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어제 [500 days of summer]를 보는데, 첫번째로, 그리고 영화가 끝날때까지 주로 날 괴롭혔던 것은 '써머 어디서 많이 봤는데.. 어디지???' 라는 궁금증이었다. 저 목소리와 저 웃음은 내 기억 속에 아련하고 어렴풋하지만 아직 그 향이 짙게 남아있어서 최근에 봤던 영화를 아무리 떠올려봐도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이었다.
두번째로 나를 괴롭혔던 것은 써머와 거의 흡사했던 예전 애인에 대한 기억이었다. 음, 사실은 괴롭진 않았다. 영화가 매우 유쾌했고, 나도 이젠 그 사람을 떠올리는 써머를 보면서 진심으로 즐겁게 웃을 수 있으니까. 그러고보면 주인공은 참 행운아다. 써머가 직접 알려주지 않는가? "난 너의 반쪽이 아니었던 것 뿐이야."라고 했던가..
난 '그가 내게 반하지 않았다.'를 깨닫느라고 무척 고생을 많이 했는데 말이다. 덕분에 그 다음 연애는 훨씬 나아졌지만 ㅎㅎ
써머가 불러일으키는 나의 추억과 그녀를 어디에서 봤던가를 알고자하는 애틋한 갈망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서 난 그녀에게 빠져버리고 말았다. 집에 와서 찾아볼 수도 있는 건데도 그 새를 못참아서 동생에게 문자로 물었다.
오백데이즈써머그여자 누구야. 그랬더니 바로 대답이 온다.
예스맨.
나 그거 안봤어, 그거 말고 딴거딴거! 최근거 다말해줘. 했더니
어쩌고 저쩌고,, [비밀의 숲 테라바시아],, 어쩌고 저쩌고
오호,, 그 영화의 주인공 아이들의 착한 선생님이었구나. 바로 그녀가 기타를 치는 모습과 노랫소리와 웃음소리가 기억난다. 그래, 그런데 뿌듯한 동시에 뭔가 찝찝하다. 이것이었나?
아침에 다른 사람들이 쓴 리뷰를 훑다가 홀린듯 그녀의 사진만 쳐다보고 있던 난, (아 왠지 톰에게 질투를 하면서ㅜㅜ)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다시 한 번 보게 되었는데 이게 왠걸,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트릴리언!!!!! 이 아닌가!어떻게 까먹고 있을 수가 있지?
하긴 이 영화는, 생각보다 아서 덴트가 어리버리해서 귀여웠고, 포드 프리펙트는 초절정 완소킹카였으며, 자포드 비블브락스는 뚱뚱보 괴물인줄 알았는데,또라이 꽃미남 모델이었고.... 두구두구두구두구 우울증걸린 마빈의 목소리는 스네이프였던 것이다!!! +_+ 그러니 트릴리언이 제아무리 이쁘고 매력적이어도 좀 묻혀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난 써머를 짝사랑하는중이다. 나쁜남자 캐릭터라면 남녀노소 불구하고 다 좋아하나봐. 아웅 간만에 로맨스를 봤더니 입을 헤 벌리고 혼자 벙하게 웃다가 침흘릴 뻔 했다;;;;;
그냥 이 얘길 하고 싶은데 내 주위에는 [500days of summer]랑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모두 본 사람이 없다. 알라딘에는 있나요???
2. 사진
아주 아주 가끔씩 내 사진을 칭찬해주는 분들이 있어서 난 좀 우쭐해있었던 것 같은데, 오늘 아주 놀라운 사이트를 발견했다. 과연 앞으로도 자랑스레 내 사진을 블로그에 올릴 수 있을까!!!!!!!!!!!! 우연히 들린 블로그였는데, 사진도 사진이거니와 찍는 사람의 성정이 매우 친절하고 담백하고 깊이있고 겸손해서 난 그만 절망해버리고 말았다.
아, 이런 사람이 엄친아인가.
나르시즘에서 벗어나 한동안 평범한 중생도 못한 버러지 컴플렉스에 휩싸여있을 것 같다. 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