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새해가 밝고도 일주일이 지나갔는데, 정신없는 매일 속에서 이제야 서재에 기웃.. 이라기보다는 늘 기웃은 했지만 글 남기는 건 처음... 암튼 알라딘 서재분 모두들, 새해 완전 행복하시길!

작년을 마무리하면서 가장 후회스러웠던 것은... 책을 등한시했던 것. 새로운 직장에서 적응하느라, 용인까지 프로젝트한다고 꾸역꾸역 다니느라, 어쩌구 저쩌구 변명을 하자면 한도 끝도 없겠으나 사실은 게을렀던 탓이다. 조금 느슨해져 있었고 귀챦아져 있었고 뭔가 이상스레 작년은 될대로 되라지 이런 느낌의 한 해였다, 모든 면에서.

 

이제 새로운 해를 맞았고, 매일이 같은 날 같지만, 선명하게 한 해와 다른 한 해의 경계가 지어진 지금, 독서에 있어서 만큼은 마음을 좀 굳게 다져본다. 인문학과 고전에 집중하고, 책 사는 것은 자중하되(읽지 않고 버려둔 나의 자식같은 저 책들...ㅜㅜ) 가급적 산 것은 읽도록 하고, 무조건 어딜 가든 책을 들고 가서 한 글자라도 더 읽도록 노력하고... 라는 새해다운 결심을 해본다..^^

암튼, 그런 면에서 오늘은 올해 첫 신간관심 시리즈.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세트.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 에세이들이 인기를 좀 얻는다 싶었더니 이렇게 5권짜리가 부담스럽게 한 질로 나왔다. 요즘엔 이렇게 질로 내는 것이 유행인 듯. 시리즈물이라는 것에 대한 관심들이 높아져서인지... 보고 있으면 이걸 다 사야 할 것 같은 충동에 사로잡히게끔 유도하는 (나쁜..ㅜ) 시리즈물들. 나는 이미 여기에서 몇 권을 낱권으로 구입해버린 덕분에 이렇게 5권을 한꺼번에 질로 사는 것은 하지 않겠지만 아직 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렇게 떠억 하니 통째로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야, 묘한 매력이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으니 그닥 다른 설명은 필요없을 것 같고.

 

 

 

 

존 그리샴, 캘리코 조.

 

존 그리샴이야, 재미나게 글을 쓰는 걸로 유명하고, 게다가 야구 이야기라니! 흥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다... 나처럼 야구 좋아라 하는 사람들은 이 야구 없는 (스토브리그마저 거의 끝난) 이 몇 달이 참 견디기 힘든 세월들이니 만치 안 그래도 집에 있는 야구 관련 서적들을 기웃기웃거리고 있는 판국이라 이런 책들을 보면 눈이 띄용용... 커질 수 밖에. 지금 존 그리샴의 'The Litigators'도 읽고 있는데, 확실히 이야기꾼은 이야기꾼인지라, 한번 볼까 싶어지는...


 

 

제임스 조이스, 더블린 사람들.

 

민음사에서 드디어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을 번역해서 내었다. 요즘은 재밌게도 고전 열풍이 불고 있고 그래서 그 분위기에 편승하여 제임스 조이스의 이 책도 같이 읽어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 같은 소설은 난해하기 그지 없지만 (이걸 보면 이 작가의 뇌구조가 문득문득 궁금해지곤 한다) <더블린 사람들>은 읽어볼만 하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일랜드라는 곳에 대해서 너무너무 궁금해진 사람들 중의 하나고, 그래서 꼭 가고 싶은 여행지 목록에 늘 아일랜드라는 곳이 들어가 있게 되었다.

 

 


 

 

 

 

알베르 카뮈가 짓고 호세 무뇨스가 그린, 일러스트 이방인.

 

그리고 김화영 교수가 번역했다. 사실 고민이 필요없는 책이다.

<이방인> 출간 70주년을 기념해 2012년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의 그래픽노블 임프린트인 '퓌튀로폴리스'에서 출간한 특별 에디션이다. 출간 후 750만 부 이상 판매라는 경이적 기록을 세운 갈리마르 최고 베스트셀러의 일러스트판을 맡게 된 이는 앙굴렘 국제만화축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세계적 거장 호세 무뇨스.

무뇨스는 <이방인> 작업을 위해 알제리를 두 차례 방문했고, 숨 막히는 부조리로 가득한 소설 속 현실을 최대한 완벽하게 재현해내기 위해 흑과 백이라는 두 가지 색깔만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일러스트 이방인>은 지난 2012년 봄 벨기에에서 열린 호세 무뇨스의 전시회와 때를 같이해 출간되었고, 현지에서 커다란 화제를 일으키며 찬사를 받았다.  - 알라딘 소개글에서 -

 

그저 덥석 집어 사면 되는 책이라는 생각. 새해 첫 구입 책 목록에 바로 올려버렸다.


샘 소머스, 무엇이 우리의 선택을 좌우하는가.

 

솔직한 심정은, 이런 류의 제목, 이런 류의 내용들이 너무 많이 쏟아져 나와서 식상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이런 책을 보면 한번쯤은 들춰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나의 모순이 있다. 사회심리라고 해야 하나. 사람들의 행동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을까 가 나의 오랜 관심사여서 그런 지도 모르겠다.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누구와 함께 있는지, 주변 환경은 어떤지를 비롯한 평범하기 짝이 없는 상황들이 우리의 행동양식은 물론 우리가 어떤 사람으로 비춰질지를 결정한다고 말한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 생각에 영향을 주고 우리 행동을 이끌며 우리를 조정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내성적인 사람이 외향적인 사람으로, 착한 사람이 나쁜 사람으로, 자비로운 사람에서 무관심한 사람으로 언제든지 변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알라딘 소개글에서 -


 

......................................

 

 

오늘은 여기까지. 이제부터는 나의 독서를 시작해야 할 시간. 일요일이 다 가고 있다. 요즘 내가 주로 읽고 있는 책은 <레미제라블> 이다. 영화로도 보았지만 (감동...흑) 역시나 책으로 보는 것이 정답. 예전에 한 권짜리 소설로 읽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정말이지 5권의 압박은 상당한 것이지만 읽다보니 아 이런 부분들이 빠졌구나 라는 것을 되짚으며 꽤나 흥미롭게 읽고 있다. 말하자면 올해의 목표 중 하나인 고전읽기의 시작인 셈이다.

 

지금 1권의 절반 정도를 읽었다. 팡틴이 남자에게 버림을 받고 (그 남자가 팡틴을 버리기 위해 벌였던 그 깜짝쇼는... 참 현학적이고 허세적이었으나 이 작품에서 빼서는 안 될 부분이라는 생각) 코제트를 맡기기 위해 테나르디에 부부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에 머무르고 있다. 그 장의 제목은 '위탁은 때론 버림이다'.... 많은 것을 상징하는 제목이 아닐 수 없다.

 

빅토르 위고는 알고보니... 나는 그가 그저 대문호인 것만을 알았는데, 공화주의자로 변신하면서 나폴레옹과 대립하게 되었고 그렇게 이십여년을 망명생활을 했다 한다. 그 와중에 아내와 자식들을 차례로 잃고... 그 세월동안 쓴 장편이 레미제라블. 그의 심적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승화된 작품이라는 이제야 확실히 알게 되다니. 인간에 대한 증오심과 분노와 악행으로 가득했던 장발장의 인생이 한 선한 주교를 만나 용서를 받게 되면서 완전히 새롭게 거듭나는 과정 속에서 그 시대의 역사와 철학, 종교, 인간에 대한 내용이 고스란히 녹아난 책이라는 느낌을 이미 진하게 받고 있다. 알라딘의 많은 서재분들이 추천하신 이유가 있었던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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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1-06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미제라블이 다섯 권이나 되나요?
헉...
권수 너무 늘린 것 아닌가 모르겠네요 @.@

북녘에서 번역한 레미제라블도 남녘에서
읽을 수 있으면 참 즐거우리라 생각해요.
머잖아 그런 날 맞이할 수 있겠지요 @.@

비연 2013-01-06 23:00   좋아요 0 | URL
ㅎㅎ 원본이 그리 긴건가 봐요. 펭귄 클래식에서도 5권으로 나오고 있으니~
 

 

아침에 부모님이 여행을 떠나셨다. 차 타는 데까지 모셔다드린다고 나온 김에 교보문고 강남점으로 향했다. 조금 이른 시간이라 - 부모님은 9시 10분 쯤 차를 타셨다 - 교보문고가 열었을까 싶어 알아보니 9시 30분에 개장이었다. 오호. 나는 서점이 언제 문을 여는 지 모르고 있었다... 어쨌든, 서둘러 나도 버스를 타고 가니 서점문에 들어선 게 9시 29분. 들어가는 순간,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직원 여러분, 이제 업무 시작할 시간이오니.. 제자리에서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세상에. 백화점도 시작하자마자 간 적이 없는 나로선 서점의 개장시간이라는 역사적(?) 순간과의 조우에 사뭇 두근거렸다.

서점엔 나처럼 멋모르고 조금 일찍 도착한 서너 명과 숨은 듯 서있는 직원들을 제외하곤 아무도 없었다. 평소의 일요일이라면, 바글거리는 사람들, 특히나 부모의 손을 잡고 서점에 온 아이들과 연인들 틈바구니에서 책 한자라도 더 보고자 팔꿈치 씨름을 해야 하지만... (도대체 언제부터 서점이 연애의 장소가 되었단 말이냐..라고 투덜거리면서도 그들의 건전성에 일단 박수..짝짝짝^^) 텅 빈 서점을 거니는 맛이란. 아. 뭔가 행복감이 스물스물 기어올라오고 있었다. 점심 약속이 있어서 온종일 머무르진 못했어도 후회가 없는 것은 아마 점심시간을 기점으로, 아침녘에 충분히 쉬다 나오실 수많은 산람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빠져나오는 중에도 어찌나 즐겁던지. ㅎㅎ

여전히 서점엔 새로운 책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나는 그렇게 사대는 데도 서점에 가면 늘 새로운 책이 있다는 것에 일종의 절망감 마저 느끼는 사람이다. 도대체 어느 구석에서 사람들은 저리 많은 글들을 써낸단 말인가. 물론 그 많은 글들이 다 읽을 만하다고 한다면, 난 더욱 크게 절망했겠지만 그나마 그 중의 반이나 건질까 라는 위로 아닌 위로를 가 있기에 계속 책을 사댈 수 있는 것이다.

 

암튼 쓸데없는 소리는 각설하고 (=.=), 오늘 제일 눈에 띈 것은 문학동네에서 나온 시인선들이었다.


 

 

 

 

 

 

 

 

 

 

 

 

 

 

 


 

심지어 베스트셀러 코너에 이 시인선들이 사이좋게 진열되어 있었다. 나는 시를 잘 모르지만, 낯이 많이 익은 시인들의 이름도 괜히 반가왔고 무엇보다 눈을 확 잡아끄는 이 색감들이 좋았다.

 

그 아래에는 또 쌍둥이처럼 문학과 지성사의 시집들이 이렇게 펼쳐져 있었다. 아 오늘은 시의 날일나 말인가. 요즘엔 잘 읽지도 않는 시집들이 왜 이리 내 눈에 띈단 말이냐. 날은 춥고 귀는 시리고 그러니 시집 하나 옆구리에 꽂은 채 길을 걸어가라는 뜻인가. (아니지. 옆구리에만 꽂으면 안되지, 꽂았다가 어느 시점에서 펼쳐들고 읽어줘야 그림이 된다..ㅎ)



 

 

 

 

 

 

 

 

 

 

 

 


 

 


 

그 밖의 많은 책들이 있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이제부터 밥먹고 마지막 대선토론을 봐야겠다. 오늘 이정희후보가 사퇴를 하는 바람에 양자구도가 되었고, 두시간을 둘이 채워야 하니 '자유토론'을 틀리라고 했단다. 이건 빅 이벤트가 될 것 같은 예감. 정치는 신물이 나지만 그래도 제대로 난 이제 정책이 알고 싶다. 물론 난 찍을 사람을 정했고, 그 사람에 대한 신념은 변하지 않겠지만, 그의 정책도 이해하고 싶다. 그래서 더더욱 이 토론의 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흠... 서점으로 스타트해서 대선토론으로 마감하다니. 이건 뭔 시츄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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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2-12-16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알라딘 서재분들은 대부분이 투표하실 거라 믿지만.. 그래도.. 투표합시다^^

숲노래 2012-12-17 0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선후보는 '두 사람'만 있지 않답니다...

그나저나, '호미' 출판사 편집자이기도 한 박지웅 님이 새로운 책을 내놓았군요. 박지웅 님 시집을 읽으신다면, '박지웅 님 손길을 타고 태어나는 인문책'들도 한번 눈여겨보아 주셔요. 하나하나 살피면 퍽 남다르구나 하고 느끼실 수 있어요. 저는 이분이 편집한 책들도 시와 함께 모두 읽었습니다.

비연 2012-12-17 12:25   좋아요 0 | URL
아.. 그렇죠. 어제 한 토론이 이정희후보가 나온 토론인지라...얘기를.
박지웅님의 책들이 남다르군요... 한번 챙겨 읽어볼께요^^
 


1. 근황이랄까. 뭐 연말이 되면 항상 '송년회 폭탄'에 맞아 지내는 게 일상적인 연례행사인지라, 놀랍지도 않지만, 올해는 유난히 송년회가 많은 게 아닌가 싶다. 근 몇 년, 조용히게 지내다가 이제 여기저기 다녀서 그런 걸까. 암튼 이제까지도 여~러건이었으나 다음 주부터는 매일 아침 작심하고 나가야 한다. 매일이 송년회. 작은 모임 큰 모임. 중요한 모임 아닌 모임. 가고 싶은 모임 아닌 모임. 그래도 다 참석해야만 하는 모임들...쩝쩝. 술이나 자제하자.


2. 근 일년 석달 만에 다시 일어를 시작했다. 나에게 있어서 일어는 뭘까. 일본은 망해간다고 하고 게다가 땅까지 꺼져 간다고 하니 사실 일어를 한다는 게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도 가끔 하지만. 그냥 의미를 찾기 이전에 취미가 아닌가 싶다. 일어공부가 취미라니까 꽤 멋져 보이기도 하네(흠흠). 암튼 다시 시작하니 아... 다 잊었더라. 그동안 꾸준히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감각을 잃지 않게 하려고 애썼다 생각했는데... 당췌 그렇지 않았음을 깨달은 몇 주다. 매일 가고 싶지만, 이넘의 직장이 넘 바쁜 관계로 주말에만 다녀서 더 그런 지도. 언어란 매일 해야 하는데 말이다. 선생님한테 맨날 구박받고 지진아 취급 받는 눈물겨운 토요일이 이어지고 있다는...;;;; 그래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심각한 자학증세 아닐까.


 

 

 

 

 

 

 

 

 

우리 일어 선생님이 쓴 책이다. 예전에도 얘길 한번 했었던 것 같은데.. 계속 뭔가를 내고 계시네. 뚜렷한 철학이 있어서 내가 마음으로 따르는 선생님이라 다른 데 가서 배울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라지만, 느무나 구박을 하시므로..흑흑흑. 담주부터는 복습 잘 해가야지..;;;;


3. 선거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고, 대선 후보들의 토론회가 2차까지 진행되었다. 토론이라는 문화가 익숙치 않은 우리나라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참 유머라든가 웃음기라든가 그런 것이 없는 모습들이긴 하지만 1차보다는 2차가 나았지 않나 싶다. 물론 첨에 생각했던 것 보다는 재미난 장면들이 많았음은 인정한다. 내일 마지막 토론회가 있고, 국정원의 SNS 사건이 있다보니 대단히 날선 분위기가 아닐까 싶네. 나야 이미 정해졌기 때문에 그걸 보고 마음이 바뀐다거나 하진 않겠지만, 암튼... 토론이라는 건 잘하든 못하든 그사람의 역량이나 자질을 어느 정도 보여준다는 데에 동의하고 있다. 앞으로는 좀더 자연스럽게, 좀더 내용있게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지금은 아니라도.

 

 

4. 올해가 가기 전에 올 한해 못본 영화들을 극장에서 몰아다 봐야겠다 라는 결심 아닌 결심을 하고 있다. 도대체가 극장에 간 것이 한 손으로 꼽을 정도라니. 이런 해가 있었나 싶다. 그건 아마도... 영화들이 요즘은 대부분 판타지류나 잔인한 내용들이 많아서 인 것 같기도 하다. 영화를 뒤져봐도 딱히 마음에 드는 게 없기도 했고 있다!고 좋아라 하면 하루에 한번, 그것도 2시쯤 극장에 걸리게 배치해두곤 해서 실망했었다... 영화보려고 휴가를 내야 할 판이다. 어쨌거나 이 해가 가기 전에 볼 영화들은.... <레미제라블>, <26년>, <원데이>, <리멤버> 등 4편이다. <타워>도 넣을까 망설이는 중. 이렇게 꼽고 있긴 한데, 다 볼 수 있을까... 웅. 열심히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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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창밖을 바라보며, 낭만을 얘기하기보다 돌아갈 차편을 걱정하고 미끄러워질 길을 짜증내하는 내가 되어버렸지만.. 오늘 문득 생각해보니, 내가 언제부터 이랬지? 싶다. 나이가 들면 감성도 무디어지고 현실적이 되는 것은 인지상정이나, 해도해도 너무 한 것이 오늘 느닷없이 펑펑 내리는 눈발을 보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이, 갈 때 어떻게 가지 였다니. 문득 슬퍼졌다. 오늘은 이래저래 슬픈 마음이 기쁜 마음보다는 큰 날이어서 조금 감상적이 되었는 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내리는 눈을 보면 가지고 있는 추억 한 가닥 쯤은 가지고 있는 법. 나도 있다. 하얗게 덮인 길을 보면서, 하늘에서 하염없이 떨어지는 눈송이들을 보면서, 그 옛날 어느날엔가 있었던 장면, 사람, 그 때 먹었던 음식... 등등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에서 펼쳐지곤 한다. 특히나 첫눈은 더더욱.

중학교 2학년 때인가. 정말 낭만하고는 거리가 멀어보였던 나의 담임선생님이자 수학선생님이 수업을 하다 말고 (가끔 런닝셔츠 바람으로도 수업하던 분이었다) 창밖을 바라보며 "첫눈이다" 라고 말씀하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돌이켜보면, 그 당시에는 완전 아저씨로 보였던 선생님이었지만, 큰 딸이 나보다 한 살 어린 아이었으니 아마도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 정도였을 거고 그만하면 젊은 감성을 잃지 않고 살 만한 나이였다. 고등학교 때, 대학교 때.. 대학원 때...어쩌고 저쩌고 굽이굽이마다 떠오르는 추억들이 있는데 말이다... 어느 날 그런 게 딱 끊어져버렸다. 도저히 생각이 나질 않는다. 첫눈이랄까. 아니 적어도 눈내리는 날의 추억이랄까.. 이런 게 없어져 버렸다. 머리를 뜯으며 생각해내려고 해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어느 순간부터는 눈 = 교통체증 = 짜증의 공식이 내 머릿 속에 박혀서 다른 게 들이닥칠 여유가 없었던 같다는 느낌. 슬프다..

 

나의 추억 뿐 아니라 영화 속 장면들도 떠오른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Love Letter'를 떠올리는 건 상당히 기계적이긴 하지만,  내 마음 속엔 하얀 눈으로 덮인 산에서 "오겡끼데스까"를 외치던 그녀의 모습이 눈과 함께 항상 떠오르곤 한다. 아름답다, 참 아름답다...싶었었는데.  이와이 슈니 감독은 지금 뭐하며 지낼까. 이런 영화를 만든 사람은 몇 십년 지나 뭐 하며 지내고 있을까.

 

 

 

 

 

 

 

 

닥터 지바고도 빼놓을 수 없다. 러시아가 배경이니 끊임없이 눈이 내렸던 것 같은데.. 지금은 말해도 젊은 사람들은 눈만 뎅그렇게 뜨고 그게 누구지 할 오마 샤리프라는 배우가 너무나 인상적인 영화였다. 라라로 나왔던 줄리 크리스티도 매력적이었고. 그리워 그리워 늘 목메이던 라라를 전차 차창 밖으로 발견한 지바고가 황급히 뒤쫗아갔으나 심장발작을 일으켜 죽어가고, 그것도 모른 채 자기 갈 길을 총총히 가던 라라의 뒷모습은.. 참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다.

 

 

 

 


 

 

이 영화에서는 눈처럼 내리던 것들이 사실은 포탄에 날린 옥수수 알갱이.. 참 웃긴 장면이기도 했지만... 이상하게 그 장면은 눈이 오는 장면으로 기억된다. 이런 동화같은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썩 좋아하지 않는 나이지만, 왜냐하면 현실을 망각하게 하니까 ... 이 영화만큼은 순수한 마음으로 기억된다. 이념이 뭔지. 그런 게 사는 데 그리 중요한 거 아니쟎아.. 라는 생각, 영화 내내 했었다. 그래서 옥수수 알갱이가 팝콘이 되어 눈처럼 내리던 그 장면이 더욱 아릿하게 다가온다.

 

 

 

 

 


 

일본 영화는... 참 무미건조하기도 하고 밋밋하기도 하고.. 그래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기는 하지만... 난 왠지 그 색깔없는 무색무취의 영화들이 좋다. '철도원'은... 아사다 지로의 단편소설인데... 소설도 좋지만, 영화가 더 좋았던 것 같다. 홋카이도의 외로운 철도역에서 아내도 딸도 잃은 채, 정년퇴직을 앞둔 철도원의 모습. 눈이 내리고 기차가 지나가고 거기에 제복을 입은 채 끝까지 꼿꼿하게 서있던 모습이 슬픔으로 스며들던 영화... 눈이 그렇게 아름답게 내리는데, 사람의 마음은 쓸쓸하게 자리하고... 아. 눈물.

 


 

아 이 밖에도 많은데... '러브 스토리'도 있고, '러브 액츄얼리'... 아. '8월의 크리스마스'.



 

 

 

 

 

 

 

 

 

 

 

 

 

 

 

 

다들.. 이런 추억의 영화 하나 둘 쯤은 가지고 계시죠..? 괜스레 아련..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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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12-06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이 내리면 천천히 걸어가면 돼요. 신도 바지도 치마도 다 젖겠지만, 즐겁게 빨면 되지요. 이렇게 내리는 눈을 누릴 수 있는 삶이기에 즐거워요.

다만... 전남 고흥에서는 눈을 못 본답니다 ^^;; 날씨도 영상인걸요 @,.@

비연 2012-12-06 11:09   좋아요 0 | URL
아 고흥은 영상의 날씨...
눈은 내리는 걸 보는 건 참 좋은데 사실 젖으면 좀 귀챦...^^;;;;
그래도 그걸 기쁘게 생각하며 지내볼래요~
 

 

오랜만에, 정말 근 한달만에 일요일 하루를 늘어지게 보냈다. 으으으으. 좋아라~

침대 위에 온열매트를 깔고 그 위에 배 한번 등 한번 뒤집어 대며 데굴데굴 책을 읽다 졸다 하는 맛이란. 그러다 배고프면 느슨히 일어나 밥먹고.. 커피도 한잔 마시고.. 저녁은 고구마와 우유. 룰루~

이렇게 편하게 쉬는 날은 무조건 추리소설이 '땡긴다'. 최근에 구입한 이든 필포츠의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 을 펼쳐들었다. 근데 읽다보니.. 이거 언제 한번 읽었던 것 같은데? 라는 느낌이...

 

분명, 동서문화사인가에서 나온 걸 구입해서 읽었던 것 같은데, 다시 샀다는 자괴감이 스물스물. 그러나, 좋은 책은 다른 출판사로 또 읽어도 되는 것이여... 라고 억지로 위안하며 끝까지 보았다.

그 옛날 작품인데도, 참 잘 썼다. 인물의 묘사나 분위기에 맞는 배경 묘사나. 그리고 그 추리의 기법. 그리고 엄청난 미인인 여자에게 혹한 남자가 사리분별을 어느새 잃어버리는 그 순간까지. 이 정도면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그냥 본격문학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겠다.

더욱 놀라운 건, 역자후기에서 보니, 아가사 크리스티가 어렸을 때 자기 작품을 보여준 옆집 노인이 바로 이든 필포츠였다는 것. 이 정도면 잘 쓰는구나, 계속 써보렴... 이라는 말에 계속 글을 썼다는. 사람의 인연이란 참. 이렇게도 엮이는구나.


그 후기를 보고는 그 다음에 든 책이 '낯선사람 효과' 라는 책이다.



네트워크의 중요성이라고나 할까. 지은이 중 한 명이 '80/20 법칙'을 말한 데이비드 코치라는 점이 매력적인 요소였고. 정말 잘 알고 지내는 사람보다 '약한 연결고리'의 사람들이 인생에 영향을 많이 준다는 얘기.. 인데 꽤 흥미롭다.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그 속에서 뭔가 이론 비스므레한 것을 찾아내는 글쟁이들의 관찰력이나 통찰력은 생각할수록 놀라울 뿐이다. 나도 느끼는 바였지만, 그렇게 뭔가 논리적으로 정리해서 얘기하면 아하~ 하면서 무릎을 치게 되니 말이다.

 

 

 

 

 


그렇게 책 읽다가 방금 일드 두 편을 소화..ㅎ '결혼하지 않는다'는 정말이지 독신 여성들의 심리를 너무 잘 간파해서 보여주는 드라마라 놀라울 정도다. 거기에, 꿈이랄까 좌표랄까 이런 것이 확실치 않아 망설이고 흔들리는 젊은 군상들의 모습들도 잘 묘사하고 있고. 아마미 유키는 역시나 멋진 싱글 여성으로 나오고. 또하나의 일드는 타니하라 쇼스케의 '속죄'라는 스페셜 3부작인데, 재미있다. 결론은 뻔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타니하라 쇼스케를 내가 좀 좋아하는 데다가, 내용도 나쁘지 않아서 말이다.

책 보다 자다 일드 몇 편 보니 일요일이 휘릭..갔네. 이제 슬슬 정리하고 자야 하나... 휴일은 왜 이리 빨리 가는 건지. 어제 잘 때만 해도 오늘 뭐도 사고 뭐도 보고 하면서 계획이 있었는데, 오늘 일어나 침대 위에서 생선 굽듯이 배 한번 등 한번 대면서 지내다 보니 하루가 훌렁 지나갔다. 뭐 그래도 이렇게 쉬는 날도 있어야 하지 생각에 위안삼아보고.

 

낼부터는 12월의 첫 주가 시작된다. 2012년의 마지막달. 즐겁게 지내야지 싶다. 시간이 너무 빨라서 깜짝 깜짝 놀랍기도 하고 그래서 아 하루하루 소중히 지내야지 하는 마음이 크다. 또.. 11월 한달을 너무 스트레스 받아하며 살아서 보상심리도 가져본다. 2012년 마무리는 즐겁게 알차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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