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정말 근 한달만에 일요일 하루를 늘어지게 보냈다. 으으으으. 좋아라~

침대 위에 온열매트를 깔고 그 위에 배 한번 등 한번 뒤집어 대며 데굴데굴 책을 읽다 졸다 하는 맛이란. 그러다 배고프면 느슨히 일어나 밥먹고.. 커피도 한잔 마시고.. 저녁은 고구마와 우유. 룰루~

이렇게 편하게 쉬는 날은 무조건 추리소설이 '땡긴다'. 최근에 구입한 이든 필포츠의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 을 펼쳐들었다. 근데 읽다보니.. 이거 언제 한번 읽었던 것 같은데? 라는 느낌이...

 

분명, 동서문화사인가에서 나온 걸 구입해서 읽었던 것 같은데, 다시 샀다는 자괴감이 스물스물. 그러나, 좋은 책은 다른 출판사로 또 읽어도 되는 것이여... 라고 억지로 위안하며 끝까지 보았다.

그 옛날 작품인데도, 참 잘 썼다. 인물의 묘사나 분위기에 맞는 배경 묘사나. 그리고 그 추리의 기법. 그리고 엄청난 미인인 여자에게 혹한 남자가 사리분별을 어느새 잃어버리는 그 순간까지. 이 정도면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그냥 본격문학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겠다.

더욱 놀라운 건, 역자후기에서 보니, 아가사 크리스티가 어렸을 때 자기 작품을 보여준 옆집 노인이 바로 이든 필포츠였다는 것. 이 정도면 잘 쓰는구나, 계속 써보렴... 이라는 말에 계속 글을 썼다는. 사람의 인연이란 참. 이렇게도 엮이는구나.


그 후기를 보고는 그 다음에 든 책이 '낯선사람 효과' 라는 책이다.



네트워크의 중요성이라고나 할까. 지은이 중 한 명이 '80/20 법칙'을 말한 데이비드 코치라는 점이 매력적인 요소였고. 정말 잘 알고 지내는 사람보다 '약한 연결고리'의 사람들이 인생에 영향을 많이 준다는 얘기.. 인데 꽤 흥미롭다.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그 속에서 뭔가 이론 비스므레한 것을 찾아내는 글쟁이들의 관찰력이나 통찰력은 생각할수록 놀라울 뿐이다. 나도 느끼는 바였지만, 그렇게 뭔가 논리적으로 정리해서 얘기하면 아하~ 하면서 무릎을 치게 되니 말이다.

 

 

 

 

 


그렇게 책 읽다가 방금 일드 두 편을 소화..ㅎ '결혼하지 않는다'는 정말이지 독신 여성들의 심리를 너무 잘 간파해서 보여주는 드라마라 놀라울 정도다. 거기에, 꿈이랄까 좌표랄까 이런 것이 확실치 않아 망설이고 흔들리는 젊은 군상들의 모습들도 잘 묘사하고 있고. 아마미 유키는 역시나 멋진 싱글 여성으로 나오고. 또하나의 일드는 타니하라 쇼스케의 '속죄'라는 스페셜 3부작인데, 재미있다. 결론은 뻔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타니하라 쇼스케를 내가 좀 좋아하는 데다가, 내용도 나쁘지 않아서 말이다.

책 보다 자다 일드 몇 편 보니 일요일이 휘릭..갔네. 이제 슬슬 정리하고 자야 하나... 휴일은 왜 이리 빨리 가는 건지. 어제 잘 때만 해도 오늘 뭐도 사고 뭐도 보고 하면서 계획이 있었는데, 오늘 일어나 침대 위에서 생선 굽듯이 배 한번 등 한번 대면서 지내다 보니 하루가 훌렁 지나갔다. 뭐 그래도 이렇게 쉬는 날도 있어야 하지 생각에 위안삼아보고.

 

낼부터는 12월의 첫 주가 시작된다. 2012년의 마지막달. 즐겁게 지내야지 싶다. 시간이 너무 빨라서 깜짝 깜짝 놀랍기도 하고 그래서 아 하루하루 소중히 지내야지 하는 마음이 크다. 또.. 11월 한달을 너무 스트레스 받아하며 살아서 보상심리도 가져본다. 2012년 마무리는 즐겁게 알차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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