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개봉은 무리겠지;;
부산에 오려나, 오면 가서 보고 싶다.
혼자 집에서 다운 받아보고 싶지 않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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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출근길에 (몇달동안 일주일에 1페이지씩 읽고 있는) [로마인이야기] 1권을 읽으면서 생각을 했다.   

* 선캄브리아기부터 신생대에 이르기까지 그 각각의 세대(?)의 역사가 점차 짧아졌기에, 아마 신생대의 종말도 머지 않았을 것이다.  (이건 과학시간에 배움)

* 역사적으로 볼 때 화려하게 부흥했건 전쟁을 했던간에, 어쨌든 정신없었던 시대를 마치고 나면 그 상처를 회복하고 다시 다음세대를 준비하는 시간(침체기)으로 중세시대가 있다. (이건 로마인이야기에 나온 구절을 내 식으로 해석) 

어쨌든 그래서 지금이 중세의 초기단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역사는 어떤식으로든 반복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면서 또 책은 읽다말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이런 중세시대에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까, 고민을 했는데-  

그렇다고 뭐 성공을 해야겠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역시 난 엄청난 위인이 되겠다는 열망보다는 홍길동같은 분께서 나타나길 간절히 원하는 애에 가까우니깐;0;
그냥 엄청 끔찍해보이는 중세시대를 살아가려면 역시나 지금의 내 인생계획이 최선이겠다- 고 자기만족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그런데 오늘 이메일을 여니 또 바로 내 마음을 읽은 듯 예병일님께서 이런 메일을 보내주셨다!!(친구냐고-ㅁ-)
읽으면서 내 초딩같은 언어와 생각이 전문적인 용어로 돌변해서 적혀있다. ㅎㅎ

 


이번 경제위기가 지나가면 우리에게 '어떤 세상'이 다가올까... 미래를 준비하는 질문을 던져라



(예병일의 경제노트, 2009.04.22)


The Long Recession that began in 1873 paved the way for new titans of industry and finance. The Great Depression before World War II gave us synthetic rubber, television, and the New Deal. The popping of the 1990s tech bubble cleared the field for Google. So what might the next wave bring?

'The Next Big Thing' 중에서 (포린폴리시, 2009.5~6)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가 지나가면 우리에게 '어떤 세상'이 다가올까...

경제가 여전히 위기의 한 가운데를 지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다소 성급한 화두같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지요. 한쪽으로는 위기를 이겨내는데 진력하면서도 다른 한쪽으로는 위기 이후를 준비해야 합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도 결국은 지나가기 마련이고, 그 시기가 오면 미리 대비한 기업이나 사람이 성큼 성큼 앞서갈 수 있으니까요.

미국의 유명한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가 눈길을 끄는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The Next Big Thing : Why bad times lead to great ideas'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기사의 주장대로, 과거 역사를 돌이켜보면 인류는 항상 힘든 시기, 위기가 닥치면 '창조적인 파괴'를 통해 새롭고 대단한 시대를 만들어내곤 했습니다. 1873년 시작된 장기 불황이 산업과 금융계에 새로운 '거인들'을 탄생시켰고, 대공황은 인조고무와 텔레비전, 뉴딜정책을 가져왔습니다. 1990년대의 테크버블은 구글을 잉태했지요.

포린 폴리시는 이번 위기가 가져올 '넥스트 빅씽'으로 다음을 꼽았습니다.

1.A New You
2.Personalized Education
3.Anger Management
4.Happiness
5.Shrinkage
6.America
7.Neomedievalism
8.Africa
9.Resilience
10.Better Biofuels
11.H20
12.More of the Same
13.A Bigger Big Bang?


이중 '휴먼 엔지니어링'이 가져올 '새로운 경제'와 '새로운 인류'가 눈에 띕니다. 생명공과 로봇공학 등의 발전이 머지 않아 경제를 재편하고 인류의 모습도 바꿔놓을 것이라는 겁니다.
"we are gradually becoming a different species; we are moving from Homo sapiens into Homo evolutis, a human being that deliberately engineers its own evolution and that of other species."

금융공학이 이번 위기를 불러왔지만, 휴먼공학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경제를 재편할 것이라는 표현도 있습니다.

'신(新)중세시대'가 오리라는 예상에도 눈길이 갑니다. 이번 금융위기가 유럽의 중세처럼 국가보다 주요도시들이 부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현재 세계 경제의 3분의 2, 혁신의 90%가 세계 40개 도시권에서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중세시대의 한자동맹처럼, 함부르크와 두바이가 상업동맹을 맺고 아프리카에걸친 자유무역지대를 운영할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빌 게이츠, 조지 소로스, 리차드 브랜슨 등이 중세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처럼 자신의 기업도시를 운영하면서 정부 권위를 훼손하고 세계적인 전염병 치료와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연구를 후원하리라는 주장도 합니다.
중세는 불확실성,공포 등으로 표현되는 '암흑기'로 알려져 있지요(그렇지 않다는 주장도 있습니다만). 필자는 '신 르네상스'가 아직 멀었기에 사스, 테러리즘, 해적 등으로 표현될 새로운 세상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해야한다는 비관적인 충고도 합니다.

이밖에 아프리카의 부상, 'the new gold"로 등장할 물의 중요성, 이번 금융위기의 '방화범'(arsonist)인 미국의 건재 등도 흥미롭습니다.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가 지나가면 우리에게 '어떤 세상'이 다가올까?"
아직 위기의 한가운데에 서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미래를 준비하는 이런 질문을 던져보아야 합니다.
 

원문 기사는 이곳 http://www.foreignpolicy.com/story/cms.php?story_id=4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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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9-04-23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세에 버닝해서 책을 마구 사들이던 적이 있는데, 어떤 책인지 가물가물하지만, 중세, 이름부터가 차별적으로 불리우고 있다며, 중세의 좋았던 점을 늘어놓던 책이었어요. '새로운 중세'라.. 흥미롭네요. 위기 다음 세기에 신중세가 온다면 되풀이되는 역사의 이전 부분을 들춰보는 것도 재미나겠네요. 아, 지금 당장 찾아보고픈데, 나가야해요.

Forgettable. 2009-04-23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중세를 끔찍하다고 생각했던 건 중세철학을 공부할때였는데요, 아 정말 철학과 낭만의 침체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하;
그런데 중세가 정말 '암흑기'만은 아니었다는 이야기도 굉장히 많이 들었어요!
아 어떤책인지 왕궁금 ㅎㅎ

여튼 로마인이야기를 읽으며 현대시대를 상기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게 엄청 신기했습니다. ㅋㅋ
 

요즘은 책을 읽는다고 읽는 편인데, 리뷰보다는 잡담만 끼적이게 된다.
뭐랄까, 깊이 있게 생각하질 못하고 단순하게 그냥 표면만 대강 훑으며 살고 있는 것 같다. 뭔가 쏟아내고 싶기는 한데 그닥 안에 차 있는 게 없어서 괜시리 꾸질꾸질한 기분. 

아마 일주일 전이었나,
꽤나 단호하게 이번 달에는 책을 사지 않겠어! 라고 말했던 것 같다.
월요일 부터는 누군가의 초비웃음을 사면서 당당히 가계부를 작성하기 시작했으나..  

 

 

 

 

 

  

 

   

 

 

 

 

 

  

 

무슨 삼일 연속으로 신들린 것처럼 계속해서 산다.  
이 외에도 화장품이며 선물이며 등등을 사서 간신히 골드등급으로 내려온 거 플래티넘 어게인. 
나 아무래도 쇼핑중독일까...  

가장 기대되는건 뭐니뭐니해도 [나는 누구인가]이다. 철학입문서라는 소개와는 달리 정말 작가의 기량이 놀라울 따름이다.
서점에서 몇 챕터 읽어봤는데, 엄청 흥미롭다!
독일어 배우기에는 실패했지만 난 역시 독일인의 성정이랑 잘 맞는 것 같다-
어제 브라운 신부 전집 2 [지혜]에서 발견한 독일인들의 캐릭터는 있다가 집에가서 적어두어야지. ㅎㅎ

   
  허쉬 박사는 프랑스에서 태어나, 윤택한 프랑스식 교육을 받고 자랐지만, 기질적으로는 프랑스인과는 달리 온화하고, 몽상을 즐기는 매우 인간적인 사람이었다. 또한 무신론적인 체계를 신봉하면서도 약간은 초월주의자 같은 면을 함께 지니고 있었다. 간단히 말해서 그는 프랑스인이라기보다는 독일인에 더 가까웠다.   
 

허쉬 박사의 결투 中

커트 보네거트는 왠지, 잘 모르는데 요새 자꾸 눈에 들어온다.
책 테스트에서 등장하기 전에도 이벤트에서 [나라 없는 사람]노트를 [콧수염]작가로 착각해서 받기도 했다.
어쨌든 약간 궁금해서 구입- 

브라운 신부 전집은 정말 매혹적이다.
한권씩 사는 묘미가 있는 듯.

  
어제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생각해봤는데,
나 정말 노는 거 좋아하는 것 같다. 하루종일 집에만 있으면서 쌓아둔 책도 읽고 TV랑 영화만 보면 어떨까.. 

 

 

 

 

 

 

  

- 어제 본 책들

아니, 난 로마인이야기 베스트셀러에도 오르고 그래서.. 이렇게 딱딱할 줄 몰랐다.
그냥 [ROME]을 보기 전 배경지식에 참고하려고 6권까지 질러놨는데 1권을 지금 몇달째 깨작깨작 읽고 있다.
그래서 '롬'도 못보고 있다. 엉엉
이런 드라마는 정말 예의를 갖춰서 봐줘야 하는건데!! 

나머지 두권을 휴일을 휴일답게 만들어준 매력적인 작가들의 작품- 헤헤  

간만에 원서도 보자 해서 마르케스의 단편집도 집어들었는데 나..... 영어.... 이제 좀 못하는 것 같다..........;;
점점 잃는 것 같다. 엉엉

한동안 무지 뜸하다가 요즘 즐찾이 한명씩 는다. 하하하하호호호호레레레레 
숫자는 논리이며 이성의 작용입니다 - 넘버스 中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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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5 2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16 0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Kitty 2009-04-16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에 지다는 정말정말정말 강추하는 작품입니다.
저거 읽다가 전철에서 꺼이꺼이 울어서 정줄 놓은 여자 취급을 받은 적이 있어요 ㅠ_ㅠ

Forgettable. 2009-04-16 09:09   좋아요 0 | URL
사실 어디선가 그 책에 대한 키티님 댓글 보고 보관함에 넣어두었던 거 같아요 ㅋㅋ
지금쯤 벌써 비행기 타셨나요?!!!
잘 다녀오세요 ㅠㅠ 부럽다아아아ㅏㅏㅏㅏ~~

paintsilence 2009-04-16 0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의 초비웃음.... 공감 팍..... 그게 제 생활이라...ㅎㅎ

Forgettable. 2009-04-16 09:10   좋아요 0 | URL
으하하;; 솔직히 저도 좀 비웃음 살만한 것 같습니다.
지금 일주일 내내 쇼핑중이에요- 큰일 났음 ㅋㅋ
 

하루종일 전날 향락의 자취인 싸구려 양주 냄새를 풍기며 누워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와 미스터 몽크 에피소드와 [어려운 시절]을 뒤적였다. 허리아파, 이제 날도 따스하니 주말엔 등산도 좀 다니고 하며 허리근육을 강화해야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참 리뷰를 쓰고 싶지만, 쓸 게 없는 책이다. 보면서 낄낄대다가 또 어느 즈음에선 졸고 있고, 알 수 없는 용어와 수식들이 가득한 텍스트를 읽고 있는 꿈을 꾸다가 깬다. 웃으면서 졸고있는 것도 웃기고, 책읽다가 졸면서 또 그 책을 읽고 있는 꿈을 꾸는 것도 웃긴다. 귀여워. (?!!)

합본이라서 그런지 약간 지치는 기분이다.
엄마는 그렇게 두꺼운 책도 읽느냐며 놀란 눈으로 날 쳐다보지만 이 책의 내용이 이렇게나 황당하고 웃기고 쓸데없는 이야기란 걸 알아도 놀란 눈으로 바라볼까..   

 

 

 

디킨스의 소설 [어려운 시절]은 표지부터 엄청 우울한데, 굉장히 비싸다. 만나기로 한 사람을 기다리며 시간이 떠서 교보문고에 가서 책을 샀는데, 작은 책이 가격이.. ㄷㄷ

표지부터 엄청나게 우울한데, 좀 웃긴다. 어두운 내용이지만 알 수 없는 유머감각에 자꾸 웃었는데 이게 나 혼자 웃긴건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찰스 디킨스의 소설은 몇개 어렸을 적에 읽고선, 어린이를 위한 작품을 쓰는 작가란 편견이 생겨서 커서는 잘 읽지 않게되었는데 전혀 아니란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 책을 보며 다시금 확신하는 중이다. 

원래는 책이나 영화같은거 왔다갔다하면서 보는 스타일 아닌데, 요즘들어 자꾸 왔다갔다하니까 집중하기도 힘들고 정도 더 안붙고 그런 것 같다. 뇌의 노화가 시작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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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3-16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킨스책은 왜 비쌀까요?

Forgettable. 2009-03-16 15:36   좋아요 0 | URL
ㅋㅋ저 지금 휘모리님 서재 갔다오는길인뎅 ㅎㅎ
디킨스 책이 보통 비싼 편인가요? 전 처음 사보는거에요, 그러고보니 완역된 작품도 잘 없는 것 같아요.
휘모리님은 오늘같은 황사의 월요일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전 죽겠어요 ㅠㅠ

무해한모리군 2009-03-16 16:03   좋아요 0 | URL
전 밖에 안나가고 버티는 중입니다.
아니 저 디킨스책이 왜 비쌀까 궁금해한겁니다.
고급양장본 뭐 그런건가요?

Forgettable. 2009-03-16 16:07   좋아요 0 | URL
아뇨 그냥 페이퍼백이에요- 크기도 작고 페이지수도 많은것도 아닌데.. 정말 이상하죠-
만삼천원이라니..!

아 오늘같은날 집에서 버텨야 하는데 ㅋㅋㅋ 목이 칼칼해요

무해한모리군 2009-03-17 08:15   좋아요 0 | URL
만삼천원!! 경악
전화해봐야겠군요 --;;

2009-03-16 2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16 2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16 2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선물로 받은 도록이 책상 서랍 안에서 잠자고 있고, 주말에는 절대 갈 수 없다며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가 결국 전시회 마지막 날에 가게 됐는데, 난 항상 평일에 서울로 산책나갈 때마다 평일에 왜이리 노는 사람이 많냐는 의문에 휩싸여서 어지러워 한다. 

어젠 정말로 공짜표 마지막날이어서였는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람이 없는 그림을 피해다니며 보느라고 지그재그 역행도 서슴치 않는 엄격한 예의범절을 지키며 나름대로 그림과 소통을 하고 왔다. 몇달동안 도록을 열고 싶어서 무지 고민했는데, 역시 안보고 가길 잘했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그림 자체로의 그림과의 이야기가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보다 더 좋아.  

어제 도록을 선물해주신 분이 어떤 그림을 좋아하냐고 하셔서 나는 이 그림들을 떠올리며, 어떤 그림은 튀어나올 것 같고 어떤 그림은 그림을 보다가 눈을 감고 싶다고 했다. 

    
글렌 브라운 [건축과 도덕]                                           피에르 보나르 [꽃이 핀 아몬드 나무] 

[건축과 도덕]은 첫번째 방에 전시되어 있었는데 저 꽃들이 튀어나와 있어서 (시각적으로) 약간 놀랐다. 그래서 그림이 뚫어질 정도로 계속 보며 매직아이 놀이를 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난 국화도 참 좋아하는데, 옆의 [꽃이 핀 아몬드 나무]까지 고려해본다면 아무래도 흰 꽃이면 다 좋아하는게 아닐까 싶다. 원제는 [Architecture and morality]인데, 건축과 도덕이라고 번역해놓은 건 너무 딱딱하지 않은가 싶다. 철학이나 미학을 공부할 때의 Architecture와 Morality는 건축이나 도덕보다 상당히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는데(예를 들면 형상, 만듦새, 윤리, 옳고 그름의 가치 기준 등등?? 이런 것도 사실 내겐 정의보다는 단어에 대한 느낌이 중요하다) , 그래서인지 원제가 더 좋았다.  

이 두 그림은 전혀 사실적이지 않다. 그러나 [건축과 도덕]은 사진이라도 해도 믿을 정도로 그림이 튀어나올 것 같다. 그에 반해서 [꽃이 핀 아몬드 나무]는 30초를 보니 멍해지면서 눈을 감고 싶었다. 하이힐을 신어서 눈을 감으면 비틀거릴 수도 있겠다는 걱정을 잠시 했지만 자세를 곧추세우고 눈을 감으니 하얀 꽃이 핀 나무가 서 있고 바닥에는 이름모를 노랑빨강꽃들이 가득 피어 있는 어떤 장소가 바로 떠오른다. 내가 도시락 싸서 돗자리와 책 몇권을 갖고 봄소풍 가고 싶은 장소라며 평생을 기다려 왔던 곳이랄까..   


발튀스 [나무가 있는 풍경] 

이 그림은 차가운 현실이 쫙쫙 금이 가며 깨지고 있는 기분이 들어서 괜히 두근거렸다. 저 배경의 무심한 직선들이며 로보트같아 보이는 사람, 쌀쌀한 날의 햇살 한줄기가 조각조각 깨지기 시작했다. 난 사진을 찍을 때 괜히 나무를 한 구석탱이에 집어 넣는 사진을 많이 찍는다. 그 불규칙한 이질감이 좋고, 사진에는 방해가 될지언정 자연 자체로는 방해는 커녕 조화로운 구성품의 일부이기 때문인데, 그런 내 마음이 이 그림에 그대로 표현되어 있어서 좋았다. 

 
라울 뒤피 [탈곡] 

라울 뒤피의 바이올린 그림은 화가되기 참 쉽다-라고 생각했던 작품 중의 하나였는데(유독 이번엔 그런 작품이 많았다. 그래서 더 좋았던 작품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현대작품을 볼 때는 진부하지 않기를 바라며 보기에 바이올린 그림은 좀..) 이 [탈곡]은 엄청나게 매력적이었다. 이 사람들의 활기찬 역동성, 하지만 존엄성이 전혀 부여되지 않은 흐릿하고 투명한 형체들, 인간에 대한 연민이나 사랑은 철저하게 배제하고 노동의 아름다움만을 강조된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그게 너무 환상적이라 그림 앞을 떠날 수가 없었다. 나란 앤 좀 나와 반대적 성향을 가진 것들에 더 매혹되기 마련이니.. 

      
모리스 키슬랭 [과일이 있는 정물]                                 조르주 브라크 [바니타스] 

철저하게 극과 극에 있는 이 두 작품이 정물 중에서 가장 좋았다. 퐁피두전에는 브라크의 작품이 무진장 많았는데 흐릿한 형체와 색깔, 모호한 느낌은 정말 별로인라고 생각해서 박효신이나 박화요비의 노래도 별로 안좋아하는데 브라크의 그림들이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사람은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딱 한 작품, [바니타스]는 참 좋았다. 흐릿하고 모호한 기법으로 해골을 그리는 것만큼 어울리는 게 또 있을까! 원래 해골 그림을 참 좋아하는데 이 그림은 브라크가 누군지도 모르고 좋아하던 그림이라 참 반가웠다. [과일이 있는 정물]은 참 청명한 기분이 들게하는 그림이었다. 거칠고 어두운 정물화들 사이에서 홀로 빛나고 있어서 더 좋았을 수도 있겠다. 과일의 완벽한 구형과 빛, 환상적인 색감이 어두운 전시실에서 불타고 있다. 


피카소 [누워있는 여인] 

꺅, 럭셔리하다!!
난 그림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지, 뭐 역사나 비평 이런것들에는 무지하기 때문에 모두가 극찬하는 피카소라도 무조건적인 존경을 보내지는 않아왔다. 사실 모니터나 책으로 보는 건 실제로 보는 거랑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너무나도 유명한 피카소의 그림이라도 그냥 그런갑다 했었다. 그런데 이 그림은! 엄청나게 고급스럽다. 처음 보는 그림이었는데 작은 캔버스에 담긴 여인의 모습이 나는 손을 뻗어도 잡을 수 없는 너무 높은 그곳에 있는 것 같아서 놀랐다. 지금 모니터로 보고 있으니 다시 그 감흥이 사라지려고 하는데, 여인의 속눈썹, 손가락, 꽃을 쥐고 있는 모양새 하나가 너무 고급스러워서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블라디미르 두보사르스키 & 알렉산더 비노그라도프 [풀밭 위의 점심식사] 

이 그림은 왠지 웃겨서 보면서 약간 피식거렸다. 벌거벗은 사람들과 사자(!), 사슴(!!), 기린(!!!) 그리고 저 알수 없는 왼쪽 아래의 고양이같은 여우라니, 아- 문명인처럼 생긴 원시인의 세상에 갑자기 쳐들어갔더니 사람들이 놀라는 표정이랄까, ㅋㅋ 가까이 가보니 유명한 화가들의 자화상이라고 표시를 한 그림이 있다. 그걸 보자마자 진짜 혼자서 낄낄거리면서 웃었다. 이렇게 유쾌한 작품이라니!! 푸ㅏ하하니ㅏㅜ히이ㅏㅣ! 난 정말 러시아를 사랑하게 되버릴 것 같다. 

좋았던 그림도 많았고, 그저 그런 작품들도 많았지만 일단 여기까지-  

아참, [그늘을 들이마시다]는 내 평생 최고의 설치작품이었다. 난 사실 그 안에서 좀 눈물까지 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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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9-03-14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뒤피, 피카소, 브라크의 바니타스, 글렌 브라운 좋았어요.
피카소의 <누워있는 여인>은 그야말로 자체발광이죠?ㅎㅎ

도록 두개 사서 표를 다 날려버린 게으른 하이드 ㅡㅜ
그나저나 날씨도 안 좋고 평일이라 사람 없을 줄 알았는데, 공짜표의 위력으로 많았나보군요. ㄷㄷㄷ

<그늘을 들이마시다> .... 고백합니다. 저, 월계수잎 kg단위로 파는 곳 찾아 놓았어요. ^^;;


Forgettable. 2009-03-14 16:09   좋아요 0 | URL
저도 진심으로 생각했어요. 집에다 놔두면 벌레생길까? 하이드님 서재에서 얼핏 본것 같은데 나도 알려달라고 할까? ㅠㅠ
[누워있는 여인]을 보면서 정말 괜히 이사람이 인기가 많은게 아니구나 싶었어요.

평일인데 사람 많았어요. 교보에도 잠시 갔었는데 바글바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건지.. ㅎㅎ
그나저나 너무 아쉬워요- 데이트 기대했는데!

Kitty 2009-03-14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라크의 작품은 대부분 팔레트 깨끗하게 씻지 않고 물감을 풀어서 좀 지저분해진 색같은 느낌이 나죠 ^^;;
그래서 저도 딱히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지만 작품이 많이 왔다니 궁금하네요.
좋은 시간 되신 것 같네요. 덕분에 저도 구경 잘 했습니다 ^^

Forgettable. 2009-03-14 16:03   좋아요 0 | URL
오 저 지금 키티님 서재에 댓글남기고 왔는데 신기해요 ㅋㅋㅋ
요기 정말 색감이 죽이는 작품들이 많아서 브라크의 작품은 눈에 잘 안들어와요... 어제 집에 와서 도록을 보니 그래서 더 매력이나 의미가 있다지만 역시 전 자극적인게 더..+_+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