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미 친구였다.

잘 읽고 가요. 아- 참 좋으다 :D
나중에 사진들 더 많이 보여주세요 ^ ^

차좋아 2011-05-19 19:37   좋아요 0 | URL
결국 빌려주신 캐논 자동 카메라는 안 썼어요.^^ 그래도 매우 고마워하고 있어요 솔밧님 헤헤
위에 사진 필름은 포트라 800(네가). 감도가 좀 아쉽죠? 하지만 비오는날 분위기가 살아서 나름 정겹다고 만족하고 있어요.ㅋ

루쉰P 2011-05-19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훗. 역시 요즘은 자기 사진을 공개하는 것이 알라딘의 대세에요. 마녀고양이님도 양철댁님도 공개하시더니 이제 차좋아님은 아들과 함께 공개를 ㅋㅋㅋ
잘 찍은 사진 속에 계신 차좋아님은 오타쿠 포스가 팍팍 느껴지는게 제 예상대로에요.
후훗, 아들과의 즐거운 사진 여행 계속 연재 됐으면 좋겠어요. ^^

차좋아 2011-05-19 23:52   좋아요 0 | URL
제가 대세를 따르는 편이긴 하지만, 이런 귀찮은 건 잘 안하는데 필름 스캔을 받은 기념으로 올렸어요.ㅎ
저랑 잘 통하신다고 하셨으니 루쉰님도 오타쿠?ㅋㅋㅋㅋ
계속하고 싶죠~하지만 제가 절 못 믿어서 약속을 못드는게 아쉬울 뿐입니다.

웽스북스 2011-05-19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아들인지라 섬세하고 진중한 면이 있는 걸 알기에 라니 ㅋㅋㅋㅋ


이제 내일 모레네요. 워크샵 잘해요!

차좋아 2011-05-19 23:4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개적으로 소심하고 내성적이라고 할 수는 없었어요.
하지만 이제 좀 후련한 느낌임. 히히히

잘 할 생각이에요. 어쩌면 마지막이니까....^^ 기운 돋음^^V

2011-05-19 2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19 2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1-05-20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란 우비에 노란 장화, 완전 예뻐요.
저 아들 유치원 땐가 노란 우비와 장화를 사주고 싶었는데...노란 색은 없더라구요.
그래서 파란 피카츄 우비를 사줬었어요.

사진이 다 좋아요.
오늘 날씨랑도 잘 어울리는 게, 은근 위로 받고 힘을 얻네요~^^

차좋아 2011-05-20 12:27   좋아요 0 | URL
노란색과 아이는 밝음과 밝음이 더해진 따스함 같아요.
이태석 신부의 책을 얼마전에 읽었는데 아프리카 수단의 이야기였어요.
그곳 아이들, 아프리카의 검은 아이들이 얼마나 제 마음을 따뜻하게 하던지...
이태석 신부는 아프리카의 노란색 빛이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