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때는 쇼펜하우어의 이야기를 읽으면 된다. 왠지 그의 불안함이 코믹하기도 하고, 이 천재의 오만함이 내겐 꽤나 유쾌하게 느껴지기 때문. [나는 누구인가]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진중함이 없을 법도 한데, 스르륵 읽기에는 작가가 던지는 질문이 날카로워서 걸린다.
가끔 생각날 때 한 챕터씩 읽는 중. 쇼펜하우어의 '내 마음에 있는 것이라면, 원할 수도 있지 않나요?' 부분은 날씨도 날씨이고 해서 한 번 더 읽어주었다.

다들 북하우스의 번역이 좋다는 이야기를 하셔서, 동서문화사본에는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문장이 굉장히 껄끄럽다. 하루 종일 한권을 다 읽어버리기는 했지만, 대충 읽었다. 걸리적거리는 문장은 허들넘듯 넘기는 버릇때문에;
필립말로우는 마초고, 나오는 여인들은 모두 매력적이고 아름다우며 필립말로우를 좋아한다. ㅎㅎ 나도 좋아할 것 같다. 결말은 낭만적이었고, 북하우스본으로 다시 한 번 읽어볼 예정이다.
다 읽은지는 며칠 되었는데, 리뷰를 써볼까 끼적대봤다. 그러나 실패. 하고싶은 말이 많고, 생각도 많아져서.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당사자들과의 관계에 지배당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신문에서 보았다면, 아 그랬구나- 하고 무덤덤하게 넘겼을 일가족 살인사건은 작가의 목소리로 재탄생했고, 안면일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동정심과 공감, 애정을 갖게 되었다. 읽는 내내 계속해서 변덕스럽게 툭툭 튀어나오는 생각을 종잡을 수 없어 아직은 뭐라 말하기 어려운 책이다.
달리의 자서전. 이 사람도 정말 웃긴다. 그런데 문장이 쉬이 읽히지 않아서 도입부만 읽다가 덮었다. 어느새 나는 쉬운 문장만 찾게 되어버렸나보다. 최근에 있었던 몇가지 일들로 잡생각이 많아져서 어려운 단어가 등장하고 문장이 3줄만 넘어가게 되면 생각이 샛길로 빠진다.
아직 도입부만 읽고 말았지만, 나도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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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집에서 뒹굴거리며 이런저런 책들을 읽으며 잡생각을 많이 했다. 나는 원래 자기비하와 나르시즘의 면모를 동시에 갖고 있어서 기우뚱거리기는 했어도 금방 균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웬일인지 자기비하가 자기파괴적으로 변질되어서 내가 던지는 말 한마디에도 금방 후회가 섞여버리게 되는 것이 아닌가.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의 비정상적인 분출인지? 매끄럽지 않은 번역에 계속해서 불만을 토해내는 것도 나의 매끄럽지 않은 일상에 대한 불만의 반영일지도. 나르시즘이여, 돌아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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