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부 아열대 지방의 추억은 그 공기에 그대로 녹아 있어서 원하는대로 새로 주조해낼 수 있었다. 현실이 어디 그저 있는대로의 객관적 현실이었던가, 우리는 악마가 불어넣은 꿈을 꾸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듣되 목소리만 못듣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지금 보고, 듣고, 체감하고 있는 이 현실은 현실 그 자체가 아니거든요. 뇌가 그 재량에 의해 선택한 정보로 재구성된 것이지요. 따라서 부분적으로 선택되지 않은 요소가 있는 경우, 당사자는 전혀 지각할 수 없어요. 기억은 갖고 있어도 의식은 무대에 올라오지 않으니까요. 

 아아- 우리들이 보고 듣는 것은 모두 가상현실인 셈이로군. 그것이 진짜 현실인지 아닌지 본인은 구별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지-.

 
  [우부메의 여름] 中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형형 색색의 건물과 더운 젊음의 열기, 뜻을 알 수 없는 그림 같은 간판들은 내게 타국에서 보냈던 옛 기억을 불러일으키게끔 작용했다. 함께 있어 두렵지 않았던 습기찬 새벽, 사랑하는 것을 멈추는 것을 배웠다고 하던 내가 어리석었다는 것을 깨닫던 순간, 우리의 미래가 엇갈리는 게 참을 수 없이 비극적이었던 그 날까지.  

도망치다시피 간 그 곳에서 나는 또 다른 꿈을 꾸고 있었다. 비트겐슈타인이 사람은 외길에서도 고민한다 했다고 누군가 내게 말해주었다. 그리고 사람은 꿈 속에서도 꿈을 꾼다. 고 혼자 생각했다.  

 

**
아열대 기후에 녹아 있는 추억도 잠시, 맛집을 찾다 길을 잃어도, 택시를 타도, 나는 길거리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거리. 거리. 거리.



 

 


***

   
  이처럼 사소한 일에 정신을 쏟다 보면 소중한 시간들이 뭉텅뭉텅 낭비되고, 여행객들은 조토 작품의 뛰어난 질감이나교황 제도의 타락상을 알아보려고 이탈리아를 찾았다가 그저 푸른 하늘과 그 아래 사는 남녀들만을 기억한 채 돌아가기도 한다.  
  [전망좋은 방] 中

짧은 여행에 단 한 권의 책을 고르는 도박을 즐겨하는 나는 예전 [바리데기]에 이어 또 한번 [전망 좋은 방]을 고르는 잭팟을 터뜨렸다. 작가는 조토 작품이나 베데커 여행 안내서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그저 푸른 하늘과 그 아래 사는 남녀들이며, 소중한 시간들이 뭉텅뭉텅 낭비하는 것이 결고 낭비가 아님을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마음 놓고 하늘을 가로지르는 전기선이며 길거리의 행상인들, 알파벳으로 쓰여있지만 뜻을 알 수 없는 형형색색의 간판, 알록달록한 자동차들이 달리는 도로에게 정신을 팔고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두시간을 걷고 묻고 걸으며 맛집을 찾는 것은 더운 날씨에 쉬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누군가는 택시만 타면 다 데려다준다고 말하던데, 나는 그 시간만큼 기억에 남는 시간이 없었다.

   
  "책은 날 줘요. 그걸 루시가 들고 다니면 안돼요. 그냥 이리저리 헤매 다녀 보는거예요." 

그래서 둘은 끝없이 펼쳐진 회갈색 거리들을 헤매고 다녔다. 널찍함이나 아름다움과 거리가 먼 그런 골목은 도시의 동쪽 지역에 차고 넘쳤다. 루시는 곧 루이자 아무개 부인이 뭐가 불만이었는지에 관심을 잃고, 대신 스스로 불만을 품게 되었다. 그러던 중 홀연히 이탈리아가 황홀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길거리에서 파는 기타가 신기하고, 태국에서 타고다니던 '뚝뚝'이 이곳, 필리핀에도 있어서 또 신기했다. 신기한 꽃이나 자동차, 한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사소한 물건들에게 정신이 팔려있으면, 갑자기 어딘가에서 나타나 내 팔을 잡아채고 가던 길로 다시 끌어주던 누군가가 아주 조금 필요하기도 했지만, 너무 늦지 않게 식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무슨 파스타와 립요리. 식당을 찾아갈 때 너무 돌아돌아서 간 나머지, 집에 돌아가자마자 약도를 상세히 그려서 블로그에 올려두겠다고 한지 벌써 한달이 넘게 지나버려서 길은 커녕, 식당 이름; 요리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다. 한국 사람이 많이 오는 식당이라 그런지 종업원에게 팁을 주니 2pm의 노래를 불러주었다.;;    

 

****

   
 

"전망이라고요? 아, 전망! 전망이 좋으면 기쁜 일이지요!" 

(중략) 

피렌체에서 깨어나는 일, 햇살 비쳐 드는 객실에서 눈을 뜨는 일은 유쾌했다. 붉은 타일이 깔린 객실 바닥은 실제와는 달리 겉으로는 깨끗해보였다. 천장에 그려진 그림에서는 분홍색 그리핀과 파란색 아모리니들이 노란색 바이올린과 바순의 숲에서 노닐고 있었다. 거기다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일, 익숙하지 않은 걸쇠를푸는 일도, 햇빛속으로 몸을 내밀고 맞은 편의 아름다운 언덕과 나무와 대리석 교회들, 또 저만치 앞쪽에서 아르노 강이 강둑에 부딪히며 흘러가는 모습을 보는 일도 유쾌했다.

 
   

  


뭐, E.M. 포스터가 그린 이탈리아의 전망 좋은 방과 아주 유사하진 않아도 그 느낌은 꽤나 비슷하다. 필리핀의 고급 리조트의 넓은 침대에서 깨어나는 일, 햇살 비쳐드는 객실에서 눈을 뜨는 일은 유쾌함을 넘어서 감동적이었다. 다시는 배낭여행을 하며 햇빛도 안드는 우중충한 도미토리에서 깨어나는 일 따위 할 수 없을 것이다. 나 혼자 넓은 풀장을 독차지하고 맘껏 물장구 쳐도 좋을 만큼 풀장은 여러개였고, 마음에 안들면 조금 걸어나가서 프라이빗 비치에서 야자수 그늘 아래 누워 책을 읽거나 수영을 해도 좋았다.   

 

*****

  

   
 

저 멀리, 저녁과 아침에서
열두 바람이 부는 하늘에서
나를 이루는 생명의 재료가
불어왔네, 나 여기 있네. 

"조지도 나도 이 사실을 잘 알아요. 그런데 그렇다고왜 괴로워해야 하는거요? 우리가 바람에서 왔고, 그래서 바람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걸 잘 알아요. 인생이란 영원한 평탄 속에 불거진 매듭, 얽힘, 흠집이라는 것도 말이에요. 하지만 그게 왜 불행의 이유가 되야 하는거요? 그저 서로 사랑하고 일하고 즐거워해야 하지 않소? 나는 이런 세상 한탄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    

어느 도시의 분위기에 겨우 적응할 수 있는 가장 짧은 기간(일주일 정도로 본다)도 못채우고 부랴부랴 돌아와야 했다. 책 한권도 모두 읽지 못했던 일정이었으니, 에머슨 노인의 말에 공감하며 낯선 공기를 내것으로 만들 새도 없었다.  

남은 건 7D 건망고 몇봉지와 캐리어 안에서 터져버린 산미구엘 캔 뿐이었나. 싶을 만큼 아쉬움이 컸다.  

길거리 음식도 먹어보지 못했고, 시내 골목골목을 후비며 다니지 못했고, 시장에도 가보지 못했고, 다른 여행객들과 삼삼오오 어울려 놀지도 못했다. 너무 급격히 개발되서 여행객의 뜻하지 않은 소소한 재미보다는 관광객의 편의에 모든 자본이 집중되어 있었고, 외국인 남자들은 현지 여성들을 장식품처럼 달고 껄껄댔으며, 더운 밤에 거리로 몰려나와 길 잃은 듯 방황하는 것처럼 보이는 젊은이들의 갈 곳이 불투명해 보였다. 눈 닫고 귀 닫고, 쓴 돈만큼 편히 쉬었으면 되었다는 생각만 할 수 있었다면 에머슨 노인의 말이 어떻게 들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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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0-03-09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시도해보는 책이야기와 사진을 짬뽕한 여행기.
산만하군.

다락방 2010-03-10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좋은데요. 책의 인용과 여행지의 사진보다는 군데군데 섞인 뽀게터블님의 느낌과 감상이 더 좋아요. 아마 그것들을 인용과 사진이 더 빛내주었겠지만.

눈 많이 오는데 늦지 않게 일하러 갔어요?

Forgettable. 2010-03-10 11:02   좋아요 0 | URL
사실 공들인건 사진이랑 인용구인데 ㅋㅋ 항상 너무 공들이면 반응이 미미하더라구요 ㅎㅎ
저 안늦었어요. 실은 오는 길에 같은 동네사는 파티쉐 아이만나서 수다 떨며 오느라고 초큼 늦었어요. 저 근데 왜케 졸리죠. 어제 열시에 잤는데 ㅡㅡ

날씨가 안좋아서인지 엄청 한가하네용ㅋㅋ

다락방 2010-03-10 13:08   좋아요 0 | URL
난 뽀게터블님의 이 문장이 너무 좋아서 몇번이고 읽었어요.

'신기한 꽃이나 자동차, 한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사소한 물건들에게 정신이 팔려있으면, 갑자기 어딘가에서 나타나 내 팔을 잡아채고 가던 길로 다시 끌어주던 누군가가 아주 조금 필요하기도 했지만'

눈앞에 풍경이 그려지는데 꽤 따뜻하잖아요. 다정하고. 정신이 팔려있는 나의 팔을 잡아채고 가던 길로 다시 끌어준다니, 아, 다정해요. 마음이 가는 그런 모습이에요. 가끔 내 로망들중 어떤것들을 뽀게터블님은 실현한 것 같아요. 물론, 이번여행기에서 그랬다는 글은 아니었지만, 뭐, 그렇다구요.

Forgettable. 2010-03-10 15:46   좋아요 0 | URL
전 좀 애정결핍증인가봐요. 누가 절 그렇게 챙겨주는게 좋아요. 막 어리버리 하다고 탓하면서도 뒤에서 다 챙겨주고, 옆에서 끌어주고 그런거 ㅋㅋㅋ 근데 실상은 제가 챙겨주고 (정말? ^^)

예쁜 문장 잘 골라내기 대가인 락방님께 인정받았다니 왠지 기분이 좋네요.
댓글 추천기능 있다면 요 댓글을 베플로!! ㅋㅋ

머큐리 2010-03-10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족 안 달고 추천으로 의견표시합니다..ㅎㅎ

Forgettable. 2010-03-10 11:03   좋아요 0 | URL
흐흐 고맙습니당ㅋㅋ
오늘 너무 심심해용

다락방 2010-03-10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심심해요? 그러면 나 캬라멜마끼아또 한잔만 만들어줘요. 나 그거 마시고 싶어요. 히히

Forgettable. 2010-03-10 15:47   좋아요 0 | URL
카라멜 마끼아또.. 저 오늘 녹차라떼도 벌벌 떨면서 만들어봤다능 ㅋㅋㅋㅋㅋㅋㅋ
아직도 우유 앞에 서면 가심이 두근두근 합니다요

lazydevil 2010-03-10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둘은 끝없이 펼쳐진 회갈색 거리들을 헤매고 다녔다.'
부러워요, 그 '둘'말이에요ㅜㅠ

포겟님의 인증샷이 없어 아쉬워요^^

Forgettable. 2010-03-10 15:56   좋아요 0 | URL
다행히도 그 '둘'은 연인이 아닙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되게 좋아해)

안그래도 치파오(!!) 입고 셀카 몇장 찍어둔것 중에서 고르다가 이게 무슨 쇼인가; 하며 왠지 불쌍해보여서 그냥 탈락시켰습니다.
다음기회에.. ^^

머큐리 2010-03-11 10:45   좋아요 0 | URL
치파오(!!) 입고 찍은 셀카를 올려라~ 올려라~

Forgettable. 2010-03-13 21:38   좋아요 0 | URL
흐흐 생각좀 해보겠습니다 ㅋㅋ

비로그인 2010-03-11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오토..(쓰신 글중에 눈에 띄는 이름인, 조토의 그림들이 생각나서 이렇게 간단히 적었다가. 다시 쪼끔 길게 남깁니다. ^^)

Forgettable. 2010-03-13 21:37   좋아요 0 | URL
전 어떤건지 몰라서 책 읽을 때 궁금해했었는데, 바람결님의 점두개를 보니 왠지 굉장히 궁금해졌어요.
바람결님은 음악에만 소양이 깊으신줄 알았는데 상당히 많은 그림도 보셨나봐요.
저도 언젠가는 볼 수 있으려나요 ㅎㅎ
 

 

 

 

 

 

 

[망량의 상자] 교고쿠 나츠히코 

 

아예 [우부메의 여름]에서 츠츠미 신이치가 연기한 교고쿠도를 상정하고 읽었다. 더더더더더욱 더 매력적, 이런걸 금상첨화?; 뭐지. 그.. 그래. 시너지효과라고 한다. 츠츠미 신이치라는 배우와 교고쿠도는 정말로 잘어울린다. 어느 누구도 그보다 더 잘어울릴 수는 없을듯.. 

마지막 반전이라는 것이 참 보기에 괴로운 이야기라서 작품에 대한 호감도를 대폭 떨어뜨리긴 했지만, 사람의 적응력이란 대단한 것이라 일본 소설을 꽤 많이 읽은 지금은 어느 정도 '그것'에 면역이 되긴 했나보다. 그리고 여전히 교고쿠 나츠히코는 대단한 중독성을 자랑한다. 이 책을 읽은 후 다른 책을 쉽게 읽지 못하겠다.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난다. 

살려 줘. 나는 상자가 아니야. 인간이라고. 

관자놀이에 힘을주자, 인간으로서의 내 윤곽이 조금 또렷해졌다. 좀 더, 좀 더 힘을 준다. 

"호오." 

나는 그것밖에 말할 수 없다.

 
   

 호오.. 만감이 교차하는 이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사흘 뒤, 같은 장면을 다시 연출했지만, 이번에는 학습 지도 수사가 없는 쉬는 시간 후반부를 이용했다. 계단 위에서 몸을 날리기 전, 나는 날카로운 소리를 질러서 운동장에 모인 모든 아이의 시선을 나에게로 끌어모았다. 온몸에 멍이 들었지만 미칠 듯한 기쁨에 나는 이 짓을 반복했다. 이제 급우들은 내가 계단을 내려올 때마다 초조하게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어느 시월 오후를 나는 영원히 기억하리라. 비가 막 그치고 운동장에서는 촉촉히 젖은 흙과 장미 냄새가 올라오고 있었다. 석양으로 빨갛게 물든 하늘에 떠다니는 장엄한 구름들이 내게는 기어다니는 표범, 나폴레옹, 또는 마스트를 내린 범선처럼 보였다. 저 높은 곳에서 내려오는 수천 개의 신성한 광채는 내 얼굴을 환히 비추었다. 하던 놀이를 멈추고 쥐죽은 듯 고요히 나를 쳐다보는 급우들의 얼빠진 시선을 받으며 나는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계단을 걸어내려왔다. 나는 세상의 어떤 신과도 나의 인성을 맞바꾸지 않을 터였다.

 
   

달리의 대단한 에피소드들은 재미있다.그야말로 나의  편견과 고정관념, 도덕관을 마구 뒤흔든다. 그러나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완고한 자기애, 방어기제로 똘똘 뭉쳐있다는 느낌이라서 읽기가 조금 힘겹다. 아주 천천히 읽는 중. 

 

 

 

 

 

 

 

3D 안경을 쓰고 앉아 영화가 시작하길 기다리고 앉아 있으려니, 마치 에버랜드의 T익스프레스가 출발하기 전처럼 심장이 두근거렸다. 팀버튼의 영화를 3D로 보다니!!!!!!!!!!!!!!!! 

영상은 환상적이었고, 앨리스는 무척 아름다웠고, 곳곳에 배치된 코믹요소는 진짜로 웃겼고,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캐릭터를 또(!) 연기해준 조니뎁은 여전히 날 설레게 했고, 헬레나 본햄 카터는 멋졌다. 다른 사람들이 열광하는 영화에 비난을 퍼붓거나 조소하기는 쉬웠는데, 다른 사람들이 실망하는 영화에 열광하기는 왜이리 망설여지는건지.. 

그러나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도 이 영화는 나의 2010년 최고의 영화다.(안다. 아직 3월 초인걸) 모자장수의 으쓱촐싹춤(?)과 앨리스가 트랜스포머에서 튀어나온 것만같은 괴물과 맞서 싸우는 씬에는 기립박수라도 쳐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니 행복해서 마구 신나게 '하하하'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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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3-09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살바도르 달리가 어떤 애를 절벽 비슷한 곳(?)에 떠 밀어넣었던 얘기를 적은 것이 제게는 충격으로 다가왔었죠. 언젠가 달리를 비롯한 여러 작가였는지,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그림이었는지 한가람에서 전시회를 본적이 있는데요. 어떤 선입견만 가지고 그림을 보러 갔었는데. 정말 충격이었던 기억이 나네요.

달리는 정말 천재더군요!!!!!!!!!!

Forgettable. 2010-03-10 11:49   좋아요 0 | URL
전 아직도 달리의 작품을 실제로 본 적이 없어요 ㅠㅠ
그 에피소드는 모르겠고 여동생의 머리통을 걷어찬 에피소드가 정말 대박이었어요. 제 가치관이 마구 흔들리더라구요 진짜 이사람이 절 쥐락펴락 하는 듯 ㅋㅋ

근데 자의식 과잉이랄까 주구장창 이 책만 읽기에는 조금 힘들어요;; ㅎㅎ
아 달리 작품 실제로 보고싶다......
 




설레는 기분으로 그를 만나보고 싶다는 애틋함보다는 오히려 그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마치 오래된 애인같은 익숙함이 간절히 필요했다. 그를 봐야만 했다. 난 너무 지쳐서 탈진할 지경이었고 빨리 그를 만나 그의 넓은 품에 안겨야 했다. 온 마음을 다해 원하는 것은 오직 그와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 뿐이었다. 그가 내 안에 가득 차 있었지만, 여전히 그를 원했다. 

버스는 오지 않았다. 계속해서 비가 내렸다. 걸어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너무 지쳐있었고 비는 점차 폭우로 변해갔다. 버스를 놓쳤다. 어두웠고, 비때문인지 계속해서 버스가 날 보지못하고 지나갔다.

한시라도 빨리 그를 봐야했다. 자꾸 조바심이 났다. 그가 멀지 않은 곳에서 - 분명 나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테지만 - 내가 가기만 하면 아주 아늑한 곳에 날 앉히고 꼭 안아주면서 괜찮다고 토닥거려줄 것이었다.

아, 버스가 왔다.

조금만 더 견디면 된다.

밖은 어느새 칠흑같은 어둠이 내렸고 버스는 실수로 날 한정거장 전인지 후인지 헷갈리는 곳에 내려주었다. 뒤로 다시 돌아가야할지. 아니면 앞으로 가야할지 비를 맞으며 고민에 휩싸였다. 내겐 한정거장 정도만 걸을 수밖에 없는 힘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오늘 같은 날은 내가 어떤 길을 선택해도 잘못 선택하게 될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내가 벨을 너무 빨리 눌렀는지, 너무 늦게 눌렀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난 되돌아가보기로 했다. 이게 되돌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왼쪽을 택해서 걷기로 한다.

그를 그립게 하는 비가 계속 내린다. 아마도 오늘은 그를 만나지 못할것만 같았지만 지친 몸을 끌고 걷기 시작해본다.  

슬프지는 않다. 

다만 그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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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lei 2010-03-06 0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섹시뽀님도 참 잘 쓰는군요.
시 같아요.

Forgettable. 2010-03-07 10:15   좋아요 0 | URL
시라뇨, 당치도 않아요. 시라고 하기엔 너무 고민 없이 꿈얘길 있는 그대로 한걸요. ㅎㅎ

레이님, 글좀 써주세요. :)

다락방 2010-03-07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가 기다리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만약 그때 뽀님이 제시간에 초인종을 눌렀다면, 아 내가 기다렸던건 바로 이사람이 아닐까, 하고 반가워했을지도 몰라요.

슬프지는 않고 그립다는 뽀님의 글이 나는 좀 슬퍼요.

Forgettable. 2010-03-07 18:36   좋아요 0 | URL
내가 찾아간 시간이 언제더라도 그는 그 자리에서 날 완전 반겨줄 것 같은 느낌? ㅋㅋ
누가 이렇게 보고싶은건지 참... -ㅁ-

저도 이 꿈꾸고 일어나서 막 어쩔줄을 모르겠는거에요.(다락방님이 좋아하는 문장ㅋㅋ)
그래서 빵에 치즈를 엄청 듬뿍 발라서 먹었어요. 아우, 락방님은 치즈 좋아하나요?ㅎㅎ

다락방 2010-03-07 18:57   좋아요 0 | URL
치즈 좋아해요! (침 삼켰어요!)
치즈도 와인도 소주도 삼겹살도 치킨도 다 좋아요. 전 빵도 좋고 커피도 좋아요!

Forgettable. 2010-03-07 19:06   좋아요 0 | URL
뉴질랜드산 과일치즈를 얼마 전에 사왔는데 완전 맛있어요. 흙흙
저 요새 체중계가 고장나서 살이 얼마나쪘는지 잘 몰라요. 하지만 체중계에 오르기가 무서워요 ㄷㄷ

이번주 락방님 칼퇴하는 날 맞춰서 삼겹살 한번 먹으러 갈게용ㅋㅋ
 



실은 내심 걱정했는데, 드디어 최종합격레터를 받았다. 휴, 봉투 개봉하기까지 떨려 죽는줄. 

다른 사람들의 합격 후기 중에는 마냥 기쁘다기보다는 막상 합격레터를 받고 보니 걱정이 앞선다는 후기가 많았었다. 나는 그런 걸 읽으면서 일단 되기만 하라고 막 빌었었는데 지금 내가 딱 그 마음이다. 답답하다. 걱정된다. 막막하다. 믿을 수 없게도 마냥 설레기만 하는 건 아니다.

나, 잘 할 수 있을까. 아주 소중한 시간을 낭비만 하고 오는건 아닐까.  
요즘 계속 자기합리화겸 응원을 바라는 페이퍼만 올리는 기분;; 

그나저나 오늘 카푸치노를 처음 만들어봤다. 우유 거품 내는게 상당히 어렵고 세심한 작업이다. 거품에 따라 맛에 얼마나 많은 차이가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일단 거품의 촉감(?)부터가 다르니.. 내일은 까페모카를 만들어봐야지. 하루종일 빵을 조금씩 주워먹고 커피를 계속해서 들이킨다. 음료 사마실 일은 당분간 없을듯 ㅋㅋ 

하루종일 컴퓨터를 만지작거리고 알라딘질을 하다가 밤이나 되어야 컴퓨터를 할 수 있으니, 할 일이 없어도 괜히 컴퓨터 앞을 떠날 수가 없다. 이거 참.. 

 

   
 

 엄청난 이야기다. 

"그건 악질적이군. 너무 잔인해. 그런 구제가 어딨나?" 

"있네." 

화제에 따라가려고 끼어들었는데, 내 의견은 아주 간단히 일축되고 말았다.

 
  [망량의 상자] 中

뭐.. 난 요즘 이런 부분에서 대폭소 중이다. 요새 책을 너무 안읽는다;; 애가 점점 깊이도 없고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인간으로 퇴화중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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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4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와 축하드려요 ㅋㅋ 그런 걱정은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기에, 일종의 권리인 듯 싶다능; 마치 제대를 앞둔 병장이 사회 생활을 두고 고민하는 것을, 막 입대한 이등병들이 바라보는 기분이라고 할까... 라고 적고 보니, 무슨 예시가 이래;;
암튼 커피가 끌리네요. 원래 안 마셨는데, 아침에 한 잔 정도는, 아침 강의를 들을 때, 정신이 번쩍 들게 해 주고, 저녁에 잠들 때에는 지장을 주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오백원짜리 캔커피 주제에, 향을 음미하면서 아침마다 마시고 있어요-_-;

Forgettable. 2010-03-05 23:02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제대를 앞둔 병장이라. 그러게요, 왠지 이상하지만 딱 맞는 예시같아요;;

예전엔 커피 안드시더니 이제 아침에 한잔 정도는 드시나봐요. 전 위가 좀 안좋은데 커피를 너무 좋아해요. 근데 일하면서 계속 마시니까 이제 사마시면 돈 아까울듯 ㅋㅋ 놀러오시면 제가 맛있는 레몬차 만들어드릴게요!! 오늘 배웠는데 엄청 맛있더라구요;;

2010-03-04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5 2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LAYLA 2010-03-04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다
가서도 서재 오셔야 해요..글 써주셔야 해요 흙흙흑ㄹ(벌써 보내는 기분이 ㅠㅠㅠ)

Forgettable. 2010-03-05 23:05   좋아요 0 | URL
그럼요. 가면 엄청 한국 그리워서 아예 서재에 상주할지도 ㅋㅋㅋ
가려면 아직 멀었어요, 랄라님!

이매지 2010-03-04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님 축하드려요! >ㅁ<

Forgettable. 2010-03-05 23:0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아우, 근데 진짜 막상 되도 마냥 축하할 마음도 안생기고 이거 참, 제 변덕을 어쩌죠 ㅋㅋ

turnleft 2010-03-05 0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물건너 오시나요? 동부? 중부? 서부?

Forgettable. 2010-03-05 23:07   좋아요 0 | URL
일단은 밴쿠버로 들어갈 예정이에요. 가서 알버타에 거주할 계획 ㅎㅎ
턴님은 서부쪽에 계신걸로 알고 있는데.. 우리 어쩌면 미쿡에서 만날 수도 있겠어요!!ㅋ

turnleft 2010-03-06 00:33   좋아요 0 | URL
에드먼튼 쪽으로 가시나봐요? ㅎㅎ apouge 님도 거기 계시던데..
시애틀 놀러오게되면 연락 주세요. 제가 이 동네 커피 맛난데는 좀 알거든요~

Forgettable. 2010-03-07 10:32   좋아요 0 | URL
네 그렇더라구요. ㅎㅎ
미국 여행할 기회가 생길지는 (없어도 제가 만들지 않을까 싶지만) 아직 확신못하지만 맛난 커피를 대접해주신다면 시애틀에도 꼭 가야겠는데요 :)

다락방 2010-03-05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잉. 정녕 가는게요? ㅠㅠ

Forgettable. 2010-03-05 23:08   좋아요 0 | URL
예. 정녕 가게 될 것입니다. ㅎㅎ (무슨 문장이 이따위야)

락방님, 우리 그 전에 자주 만나요 :)

머큐리 2010-03-05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래는 항상 불투명하니까 뽀님이 걱정은 당연한 거지요.. 그래도 뭔가 하려는 자신의 의지를 믿으세요..
카페라떼는 안 만드시나? ㅋㅋ

아~ 나도 아주 심하게 퇴화중이에요.. 답도 없이..

Forgettable. 2010-03-05 23:09   좋아요 0 | URL
라떼는 오히려 쉽습니다. ㅋㅋ 쉽게 만들 수 있어요. 하지만 아직도 스팀으로 우유를 뎁혀야 할때면 가심이 두근두근;;;;

제 의지를 믿으라.. 아주 좋은 말입니다. ㅠㅠ 왠지 생각이 많아요, 요즘은.

무해한모리군 2010-03-05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요.
더 많은 새로운 이야기를 해줘요~

Forgettable. 2010-03-05 23:10   좋아요 0 | URL
거기도 사람사는 곳인데 뭐 새로운 이야기 있을까 모르겠어요. 엄청 외로움에 허덕일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

무해한모리군 2010-03-10 13:06   좋아요 0 | URL
외로우면 착신으로 제게 전화를 해요.
받아줄게요 ㅎㅎㅎ

Forgettable. 2010-03-10 15:48   좋아요 0 | URL
ㅋㅋㅋ 휘모리님, 저 정말 할거에요. 캡쳐해서 메일로 막 보내면서 전화 왜 안받냐고 비난하고 그럴거에요! ㅎㅎ

무스탕 2010-03-05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
(언제 동네로 자리 옮기세요! 하고 물으려 했는데 더더더 멀리 가신다니..;;;)

2010-03-05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하(紫霞) 2010-03-05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캐나다 가시는구나!
아 왠지 슬퍼지는군요~

Forgettable. 2010-03-05 23:12   좋아요 0 | URL
에, 뭐 금방 다녀 올건데요! ^^

2010-03-07 0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7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3-06 0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드디어 합격통지를 받았군요~ 축하해요!!
근심 걱정은 붙들어 매고, 잘 할 수 있다고 최면을 걸어주세요!^^

Forgettable. 2010-03-07 10:20   좋아요 0 | URL
어째 날이 갈수록 더 걱정이 되요. 정말 잘 할 수 있을지;;
그렇게 바랐던 것인데도 뭐 이런지; 전 도대체 만족을 할 수 없는 종류의 인간인걸까요 -ㅁ-

여튼 고맙습니다, 순오기님^^

비로그인 2010-03-06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주위 사람들의 사례를 보았을때(사례 하니 무슨 연구대상으로 만난것 같습니다만..ㅎ)
다녀오심 여러면에서 훨씬 업그레이드 가 이뤄지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예 그곳에서 정착을 한건지 연락 안되는
친구도 있긴 하지만요 ㅋ

일단, 축하드려요!!

Forgettable. 2010-03-07 10:36   좋아요 0 | URL
제 주위사람들의 행복의 기준이 제가 추구하는 행복의 기준이랑 달라서 매일 여러말을 들어요.
그들을 설득하려하는데 오히려 설득당하는 건 제가 아닌가 하는;;;

이렇게 자기확신이 없어서야 뭐 하나 잘 해낼 수 있을지 의아하네요.
(아 이 자학과 자기애의 변덕이라니!)

Seong 2010-03-08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든 결심 멋지게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

Forgettable. 2010-03-08 17:57   좋아요 0 | URL
Tomek님, 정말 힘드네요. 알바로 생계를 이어가려니, 일단 소비를 줄여야 하는데 그도 쉽지 않고, 퇴직금이며 실업급여며 뭐 이리 절차가 많답니까;;

전 정말 제가 하고싶은대로 맘대로 살아도 스트레스의 질량이 똑같다는 사실에 새삼 엄청나게 놀라고 있습니다 ㅎㅎㅎ

Seong 2010-03-09 11:59   좋아요 0 | URL
량은 같을지 몰라도 질은 확실히 다를 거예요. 그러니 퇴직이야말로 모든 직딩들의 악몽이자 로망이겠죠~
결론은 즐기시는 것 뿐이라는 것! ^.^;

Forgettable. 2010-03-09 16:17   좋아요 0 | URL
좀전에 엄마랑 얘기해봤는데, 일단 하나씩 하라고 하더셨어요. 마음만 앞서서 이것저것 다 하려고 한다고;; 정말 좀 즐겨야겠어요 :)
 


 

오늘부로 난 백수다. 

학생들이 신학기라고 마구 재잘거리며 맞지도 않는 교복을 입고 뒤뚱거리며 걷는 뒷태가 마냥 귀엽다. 그러고보니 고등학교에 입학했던 게, 올해로 딱 십년 전이다. 그 때 난, (아빠가) 그토록 꿈에 그리던 명문고에 입학 했으니 꼴지를 해도 성균관대쯤은 갈 수 있을거라며 자신만만해 했던게 기억난다. 그러고선 첫 중간고사에서 정말로 난생 처음으로 1등이 아닌 꼴찌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고, 충격을 받아서, 음, 더욱 더 분발하여 공부를 하기는 커녕 그냥 포기해 버렸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왠일인지 마음먹은대로 하고자 할 때, 아주 조금만 노력해도 일이 술술 풀리는 경우가 많이 있어 왔다. 나는 그것을 평안한 가정 환경과 나쁘지 않은 머리, 모든 사람에게 다 주어지는 정도의 아주 소량의 행운 덕분이라고 생각해왔다. 그 덕에 '안되도 되게 한다'는 경이로운 노력은 커녕 인내심따위 역시 눈꼽만치도 키우지 않았다. 어른들이 보시기에는 참으로 안타깝게도 노력한 것에 과분한 결과가 따르지 않을 땐 기꺼이 포기해버리고 만다. 쉽게 포기하고, 기대치를 매번 낮추며, 그만큼 조금씩 조금씩 더 나태하게 살아왔다.  

그로부터 십년 후, 난 변한 것 하나 없이 또 포기해버렸다. (나이가 들수록 포기가 참 힘들어지는데, 그런 면에서 난 내가 참 대견하다. 토닥) 

나름대로 남들 다 사는 삶에 적응하기 위해서 기울인 아주 작은 노력에 과분하게도, 퇴사 인사 메일에 많은 분들이 진심으로 격려해주시고 안타까워해주셨으며 앞날의 행복을 기원해주셨다. 생각해보면 2년이 아주 낭비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해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말릴 정도로 '술술 풀리지'는 않았기 때문에 결국은 포기해버린 모양이다. 

백수라고! 당당하게 페이퍼를 시작하기는 했지만, 실은 어째 아르바이트가 쉽게 구해져버리는 바람에 오늘 바로 출근했다. 시급 4,300원에, 오전 7시까지 출근해서는 작은 베이커리에서 빵과 커피를 판다. (왠지 귀여워.) 나는 오늘 벌써 라떼를 만들어보았다. 맛없었다; 내게 커피만드는 방법을 정성스럽게 가르쳐주는 아이는 파리크라상에서 메인바리스타를 1년이나 했단다. 일을 시작하자마자 이런 친구를 스승으로 받들게 되었다니, 정말 '마음먹은대로 하고자 할 때, 아주 조금만 노력해도 일이 술술 풀리는 경우가 많이 있지' 않은가!!!!!!!!!!

아침에 흘러나오는 음악을 따라 흥얼거리며 빵을 정리하는데 문득 너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행복했다.

앞으로 난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할 것이며, 얼마나 많은 것을 새로 시작할까. 떨린다. 무척. 

(+ 1학년 중간고사때 포기했던 공부는, 물론 2학년 중간고사때 다시 시작했다.:D 며,  
이 땅의 모든 고딩 부모님께 용기를!
아직도 고딩막내와 그 고딩만도 못한 20대 후반 철없는 딸래미를 둔 우리 부모님께도 화이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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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3-03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딘가요 그 가게..
출입문을 통해 들어온 왠 곰 한마리가 커피와 쏘시지 들어간 빵을
우적우적 씹어 먹어도 너무 놀라진 마세요.

2010-03-03 2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0-03-03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떼를 만들고. 그리고 포기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그 용기. 그런 것들이 다 너무 부럽고 예뻐 보이네요. 게다가 추정컨대 저보다 여섯 살이나 어린 나이도 더불어서요^^;;

Forgettable. 2010-03-03 22:35   좋아요 0 | URL
앗, 하이드님 서재에서 뵙던 (물론 blanca님의 서재에도 자주 구경 갔습니다만^^) blanca님이시군요! ㅎㅎ

에스프레소에 넣을 우유를 뎁히는게 그렇게 세심한 작업인줄 몰랐어요. 그래서 전 자꾸 엄청나게 느리게 하고 있고요 ^^;; 백수생활, 그러니까 평일낮에 집에서 햇빛받으면서 커피 마시며 책읽는 생활을 하루도 못누리고 바로 아르바이트 시작해서 아쉽긴 하지만요. 그래도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서 참 다행이고 행복해요. 더 다행인건 엄청나게 미덥잖아하시던 부모님도 제가 좋아하니까 덩달아 웃어주시는거요. ^^

용기낸 제 자신이 참 대견해요. (얼씨구나~ 자화자찬~ ^^;;)

Arch 2010-03-03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조금만 노력해도 일이 술술 풀리다니! 칫~ ^^ 좀 약올라요.
그래도 뽀님, 멋져요. 나중에 라떼 아트(맞나?) 해줘요. 나 커피맛 좀 알아보는 여자에요. ㅋㅋ

아아, 뽀님 믿어요!

Forgettable. 2010-03-03 22:37   좋아요 0 | URL
일이 술술 풀린다고 생각하는 제 밑도 끝도 없이 바닥만 치는 기대치를 생각해보면 그리 약오를 일도 아니랍니다. ㅋㅋㅋ

다음에 서울올 때 커피마시러 와요. 끝날 때 맞춰서 오면 커피 마시고 같이 불라 가면 되겠다. 히히
그때까지 엄청 연마할게요!!!! ㅋㅋ

자하(紫霞) 2010-03-03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뽀님 일하시는 가게에 가보고 싶군요~^^

Forgettable. 2010-03-04 21:40   좋아요 0 | URL
베리베리님 놀러 오실래요? ㅎㅎ
전 일요일만 빼고 오후2시까지 일하는데요, 시간 맞으시면 언제든지 연락하고 오세요!
조용하고 커피도 맛있고 좋아요. ^^

자하(紫霞) 2010-03-05 16:52   좋아요 0 | URL
뽀님 외국가세요?
이런~언제가세요?
가시기 전에 한번 뵈어야 하나?
가게 위치는 어디인가요?

2010-03-05 2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L.SHIN 2010-03-03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로망스런 분위기에요.
아침에 빵을 만들고 커피를 내린다는 것은.
부디 포겟님이 그 일에서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바리스타를 스승으로 두셨으니 전문 바리스타 자격에도
함~ 도전해 보시는 건..? ^^

Forgettable. 2010-03-04 21:42   좋아요 0 | URL
정말 로망이죠. 전 제 로망이 실현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진짜 행복해요.

안그래도 바리스타 자격증도 따볼까 생각중이었어요. 뭔가 수료증 같은것도 있는데, 일단 그거라도..
그 친구가 이것저것 많이 알려줘서 진짜 좋아요. ㅎㅎ 그런데 꼼꼼한 성격이 못되서.. 이번 기회에 섬세한 커피의 세계에 뛰어들어볼까 하는데 그러기엔 너무 입맛이 싸구려고 ㅠ

아포지 2010-03-04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여간 파란색은 정말로 잘 담는 듯.... 저 원등처럼 생긴게 뽀인트구려...

Forgettable. 2010-03-04 21:43   좋아요 0 | URL
제가 잘 담는게 아니고, 원래 제 카메라가 파란색 예쁘게 나오기로 유명하다네요. 히히

오늘 합격레터 집으로 왔네요 :)

다락방 2010-03-04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난 또 이 사진을 바탕화면으로 설정했어요. 이 사진 좋다 ㅠㅠ

너무너무너무너무 행복했다니! 그 순간이 뽀님에게 찾아왔다니, 다행이에요! 아침에 흘러나오는 음악을 따라 흥얼거리며 빵을 정리하는 모습은, 제가 그려봐도 행복이네요. 아, 갑자기 저도 뛰쳐나가서 빵을 정리해야할 것만 같아요.

네, 뽀님. 지금처럼 계속 행복하도록 해요!!

이 땅의 모든 고딩 부모님께 용기를!
아직도 고딩막내와 그 고딩만도 못한 20대 후반 철없는 딸래미를 둔 뽀님의 부모님께도 화이팅을,
받고,
뽀게터블님께도 계속되는 행운과 축복을 얹어서 콜!

Forgettable. 2010-03-04 21:46   좋아요 0 | URL
흐흐 역시 락방님밖에 없어요!!!!!!!
요즘처럼 우중충한 날에는 이런 사진이 최고죠. ㅎㅎㅎ 좋아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전 어째 단순노동이 체질인가봐요. 그래도 퇴근시간 기다리는건 똑같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ㅋ 락방님 우리 같이 행복하기로해요.

아유, 난 이렇게 행운을 빌어주고 날 믿어주는 사람이 많아서 참 좋네요.
서재질에 매진한 노력에 비해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어요. ^^

2010-03-04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4 2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10-03-04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동네서 일하실까요? ^^
(흑심을 품고 물어보는 탕이..ㅎㅎㅎ)

Forgettable. 2010-03-04 21:50   좋아요 0 | URL
아뇨. 동네에는 별로 구하는데가 없더라구요. ㅠㅠ
동네에서 했으면 편했을텐데.. ㅎㅎㅎ

머큐리 2010-03-04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게 위치를 공개하라! 토욜도 일하면 빵과 커피 먹으러 갈지도,,,ㅎㅎ
7시 출근이면...퇴근은 몇시??

2010-03-04 2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3-05 08:40   좋아요 0 | URL
저랑가요 머큐리님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