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고모 사이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고개를 돌릴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자기 마음이 동요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도록 ...  
   

까지 읽었을 때 고속버스의 조명이 꺼졌다.  

정말로 누군가 책을 읽어줬던 적이 없냐며 그 사람은 조근조근, 약간은 무거운 목소리로 어느 책의 프롤로그를 읽기 시작했었다. 그게 왠지 참 고마워서 약간은 상기된 얼굴을 들키지 않기 위해 나도 책을 꺼내어 속으로 몇번이나 되뇌이던 구절을 읽어 주던 중이었다.  

가로등 불빛에도 의지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워져서 아쉬웠지만 다음을 기약했다. 침묵을 깨고 문득 [초속 5cm]를 봤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난 그 애니메이션에 대한 찬사를 내뱉으며 미리 본 작품이라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벚꽃이 내리는 속도가 초속 5센치 라잖아요. 이 감독의 다른 작품들도 본적 있어요? 나는 다른 작품들도 참 좋았어요. 신카이 마코토는 모든 작품을 혼자서 작업하는데, [초속 5cm]는 처음으로 스탭과 자본이 많이 투입된 작품이래요... 

그 사람의 설명을 듣고 있는데, 창문 밖으로 희끗희끗 눈이 내린다. 올해의 첫눈이었다. 가로등의 빛에 반사되어 벚꽃처럼, 거짓말처럼 예쁘게 내리는 눈을 보며 우리는 잠시 말을 잃었다. 나는 눈이 '내린다'는 것은 조금 잘못된 단어 선택이 아닐까 생각했다. 눈은 앞에서 뒤로 흐르거나 분수처럼 뿜어져나와 흩어지는데 앞으로 눈이 내린다는 말을 쓰지 않고 눈이 흐른다, 눈이 솟아 나온다 라는 말을 사용하면 어떨까 잠시 고민했다.  

- 첫눈에 얽힌 즐거운 추억이 있나요? 라고 내가 묻자 그는
- 응. 오늘이에요, 라 답했다.  

나는 우리가 마치 오래된 연인이었던 것처럼 그의 어깨에 살짝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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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8 1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28 1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2-22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림처럼 그려지는 이 선명함이라니!

대화를 보니 뽀님이 그날 버스안에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 누구의 어깨에 기댔는지 다 알겠어요. 므흣 :)

Forgettable. 2010-02-23 11:11   좋아요 0 | URL
어이쿠, 저 비밀댓글의 당사자가 얼마전 신카이마코토 포스팅만 하지 않았더라도 완전범죄였는데 말입니다. ㅋㅋㅋ
픽션입니다, 픽션.. 에헴;

2010-02-23 1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2-23 11:55   좋아요 0 | URL
이런 바보같은 사람들!!

2010-02-23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녀가 요양소로 돌아가기 전에 그녀에게 [일방통행로] 중에서 '주름살에 관한 구절을 읽어주었다. 그리곤 그녀가 낡은 덧신 신는 걸 도와주었다.  
 

[발터 벤야민의 모스크바 일기] 中

그 부분은 다음과 같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는 그가 사랑하는 여인의 '결점들', 한 여인의 변덕과 연약함에도 애착을 갖는다. 그녀의 얼굴에 있는 주름살과 기미, 오래 입어 해진 옷과 삐딱한 걸음걸이 등이 모든 아름다움보다 더 지속적이고 가차없이 그를 묶어놓는다. 사람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왜 그런가?감각들이 머릿속에 둥지를 틀고 있지 않다는, 다시 말해 창문과 구름, 나무가 우리 두뇌 속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보고 감각하는 바로 그 장소에 깃들고 있는 것이라는 학설이 옳다면, 사랑하는 여인을 바라보는 순간 우린 우리 자신의 바깥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고통스럽게 긴장되고 구속되어 있다. 우리 눈을 못 뜨게 하면서 감각은 한 무리의 새떼처럼 그 여인의 눈부심 속에서 펄럭이며 날아오른다. 잎이 무성한 나무에서 숨을 곳을 찾는 새들처럼, 그렇게 저 감각들은 안전하게 자신을 숨길 수 있는 그늘진 주름살 속으로, 매력 없는 행동과 사랑받는 육체의 드러나지 않는 흠들 속으로 달아나는 것이다. 그 곁을 지나가는 그 누구도 바로 여기 이 결점들, 이 흠들 속에 덧없는 사랑에의 동요가 둥지를 틀고 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한다.

벤야민같은 남자의 사랑을 받는 건 어떤 기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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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지 2009-11-22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력적인 글이죠? 하지만 글은, 글일 뿐입니다. ^^

2009-11-22 1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포지 2009-11-23 00:00   좋아요 0 | URL
돌아보니, 좀 미안한 댓글을 남겼네요.... );; 아 소심해라

Forgettable. 2009-11-23 09:42   좋아요 0 | URL
음? 마음상할만한 댓글 아닌데? ^^ 미안하긴요-

2009-11-22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23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벽 2009-11-23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이지만,, 벤야민 같은 남자든, 니체 같은 남자든, 그 어떤 남자라고 해도 사랑받는 기분은 다 똑같을 것 같아요- 남녀 마찬가지로.. 사랑이라는 것 앞에서는 거의 모든 개인의 역사는 무너져내리지 않을까요,, 사랑을 해본 적 없는 어린 학생의 생각입니다 ㅋ

푸하 2009-11-23 10:05   좋아요 0 | URL
사랑을 못해봤다고 하시지만 사랑의 요체 혹은 사랑의 이상에 대해 이야기하시는 것 같은데요.^^;

Forgettable. 2009-11-23 11:0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ㅎㅎ 푸하님 말씀에 공감 ^^
시뮬님의 글(혹은 덧글)은 어린(?) 학생이랄 수 없는 것 같아서 놀란다니까요 ㅎㅎㅎ

[모스크바 일기]에는 굉장히 매력적인 문구가 많이 나오는데, 아샤에 대한 사랑이 엿보이는 부분들이 특히나빛나요. 이건 외로워서 이러는거냐능; 사랑 앞에서 개인의 역사가 무너져내린다니 ㅠㅠ 아아- 월요일아침부터 엄청 센치해지는군요 ^^;

새벽 2009-11-23 11:59   좋아요 0 | URL
못 해봤으니 이런 것만 알고 있지요... ㅎㅎ 센치해지셨다니 죄송 ㅠ 무너져내린다니 너무 부정적인 어휘일까요? ㅋ

Forgettable. 2009-11-23 12:58   좋아요 0 | URL
어머 저 센치해지는거 좋아하는걸요^^ 무너져내려야 다시 쌓을 수 있으니 부정적어휘만은 아니에요~!
근데 정말 못해보신거에요? [초속 5cm]같은 풋풋하고 애틋한 첫사랑, 이런 추억 없으신거에요? +_+ 아 너무 사적인 질문이니 패스^^;; (라고 쓰고 계속 궁금해한다)

새벽 2009-11-23 21:47   좋아요 0 | URL
글쎄요~ 어려서 그런지 모르겠군요 ㅋ 열심히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어가며 간접 경험을 하고 있답니다... 하루키 것만큼 멋진 연애소설은 없는 것 같아요 ㅋ
 

Blacaman the Good, Vendor of Miracles 

   
 

 That was long before the fire ants devoured Santa Maria del Darien, but the mausoleum is still intact on the hill in the shadow of the drangons that climb up to sleep in the Atlantic winds, and every time I pass through here I bring him an automobile load of roses and my heart pains with pity for his virtues, but then I put my ears to the plaque to hear him weeping in the ruins of the crumbling trunk, and if by chance he has died again, I bring him back to life once more, for the beauty of the punishment is that will keep on living in his tomb as long as I'm alive, that is, forever.

 그것은 벌써 불개미가 Santa Maria del Darien를 잠식하기도 전의 일이었지만, 그의 무덤은 대서양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잠을 청하러 올라온 용의 그림자가 깃든 언덕 위에 아직도 굳건히 버티고 있었다. 나는 이곳을 지나갈 때마다 매번 도로에서 꺾은 장미를 그에게 바치고, 그가 가졌던 미덕에 대한 안타까움에 잠시 괴로워한다. 그러고는 바로 그를 칭송하는 문구가 담긴 장식판에 귀를 대고 다 무너져가는 무덤의 폐허 속에서 그가 흐느끼는 걸 듣는다.

무덤 속에서 계속 살아있어야만 하는 합당한 형벌을 위하여 만약 우연히 그가 다시 죽기라도 하면, 난 다시 한번 그에게 새생명을 준다, 내가 살아있는 한 그렇게 할 것이다, 이 말인즉 영원히.

 
   
 
친구에게 가장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

" 얼마 전 서점에 갔다가 마르케스의 단편집을 샀는데, 한국에 번역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아. 하나 하나가 정말 너무 좋아서 얼른 너에게 들려주고 싶다. 영어공부 더 해서 네게도 얼른 이야기해줄게. 기대해."

영어 공부 열심히해서 다 번역해서 네게 들려주겠다고 약속했었는데, 막상 beauty 조차도 어떻게 우리말로 바꿔야할 지도 모르겠어서 때려쳤다가, 얼마 전 마르케스의 다시 책을 집어들고 이 부분에 다시 한 번 전율하고 읽고 또 읽었다.  
 
혼자 출장와서 이런 구절이나 되풀이해 읽는 나는 자칫 비참해질 수도 있었지만, 왠지 들뜬다. 가학적인 면모가 있는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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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tory
    from My own private affairs 2009-11-06 14:50 
    신비한 이야기 옛날에 어떤 약장수가 살고 있었다. 하루하루 빌어먹고 살던 시절 어떤 고아를 만나게 되었다. 둘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운명이라고 느꼈고, 약장수는 그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약장사를 했다. 둘은 온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약을 팔고 거짓말을 해서 돈을 벌었다. 그러나 카드게임과 체스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더이상 약장수의 쇼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장사는 점차 쇠락해졌다. 가난해지기 시작하자 전보다 더 난폭해진 약장수는 고아
 
 
무해한모리군 2009-11-06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도 들려줘요 마르케스를.
안 가학적인데요 ㅎ

Forgettable. 2009-11-06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수로, 영원히 살게 하다니(그것도 버려진 무덤 속에서) 정말 대단히 충격적인 결말이에요. 무서운데 왠지 좋아요;;
이 이야기는 제가 5번도 넘게 읽은 이야기인데, 읽을 때마다 두근두근해요. 시간날 때마다 열심히 한글로 옮겨서 들려드려볼게요!(들려드릴게요 아님ㅋㅋ) 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11-06 11:31   좋아요 0 | URL
아 저 대목은 낭송하면 아주 멋지겠네요. 특히 저 무덤에 살짝 귀를 대고 흐느끼는 소리를 듣는 대목 말이지요~

그러게요.. 저도 울부짖는 모습을 보고 싶은 인간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흠.. 저정도로 미운 인간은..

Forgettable. 2009-11-06 14:51   좋아요 0 | URL
왜냐하면 휘모리님께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막상 내 손끝에서 사람 목숨이 왔다갔다 할 수 있다면면 울부짖는 모습을 볼 정도로 밉지 않아도 까딱까딱..;;; ㅋㅋ

이 이야기의 줄거리는 이 책을 잃어버리고 이 이야기를 기억해내고 싶어서 안달하던 제가 생각나는대로 적어두었던 걸로 살짝 맛만보세요~ ㅎㅎ 먼댓글 연결 해둘게요

비로그인 2009-11-06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장가서 마르케스의 단편집이라니, 멋지기만 한데요 뭘.. ㅎㅎ 포우의 <아몬틸라도의 술통>이 생각나는군요.


Forgettable. 2009-11-06 14:54   좋아요 0 | URL
전 마르케스를 너무 좋아해요. 책 권태기도 이런 이야기에 굴복하지 않을 수가 없겠죠. ㅋ
포우의 이야기들도 한번 읽어봐야할텐데, 어렸을 때 읽어놓곤(기억도 하나도 안나면서) 읽은 책이라고 도무지 손이 안가요. 궁금해진 참에 한번 시도해봐야겠습니다!

머큐리 2009-11-06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님아 내게도 들려줘요 마르께스를...ㅎㅎ
출장간지도 몰랐네용~ 요즘은 내가 정신을 놓고 다녀서리...ㅠㅠ

Forgettable. 2009-11-09 10:50   좋아요 0 | URL
저도 요즘에 정신이 없어요. ㅠㅠ
 




잘난척 하기, 가짜, 비문 사용, 물고 늘어지기, 과다한 부사나 형용사 사용, 억지스러울 정도로 질질 끌기, 아무리 정독해봐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를 정도로 난잡하기, 내가 싫어하는 글은 이런 글이다. 내가 이런 글을 싫어하고 욕한다고 해서 누가 상관하겠느냐만, 문제는 내가 상관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점들이 내 글쓰기에 애매모호하게 숨어있는 부분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반대지점에 있는 사실적이고, 위트있고, 정돈되어 있는 글이나 거부할 수 없는 에피소드가 담긴 글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것은 내 글이 이렇지 않아서 그러한 글쓰기를 지향하기 때문에 좋아한다.

보통 뭔가가 너무 싫다, 견딜 수 없다, 하는 것들은 자기 안에 잠재되어 있는 면인 경우가 많다. 간단한 예로 내가 누군가의 허례허식이 가득한 여행기를 보고 '해외 한 번 갔다왔다고 엄청 잘난척해대네.' 라고 느끼고 짜증내는 건 그것이 무의식중에 내 모습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사진찍으러 온 것마냥 유명한 장소에서 사진만 찍어대는 된장유럽/인도여행자들을 보면 그냥 짜증내고 잊어버리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거랑은 약간다르다.   

   
 

 여하튼 그 아카네가 최근 가장 혐오하고 있는 것은 '자기 표현의 수단으로 소설을 씁니다.'라고 말하는 작가였다. 이 천편일률적인 말을 지껄이는 것은 대개 읽다 보면 '작가 사진'이 눈 앞에 어른거리는 것 같은 재색을 겸비한 멀티형 인간이다. 아카네는 이 말을 들을 대마다 화가 나서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고 한다. '이야기란 고작 한 개인의 표현 수단으로 사용될 정도로 하찮지 않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마치 자기한테 예속되어 있는 물건처럼 다룬다는 건 이야기를 얕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먼저 이야기가 있었다. 그것이 아카네의 이상이었다. 우선 이야기되어야 할, 이야기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이야기가 있고, 작가의 존재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 픽션. 그것이야말로 그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이야기다. 이야기는 독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도, 작가를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삼월의 붉은 구렁은] 온다 리쿠.

브라운 신부의 이야기에 나오는 요소들을 제 것인양 아무렇지도 않게 도용해서 나의 분노를 산 온다 리쿠의 [삼월의 붉은 구렁은]의 한 구절이다. 말도 안되는 제목과 허접한 표절(?)로 기대에 부응했던 온다 리쿠였기에 이 부분은 너무너무너무 의외였고, 신선했고, 감동적이었다. 내 말이, 내 말이!! (물론 또 다시 실망하고 말았지만) 

4가지 이야기 중 2,3번째 이야기가 의외로 좋았지만 전체적으로 애매한 단편아닌 단편모음집이었기에 리뷰를 쓰다가 너무 까는 말만 쓰게 되어 선물해준 분께 누를 끼칠까 염려되어 페이퍼로 전향.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왜 체스터튼의 문구와 분위기를 표절했으며 작가의 존재를 과시하느라 억지스러운 단편집을 만들어 놨는지 알 수 없다. 칭찬 일색인 리뷰들이라니 참ㅎㅎ 

그러고 보면 호불호의 여부는 한 끝차이일까? 왜냐하면 내가 만약 소설을 썼다면 이와 비슷한 소설이 탄생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나나 너의 호불호에 큰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된다. 호불호는 시비와 분명 다른 문제니까. 여기에서 몽테뉴는 이러저러한 말을 했다. 라고 멋있게 마무리 하고 싶지만, 기억이 안난다. 느낌만 있을 뿐.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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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리풀말미잘 2009-10-29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난척 하기, 가짜, 비문 사용, 물고 늘어지기, 과다한 부사나 형용사 사용, 억지스러울 정도로 질질 끌기, 아무리 정독해봐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를 정도로 난잡하기.. 나, 나잖아. 난 내 글에서 저 특징들을 각각 스무개씩은 찾아 낼 수 있다는..

Forgettable. 2009-10-29 22:2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어쩐지 첫문장 쓸 때 어렴풋이 누군가의 글을 염두해두고 썼나 했더니 미잘님 글이었군.
ㅋㅋ 장난이고요, 난 그런거 전혀 못느꼈는데? 내 글이나 이모냥이죠 ㅎㅎ

미잘님 글은 위트있고, 거부할 수 없는 에피소드가 있기 때문에 너무 좋아요. 지향하는 글쓰기랄까~

순오기 2009-10-30 0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난 이런 글이 좋아요.
꾸미면 읽는 사람이 다 알잖아요. 있는 그대로~~ ^^

Forgettable. 2009-10-30 10:01   좋아요 0 | URL
ㅎㅎ 고맙습니다, 칭찬쟁이 순오기님 ^^
온다리쿠는 이상한 작가에요. 호감가는 부분과 혐오스러운 부분을 동시에 갖고 있어요.

perky 2009-10-30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태그!!
온다리쿠 여자 아니었던 거에요???
그나저나, 저 사진 배경 참 아름다워요..^^

다락방 2009-10-30 08:23   좋아요 0 | URL
온다 리쿠 책 박람회 했을때 싸인하러 왔었어요. 멀리서나마 봤죠. 여자에요. ㅎㅎ

Forgettable. 2009-10-30 10:00   좋아요 0 | URL
저도 모르겠어서, 질문한거였어요. 친절한 다락방님께서 대답해주셨네요 ^^
필명인지도 궁금한데. 리쿠..라는 이름의 일본 여자는 본 적이 없는데, 차우차우님 일본어도 하시죠, 리쿠라는 이름이 있나요? 사키, 토모미, 마야, 후미에 정도는 저도 아는데 흐흐

사진은 제주도에요. 좋죠! 백장 중에 한장 건졌어요 ㅎㅎ

perky 2009-10-30 10:20   좋아요 0 | URL
여자가 맞았군요. ㅎㅎ
근데, 님 댓글 읽고나니 정말 '리쿠'란 이름을 여자 이름으로 보기엔 쫌 생소하다는 느낌이 들긴 하네요. (예리하셔라~~)
저 사진을 직접 찍으신 거군요!! 색감 참 곱습니다!!
 

 우울할 때는 쇼펜하우어의 이야기를 읽으면 된다. 왠지 그의 불안함이 코믹하기도 하고, 이 천재의 오만함이 내겐 꽤나 유쾌하게 느껴지기 때문. [나는 누구인가]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진중함이 없을 법도 한데, 스르륵 읽기에는 작가가 던지는 질문이 날카로워서 걸린다. 

 가끔 생각날 때 한 챕터씩 읽는 중. 쇼펜하우어의 '내 마음에 있는 것이라면, 원할 수도 있지 않나요?' 부분은 날씨도 날씨이고 해서 한 번 더 읽어주었다.  


 다들 북하우스의 번역이 좋다는 이야기를 하셔서, 동서문화사본에는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문장이 굉장히 껄끄럽다. 하루 종일 한권을 다 읽어버리기는 했지만, 대충 읽었다. 걸리적거리는 문장은 허들넘듯 넘기는 버릇때문에; 

 필립말로우는 마초고, 나오는 여인들은 모두 매력적이고 아름다우며 필립말로우를 좋아한다. ㅎㅎ 나도 좋아할 것 같다. 결말은 낭만적이었고, 북하우스본으로 다시 한 번 읽어볼 예정이다. 

다 읽은지는 며칠 되었는데, 리뷰를 써볼까 끼적대봤다. 그러나 실패. 하고싶은 말이 많고, 생각도 많아져서.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당사자들과의 관계에 지배당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신문에서 보았다면, 아 그랬구나- 하고 무덤덤하게 넘겼을 일가족 살인사건은 작가의 목소리로 재탄생했고, 안면일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동정심과 공감, 애정을 갖게 되었다. 읽는 내내 계속해서 변덕스럽게 툭툭 튀어나오는 생각을 종잡을 수 없어 아직은 뭐라 말하기 어려운 책이다.  

 
 달리의 자서전. 이 사람도 정말 웃긴다. 그런데 문장이 쉬이 읽히지 않아서 도입부만 읽다가 덮었다. 어느새 나는 쉬운 문장만 찾게 되어버렸나보다. 최근에 있었던 몇가지 일들로 잡생각이 많아져서 어려운 단어가 등장하고 문장이 3줄만 넘어가게 되면 생각이 샛길로 빠진다. 

 아직 도입부만 읽고 말았지만, 나도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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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4 05: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24 0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24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우울할 때는 에코의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을 읽곤 했어요. 예전에 영화 '컨스피러시' 에서 연쇄 살인범들은 늘 '호밀밭의 파수꾼' 을 구입해서 품에 지니고 다녔다고 하는데, 전 '세상의 바보들...' 을 그렇게 좋아했어요; 세 권 정도 샀던 것 같네요. 움베르토 에코 특유의 유머 감각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친구 덕에 푹 빠져서...
그런데 요즘엔 그마저도 잘 읽히지 않고 자꾸 음악만 듣고 있어요. 그렇다고 우울함이 풀리는 것도 아니고.
그저 뭐든 가득 안고 괴로워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마치 과식하고 토해내지 못한 것처럼, 스트레스도, 우울함도, 걱정도, 몸 안에 가득해서 터져버릴 것 같은데, 도무지 푸는 방법을 모르겠다능.
쇼펜하우어 책도 읽어봐야 되는데, 아아 통역사... 너무 안 읽혀요. 아 사실은 통역사가 문제라기보다는 뒤늦게 백귀야행이라는 만화책을 봤더니 간이 잘 밴듯한 오싹함에 중독되어서 그럴지도-_-;;

Forgettable. 2009-10-25 10:35   좋아요 0 | URL
다정한 코님^^ 댓글 고마워요.

우울할 때 에코의 책이라, 취향 독특하세요! ㅎㅎ 저도 그거 다 읽었어요~~ 그 책 읽을 때의 충격과 감탄이란 ㅎㅎ 새로운 세상을 보는것만 같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책을 읽으면서 그런 자극을 느낀적이.. 별로 없네요. 영화도 마찬가지고- 권태기인가봐여;
코님의 댓글을 읽으니 제 상태도 매우 비슷한 것 같아요. 정말 뭔가 해소할 방법이 없을까요?ㅠㅠ

백귀야행.... 정말 좋아하는데, 이제서야 보시는군요. ^^ 통역사는 그럼 내려놓으시고, 백귀야행에 올인하세요~! 나도 갑자기 다시 보고싶어진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