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량의 상자] 교고쿠 나츠히코 

 

아예 [우부메의 여름]에서 츠츠미 신이치가 연기한 교고쿠도를 상정하고 읽었다. 더더더더더욱 더 매력적, 이런걸 금상첨화?; 뭐지. 그.. 그래. 시너지효과라고 한다. 츠츠미 신이치라는 배우와 교고쿠도는 정말로 잘어울린다. 어느 누구도 그보다 더 잘어울릴 수는 없을듯.. 

마지막 반전이라는 것이 참 보기에 괴로운 이야기라서 작품에 대한 호감도를 대폭 떨어뜨리긴 했지만, 사람의 적응력이란 대단한 것이라 일본 소설을 꽤 많이 읽은 지금은 어느 정도 '그것'에 면역이 되긴 했나보다. 그리고 여전히 교고쿠 나츠히코는 대단한 중독성을 자랑한다. 이 책을 읽은 후 다른 책을 쉽게 읽지 못하겠다.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난다. 

살려 줘. 나는 상자가 아니야. 인간이라고. 

관자놀이에 힘을주자, 인간으로서의 내 윤곽이 조금 또렷해졌다. 좀 더, 좀 더 힘을 준다. 

"호오." 

나는 그것밖에 말할 수 없다.

 
   

 호오.. 만감이 교차하는 이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사흘 뒤, 같은 장면을 다시 연출했지만, 이번에는 학습 지도 수사가 없는 쉬는 시간 후반부를 이용했다. 계단 위에서 몸을 날리기 전, 나는 날카로운 소리를 질러서 운동장에 모인 모든 아이의 시선을 나에게로 끌어모았다. 온몸에 멍이 들었지만 미칠 듯한 기쁨에 나는 이 짓을 반복했다. 이제 급우들은 내가 계단을 내려올 때마다 초조하게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어느 시월 오후를 나는 영원히 기억하리라. 비가 막 그치고 운동장에서는 촉촉히 젖은 흙과 장미 냄새가 올라오고 있었다. 석양으로 빨갛게 물든 하늘에 떠다니는 장엄한 구름들이 내게는 기어다니는 표범, 나폴레옹, 또는 마스트를 내린 범선처럼 보였다. 저 높은 곳에서 내려오는 수천 개의 신성한 광채는 내 얼굴을 환히 비추었다. 하던 놀이를 멈추고 쥐죽은 듯 고요히 나를 쳐다보는 급우들의 얼빠진 시선을 받으며 나는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계단을 걸어내려왔다. 나는 세상의 어떤 신과도 나의 인성을 맞바꾸지 않을 터였다.

 
   

달리의 대단한 에피소드들은 재미있다.그야말로 나의  편견과 고정관념, 도덕관을 마구 뒤흔든다. 그러나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완고한 자기애, 방어기제로 똘똘 뭉쳐있다는 느낌이라서 읽기가 조금 힘겹다. 아주 천천히 읽는 중. 

 

 

 

 

 

 

 

3D 안경을 쓰고 앉아 영화가 시작하길 기다리고 앉아 있으려니, 마치 에버랜드의 T익스프레스가 출발하기 전처럼 심장이 두근거렸다. 팀버튼의 영화를 3D로 보다니!!!!!!!!!!!!!!!! 

영상은 환상적이었고, 앨리스는 무척 아름다웠고, 곳곳에 배치된 코믹요소는 진짜로 웃겼고,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캐릭터를 또(!) 연기해준 조니뎁은 여전히 날 설레게 했고, 헬레나 본햄 카터는 멋졌다. 다른 사람들이 열광하는 영화에 비난을 퍼붓거나 조소하기는 쉬웠는데, 다른 사람들이 실망하는 영화에 열광하기는 왜이리 망설여지는건지.. 

그러나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도 이 영화는 나의 2010년 최고의 영화다.(안다. 아직 3월 초인걸) 모자장수의 으쓱촐싹춤(?)과 앨리스가 트랜스포머에서 튀어나온 것만같은 괴물과 맞서 싸우는 씬에는 기립박수라도 쳐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니 행복해서 마구 신나게 '하하하'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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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3-09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살바도르 달리가 어떤 애를 절벽 비슷한 곳(?)에 떠 밀어넣었던 얘기를 적은 것이 제게는 충격으로 다가왔었죠. 언젠가 달리를 비롯한 여러 작가였는지,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그림이었는지 한가람에서 전시회를 본적이 있는데요. 어떤 선입견만 가지고 그림을 보러 갔었는데. 정말 충격이었던 기억이 나네요.

달리는 정말 천재더군요!!!!!!!!!!

Forgettable. 2010-03-10 11:49   좋아요 0 | URL
전 아직도 달리의 작품을 실제로 본 적이 없어요 ㅠㅠ
그 에피소드는 모르겠고 여동생의 머리통을 걷어찬 에피소드가 정말 대박이었어요. 제 가치관이 마구 흔들리더라구요 진짜 이사람이 절 쥐락펴락 하는 듯 ㅋㅋ

근데 자의식 과잉이랄까 주구장창 이 책만 읽기에는 조금 힘들어요;; ㅎㅎ
아 달리 작품 실제로 보고싶다......
 

 

 

 

 

 

 

 

G.K. 체스터튼(Gilbert Keith Chesterton, 1874.5.29~1936.6.14) 

- 런던 출생. 명문인 세인트폴교(校)를 거쳐 미술과 영문학을 공부하였다. 1900년에 2권의 시집을 간행한 이후로 정치·사회 비평 및 R.브라우닝, C.디킨스, G.B.쇼 등에 대한 문학비평 분야에서 활약하였다. 보어전쟁에서의 국책비평, 후기 빅토리아 왕조의 데카당스 진상규명 등에서 보여 준 그의 통렬한 역설은 가히 '역설의 거장'다운 면모가 있다. 《브라운 신부의 천진함 The Innocence of Father Brown》(1911)에서 시작되는 탐정소설 〈브라운 신부 시리즈〉는 5권 약 100편에 이른다. 체스터턴 자신도 1922년에 로마 가톨릭으로 개종하였기 때문에, 이 소설에 등장하는 브라운 신부의 역설적인 언동은 자주 작자 자신에게 비유되는데, 사실은 이 모델은 작자의 친구인 J.오코너 신부라고 한다. 1922년 로마가톨릭으로 개종한 체스터턴은, 절친한 벗인 J.H.P. 벨록과 함께 가톨릭 문필가로서 G.B.쇼, H.G.웰스 등과 논쟁을 벌이기도 하였다.  

E.M.포스터(Edward Morgan Forster, 1879.1.1~1970.6.7) 

- 런던 출생. 케임브리지대학교 재학 중 학내의 자유주의 그룹에 참가하였다. 빅토리아왕조의 도덕이나 가치관에 반발, 그리스 문명에 대한 동경에 사로잡혔다. 그들의 모임은 나중에 '부룸즈버리 그룹'으로 발전하여 당시의 지도적 문화 서클이 되었다. 졸업 후 이탈리아로 가서 《천사가 두려워하는 곳에 Where Angels Fear to Tread》(1905), 《가장 길었던 여로(旅路) The Longest Journey》(1907), 《전망 좋은 방 A Room with a View》(1908)을 썼다. 1910년 그의 가장 원숙한 작품이라고 평가되는 《하워즈 엔드 Howards End》를 썼고, 또 1924년에 발표한 대작(大作) 《인도로 가는 길 A Passage to India》에서는 동서문명의 대립과 인간이해의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그렸다. 그 밖에도 환상적인 작풍의 단편집, 여행기·전기·수필, 독창적인 소설론 《소설의 제상(諸相) Aspects of the Novel》(1927) 등의 논평 및 기타의 저작이 있다.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의 한 사람이다. 

서머셋 몸(William Somerset Maugham, 1874 ~ 1965) 

- 영국의 작가·극작가이다. 파리에서 출생하여 처음에는 킹스 칼리지 런던에서 의학을 공부하였으나, 뒤에 문학으로 전향하였다. 그는 동양의 신비에 대한 강한 동경심을 나타내고, 인생관을 강하고 명석한 문체로 묘사하였으며, 특히 기지와 해학이 넘치는 대중적인 풍자 희극의 전통을 세웠다. 제 1·2차 세계대전 때에는 정보 기관원으로 활약하였으며, 그 체험을 소설화하기도 하였다. 작품으로는 《인간의 굴레》, 《달과 6펜스》, 《람베스》, 《인생의 베일》 등 소설과 《훌륭한 사람들》, 《순환》 등 희곡이 있다. 

여행길에서 [전망 좋은 방]을 읽고 돌아와 브라운 신부의 [비밀]을 다시 한 번 읽으면서 생각했다. 내가 영미문학을 싫어한다고 했었던가? 수정해야겠다. 현대미국문학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E.M.포스터는 내 손에 꼽히는 작가로 단숨에 등극했고, 난 회사에 와서 컴퓨터를 켜자마자 찾아봤다. 이들 셋은 모두 19~20세기의 영국작가다. 태어난 시기도 비슷하다. 나는 전생에 영국의 예술가였던지라 이들과 교류했던 취향이 남아있는것인가- 라며 헛생각을 할 때쯤.. 

나쓰메 소세키, 헤르만 헤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발터 벤야민. 
내 손에 꼽는 작가 모두 19~20세기의 작가라는 것을 간신히 떠올렸다. 난 그저 근대문학을 좋아하는 것이었을 뿐 전생은 무슨;; 그 때는 어떤 시대였을까. 그들은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아무리 책을 읽어도 나로써는 절대 알 수 없는 그 세계가 너무나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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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2-08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 시대에 살았다면 분명 그들에게 이 말 먼저 했을 껍니다.

캔 유...스픽 투..코리안...?? (손짓발짓) 노~~~브라블럼~~

Forgettable. 2010-02-08 14:08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그 때로 돌아간다면!'이라고 썼다가 영어에 대해서 고백해야 될 것만 같아서 지웠어요.
가끔보면 메피님은 제 페이퍼에 지우개로 지우고 남은 연필자국까지 다 보고 계신 것 같아요'-'

다락방 2010-02-08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이지 우리의 갈리는 취향이란! 저는 [전망 좋은 방]이 정말 지루했거든요. 일전에 제가 인상깊게 읽었던 책 [속죄]는 뽀게터블님이 별로 좋아라 하질 않으셨고, 하루키에 대한 느낌도 저와 다르고.

오 뽀게터블님과 저의 취향이 겹치는 부분은 오로지 Arch님과 말미잘님을 좋아한다는 것 뿐이로군요! 뭐, 그렇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해요.

Mephistopheles 2010-02-08 13:57   좋아요 0 | URL
"과"를 "이"로 바꾸면 바야흐로 알라딘 스캔들....???

다락방 2010-02-08 14:05   좋아요 0 | URL
오!
지루한 일상에 스캔들이라면 환영입니다..다른 분들도 혹 그러실지 모르니,
이참에 제가 스캔들 함 터뜨려 볼까요? ( '')

=3=3=3=3

(스캔들도 아무나 못 터뜨린다는걸 알고있는 1人)

Forgettable. 2010-02-08 14:1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메피님 ㅠㅠ 센스 감동입니다. 근데 어떻게 아셨대요 =3=3=3=3=3=3

제가 얘기했죠. 우리의 취향은 정말 달라요. ㅋㅋ 전 샐린저도 안좋아하잖아요. ㅋㅋ 저도 스캔들 좀 터져보고 싶어요. 아, 심심해.

다락방 2010-02-08 14:15   좋아요 0 | URL
뽀님아. 그럼 우리 둘이 낼까요?
우리 둘이 핑크빛 로맨스를... (응?) 뭐, 안될거 없잖아요? 킁킁.

Forgettable. 2010-02-08 14:40   좋아요 0 | URL
부끄럽게 ( '')*
커리어 우먼 락방님도 월요일엔 일을 안하시는군뇽ㅋㅋ

뷰리풀말미잘 2010-02-08 15:06   좋아요 0 | URL
메피님/ 그게 무슨 스캔들이에요. 사실이지.
뽀님, 락방님/ 둘이 서재 결혼시키면 빠진데없이 골고루 풍성한 서재가 되겠군요!


Mephistopheles 2010-02-08 15:37   좋아요 0 | URL
자 알라딘 삼절 중에 하나이신 말미잘님 기자회견 일정 잡으세요.

Forgettable. 2010-02-08 16:27   좋아요 0 | URL
아치님과 미잘님 서재도 함께 결혼해야 빠진데 없이 골고루 풍성해진답니다. 락방님과 전 '이성'보단 '감성'에 치우친 경향이 있잖아요. 그럼 그야말로 글루미먼데이..... 아 재미없어.

이거 참 스캔들 없는 사람 서러워서 살겠냐능


다락방 2010-02-08 16:48   좋아요 0 | URL
기자회견하면 몰래 숨어서 구경하고 '싶'습니다.(해리 버젼)

순오기 2010-02-08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놀이에 중독되는 알라디너들의 귀여운 일상이 확~ 잡힙니다.ㅋㅋ
미잘님과 아치님은 스캔들이 아니고 사실이라고 믿는 1인.^^

Forgettable. 2010-02-08 17:33   좋아요 0 | URL
알라딘 없었으면 지루한 회사생활을 어떻게 견뎠을까요!! ㅋㅋ

무스탕 2010-02-08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잘님과 아치님은 스캔들이 아니고 사실이라고 믿는 2인.^^

Forgettable. 2010-02-08 17:33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수상해요 '-')*
 

 

 

  

 

 

   
 

그는 화이트홀 버스 정류장을 향해 그녀와 함께 걸었다. 이 소중한 마지막 몇 분 동안 그는 딱딱한 약자와 숫자가 나열된 새 주소를 그녀에게 써주었다. 그리고 기본 훈련이 끝날 때까지는 휴가가 없지만, 훈련만 끝나면 이 주간의 휴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녀는 그를 바라보면서 화가난다는 듯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고, 그제야 그는 그녀의 손을 꽉 쥐었다. 말로 하지 못한 모든 것을 담은 행동이었다. 그녀도 손에 힘을 줌으로써 그의 마음에 화답했다. 버스가 왔지만 그녀는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서 있었다. 그가 그녀에게 키스를 했다.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했지만 점차 서로 몸을 끌어당기면서 열정적인 키스로 변해갔다. 혀가 맞닿았을 때 그의 영혼은 절망적일 정도로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이 순간의 기억을 고이 간직하여 앞으로 몇 달간을 그 기억에 의존하여 살게 되리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언 매큐언의 [속죄]를 읽었다. 난 영미권 소설을 좋아하지 않지만, 왜인지 요즘 들어 계속해서 영미권 소설을 읽고 있다.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 [핑거스미스], [모든것이 밝혀졌다], [속죄]까지. 읽으면 읽을수록 의무감에 책을 읽는다는 생각, 미칠듯한 권태로움, 정신산만함 때문에 나의 취미가 독서였던가를 회의하게 된다. 

현대의 영미권 소설들은 너무나도 수다스럽다. 거추장스러운 텍스트들이 무차별적으로 달겨들어서 내 시신경을 괴롭힌다. 눈으로 책을 읽는데 귓 속에서 와글와글거리는 기분을 지울 수 없고, 지친다. 끝이 나지 않길 바라며 책을 부여잡고 한 문장, 한 문장을 머금고 쓰다듬던 기억이 내게 있었던가? 얼른 끝을 보고싶단 급한 마음만 가득해서 책장을 후르륵 넘기곤 찝찝해한다. 

마르케스였다면, 헤세였다면, 박완서였다면, 황석영이었다면 이 놀라운 이야기를 이렇게 수다스럽고 과하게 풀었을까. 이언 매큐언의 [속죄]는 사실주의를 가장한 담백한 문체이지만 어느 문학 작품보다도 과장되고 과열되어있다. 그래서 읽기에 힘겨웠다. 문장 안에 담긴 그 뜨거움이 견딜 수 없었고, 아무렇지도 않아보이는 차가운 문장들의 가식이 짜증났다.

멍청하고 비극적인 결말도, 병신같은 브리오니도, 지루하고 반복적인 설명문체도, 생동감 없는 전쟁 이야기도(이 문체에 전쟁이야기가 가당키나 한가? 난 삼국지에 길들여져 있는데.) 너무나도 다 견딜 수 없어서 내생에 가장 후회스러운 책 선택이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위에 적어둔 저 인용구 덕분에 살았다. 후르륵 읽다가 놓쳤다면 많이 후회했을 것이다. 아름다운 연인이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게 됐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최선을 다해 후회 없이 사랑하고, 좌절하지 않고 힘겹게나마 남은 인생을 걸어갈 수 있어서.  

여기까지만 읽은 걸로 하고, 자의식으로 가득찬 이기적인 결말은 기억에서 지우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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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ek 2010-02-03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중간까지 읽다가 멈춘 소설이에요. 이상하게 영어로 쓰인 글들은, 원문이건 우리말로 번역되었건 간에, '붕 떠있는' 느낌이 듭니다. 여유가 생기면 다시 읽고 싶은 소설이기는 해요. ^.^;

Forgettable. 2010-02-03 17:07   좋아요 0 | URL
아, 정말 다행이네요!!!!
전 이거 리뷰를 보는데 저 혼자만 싫어하는거에요. 다들 찬사에 찬사. 그래서 전 제가 바보인줄 알았어요. 뭐 바보가 아니라는건 아니지만.. 여튼 저도 영미문학은 정말 잘 모르겠어요;
 

1.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어제 [500 days of summer]를 보는데, 첫번째로, 그리고 영화가 끝날때까지 주로 날 괴롭혔던 것은 '써머 어디서 많이 봤는데.. 어디지???' 라는 궁금증이었다. 저 목소리와 저 웃음은 내 기억 속에 아련하고 어렴풋하지만 아직 그 향이 짙게 남아있어서 최근에 봤던 영화를 아무리 떠올려봐도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이었다. 

두번째로 나를 괴롭혔던 것은 써머와 거의 흡사했던 예전 애인에 대한 기억이었다. 음, 사실은 괴롭진 않았다. 영화가 매우 유쾌했고, 나도 이젠 그 사람을 떠올리는 써머를 보면서 진심으로 즐겁게 웃을 수 있으니까. 그러고보면 주인공은 참 행운아다. 써머가 직접 알려주지 않는가? "난 너의 반쪽이 아니었던 것 뿐이야."라고 했던가..  

난 '그가 내게 반하지 않았다.'를 깨닫느라고 무척 고생을 많이 했는데 말이다. 덕분에 그 다음 연애는 훨씬 나아졌지만 ㅎㅎ

써머가 불러일으키는 나의 추억과 그녀를 어디에서 봤던가를 알고자하는 애틋한 갈망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서 난 그녀에게 빠져버리고 말았다. 집에 와서 찾아볼 수도 있는 건데도 그 새를 못참아서 동생에게 문자로 물었다.  

오백데이즈써머그여자 누구야. 그랬더니 바로 대답이 온다.  

예스맨. 

나 그거 안봤어, 그거 말고 딴거딴거! 최근거 다말해줘. 했더니 

어쩌고 저쩌고,, [비밀의 숲 테라바시아],, 어쩌고 저쩌고

오호,, 그 영화의 주인공 아이들의 착한 선생님이었구나. 바로 그녀가 기타를 치는 모습과 노랫소리와 웃음소리가 기억난다. 그래, 그런데 뿌듯한 동시에 뭔가 찝찝하다. 이것이었나? 

아침에 다른 사람들이 쓴 리뷰를 훑다가 홀린듯 그녀의 사진만 쳐다보고 있던 난, (아 왠지 톰에게 질투를 하면서ㅜㅜ)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다시 한 번 보게 되었는데 이게 왠걸,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트릴리언!!!!! 이 아닌가!어떻게 까먹고 있을 수가 있지?  

하긴 이 영화는, 생각보다 아서 덴트가 어리버리해서 귀여웠고, 포드 프리펙트는 초절정 완소킹카였으며, 자포드 비블브락스는 뚱뚱보 괴물인줄 알았는데,또라이 꽃미남 모델이었고.... 두구두구두구두구 우울증걸린 마빈의 목소리는 스네이프였던 것이다!!! +_+ 그러니 트릴리언이 제아무리 이쁘고 매력적이어도 좀 묻혀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난 써머를 짝사랑하는중이다. 나쁜남자 캐릭터라면 남녀노소 불구하고 다 좋아하나봐. 아웅 간만에 로맨스를 봤더니 입을 헤 벌리고 혼자 벙하게 웃다가 침흘릴 뻔 했다;;;;;

그냥 이 얘길 하고 싶은데 내 주위에는 [500days of summer]랑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모두 본 사람이 없다. 알라딘에는 있나요???  

2. 사진 

아주 아주 가끔씩 내 사진을 칭찬해주는 분들이 있어서 난 좀 우쭐해있었던 것 같은데, 오늘 아주 놀라운 사이트를 발견했다. 과연 앞으로도 자랑스레 내 사진을 블로그에 올릴 수 있을까!!!!!!!!!!!! 우연히 들린 블로그였는데, 사진도 사진이거니와 찍는 사람의 성정이 매우 친절하고 담백하고 깊이있고 겸손해서 난 그만 절망해버리고 말았다. 

아, 이런 사람이 엄친아인가. 

나르시즘에서 벗어나 한동안 평범한 중생도 못한 버러지 컴플렉스에 휩싸여있을 것 같다.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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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1-28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짝사랑과 컴플렉스라니,, 혹시 사춘기(아님 오춘기??)가 다시 오신 것인지..요^^
만일 그렇다면 내일부턴 뭔가 비밀을 속닥거릴 어떤 분을 찾으셔야 하겠는걸요 ㅋ


Forgettable. 2010-01-29 10:59   좋아요 0 | URL
짝사랑과 컴플렉스와 사춘기는 언제나.... 제게 달라붙어 있는 것들이에요. ㅋㅋ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능;
비밀을 들어주시는 바람결님이 있어서 전 행복합니다. ^^

뷰리풀말미잘 2010-01-29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블로거가 친절하고 담백하고 깊이있는데다가 겸손하기까지 하답니까. 나 지금 좀 경쟁심 느끼는 거 같은데 주소좀 불러봐요.

Forgettable. 2010-01-29 11:04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말입니다. 미잘이 자꾸 먼데간다 그러고 겁주니까 제가 외도하는거 아니에요~~!!
제가 미잘님께만 특별히 알려드리겠슴다 ㅋㅋㅋ

2010-01-29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9 14: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9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Tomek 2010-01-29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00일의 썸머> 이번주에 보러 갈 예정이에요. ^.^;

근데 <은하수...>는 존 말코비치 할아버지밖에 기억이 안 나네요.. ㅠㅠ 안면인식장애가 있는 게 분명...

Forgettable. 2010-01-29 16:41   좋아요 0 | URL
와!! 저 지금 Tomek님 서재에 글 남기고 오는 길인데! 통했나봐요. 호호^^

존 말코비치!!!!!! 저 지금 깜놀해서 마구 찾아보고 영상 다시 보고 왔습니다;;; 후마 카불라.. 그 교주였군요. 존 말코비치 저 엄청 좋아해서 목소리만 들어도 안다고 생각했는데; 몰랐다니. ㅠㅠ
존 말코비치를 알아보셨다면 안면인식장애가 있으실리가 없어요. 오히려 제가-_-;

빅마마 2010-01-31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 둘다 봤는데 이렇게 같이 공유할 수 있어 좋네요^^ 어제 심야로 500일의 썸머보고 의외로 기대이상이라 여러모로 마음이 급해지더라구요ㅎㅎㅎ 은하수도 좋아라 하구요 반갑습니다!!!

Forgettable. 2010-02-01 10:0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트릴리언도 정말 매력적이죠? 아, 전 그녀의 목소리가 참 특이하고 좋아요. 그런 목소리를 갖고싶네요. ㅎㅎㅎ
이 글을 써둔 보람이 있네요. 공감해주시는 분을 만날 수 있다니!!!! +_+
 

요리의 세계는 내게 듣도보도 못한 머나먼 세계였다. [미스터 초밥왕]과 [요리왕 비룡]을 보면서 도대체 입안에서 꿈틀거리는 참치의 맛은 무엇인가, 강을 불태워 구운 생선의 맛은 무엇인가는 상상 속에서도 상상하기 어려웠고, [헬's키친]을 보면서는 쉐프가 될 자질을 여러명의 요리사들 속에서 발견하는 재미에 요리 자체에는 별로 신경도 안썼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몰라서 그랬던 것 같다. 

며칠 전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를 읽으며 난생 처음으로 생각했다. 요리를 알고 먹어야 하는구나. 봉골레가 조개라는 것, 피클이 미국식이라는 것,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방법 등등 신기한 사실들이 무차별적으로 내 눈으로 들어왔다.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만 아니라면 가리지 않고(싸다면 조미료맛만 나더라도 괜찮기도) 아무것이나 잘 먹어왔던 내게 박찬일작가는 대충 먹더라도 알고 먹으라고, 잘난척 하지 않으면서 재미있게 가르쳐주었다. 

그의 레스토랑에 한번쯤 가봐야겠다는 생각은 책의 메인급 조연인 그의 스승 쥬제뻬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산지를 돌며 지인에게서 직접 재료를 구하고 음식에 대한 윤리의식이 있고 무섭지만 따뜻한 주방장에게 배운 그의 요리는 어떨까 무척 궁금했기 때문이다. 작가의 글처럼 멋부리지 않고 담백하고 기본에 충실한 깊은 맛의 요리가 나올지 무척 기대하고 있었는데, 알라딘에서 마침 초대이벤트를 한다고 하니, 가서 직접 얼굴 맞대고 이야기해보고 배우고 싶다. 

게다가 테마는 작가의 신작과 일맥상통하는 '보통날을 위한 파스타'. 와인에 조예가 깊은 작가가 추천하는 와인도 함께 나올 예정이라 더 기대된다.  

- 일정상 참여 못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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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0-01-15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또 갈까 말까 생각중 (뽑아줘야 가는거긴 하지만 ^^a)

Forgettable. 2010-01-15 14:51   좋아요 0 | URL
하이드언니도 신청해서 둘중에 한명 되는 사람이 데려가주기로 합시다. ㅋㅋㅋ
물론 하이드언니가 신청한다면 나보다야 뽑힐확률이 더 높을테니-_-;; 업혀가겠다능ㅎㅎ

Arch 2010-01-15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가 꼭 뽑혔음 좋겠어요.

Forgettable. 2010-01-15 14:52   좋아요 0 | URL
저도요!! 흐흐

머큐리 2010-01-15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뽑히는 걸로는 요즘 운세가 확~ 트인편이잖아요...뽑혀라 뽑혀라
숭그리당당 숭당당...

Forgettable. 2010-01-16 00:00   좋아요 0 | URL
에, 벌써 그 운이 다한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ㅠㅠ
숭그리당당ㅋㅋ 아, 머큐리님 나중에 보면 꼭 숭그리당당 숭당당 해주세요. 상상하고 있으려니 입가에 미소가..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