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일요일 12시. 엄마한테 예배 간다고 나와서는 충무로로 왔다. 사진이 나오려면 3시간을 기다려야 했기에 만만한 스타벅스를 찾다가 결국 찾지 못하고 테이블이 넉넉한 로스터리샾이 보이길래 반갑게 들어 갔었다.
'머그컵이 좋은데.....'라고 생각을 했지만 이미 테이크아웃 종이 컵에 아메리카노 커피 만들 에스프레소를 부어 넣은 후 였다.
"천 오백원 입니다.", '왜 이렇게 싼 거지,, 라떼 마실 걸 그랬나.', 고민하는 사이 점원의 인사 소리
"안녕히 가세요~"
나도 얼결에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서다가 용기를 내서  
"저... 마시고 가도 되나요?"
 
카페는 깨끗하고 넓었다. 나는 세 시간을 버텨야 하는데 어쩐지 염치가 없어보여서 자꾸 안절부절, 점원의 눈치를 본다. 
핸드드립을 마실 걸, 샌드위치를 시켜야겠다, 배부른데....., 그런던 중 원두 포장판매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반가웠다. 
원두도 싼 집이었다. 블렌딩 커피와 모카하라를 하나씩 사서 자리로 돌아왔다. 원두를 가방에 넣고 편하게 책을 펼쳤다.^^  

故이태석 신부님의 <제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멋적게 눈물이 났다. 눈물이 고여서 책읽기를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니, 세상에... 카페의 테이블이 꽉 차 있었다.. 
커피 한 잔 놓고 4인용 테이블을 독차지한 내가 또 보이기 시작했다. 조마조마한 마음에 책이 잘 안 읽힌다. 나는 아까 가방에 넣었던 원두 커피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조금 안심이 되는 것 같았다. 한 시간 정도 책을 읽는 사이 점원도 바뀐 모양이다. 
카페 바로 옆, 영락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나오는 사람들로 인해 카페가 북새통이었다. 성격책을 들고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왔다가 나간다. '같이 앉아도 되는데.....' 
애써 의연하게 다시 책을 펼치지만 읽은 줄 읽고 또 읽고..... 다른이의 성경 책이 자꾸 눈에 밣히었다.
"자리가 없네요. 조금 있다가 오세요. 집사님" 
커피집 사장님도 영락교회에 다니는 모양이다.  
결국 한 시간 이십분만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쨍~ 한 햇살에 눈이 부셨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인가?(이런 기특한 생각 했었던 건 아니다) 길가에서 주은 영락교회 주보를 보니 곧 4부예배가 시작할 참이었다.  
'교회 땡땡히 치고 놀러 다니다가 헤매이는 어린(못된) 양을 주님이 쉴만한 교회로 인도해 주시다니......' 
복에 대한 설교였다. 시편 128편, 설교는 좋았고 성가도 좋았다. 자꾸 이태석 신부님이 생각났다.  
'목사님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헤헤~~'하고 웃음이 나왔다. 오래 전에 그런 생각을 했었더랬지 하며 그 시절 생각으로 생각이 이어졌다. 

"나의  사랑하는 책 비록 헤어졌으나 어머님의 무릎 위에 앉아서 재미있게 듣던 말 그때 일을 지금도 잊지않고 기억합니다 귀하고(귀하고 )..." 찬송가가 없어도 신나게 부를 수 있는 노래였다. 목청껏 불렀더니 뭔가 빵 뚫리는 느낌이 좋았다. 3절 즈음 후렴구에서 갑자기 울음이 나와서 노래를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지리산에서의 사진도 쨍하게 잘 나왔다.  차도 아주 잘 덖여서 맛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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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1-05-17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저도 작은 커피집에서 똑같은 경험이 있어요.
머그잔에 달라고 했는데도 종이컵에 나와서 그대로 들고 어색하게 앉아있다 눈치보여서 나온...
예전에 채플시간에 미국에서 흑인 성가대가 와서 찬송을 부르는데 어찌나 흥겹던지 미국가게되면 흑인성가대가 있는 교회에 다니겠노라(?) 결심을 했답니다 ㅎㅎㅎ
차 언제 맛보고 싶네요 이힛

차좋아 2011-05-17 18:21   좋아요 0 | URL
제가 간 커피집은 꽤 컸는데도 눈치보이더라고요. 사실 아무도 눈치 안 줬는데 말이죠. 커피가 너무 저렴해서 더 미안하기도 했구요 ㅎㅎ
친구가 흑인 교회에 다녔는데(남자친구 교회) 딱 그렇다네요 ㅎㅎㅎ 엄청 신난대요. ㅎ
휘모리님 집에 갈 때 차 가지고 가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